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68
68화. 사실 오현조 의뢰 아니었어
강남 BD빌딩.
흑룡파 보스 오만석이 소유주인 이곳은 30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이다.
1층부터 20층까지는 임대를.
상층부인 21층부터 30층을 오현조가 운영하는 BD파일즈, BD게임즈, BD이지론 등 총 8개 회사가 사용 중이었다.
오현조의 집무실은 29층.
이유는 위아래 층인 30층과 28층에 BD시큐리티라는 이름의 경호업체와 서버실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 마디로 가장 보안이 삼엄한 두 개 층 사이에 집무실을 두었다고 할 수 있었다.
“아아, 내 말 들려?”
손정만과 나는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서로 통신을 연결해놓은 상태였다.
놈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들려.
“나도 잘 들리네. 그럼 시작하자고.”
사슴벌레를 손정만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에 잡고 화면을 세팅했다.
이렇게 구도를 잡고 보니 게임 느낌이 제법 났다.
하지만 손가락만 까딱거리는 게임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다.
염력으로 사슴벌레를 통해 적절한 시야를 확보하면서 손정만의 몸을 조종하며 총질까지 해야 한다.
쉽다면 거짓말인 것이다.
‘한 가지 다행인 건 상대에 대한 정보가 확실하다는 거지.’
손정만 덕분이다.
적진의 구조부터 BD시큐리티의 무장수준, 오현조의 집무실과 도주로의 위치까지.
내부정보가 있으니 계획을 세우기도 쉬웠고, 오현조를 죽이는 것도 크게 어렵다고 생각되지 않았다.
-탕, 탕.
먼저 옥상문의 문고리를 총으로 날려버리고 문을 열었다.
총구에 소음기는 달지 않았다.
사전계획대로 최대한 소란을 일으킬 생각이었으니.
-저벅, 저벅.
계단을 내려간 손정만은 첫 번째 스테이지 30층에 도착했다.
29층으로 향하는 계단은 정반대 쪽에 위치해 있었다. 이 빌딩의 모든 구조는 보스의 안전을 위해서다.
자동문이 열리며 경호인력들이 나타났다.
총소리를 듣고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오는 것이었다.
-탕, 탕탕, 탕탕.
쌍권총이 불을 뿜으며 눈에 보이는 사람 전부의 몸에 총알을 박아주었다.
다른 계열사와 달리 BD시큐리티는 겉으로만 경호업체지 흑룡파의 깡패새끼들을 위장해 놓은 회사.
그들 전부가 박멸해야 할 바퀴벌레고, 살아 있는 게 해악인 놈들이다.
그러니 다 죽여도 문제없다.
“뭐야? 무슨 일이야?!”
문 안쪽에서 총소리를 다시 듣고 당황한 듯한 말이 튀어나왔다.
나는 손정만을 거침없이 들여보냈다.
놈들도 총이 있지만 시건장치가 된 금고에 보관하고 있기 때문에 무장을 하기 전에 몰아치기 위해서였다.
-탕, 탕, 탕탕, 탕탕탕탕!
“크악!”
-탕탕탕탕! 탕탕!
“아아악!”
역시 총이랄까.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력이다.
놈들은 몸을 숨기기 바빴고, 몇몇은 혼비백산해서 정신없이 도망가기 시작했다.
-탕, 탕, 탕, 탕.
몸을 숨긴 놈들이 머리도 들지 못하게 간간히 총을 쏘며 사무실 내부로 진입.
그때 회칼을 쥔 채 뒤쪽으로 접근하는 놈들이 화면에 보였다.
나는 절묘한 타이밍에 손정만의 몸을 휙 돌리며 총을 갈겼다.
-탕탕탕탕탕!
“으아악!
튀어나오던 놈들이 모조리 총을 맞고 바닥을 뒹굴었다.
하얀 바닥이 피로 얼룩졌고, 죽지 않은 놈들의 신음소리가 기분 나쁘게 흘러나왔다.
-대갈통에 구멍 나고 싶은 놈들은 또 나와봐.
손정만이 상황에 적절한 대사를 쳤다.
나는 그 대사에 걸맞게 양팔을 좌우로 벌리고 몇 바퀴 돌려주었다.
사방을 경계하는 모습이 영화 속 한 장면 같다.
‘누가 보면 저놈이 주인공인 줄 알겠네.’
-이제 들이닥칠 거다. 준비해.
“알았어.”
그때였다.
문이 열리며 기관단총으로 무장한 놈들이 나타났다.
나는 손정만의 몸을 숙이게 하고 창문까지 달리게 만들었다.
-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탕!
머리 위 파티션이 사정없이 터져나갔다.
기관단총이 있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보니 위력이 상상이상이었다.
-퍽, 퍽퍽!
-윽, 으윽!
서너 발을 맞았는지 손정만이 신음소리를 흘렸다.
하지만 사정 봐주지 않고 마구 움직였다.
