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72
72화. 뭐지 이거, 부작용인가?
골프.
모든 스포츠가 그렇겠지만 멘탈스포츠라 불릴 정도로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
이 운동을 십 년 넘게 한 덕분에 염력의 힘을 빠르게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성장도 한계가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 힘은 늘어나지 않았고, 그때부터는 디테일한 컨트롤에 신경을 썼었다.
염력의 가장 큰 장점은 범용성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사실 필요성을 느끼지도 못했지. 그 정도 힘으로도 충분했으니까.’
죽이고자 마음먹었을 때 죽이지 못한 적이 없었다.
살인은 그저 눈에 거슬리는 쓰레기를 치우는 행위였고, 위험한 적도 없었기에 힘을 갈구하지도 않았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정확히는 일반인이 아닌 살인을 전문으로 하는 놈들을 상대한 이후에.
케이, 그놈과의 일전이 있은 후로는 무기를 준비하고 눈알을 뽑으며 적극적으로 능력을 사용한 것도 그러한 일환이었다.
‘사실 말이 적극적이지 흔적을 많이도 남겼지.’
오죽하면 눈깔이라는 별명이 생겼을까.
염력의 힘이 더 강했다면 무기도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고 눈깔이라는 별명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방법은 간단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집중력을 더 높이는 것.’
하지만 실행이 불가능했었다.
이미 노력으로 다다를 수 있는 끝자락에 있었으니.
심지어 그 너머가 어디인지는 어렴풋이 알지만 도달할 수는 없었다.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염력이 있기 때문.
골프에 있어서는 치트키나 다름없는 염력이 그 너머로 가는 데 방해가 되는 것이었다.
승부의 갈림길에서는 아무리 억눌러도 본능적으로 염력이 먼저 튀어나왔으니.
‘하지만 이 약을 먹으면 인위적으로 더 높은 집중력을 얻을 수 있다 이거지.’
비록 일시적일지라도 경험을 해본다는 게 중요한 거다.
플로우.
나는 아직 그 감각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으니까.
“흐으으윽.”
손가락이 잘린 고통에 신음소리를 내던 박수영이 안정을 되찾아갔다.
가장 먼저 발휘되는 효과인 통증이 완화되는 것이다.
아파서 죽을 것 같다더니 평온하기 그지없는 표정이었다.
“후으으.”
이어서 전신에 혈관이 도드라지고 몸집이 약간 부풀어 올랐다.
근육이 일시적으로 향상된 것이다.
겉모습은 박미향이 먹었을 때와 판박이였다.
하지만 박수영은 그녀와 달리 일반인?이기에 달려들거나 하지 않았다.
현명한 판단이다.
일개미가 병정개미가 된다고 해도 밟아 죽이는 건 큰 차이가 없으니.
“기분이 어때?”
“……뭐, 그저 그래요.”
“지속시간은 얼마나 되지?”
“한 시간이에요.”
“굉장하네. 그럼 일단 바닥에 피부터 닦아. 잘린 손가락도 챙기고.”
박수영은 손수건에 새끼손가락을 싸서 구석에 있는 냉동고에 넣었다.
그리고 바닥에 묻은 피도 물티슈로 닦았다.
“자, 그럼 시작해보자고.”
“……?”
“부작용은 한 시간 후에나 알 수 있잖아. 그전까지 몸을 혹사시켜야 리바운드가 어느 정도인지 알 거 아냐.”
“……”
“엎드려.”
“뭐, 뭘 하려고…… 아니요, 엎드릴게요.”
질문하면 손가락이 잘린다는 걸 기억했는지 순순히 엎드렸다.
나는 의자를 끌어와서 앉으며 말했다.
“팔굽혀펴기 할 거야, 무릎 굽히지 말고 다리 쭉 펴.”
“나 팔굽혀펴기 하나도 못해요. 그리고 여자는 원래 무릎 굽히고 팔굽혀펴기 하는데……”
“원래 그런 게 어딨어? 잔말 말고 무릎 펴.”
“……”
“지금부터 신체가 바닥에 닿으면 그 부분 자를 거다. 무릎이 닿으면 무릎을 자르고, 배가 닿으면 허리를 자를 거야. 난 빈말 안 해.”
박수영은 엎드린 상태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벌써 힘들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두려움.
이미 손가락이 잘려봤기에 공포가 각인된 것이다.
“내가 하나하면 내려가면서 잘못, 둘하면 올라오면서 했습니다 하는 거야.”
“……네.”
“하나.”
“잘모옷.”
“둘.”
“했습니다.”
“하나.”
“잘모오옷.”
“둘.”
“했습니다.”
“내려갈 때 팔꿈치 직각. 근력이 올라갔을 거 아냐, 자세 똑바로 해.”
“네, 네.”
“하나.”
