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71
71화. 먹어, 통증이 좀 가실 거야
“그 사람은 누구요?”
남지웅이 리우를 가리키며 칼리완에게 물었다.
전에 찾아갔을 때 보지 못했던 인물.
더군다나 동남아인도 아니었기에 신분을 확인하려 한 것이었다.
“리우웨이라는 분이다. 인사드려.”
“……?”
카람빗의 보스라는 자가 상대를 높이다니.
내심 그의 정체가 뭔지 호기심이 생겼다.
“그쪽이 닥터 김이라고?”
리우는 특유의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그렇소. 김재철이라 하오. 만나서 반갑소.”
“아아, 나도 무척 반갑군. 남지웅 박사.”
“……!”
남지웅은 경계심이 바짝 들었다.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건 아니지만 유명해봤자 의사.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가 아니라면 대중에게 기억될 얼굴은 아니었다.
그러니 자신을 안다는 것은 그리 좋은 징조는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뭘 그렇게 놀라나? 이쪽 세계에서 신분을 속이는 건 비일비재한 일인데 말이야.”
그 말에 칼리완이 미간을 찌푸리며 남지웅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나쁘지만 리우의 앞이라 태클을 걸지 않았다.
그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한 상황에서 따져 물을 순 없으니.
“날 어떻게 아시오?”
“아는 사람은 아는 인물 아닌가.”
“……”
“혹시 케이라고 아나?”
“케이?”
“쯧, 블룸은 모른다고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카람빗에 공급한 약을 보고 찾아왔으니.”
블룸과 약이라는 말에 남지웅과 칼리완의 눈썹이 올라갔다.
남지웅은 프로토타입 각성제만 보고 그들과의 관계를 알았다는 건 상대가 블룸에 대해 꽤 많은 걸 알고 있다는 증거였기에 놀란 것이고,
칼리완은 남지웅이 정체에 이어 거래에 대한 부분도 속였고, 자신이 그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는 것에 놀랐다.
“블룸에 대해 잘 아는 모양인데 왜 날 찾아온 거요? 블룸의 브로커들이 알파벳 코드네임을 사용한다는 걸 모르진 않을 것 같은데.”
“갑자기 그들이 잠적해서 말이야. 그쪽과 접선하고 싶은데 연락할 수 있나?”
남지웅은 고개를 가로로 흔들었다.
자신도 연락하고 싶지만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말과 함께.
‘연락두절? 이상하군. 남지웅은 그쪽 프로젝트에 깊이 개입되었다고 했는데······’
깊이 개입되었다는 건 중요인물이라는 뜻.
그런 사람은 보통 조직이 잠적할 때 챙기는 게 일반적이다.
‘아니면 저자도 곁다리 중 하나일 뿐인가?’
은밀한 프로젝트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다.
그 킴이 블룸에서 삼 년을 활동하고도 프로젝트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으니.
때문에 리우는 킴의 방식처럼 그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아닌 정면돌파를 생각했었다.
목적은 엘이라는 코드네임으로 불리는 이한성, 또는 그의 오른팔로 불리는 알이라는 코드네임의 브로커.
둘 중 한 사람을 잡고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프로젝트의 몸통을 알 수 있을 것이었다.
“이봐, 닥터 김. 아니, 닥터 남.”
칼리완이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남지웅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때 분명 유령개만 거래한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이제 보니 블룸과도 끈이 있었군? 하나부터 열까지 거짓말이니 연락할 수 없다는 것도 믿기지가 않는데 말이야.”
“증명하란 거요?”
“네가 자초한 거다. 증명하지 못한다면 접선방법을 말할 때까지 살을 저며주마.”
“……!”
카람빗이 시퍼런 날을 번뜩였다.
그가 자신의 아버지를 난도질하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남지웅의 등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그때 리우가 손을 들며 그를 제지했다.
“남박사, 나는 블룸에 대해 꽤 많은 걸 알고 있다. 그들과 너의 관계에 대해서도.”
“……”
“블룸과 무슨 일을 했는지 말해. 네 입에서 내가 아는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면······ 칼리완.”
“네.”
“아까 말한 그대로 시행해.”
“알겠습니다.”
칼리완과 달리 리우웨이이라는 저 남자는 속이기 어려운 타입.
상대의 정체도 모르고 어디까지 아는지 모르는 이상 숨길 방법이 없었다.
‘그래도 블룸과 적대적인 관계는 아닌 것 같군. 케이를 아냐고 물었을 때 뉘앙스로 보면 그 브로커와 친분 같은 게 있는지도 몰라.’
남지웅은 블룸에서 장기를 수급 받아 불법 장기이식을 한 것, 그리고 블룸의 약을 실험한 대상자를 해부하고 근육과 장기, 뇌에 미친 영향에 대해 자료를 작성해 넘긴 것도 말해주었다.
“그게 전분가?”
“다 말한 거요.”
“그 약들을 제조하는 곳이 어디인지 전혀 들은 바가 없나?”