모름지기 게임 캐릭터는 굴려야 제맛 아니겠나.
-탕, 탕탕, 탕.
나는 손정만의 팔을 앞으로 내밀고 창문을 향해 쐈다.
강화유리에 금이 가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와장창.
달려가는 힘 그대로 몸통박치기.
손정만은 쏟아지는 총알을 뒤로 한 채 빌딩 밖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낙하하는 것이 아닌 29층, 정확히는 오현조의 전용 엘리베이터가 보이는 장소를 노린 것이었다.
소란을 일으킨 것도 놈이 대피할 타이밍을 맞추기 위한 사전작업.
이 모든 것이 치밀하게 계산된 움직임이었다.
-여어, 오현조. 어디가?
손정만은 공중에 정지한 채 유리벽 너머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의 오현조를 바라보았다.
오현조는 하늘을 날고 있는 손정만을 보고 놀랐는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손정만은 비릿하게 웃으며 놈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만큼은 자신의 힘으로.
-타앙! 팅!
하지만 방탄유리인지 약간의 탄흔만 남을 뿐 총알은 오현조의 머리에 박히지 못했다.
그 모습에 키득거리며 비릿하게 웃는 오현조의 표정이 보였다.
-타앙! 찰칵, 찰칵!
심지어 총알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오현조는 배를 잡고 낄낄거렸다.
뭐가 그렇게 웃긴지 모르지만.
-다음.
“오케이.”
나는 손정만이 총을 놓자마자 장전이 되어 있는 권총을 이동시켜 쥐어주었다.
애초부터 4정을 준비한 이유가 여기 있었다.
새 권총이 등장하자 화들짝 놀란 오현조가 전용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타다닥 눌렀다.
-탕탕탕탕탕탕탕탕!
한 곳에 집중된 쌍권총이 분노를 토하듯 총알을 쏟아내었다.
결국 몇 발이 방탄유리를 통과해 오현조의 몸에 박힐 수 있었다.
하지만 조준되지 않은 난사는 놈을 죽이지 못했다.
오현조는 바닥에 쓰러져 엘리베이터 안으로 기어들어가기 위해 부들부들 거렸다.
손정만은 총 한 정을 버리고 양손으로 머리를 정조준 한 채 말했다.
-저세상에 가면 신재 형님께 내가 보내서 왔다고 해.
타앙!하는 소리와 함께 오현조의 머리통에서 피가 튀었다.
손정만은 만족스럽게 웃더니 입을 열었다.
-고맙다. 덕분에 원수를 갚았군.
“이제 약속을 지킬 차례인 것 같은데.”
-박수영이라고 있다. 그 여자를 만나면 남지웅을 찾을 수 있을 거다.
“그 여자가 누군데?”
-남지웅의 수술팀 간호사. 불법 장기이식 스케줄도 관리하는 여자니까 분명 어디 있는지 알 거야. 아니면 장기이식 스케줄에 맞춰서 죽여도 될 거고.
“스케줄에 맞추다니?”
-남지웅이 다른 건 몰라도 장기이식 스케줄만큼은 무조건 지키는 사람이다. 나타날 장소와 시간만 알면 죽이는 건 문제 없을 거 아냐.
견주가 말했던 개인수술팀의 팀원이구나.
박수영에 대한 정보는 사실인 것 같다.
“그놈 상황 알잖아. 정말 일정을 지키려고 나타날까?”
-얼굴이야 변장을 해도 되니까 무조건 나타나. 그 여자만 잡으면 돼.
“좋아. 박수영은 어디가면 만날 수 있지?”
-대외적으로는 수양대병원 수간호사로 있으니 거기로 가봐. 이걸로 우리 거랜 끝이다.
약속했던 대로 신체에 걸어놓은 모든 염력을 해제했다.
그는 원수인 오현조를 죽인 후 죽을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손정만은 자유낙하를 하며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콘크리트 바닥까지 200미터.
나는 그 짧은 사이에 진실을 말해주었다.
“있잖아, 듣고 너무 억울해 하지마.”
-뭐?
“사실 오현조 의뢰 아니었어.”
이 정도만 알려줘도 금방 이해할 거다.
똑똑한 놈이니.
-이런 X새······!
“잘가.”
-퍼억!
***
폐차장.
리우가 알아낸 카람빗의 은거지였다.
동네건달 수준인 까치머리가 그들의 위치를 아는 것은 간단했다.
그들이 전임 보스인 아사드 캄을 찾기 위해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있었기 때문.
덕분에 리우도 어렵지 않게 카람빗을 찾아올 수 있었다.
“여기가 카람빗의 아지트라고 들었다. 보스에게 안내해줬으면 좋겠는데.”
그의 말에 폐차장 곳곳에서 일하던 동남아인들이 모여들었다.
“당신 누구야? 누군데 보스를 찾아왔지?”
리우의 분위기 때문인지 그들의 표정에서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너희들과 할 말이 아니니 안내해라.”
