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66
66화. 혹시 염석훈이란 이름 들어 봤어?
“오셨습니까?”
손정만은 병상에 누운 상태로 인사를 건넸다.
전신에 붕대를 감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등에 칼을 잘못 맞아 가슴 아래로는 반신불수가 된 상태였다.
“몸은 좀 어때?”
박인섭의 물음에 손정만은 쓰게 웃었다.
“괜찮습니다.”
“괜찮긴. 죽다 살아났으면서.”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뭐가?”
“오현조 말입니다.”
방송에 BD그룹 압수수색까지는 나왔지만 이후로는 흑룡파와 관련된 뉴스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렇기에 손정만으로서는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대충 예상하고 있겠지만 오현조 그놈, 변호인단 꾸려서 시간 끌기 하고 있다.”
“시간 끌기면 희생양을 세울 작업을 하고 있겠군요. 대상은 이준호 전무인가요?”
“아마도.”
“빠져 나갈 거 같습니까?”
“글쎄. 재판 가봐야 알겠지.”
“약속했잖습니까, 오현조 잡아넣어서 무기징역 때리겠다고. 무조건 지켜주십시오.”
“그게 새끼야 그렇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 거면 법이 왜 있어? 검찰에서 지지고 볶는 중이니까 잔말 말고 기다려.”
“계장님!”
“어이, 손정만이. 지금 나한테 소리친 거야? 깡패새끼가 어딜 감히……”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게 이런 걸까.
박인섭의 태도에 손정만은 울화통이 터질 것 들었다.
“그래도 좋은 소식 있으니까 똥 씹은 표정 넣어, 이 새끼야.”
박인섭은 아직 언론에 나가지 않은 눈깔의 정보와 함께 피해자인 김천수의 죽음에 대해서 알려주었다.
손정만은 김천수가 어떻게 죽었는지 듣고 비릿하게 웃었다.
“배신자에게 걸 맞는 죽음이네요.”
“네가 보기엔 어때? 살해수법 말이야.”
오물 취급할 땐 언제고 또 화장실로 들어온다.
하지만 지금 처지에서는 받아주지 않을 수도 없었다.
“눈알이 뽑힌 거 말입니까?”
“그래, 뒤통수를 가격한 흔적도 없는데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군.”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손바닥으로 뒤통수를 세게 때려도 눈알이 튀어나오긴 합니다. 그러면 뒤통수에 상처도 안 날거고요.”
“그랬으면 신경이 나와서 덜렁거렸겠지. 국과수 말로는 신경단면이 잘린 건 아니고 장력에 의해 끊어진 것 같다더군.”
“튀어나온 걸 손으로 잡아당겨서 끊었겠죠.”
징그러운 묘사에 박인섭은 인상을 찌푸렸다.
“밥맛없으니까 방법 얘기는 그만하고 뭐 좀 생각나는 거 없어? 눈알 뽑는 놈에 대해서 들은 거 있으면 아무거나 얘기해봐.”
“그런 놈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봅니다. 그 정도면 토막살인하는 놈들 못지않게 미X놈일 텐데 이쪽 업계에서 소문 난 게 없으면 신삥일 가능성이 높을 겁니다.”
진짜 모르는 표정이었다.
흑룡파의 정보통인 손정만이 모른다면 그의 말대로 오래전부터 활동한 놈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그걸 확인하고 나니 염석훈이란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다.
“혹시 염석훈이란 이름 들어 봤어?”
“염석훈요?”
손정만은 갑자기 왜 그 이름이 나오는지 궁금했다.
대화의 흐름상 눈깔이라 생각되는 용의자가 염석훈이라는 말이었으니.
하지만 그가 아는 염석훈은 프로골퍼에 강현성의 교통사고와 관련 있을 뿐이니 눈깔이라는 살인마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가 동명이인이라 치부할 때 박인섭이 휴대폰 사진을 보여주며 물었다.
“그럼 이 얼굴은?”
동명이인이 아닌 그놈이었다.
“이놈이 눈깔 용의잡니까?”
“모르면 됐다. 눈깔 아니니까 신경 꺼.”
“그럼 왜 물어본 겁니까?”
“김천수랑 원한관계가 있는 사람이라 물어본 거다.”
“정말 그게 전붑니까?”
“이 새끼가 진짜. 넌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면 돼. 어딜 주제넘게 질문질이야. 선 넘지 마라, 지금 많이 참고 있으니까.”
박인섭은 핸드폰을 품에 넣고 다음 용건을 꺼냈다.
평창동 살인사건과 관련해 종로서에서 협조요청이 온 건이었다.
“장기밀매하는 놈들에 대해서도 좀 아나?”
“……네? 장기밀매요?”
“그래, 뉴스에 나왔잖아. 못 봤어?”
“아, 보긴 봤습니다. 요즘 뉴스 틀면 계속 나오잖아요. 근데 장기밀매는 저도 모릅니다.”
