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7
7화. 아쉽다, 지금 처리할 기회가 없는 게.
내가 김천수를 처음 보았을 때, 놈은 고3이었다.
열아홉 살.
하지만 녀석이 하는 짓은 도저히 열아홉 같지가 않았다.
-야, 너. 그리고 너. 따라와.
-오…… 오빠.
-뭐해? 빨리 안 따라오고?
-……
-야, 나만 좋자고 하는 게 아니잖아. 그지 새끼들 돈 벌게 해주는데 뭐가 문제야?
-도, 돈 없어도 돼요. 안 하면 안 돼요?
-얘가 아직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네? 돈 없어서 너네 부모가 너 여기 버린 거야. 근데 없어도 된다고? 너네 부모랑 똑같은 사람이 되려고 그래?
-흑, 흑······
-왜 질질 짤고 X랄이야. 그리고 넌 돈 없어도 되는지 몰라도 난 필요해. 그러니까 잔말 말고 따라와.
처음엔 누나들이 놈에게 끌려갈 때 무슨 일인지 몰랐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놈이 그녀들에게 몸을 팔게 했다는 것을.
형들의 말에 따르면 고등학생이 되기 전부터 고아원 여자애들을 이용해 돈을 벌었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자식놈이 아비보다 더 지독했던 것이다.
적어도 원장은 자신이 즐기면 즐겼지 성매매를 시키진 않았으니까.
물론 그게 전부인 건 아니었다.
여자애들이 성노예였다면 남자애들은 그냥 노예나 다름없었다.
-야, 받아.
-혀, 혀, 형. 이거 칼이잖아요.
-어. 그걸로 저기 저 꼰대 등 뒤에서 찔러. X발놈이 담배 좀 폈다고 경찰에 신고하잖아. 앞에서 X랄 했으면 아가리를 찢어놨을 텐데 X신새끼가 뒤에서 찔렀으니까 우리도 뒤에서 찔러야지.
-형…… 그러다 죽으면 저 어떡해요?
-안 죽어, X신아. 영화에 나오잖아. 다 앞에서 칼 맞고 뒤지지 등 뒤에서 칼 맞고 뒤지는 거 봤어?
-그래도요. 형, 제발······
-괜찮아, 새끼야. 형이 왜 너한테 하라고 하겠냐? 니가 촉법소년이니까 시키는 거야.
-촉법소년이요?
-그런 게 있어, 인마. 죄 지어도 처벌 안 받는 거. 그러니까 넌 형 믿고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알았어?
-……
-싫어? 죽을까봐 무서워? 그럼 이렇게 하자. 등 돌리고 서봐. 찔러서 죽나 안 죽나 직접 체험하게 해줄게. 야, 촉법이 2호. 이리 나와봐. 나와서 이 새끼 찔러.
-……!
-여기 너 말고도 촉법이 많아. 1호기가 잘해야 2호기도 출격하지. 잘하자, 응?
내 경우 너무 어려서 해당되지 않았지만 11살부터 13살의 형들은 온갖 범법행위를 저질러야 했다.
그들은 김천수의 노예였고, 장난감이었다.
“은실아.”
김천수의 부름에 새끼마담이 쪼르르 달려가 팔짱을 꼈다.
“네, 사장님. 오셨어요?”
“1번 룸 비워놨어?”
“그럼요. 세팅도 해놨어요. 애들은 어쩔까요? 대기시켜요?”
“아니, 오늘은 아무도 들여보내지마. 형님들 오시면 바로 룸으로 모시고.”
“어머, 심각한 일인가봐요?”
“그래, 내가 부르기 전에는 노크도 하지 말고.”
“네, 애들에게 말해놓을게요.”
“마리아는?”
마리아라는 이름에 귀가 쫑긋 섰다.
한설아의 화류계 예명이었기 때문이었다.
“몸이 안 좋아서 출근 안 했어요.”
“뭐? 야, 내가 빡세게 돌리라고 했지. 아프다고 안 나와? 은실이, 너. 일 이따위로······”
김천수는 말을 하다말고 한쪽 옆에 있던 나를 슬쩍 바라보았다.
“크흠, 고객님께서 기다리고 계셨네. 은실아, 가서 일 봐라.”
“아니요, 지금 가시는 길이셨어요. 신입오빠, 다음에 또 봐요.”
“응? 새로 오신 회원님이셨어?”
김천수는 새끼마담이 낀 팔짱을 빼고 나에게 다가왔다.