그는 롱코트 안에서 달러뭉치를 꺼내 바닥에 던졌다.
그걸 본 카람빗의 조직원들은 탐욕에 침을 꼴깍 삼켰다.
“그건 너희들 몫이다. 안내해주는 값이니 먹어도 돼.”
그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 적의가 일었다.
저 돈은 자기 것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운 것이었다.
‘오합지졸이로군.’
겉보기에 신체가 폐급이라 정신적으로는 다를까 싶어 시험해봤지만 마찬가지.
리우는 카람빗의 수준을 쓰레기라고 판단을 내렸다.
그때 서로 간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는지 한 놈이 바닥의 달러뭉치로 손을 뻗었다.
놈들은 돈다발을 나눠 가지며 헤실거렸다.
“따라와.”
리우는 몸수색도 하지 않는 것에 한심한 표정을 짓고는 그 뒤를 따랐다.
‘오합지졸이 아니라 그냥 개돼지였나······’
하지만 그의 생각은 계속 이어지지 못했다.
창고 앞을 지키고 있던 놈은 조금 달랐기 때문이었다.
적당한 근육질에 균형 잡힌 신체.
단련을 했다는 증거였다.
게다가 눈빛에서 주는 느낌 역시 남달랐다.
“보스를 찾아왔다기에 데려왔습니다.”
안내한 놈이 굽실거리며 보고한 후 문지기가 다가오며 말했다.
“어디서 온 누구냐?”
“리첸지의 지인이다. 그가 실종된 사건 때문에 왔으니 보스에게 안내해.”
리우가 코트 안으로 손을 넣는 그때였다.
쉿 하는 소리와 함께 역수로 쥔 갈고리칼이 그의 목을 겨누었다.
“뭐하는 거냐?”
“흐음, 실랏인가? 제법이군.”
“너, 뭐냐?”
고작 칼을 빼든 동작만으로 자신이 익힌 무술을 알아본 것에 경계심이 높아졌다.
상대는 상당한 실력자였다.
“긴장하지마라, 적이 아니니까.”
리우는 천천히 손을 빼들고 들고 있던 달러뭉치를 흔들었다.
하지만 그는 눈길도 주지 않고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리 일가 소속이냐?”
“지금은 아니지만 한 때 리첸지와 한솥밥을 먹긴 했지.”
“코트를 벗어라.”
리우는 순순히 코트를 벗어 넘겨주었다.
코트에는 데저트이글과 트렌치 나이프가 꽂혀 있었다.
“내 귀염둥이 조심해. 그거 내 손에 맞춘 특제품이라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거거든.”
그는 코트를 받아들고 목을 겨누었던 칼을 회수했다.
그리고 리우의 주변을 한 바퀴 돌며 몸수색을 했다.
무기가 없음을 확인한 그는 창고 안으로 들어가며 고개를 까딱거렸다.
“따라와라.”
내부로 들어간 리우는 자신의 시선을 끄는 다섯 명을 보았다.
그들은 탁자 위에 무언가를 펼쳐놓고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보스,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다섯 중 가운데 있는 인물이 고개를 들며 물었다.
“리첸지의 지인인데, 그의 실종 때문에 왔다고 합니다.”
그는 탁자 위에 리우에게서 압수한 물품들을 내려놓았다.
칼리완은 그 중 나이프를 알아보고 피식 웃었다.
“스컬나이프로군. 스컬의 히트맨인가?”
“호, 그걸 알아보는군. 우리에 대해 아나?”
“소문은 익히 들었지. 근데 예전부터 이해가 안 되더란 말이야. 히트맨이라는 놈들이 자신의 신분을 증명할 물건을 들고 다닌다는 게.”
“자신감이라고 해두지.”
“일종의 경고인가?”
리우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칼리완은 스컬나이프를 던져주었다.
리우는 나이프를 받아들고 되물었다.
“무슨 뜻이지?”
“스컬이 리첸지의 실종 때문에 여길 찾은 거면 정보를 얻으려고 온 거 아닌가?”
“……”
“실력 좀 보자고, 스컬의 히트맨 씨. 날 이기면 내가 아는 건 전부 알려줄 테니까.”
칼리완은 갈고리칼, 카람빗을 꺼내들며 역수로 쥐었다.
그의 자세를 본 리우는 입꼬리를 올리며 트렌치 나이프의 너클 구멍에 손가락을 끼웠다.
“실력을 보려고 이러는 건 아닌 거 같고, 스컬에 무슨 악감정이라도 있나?”
“그저…… 예전에 날 키워준 훈련교관이 민다나오에 작전 들어갔다가 죽었을 뿐이야. 꽤 실력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가 반항도 제대로 못하고 죽었다더라고. 그러니 너희들 실력이 궁금할 수밖에.”
리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마도 민다나오에 스컬의 일원이 파견되었을 터.
간혹 생기는 일이었기에 담담히 받아들일 뿐이었다.
“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