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다
나는 환호성을 부르는 인파 속을 걸으며 가슴을 부여잡았다.
간질거리던 느낌에서 이제는 심장박동수가 빨라졌다.
하지만 기분 나쁜 느낌은 아니었다.
‘부작용은 아닌 것 같은데……’
굳이 비교하자면 대회에서 우승했을 때.
그것도 염력을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실력으로 이겼을 때의 고양감과 비슷했다.
-쿵, 쿵, 쿵.
두근거림은 점차 잦아들었다.
신체적인 반응이 변했음에도 시야에 들어오는 감각은 여전했다.
나는 그것이 플로우, 혹은 각성제를 접한 첫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라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건 그렇고…… 이건 상상이상이네.’
플로우 상태는 주변을 인지하는 감각도 감각이지만, 염력의 힘 자체를 엄청나게 상승시켰다.
CCTV를 우그러뜨려 부수고, 1톤 트럭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정도로.
박수영의 설명처럼 서너 배 정도일 거라 예상했는데 그걸 뛰어 넘어버린 것이다.
‘이런 힘이면······ 사람의 몸 정도는 쥐어 짜버릴 수도 있겠는데.’
지금까지 비유적으로 벌레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비록 조건부라도 정말 그렇게 되었다.
그냥 압살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렇게 각성제의 효과를 만끽하는 그때였다.
갑자기 전화가 울렸다.
-지이이잉.
발신자를 확인하니 전민성이었다.
“네, 형. 어쩐 일이에요?”
-좋은 소식이 있어서 연락했지, 인마.
목소리에서 기분이 좋아보였다.
“뭔데 그래요?”
-박인섭 계장, 경질됐어.
역시 그렇게 됐구나.
“아, 그래요?”
-반응이 왜 그래?
“그럴 거 같았어요. 우리나라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생겼는데 관할서 형사계장을 그냥 두겠어요?”
전민성은 잠시 침묵했다.
내 반응을 보고 눈치 챈 모양이다.
-헐, 너 설마. 맞지, 그치?
“……”
-이런, 미X새끼. 와, 이거 상상도 못했네. 강남서 형사계장을 물 먹이다니.
“그냥 놔둘 수가 없었어요.”
나는 박인섭이 집으로 찾아왔던 일, 그리고 총기난사사건 후 강남 커피숍에서 그와 만났던 얘기를 해주었다.
-감이 좋은 건 익히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면 네가 범인인 걸 확신하고 있었네. 그래서 넌 쫓지 말라고 에둘러서 경고한 거고?
“네, 난 이렇게도 할 수 있다. 그러니 쫓지 마라라고 경고한 거죠.”
-새끼, 꼬리가 밟힐까봐 걱정되긴 했나보네.
“걱정이라기보다 약간 귀찮은 정도?”
-어쨌든 그렇게라도 손발 잘라서 다행이야. 그 사람, 내가 아는 형사들 중에 진짜 끈기 하나는 알아주는 사람이거든. 이제 경찰이라는 권한이 없으니 뭘 어떻게 하지도 못할 거야.
“권한도 권한이지만 먹고 살 걱정하느라 바쁘겠죠.”
당장 밥줄이 끊긴 마당에 날 쫓진 못할 거다.
-근데 후임계장이나 기존 팀장들이 인계받고 너한테 접근하면 어쩔 건데?
“똑같이 만들어줘야죠.”
-무서운 놈…… 그게 그렇게 쉽게 대답이 돼?
“어려울 것도 없어요.”
전민성은 헛웃음을 짓더니 화제를 돌렸다.
-그리고 봤는지 모르겠는데 방금 전에 뉴스특보로 가리봉동 사건이랑 창동민자역사 사건, 그리고 김천수 살인사건이 보도됐어. 혹시 봤어?
“아직 못 봤어요.”
-인터넷 들어가서 한 번 봐. 눈깔에 대한 얘기로 난리가 났으니까. 야, 나 그만 전화 끊어야겠다. 부장님이 부르셔.
“예? 여보세요? 형.”
-뚜. 뚜. 뚜.
난리 났다고?
그게 뭔 소리지?
나는 핸드폰으로 인터넷 뉴스기사를 확인했다.
그런데 댓글이 참 가관이었다.
-우리나라에 청부살인조직이라니! ㅎㄷㄷ
-그러니까 눈깔이라는 다크히어로가 청부업자, 깡패새끼 죽였다는 내용 맞지?
-맞아. 죽일만한 놈들 죽였는데 왜 난리지?
-몰라서 묻냐, 머가리 없는 새끼야.
-왜 욕하고 X랄이야. 눈깔님 저 악플러 새끼 눈깔 뽑고 좀 죽여주세요.
-병X새끼들. 저 살인마가 하는 짓이 사법체계를 무너뜨리고 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반사회적 행위인 걸 진짜 모르냐?
-문자 쓰고 자빠졌네. 너야말로 반사회적 인격장애인 거 같은데?
-개인이 개인을 마음대로 죽이는 세상? 그거 지옥이야. 그런 나라에서 어떻게 마음 놓고 거리를 활보하고 다른 사람과 교류를 해?
-지금도 충분히 헬조선인데.
-그 헬이 그 헬이 아니잖아! 아 진짜, 빡대가리 새끼들이랑 키배 뜨기도 짜증난다.