평창동 살인사건.
처음 그 뉴스를 접하고 손정만은 허파가 뒤집어지게 놀랐다.
남지웅이 죽고, 그의 집에서 장기밀매에 대한 증거가 나왔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정말 몰라? 무성도예에서 장기 적출한 흔적이 있던 걸 보면 흑룡파도 장기밀매와 관련 있었을 거 아냐.”
그의 물음에 손정만은 단호하게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장기밀매는 진짜 모릅니다. 무성도예는 시체처리 할 때만 이용한 거고 관리랑 운영은 이무성이 독자적으로 했으니까요.”
“진짜야?”
“이 상황에서 제가 뭘 더 숨기겠습니까.”
숨겨야 했다.
자신이 무성도예를 통해 장기밀매사업을 컨트롤한 장본인이니.
“그럼 알아봐.”
“예?”
“전에 한 것처럼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라고.”
“……알겠습니다.”
박인섭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어이, 손정만이. 다음에 왔을 때 뭐라도 하나 내놔야 할 거야. 네가 협조를 잘 해야 우리도 오현조 잡아넣으려고 열심히 뛰지 않겠냐, 안 그래?”
그는 손정만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병실을 나섰다.
“계장님, 얘기 다 나누셨습니까?”
문 앞에는 강남서 소속인 두 명의 형사가 있었다.
“저놈, 잘 지켜. 한 눈 팔지 말고.”
“염려 마십시오.”
박인섭은 품속에서 흰 봉투 두 개를 꺼내 그들에게 건넸다.
“자, 인센티브. 고생한다고 주는 거야.”
“여윽시! 감사합니다, 계장님. 평생 충성하겠습니다. 하하하.”
“간다. 무슨 일 있으면 재깍 보고하고.”
“옙! 살펴가십시오.”
거수경례하는 형사들을 뒤로 하고 박인섭은 병원복도를 걸어갔다.
***
박인섭이 떠나고 난 후,
그가 나온 병실 쪽을 바라보았다.
‘저 안에 손정만이 있단 말이지.’
형사 두 명이 지키고 있는 1인실.
더군다나 박인섭이 그곳에서 한참을 있었으니 분명할 것이다.
나는 복도를 살펴본 후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곧바로 염력을 사용했다.
제일 먼저 작업한 건 복도 CCTV.
큰 병원처럼 실시간 감시인원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저 가리는 걸로 충분했다.
지폐 한 장을 꺼내 카메라 사각에서 날려보냈다.
그렇게 렌즈를 가린 후,
-꾸웅.
“끄억!”
이어서 형사 두 사람의 머리를 서로 부딪히게 만들었다.
기절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전기충격기로 지져서 후속처리까지 확실하게 했다.
그리고는 병실의 문을 열고 쓰러진 형사들을 안쪽으로 옮겼다.
그대로 놔뒀다간 복도를 오고가는 간호사가 발견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누, 누구······억!”
손정만이 입을 여는 그 틈에 염력을 연결해 혀를 목구멍으로 밀었다.
“너도 한숨 자둬.”
다시 한 번 전기충격기를 날려 손정만을 지졌다.
전신에 붕대를 감고 있기 때문인지 놈은 피하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당해주었다.
-파지지직!
그대로 눈을 까뒤집고 기절.
다인실이 아닌 덕분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옷부터 갈아입히고.’
먼저 형사 한 명과 손정만의 환자복을 서로 바꿔 입혔다.
환자복을 입힌 형사는 병상에 눕혀 얼굴이 보이지 않게 몸을 옆으로 돌린 후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형사는 보호자용 간이침대에 앉혀 팔을 베고 침상에 엎드리게 만들었다.
‘좋아, 이제 가자.’
나는 손정만에게 모자를 씌워주고 먼저 병실 밖으로 내보냈다.
그리고 병실 앞 CCTV를 지나치며 붙어있던 지폐를 회수했다.
병원 정문과 골목 CCTV?
보는 눈이 많기에 다 가릴 수는 없다.
‘CCTV를 보더라도 손정만이 제 발로 걸어 나간 걸로 보이겠지.’
***
인천 부둣가.
달도 모습을 감춘 야밤에 불빛 하나 켜지 않은 어선 하나가 접안을 시도했다.
겉보기엔 어선이지만 실상은 밀입국자들을 태우는 배였다.
“다 왔소. 다들 갑판에 오르시오.”
선장의 말에 선실에 있던 사람들이 천천히 움직였다.
작은 소란도 일었다간 해경에 잡힐 수 있으니 발소리도 조심하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검은색 롱코트를 입은 사내, 리우도 있었다.
‘한국은 오랜만이군.’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리우는 감회에 젖었다.
한국은 총기규제가 엄격하기에 총기류를 주무기로 다루는 자신은 거의 활동을 하지 않은 나라였다.