“나도 궁금해서 몇 번인가 물어봤었지만 알려주지 않았소. 내가 그쪽과 안면을 튼 지 이십 년째인데 도무지 틈을 안 주더군.”
리우는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되물었다.
“그럼 블룸이 왜 잠적했는지 짐작 가는 부분이 있나?”
그 물음에 남지웅은 칼리완을 가리켰다.
“저쪽 때문이잖소.”
“뭐?”
리우가 칼리완을 돌아보자 그의 입이 열렸다.
“단순한 영역싸움이었습니다. 그 일로 리 일가의 리첸지님, 그리고 카람빗의 전임 보스인 아사드 캄님도 실종되셨고요.”
“그럼 리첸지의 조직이 그렇게 된 게 블룸의 짓이냐?”
“확실하지 않지만 정황상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킴은 한국의 청부업계에 대해서도 보고를 했었다.
우수한 치안과 방범시스템으로 인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은밀하게 자리 잡은 청부시장.
그에 대한 킴의 평은 좀처럼 깨지기 힘든 적절한 균형이었다.
두 세력은 그만큼 오랫동안 공존해왔으니 그만한 충돌이 있었다면 외부에서 들어온 공작을 의심하는 게 타당했다.
리우 자신 역시 중국정부와 소수민족 사이에서 혼란을 조장했으니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자세히 말해봐.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칼리완은 흑룡파의 알력싸움부터 시작해 각 파벌에서 나온 청부의뢰까지 설명했다.
그 과정에서 블룸이 잠적하고, 이쪽은 카람빗을 제외한 두 조직이 괴멸되었다는 것도.
“역시 이상하군.”
모든 설명을 들은 리우의 반응이었다.
“뭐가 이상하단 말씀입니까?”
“다른 건 차치하고 팩트만 봐도 그래.”
“……?”
“칼리완, 리 일가의 수하들이 하루아침에 팔십 명 가량 죽었다고 했지?”
“경찰에서 조선족 타운의 통제를 철저히 하고 있지만 그런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아마 소문이 아니라 사실이겠지. 그럼 그만한 인원을 한 놈도 놓치지 않고 다 죽이려면 몇 명이나 필요할까?”
“적어도 세 배는 필요할 겁니다.”
“블룸의 인원이 몇 명인지 알고 있나?”
“정확한 수는 모릅니다.”
리우가 남지웅을 바라보았다.
“나도 모르오.”
“스무 명이다. 정확히는 브로커를 제외하고 즉시전력감인 히트맨의 인원수지.”
“블룸의 내부정보까지 알고 있단 말이오? 당신 도대체 정체가 뭐요?”
리우는 그 질문을 가뿐히 무시하고 말했다.
“이쪽에 의해 다섯 명이 죽었을 테니 남은 건 열다섯. 설사 그들 모두가 나나 칼리완을 상회하는 실력자들이라 해도 팔십이나 되는 인원 중 한 놈도 놓치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지.”
“……!”
“확실해. 두 세력 사이에 어떤 공작이 있었다.”
설명을 듣고 난 두 사람은 그의 주장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남지웅, 장기밀매 고객이 한국의 상류층 인사들이라지?”
“그렇소만.”
“그들에게 접촉해서 블룸을 찾아라.”
“그들 중에 블룸의 고객이 있을 수도 있지만 고객코드도 다 막혔던데 그들이라고 별 수 있겠소?”
“고객이 아니라 그 약의 제조처와 관련된 놈들을 찾으란 거다.”
“……!”
“이십 년 전부터 개발만 계속하고 있는 약이다. 그만한 비용을 들여서 소수의 히트맨만 사용하려고 만들었을 것 같은가?”
“나 역시 정부나 대기업 쪽과 관련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소. 하지만 떠본다한들 넘어오겠소? 청부조직까지 얽혀서 극비에 진행한 일일 텐데.”
“떠보는 게 아니다. 입을 열게 만드는 거지. 가진 게 많은 놈들은 지킬 게 많아서 입을 열기도 쉬우니까.”
리우는 남지웅을 직시하며 결정적으로 말했다.
“어쩌면 두 세력을 공멸시키려고 공작한 게 블룸의 배후에 있는 그놈들일 수도 있을 거다. 블룸은 그걸 알고 잠적한 것인지도 모르고.”
“이용가치가 다한 거로군······”
토사구팽이다.
그렇다면 그 대상에는 자신도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비록 곁다리라지만 약의 개발에 관여를 했었으니.
남지웅은 그렇게 리우를 도와 블룸을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
“헌데 카람빗에 요인암살을 의뢰한 이유는 뭐지?”
“그냥 개인적인 일이오.”
“개인적인 일로 정부 고위인사를 죽이려 한다고? 말해. 참고로 조금이라도 속이려 하면 넌 오늘 칼리완의 손에 죽게 될 거다.”
남지웅은 어쩔 수 없이 이혜선에 대한 이야기와 그녀를 찾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말해주었다.