“아이고, 신규회원님이신지도 모르고 험한 말을 했네요. 반갑습니다, 골드바 대표인 김천수라고 합니다.”
“괜찮습니다.”
나는 그가 내민 악수를 맞잡았다.
“응? 낯이 상당히 익은데······ 혹시 우리 구면이었던가요?”
“글쎄요. 저는 처음 뵙습니다만.”
“이상하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실례지만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염석훈입니다.”
“염석훈, 염석훈……”
김천수는 골똘히 생각하더니 영업용 미소를 지었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이거 착각을 한 모양입니다.”
“괜찮습니다.”
“아유, 아닙니다. 은실아, 이분 등급이 어떻게 되시지?”
새끼마담은 싱긋 웃으며 답했다.
“골드요.”
“골드? 그럼 소개하신 분이 플래티넘이라는 말이네?”
“네.”
“그럼 이분도 플래티넘으로 업그레이드 해드려.”
“그럴게요, 호호.”
김천수는 이번엔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걸로 아까의 실수에 대한 보상이 되었으면 좋겠군요. 골드바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네.”
“그럼.”
나는 김천수가 등을 돌리고 룸으로 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건실한 사업가인지 알겠네.’
아쉽다.
지금 처리할 기회가 없는 게.
***
1번 룸.
골드바에서 가장 크고 화려한 룸으로 VVIP 등급만이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다.
김천수는 룸으로 들어오는 중년남자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전부 세 명이었다.
“오셨습니까, 형님.”
“그래, 천수야. 얘기 들었겠지만 조용한 장소가 필요해서 이리로 왔다.”
제일 먼저 들어온 평범한 체구의 사내가 말을 받고는 중앙의 상석에 자리했다.
그리고 나머지 두 사람이 양쪽으로 나누어 앉았다.
“괜찮습니다. 형님을 위해 늘 비워두는 곳이지 않습니까.”
“새끼, 싱글룸 하나에 얼마짜린지 뻔히 아는데 비워두긴 뭘 비워둬.”
“정말입니다, 형님.”
“칠상아.”
“예, 형님.”
“나갈 때 이걸로 적당히 긁어.”
“네.”
칠상이라 불린 왼편의 사내가 카드를 두 손으로 받았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됐다. 사적으로 만든 자리니까 그렇게 해.”
“알겠습니다, 형님.”
“그렇게 서있지 말고 다들 앉아.”
“예.”
흑룡파 서열 2위, 강신재.
그 위로 보스가 있다지만 실질적으로 흑룡파를 움직이는 두 명의 실세 중 한 명이었다.
“정만아.”
“예.”
그가 운을 띄우자 내려지자 오른편에 앉은 사내, 손정만이 태블릿을 꺼내 그에게 내밀었다.
화면에는 교통사고로 보이는 사진이 있었다.
그 모습에 강신재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하, X발. 이제 사람구실 좀 한다 싶었는데……”
사고 당사자는 그의 아들이었다.
최측근들 외에는 그 존재를 모르는 숨겨놓은 혈육, 강현성.
호적에도 못 올린 아들은 그에겐 아픈 손가락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아들이 죽은 것이다.
“알아본 건 어땠어?”
“경찰조사와 크게 다른 점은 없었습니다. 현성이는 골프연습장에서 집으로 가던 중에 가드레일을 들이박고 추락사고를 당한 겁니다.”
“술 마신 거야?”
“혈중알콜농도를 보면 아닌 걸로 나왔습니다.”
“그럼 졸음운전?”
“아닙니다. 블랙박스 확인해보니 가장 유력한 건 차량고장이었습니다.”
“블랙박스가 어땠기에 차량고장이라는 거야?”
“다음 화면에 재생버튼을 눌러보십시오. 현성이의 마지막 말이 저장되어 있습니다.
그가 화면을 넘기고 재생을 하자 곧바로 다급한 음성이 나왔다.
-어, 어어. 이거 왜 이래! 콰아앙!
무언가 조작이 되지 않았다는 상황.
짧은 한 마디였지만 룸에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로에 남은 스키드 마크로 보건데 브레이크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그럼 핸들고장이야?”
“그렇게 생각하고 기술자 붙여서 밤새 사고차량 확인했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확실해? 파손 때문에 정확히 확인 안 되는데 넘겨짚은 거 아냐?”
“CCTV와 현장을 확인해보니 핸들을 꺾은 흔적이 전혀 없었습니다. 핸들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고장 났으면 아무리 파손이 심해도 흔적이 남았어야 한답니다.”