하지만 그것도 스컬의 일원이 되고 난 후의 일.
스컬이 되기 전, 흑사회 소속일 때는 이따금씩 들른 곳이 한국이었다.
‘흑사회 지부가 아직 거기 있으려나······’
본래는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블룸을 찾아가려 했었다.
킴의 생사를 확인하고, 그의 임무도 이어서 수행하려면 블룸의 관계자들을 먼저 만나야 하니.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갑자기 블룸과의 연락수단이 모두 끊어져버렸다.
저쪽에서 모든 루트를 차단하고 잠적해버린 것.
그러니 그들을 만나려면 다른 루트를 통해야 했고, 리우가 믿을 곳은 흑사회 지부밖에 없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리첸지 얼굴을 보겠군.’
같이 흑사회에 몸을 담았던 친구랄까.
비록 조직을 나가며 연락을 끊었지만 과거의 인물 중 유일하게 이따금씩 생각나는 사람이 리첸지였다.
그가 한창 과거를 회상하는 그때였다.
“자자, 다들 주목하시오.”
선장이 밀입국자들을 보며 말했다.
“밀입국 브로커 쪽에서 무선을 받았는데 하선을 하려면 추가비용을 내야 된다고 하오. 허니 다들 그렇게 알고 있으시오.”
“그게 무슨 말이야? 추가비용이라니?”
밀입국자 중 한 남자의 물음에 선장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낸들 알겠소. 밀입국 절차가 변경됐다고 하니 그렇게 전했을 뿐이외다.”
“여기까지 와서 그런 법이 어딨어?! 난 못 내!”
그가 총대를 메고 짐을 챙긴 후 하선하려 했다.
다른 사람들도 그 분위기를 타고 뒤를 따라 움직였다.
“어딜 내려!”
부둣가에서 일단의 무리가 우르르 나타났다.
“이 땅 밟으려면 돈을 내라우, 돈을. 알았니?
손도끼를 든 까치머리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때 선상에서 총대를 멨던 남자가 되물었다.
“우린 그런 말 들은 적 없고, 돈 다 지불했소!”
“선장이 말했을 거 아이니. 입국절차가 바뀌었다고.”
“세상에 이런 법이 어딨소?! 이건 사기요, 사기!”
“법 따질 거면 밀입국을 왜 했니? 정하라우, 돈 내든가 아니면 배 타고 다시 돌아가든가.”
까치머리는 손도끼로 바닥에 선을 그었다.
이가 빠진 도끼날로 그으니 불똥이 튀며 섬뜩함을 연출했다.
“돈 안 내고 여기 넘어오는 것들은 다 대갈통을 찍어버리라우.”
“예!”
기다렸다는 듯 부하들이 손도끼를 꺼내며 흉흉한 기세를 뿌렸다.
대부분이 일반인인 밀입국자들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 순간 그들을 지나쳐 앞으로 향하는 롱코트의 남자가 있었다.
그는 서슴지 않고 선을 넘었다.
“이 간나새끼가!”
한 놈이 크게 손도끼를 휘둘렀다.
리우는 가볍게 피하더니 코트 안쪽으로 손을 넣은 후 번개같이 빼며 휘둘렀다.
-뻐억.
머리에는 망치로 내려친 것처럼 함몰된 흔적이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즉사였다.
“어? 총! 총이다! 저 간나새끼 총을 어찌 가지고 있니!”
리우의 손에 들린 시커먼 물건을 본 누군가의 말이었다.
그 순간 그들은 주춤거리며 리우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이거? 빈총이니까 걱정 말고 들어와.”
리우는 씨익 웃으며 탄창이 결합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었다.
“조져!”
까치머리의 지시에 손도끼가 사방에서 날아들었다.
탄창이 결합되기 전에 죽이려는 듯 서두르는 기색이 역력했다.
-뻐억.
“쿠엑!”
-뻐억.
“끄억!”
앞서와 같은 장면이 반복됐다.
아무도 그의 옷자락 하나 건드리지 못했고 빈총을 얻어맞고 대가리가 깨졌다.
“뭐, 뭐야 저거······ 괴물이네?”
단번에 몇 명이 당해버리자 더 이상 아무도 달려들지 못했다.
“뭐해? 안 들어와?”
리우는 피식 웃으며 빈총을 어깨에 걸쳤다.
일반적인 데저트이글의 세 배에 가까운 6kg의 무게.
거기에 바위를 내려쳐도 끄떡없는 내구성.
특제품인 그의 총은 아무리 험하게 다루어도 기능에 문제가 없었다.
몸에 피가 튀는 걸 싫어하는 그가 근접전에서도 나이프가 아닌 총을 사용하는 이유였다.
“어이, 까치머리.”
“예? 예, 예…… 말씀하십시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고개를 조아리며 리우의 눈치를 봤다.
“흑사회 지부나 리첸지란 이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