“잘……모오오……옷.”
“몇 개 했다고 벌써 빌빌거려? 약 안 먹었어?”
“먹었……습니다. 헉, 헉. 제발. 제발 빨리.”
“둘.”
“했습니다! 허억, 허억, 허억.”
그녀는 그 후로도 일곱 개를 채워 열 개까지는 했다.
하지만 그 다음부터는 도무지 내려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하나.”
“흐윽, 흐으윽.”
“안 내려가? 하나.”
“잘모……끄으으······”
염력으로 등을 내리눌렀다.
그녀는 저항하며 안간힘을 썼지만 상체가 내려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 어? 무릎 내려간다. 내려가려면 그냥 확 내려가, 잘라줄 테니까.”
“으으으윽······”
“둘.”
“했슴니아아악! 하악, 하악, 하악.”
악을 지르는 걸 보니 한계인 모양이다.
시간을 보니 20분이 흐른 상태.
고작 팔굽혀펴기 열한 개 하느라 20분이 지나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해봤자 무의미하기에 엎드려 뻗친 자세 그대로 버티게 만들었다.
“하악, 하악.”
땀이 후두둑 떨어지며 방울방울 바닥에 맺혔다.
약기운으로 통증은 완화되어도 통각이 완전히 마비되는 건 아닌지 저런 류의 고통은 해결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힘들어?”
“……”
“그 동안 사람들 장기 팔아서 쉽게 돈 벌었잖아. 뭘 그 정도로 힘들다고 울상이야?”
“……사, 살려주세요. 너무 힘들어요.”
“힘들면 그만하고 일어서.”
“저, 정말요?”
“대신 손가락 하나 더 자를 거야. 참고로 이제 20분 남았다. 지금 일어나는 게 아깝지 않으면 일어서.”
“으흐흐흑.”
“눈물이 바닥에 떨어지면 눈알을 뽑을 거다. 그러니, 닥쳐.”
남은 20분.
그녀는 악으로 깡으로 버티기 시작했다.
입술을 깨물었는지 핏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되었을 때.
박수영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꺽꺽거리며 바닥을 굴렀다.
내뻗은 채 딱딱하게 굳어진 팔다리는 극심한 근육통에 의해 경련이 온 것 같았다.
그래도 기절은 하지 않았다.
“흐음, 쥐가 생긴 것 말고는 정말 다른 부작용이 없는 것 같네.”
그녀는 퀭한 눈으로 나를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나는 만족스러운 실험이었기에 피식 웃어주고는 와이어로 손발을 꽁꽁 묶었다.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한숨 자둬. 이 방 벗어나는 순간 콧구멍 속에 시한폭탄 터진다는 거 명심하고.”
경련의 수준으로 봤을 때 당분간 꼼짝도 못할 테지만 그녀와 함께 있을 순 없었다.
임상시험을 해봤다지만 각성제를 먹었을 때 일반인이 아닌 나에게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지 모르니까.
‘어디 가서 시험해볼까······’
아무도 없는 장소는 안 된다.
호흡곤란이나 기타 다른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오픈된 공간이 적합하다.
‘행인이 많은 곳이 낫겠지.’
도보를 통해 사람들이 움직이는 곳으로 움직였다.
다수를 따라가게 되면 동선이 많은 장소로 향하게 마련이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기대감과 함께 주머니 속의 각성제를 만지작거렸다.
그렇게 얼마간 걸었을 때였다.
“어? 저 트럭 왜 저래?”
마주치며 지나가는 행인이 2차선인 길 건너편을 보며 말했다.
“뒤로 움직……이잖아. 사이드 안 채운 거 같은데?”
“그치? 네가 봐도 그렇지?”
그 말에 나도 등을 돌리고 건너편 위쪽을 바라보았다.
약간의 경사가 있는 도로.
누군가가 갓길주차를 한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트럭이 슬금슬금 뒤로 움직이고 있었고.
“어, 어, 어? 어떡해. 굴러 내려오겠어!”
갓길에 주차된 차들이 여러 대 있었으면 진로가 막혔을 테지만 트럭 외에는 주차된 차량이 없었다.
저대로 내려오면 대형사고.
사람들이 발을 동동 구를 때 트럭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남자가 헐레벌떡 달려오는 게 보였다.
‘늦었어.’
탄력이 붙은 속도는 사람이 쫓아가서 타기 힘들 정도였다.
이제는 사람이 달리는 속도를 넘어 엑셀을 밟은 차처럼 질주하기 시작했다.
-콰르르르.
사람의 통제를 벗어난 트럭은 그 자체로 폭탄이었다.
그 모습을 보는 사람들 대다수는 비명을 질렀고, 몇몇은 휴대폰을 들고 119에 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는 뭘 하냐고?