강신재는 잔에 양주를 따른 후 벌컥벌컥 마셨다.
“후우. 브레이크도, 핸들도 아니다? 그럼 현성이가 나 몰래 약을 했다는 거야?”
약에 취했다면 핸들이 움직이지 않는 환각을 보았을 수도 있다.
지금으로서는 그것 말고는 사고원인을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일단 차량에서는 약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남은 약을 사용했을 수도 있잖아.”
“정말 약을 했다면 그렇게 간당간당하게 준비해놓을 리 없습니다. 물론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 간과할 수는 없지만요.”
“체내에서 반응은 안 나왔어?”
“정말 약을 했다면 몇 시간 만에 배출되는 걸 했을 겁니다. 형님께서 늘 약만큼은 손대지 말라고 신신당부 하셨잖습니까.”
“후우……”
분노를 참는 듯한 모습에 왼편의 남자, 최칠상이 입을 열었다.
“형님, 판매책들 조질까요?”
“조져. 어떤 새끼들이 현성이한테 팔았는지 찾아와. 내 아들인지 알고 팔았건, 모르고 팔았건 상관없으니까.”
“알겠습니다.”
자료를 슥슥 넘기는 강신재의 눈에 이채가 띠었다.
그는 도로 CCTV 사진을 가리키며 말했다.
“정만아, 이 차는 뭐냐? 왜 현성이 차 옆에 계속 찍혀있어?”
“저도 미심쩍어서 확인해보니 도련님과 시비가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시비?”
“네, 골프연습장에서 언성이 오고 갔고 그 사람이 떠난 이후에 도련님이 따라가서 보복운전을 한 모양입니다. 그러다가 사고가 났고요.”
“흐음······”
부연설명을 들으니 약을 했다는 의심이 더 짙게 들었다.
화가 난 심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약을 하고, 보복운전을 하던 중에 약빨이 올라버린 것.
그런 식으로 추리를 하다 보니 아들의 죽음에 대한 원인이 이 차의 주인에게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차 주인, 뭐하는 놈이야?”
“프로골퍼였습니다. 혹시나 싶어 인적사항을 간단하게 조사했으니 마지막 파일을 보십시오.”
손가락을 휘휘 저어 마지막 파일로 넘어간 강신재는 턱밑을 쓰다듬으며 유심히 보았다.
“염석훈이라······”
그 말에 가만히 있던 김천수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형님, 방금 그놈 이름이 뭐라고 하셨죠?”
“응? 염석훈이라고 했는데. 왜? 아는 사람이야?”
“방금 전까지 여기 있었습니다.”
“뭐?”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홀에 다시 나가서 아직 있는지 확인해보고 오겠습니다.”
“어서 나가봐. 칠상아, 너도 같이 가고. 반항하면 반 죽여서라도 데려와.”
“네, 형님.”
두 사람이 룸을 나간 후 강신재는 양주잔을 입에 대며 피식 웃었다.
‘세상 좁네. 여기 있었다고?’
그는 어렴풋한 인연 같은 무언가를 느꼈다.
‘어쩌면 악연인지도 모르고······’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아들이 죽은 원인을 제공한 놈이기도 하니.
***
룸 밖으로 나온 김천수는 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장님, 왜 그러세요?”
“그 새끼, 아까 그 골프 친다는 놈 갔어?”
“네, 벌써 갔죠.”
“X발. 야, 너 바깥쪽 CCTV 틀어봐.”
그의 지시에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서둘러 내부에서 외부로 CCTV 화면을 전환했다.
전후좌우, 골드바 주변과 주차장이었다.
그 어디에도 염석훈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햐, 그새 갔네.”
한숨을 내쉬는 모습에 최칠상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됐다, 오늘은 날이 아닌가보지.”
“……예.”
최칠상은 품에서 카드를 빼 건넸다.
“자, 나온 김에 긁어.”
“아유, 안 그러셔도 되는데.”
“됐으니까 빨리 긁고 들어가자. 형님, 기다리신다.”
“예.”
김천수는 카드를 카운터 직원에게 건네고 최칠상에게 물었다.
“그런데 형님, 아까 판매책 조진다는 거 말입니다.”
“어, 왜?”
“혹시 저희 쪽 공급처면 미리 말씀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 다른 루트라도 확보해야 물량이 안 떨어지거든요.”
“그러고 보니 여기서도 그거 취급하지.”
“네, 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쳐다보며 물었다.
“현성이, 혹시 여기 드나들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