고위인사들은 연구센터의 설립과 관련된 사람들이니 소재를 알지도 모른다고 여긴 것이었다는 설명을 덧붙여서.
“이엘바이오 아시아지부장이라…… 그 여자도 뭔가 수상한 점이 많군.”
“……”
“그년도 같이 찾도록 하지.”
“그럼 적당한 사람이 있소. 센터건립에 후원을 할 인물인데다 과거에 블룸을 이용한 적도 있으니 잘하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을 거요.”
“누구지?”
“명도그룹 김춘일 회장. 삼일 후, 그 사람 아들을 내 손으로 수술할 예정이오.”
***
나는 장기이식 스케줄이 있기 전까지 박수영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콧속에 독약을 박아놨으니 풀어줬다가 삼일 후에 만나면 되는 거 아니냐고?
그럴 수가 없다.
가장 큰 문제는 염력의 유지시간 때문이다.
염력은 집중력이 깨지면 연결이 끊어져버린다.
그렇기에 과거 케이에게 발차기를 얻어맞고 손목에 통증이 생겼을 때처럼 외부적인 요인으로 염력이 해제될 수도 있는 것이다.
또는 외부적 요인이 없어도 잠을 자면 의식이 없기에 해제되기도 한다.
즉, 삼일 동안 두 눈 벌겋게 뜨고 있을 거 아니면 구속해서 시야 내에 두는 게 나은 것이다.
“가만있기 심심한데 대화나 좀 나눠볼까?”
나는 박수영과 함께 있는 시간동안 약에 대해 물었다.
각성제와 독약, 그리고 즉효성 클로로포름과 박미향의 회복을 도왔던 치료약까지.
“블룸의 킬러가 그걸 몰라요?”
“질문은 나만 한다. 한 번 더 주제넘게 입을 놀리면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주지.”
트렌치 나이프를 그녀의 눈앞에서 흔들었다.
너클이 결합된 살벌한 칼.
그녀는 잔뜩 겁을 먹은 채 그 약들이 블룸에서 제공됐다는 것과 자신들은 신체에 미치는 해부데이터만 작성했다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약이 개선될 수 있게 도운 거로군.”
“네, 네. 그쪽으로는 남박사님이 대한민국 최고니까요.”
“약의 효과에 대해 말해봐.”
그녀는 독약과 클로로포름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른다는 말로 설명을 시작했다.
두 가지 약은 목적 자체가 즉사와 기절이라는 단순한 용도였기에 해부가 필요없다는 게 이유였다.
“치료제인 RX-01은 바로 사용하면 전체적인 자연회복력을 높여주고, 특정상처에 효과적인 약과 적정비율로 섞었을 때 약의 효능을 높여서 비약적으로 빨리 낫게 해줘요.”
“그게 가능해?”
그 정도면 그냥 만병통치약 아닌가?
“가능해요. 저도 상당히 놀랐지만 직접 눈으로 봤으니까요.”
“애초에 그런 걸 만들 수 있으면 왜 위험한 살인청부를 하는 거지? 그 약만 팔아도 떼돈을 벌 텐데.”
“대량생산이 불가능한데다 소량만 제조된다고 했어요. 그래서 다른 약과 달리 RX-01은 필요할 때마다 블룸에서 제공됐고요.”
아깝다, 보유한 게 없다니.
그런 약은 여분의 목숨이나 마찬가지일 텐데.
“그럼 이 각성제는 무슨 효과가 있지?”
“통증을 없애주고 신체기능 대부분을 서너 배 정도 상승시켜줘요. 근력, 지구력, 체력, 민첩성부터 집중력이나 감각적인 부분까지 전부요.”
“잠깐, 집중력도 높여준다고? 그것도 서너 배나?”
“네. 뇌기능을 활성화 시키는 거라 일시적이긴 하지만……”
높일 수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다.
“부작용은?”
“효과에 비해 거의 없는 거나 마찬가지에요. 리바운드라고 해봐야 약간의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 정도? 남박사님 얘기로는 마라톤 뛴 정도일 거라고 하더라고요.”
“흐음······”
지금까지 이걸 먹은 상대를 두 번 겪었다.
무성도예의 김재오, 그리고 박미향.
그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박수영은 진실을 말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은 아직 겪어보지 않았으니 곧이곧대로 믿을 순 없다.
“먹어봐.”
나는 블룸의 킬러 다섯에게서 빼앗았던 각성제 다섯 알 중 하나를 내밀었다.
“부작용이 거의 없다면 먹는데 문제없을 거 아냐.”
“의심이 굉장히 많은가보네요?”
하여튼 말 더럽게 안 듣는다.
그 순간 번쩍하고 나이프가 휘둘러졌다.
“꺄아악! 아악! 이 미X새끼!!”
“주제넘게 질문하면 손가락을 자른다고 했을 텐데?”
나는 피 묻은 나이프를 그녀의 턱 아래 갖다 대었다.
그리고 각성제 한 알을 친절하게 넣어주었다.
“먹어, 통증이 좀 가실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