‘지켜볼 수밖에 없지 뭐.’
지나칠 때 핸들에 염력을 걸어서 방향을 틀수는 있어도, 브레이크를 밟을 수는 없다.
뭐? 가로수에 박게 만들면 되는 거 아니냐고?
속도가 느리면 모를까 저 정도로 빠르게, 심지어 후면방향이니 차가 멈출 정도로 제대로 박기는 어렵다.
자칫 잘못하면 가로수를 박고 튕겨나가 상가 쪽을 덮칠 수도 있는 노릇이다.
언덕길 아래 지나가는 차와 사고가 나든, 상가를 덮치든 인명피해는 피할 수 없는 것이다.
트롤리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심리문제다.
상황은 고장 난 트롤리가 기찻길을 달려오고 있다.
선로변환기로 방향을 바꾸면 한 명이 죽고, 내버려두면 다섯 명이 죽는다.
이 경우 대다수는 방향을 바꿔 한 명을 죽인다고 한다.
하지만 과정을 조금만 비틀면 결과는 달라진다.
한 사람을 죽여 트롤리를 멈추게 만들고, 선로 위 다섯 사람을 살릴 수 있느냐고 물으면 대다수는 죽이지 못한다고 한다.
우습지 않나.
같은 결과를 두고 그런 딜레마가 일어난다니.
사람이란 존재가 간접살인에 얼마나 관대하고, 직접살인에 민감한지 보여주는 대목 같다.
‘죽음만큼 평등한 것도 없는데 말이야.’
수많은 살인을 직접 해보았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생명은 계량화할 필요가 없다는 걸.
그저 하나의 기준이면 된다.
죽어야 할 놈인지, 아닌지.
전자라면 다수라도 죽인다, 단지 그뿐인 것이다.
그 기준을 벗어나면 그저 지켜보면 그만이고.
‘그러고 보니 이 힘으로 누군가를 살린 적은 없네.’
뉴스만 봐도 사건사고가 매일 쏟아진다.
하지만 사고를 목격하는 ‘그 순간’이 흔한 건 아니다.
게다가 갑작스런 사고에 내 기준을 적용하는 것도 불가능하고.
그런데 이 세상이란 놈이 참 재밌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시험에 들게 만들다니.
그것도 내 기준을 벗어났음에도 말이다.
‘휴우, 하필이면……’
아래쪽에서 막 우회전을 하며 언덕길을 올라오는 차가 있었다.
노란색.
전 세계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이용하는 통학차량은 대부분 노란색이다.
노란색이 다른 색보다 빠르게 감지되며, 색상 구분도 잘 되기에 사고의 위험성이 낮다는 게 이유라고 한다.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네.’
어린 시절의 일 때문일까.
나는 아이들, 특히 예닐곱 살 아이들에게 무척이나 약하다.
거의 반사적이었다.
유치원 통학버스를 보자마자 손안에 있던 각성제를 입속에 넣은 게.
-꿀꺽.
약을 삼키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과 함께 주변 상황이 손에 잡힐 듯이 확실하게 인지되었다.
시간조차 느리게 흐르는 듯한 느낌.
나는 이것이 말로만 듣던 플로우라 불리는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설마 했는데 정말 인위적으로 이 영역에 진입한 것이다.
‘일단 도로 CCTV 먼저.’
눈으로 슥 훑고 염력을 가하자,
-퍼엉, 우지직.
CCTV가 터지고,
‘다음은 블랙박스.’
어린이집 통학차량과 언덕 위에서 내려오는 승용차 두 대의 블랙박스에 힘을 가했다.
-콰지직.
이어서 그 상황을 또 촬영하는 행인들의 스마트폰까지 부순 후, 트럭에 염력을 가했다.
핸들이 보일 위치는 아니지만 상관없었다.
힘으로 차체의 방향을 제어해버렸으니.
게다가 튕겨나갈 걱정도 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로 틀면 어떤 식으로 정확하게 들이받을지 감각적으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콰앙!
트럭은 유치원 통학버스를 고작 5미터를 사이에 두고 뒷부분부터 가로수에 처박혔다.
하지만 내려오는 속도와 무게중심이 앞쪽에 쏠려 있기 때문인지 들이받고는 앞부분이 번쩍 들리며 올라갔다.
그대로 두었다간 균형을 잃고 버스 쪽으로 넘어질 기세.
나는 염력으로 자연스럽게? 눌러 다시 아래로 내려가게 만들었다.
-터엉. 텅. 텅.
몇 번인가 들썩이던 트럭은 충격 때문인지 경고등이 켜지며 삑삑 소리를 울렸다.
그 모습에 사람들은 다행이라는 안도감과 함께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아!”
그 모습을 보는데 이상하게 가슴속이 간지러웠다.
‘뭐지 이거, 부작용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