-빡대가리는 너야 이 쉥키야. 눈깔님이 어떻게 죽였는지 좀 봐라. 딱 봐도 피해자잖아. 넌 너네 가족이 저런 놈들한테 죽었는데 가만있을 수 있냐? 나라면 찢어 죽일 거 같은데.
-와, 찢어 죽인다고? 요즘 제정신이 아닌 놈들이 왤케 많지?
-넌 너네 부모님이 청부업자한테 살해당하면 유산이나 챙겨라.
-패드립을 쳐? 선 넘네, 이 X발 새끼가.
댓글만 보기에는 얼추 반반.
하지만 좋아요의 수를 봤을 때 눈깔을 옹호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주목 받는 건 좋지 않은데……’
생각보다 반응이 뜨겁다.
***
“계장님! 정말 이렇게 가실 겁니까?!”
짐을 챙기는 박인섭의 곁으로 팀장들이 모여들었다.
그들의 얼굴에서는 수심이 가득했다.
“뭐라 말씀 좀 해보십시오!”
1팀장인 민정학이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
“나 이제 계장 아니다.”
“계장님! 진짜 이럴 겁니까?!”
“뭐가? 민팀장, 그만해라. 액션 까봤자 소용없어.”
박인섭의 말에 민정학은 답답한지 한숨을 푹 쉬며 그의 말을 받았다.
“액션은 무슨 액션입니까! 이건 아니니까 그런 거지.”
“아니긴 뭐가 아니야. 손정만을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겨놔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나고, 구금 장소를 관리한 것도 나잖아. 그런 놈이 탈출해서 총기난사를 했어. 내가 아니면 누가 책임을 져?”
“살해위협을 받는 놈을 숨기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윗대가리들도 그걸 아니까 그렇게 하라고 승인했고 말입니다. 근데 왜 계장님이 그걸 다 뒤집어씁니까? X발, 옷 벗으려면 서장도 벗어야지 그 인간은 왜 아무런 책임을 안지냐고요!”
“정학아.”
차분한 음성으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씩씩거리던 민정학의 흥분이 가라앉았다.
“내가 그렇게 하자고 했다.”
“예? 계장님이 그렇게 하자고 했다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래야 김형사랑 박형사가 사니까.”
“……!”
민정학은 그 말에 대꾸를 할 수가 없었다.
“다 같이 사이좋게 손잡고 옷 벗어서 이득 보는 건 범인밖에 더 있겠냐. 이게 맞는 거야.”
박인섭은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린 후 짐을 담은 박스를 집으려했다.
그러자 2팀장인 차동욱이 빼앗듯이 먼저 들었다.
“제가 들어드리겠습니다.”
“차팀장, 이리 줘. 안 그래도 돼.”
“제 새끼들 살려주셨는데 그 정도는 하게 해주십시오.”
“휴, 그래라 그럼.”
그는 3팀장인 서진산, 4팀장 마동식, 5팀장 노구식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너희들은 나오지 마라. 바쁜데 여기서 작별인사하자.”
“계장님······”
“경질당한 건데 팀장들이 우르르 몰려나오는 거 위에서 보면 안 좋아. 내 말대로 해.”
“……알겠습니다.”
“다들 내 밑에서 고생 많았다. 신임계장 오면 텃세 같은 거 부리지 말고 수사지휘 잘 따라.”
그 말에 마동식이 손을 내저었다.
“에이, 텃세는 무슨. 이제 그런 거 안 합니다.”
“똥식이, 니가 제일 심하니까 너한테 하는 말이야. 나 처음 왔을 때 제일 말 안 들었던 게 너였던 거 기억 안 나지?”
“크흠, 그랬습니까 제가?”
“지금 분위기 장난 아닌 거 알지? 불협화음 내지 말고 무조건 뭉쳐. 내 마지막 지시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세 팀장과 악수를 나눈 박인섭은 민정학과 차동욱의 배웅을 받으며 형사계를 나섰다.
말없이 복도를 걸으며 그는 고민했다.
염석훈에 대한 걸 말해줄지 말지.
‘휴우, 말해봤자 믿지 않을 텐데······’
자신도 아직 심증만 있지 물증이 없는 상황이었다.
때문에 고민을 한 것이고.
“정학아, 동욱아.”
하지만 용의자에 대한 귀띔 정도는 하는 게 맞다 싶어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하는 말, 잘 들어.”
“뭔데 그러세요?”
“눈깔 말이야, 내가 생각할 때는 십중팔구 염석훈이다.”
“염석훈이요?”
민정학은 그 이름이 누군지 금방 떠올리지 못했다.
반면에 차동욱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예전에 박인섭의 지시로 DNA 대조 검사를 해봤기 때문이었다.
“계장님, 그 친구는 아닌 걸로 확인했잖습니까.”
“그놈이 상상이상으로 치밀해서 그랬던 거다. 내가 만나보고 내린 결론은 그래. 염석훈, 그놈 아마 앞으로도 살인을 멈추지 않을 거다. 눈알 빠지는 사건이 아니더라도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점이 있으면 그놈을 먼저 떠올려봐. 눈깔에 대한 얘기가 인터넷에 도배되고 있는 걸 보면 앞으로는 범행수법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
“……”
“일단 그렇게 시작해. 의심이 쌓이다보면 너희도 보이는 게 있을 거야.”
두 팀장은 서로 마주보며 눈을 깜박거렸다.
평소 감이 좋은 사람이긴 했지만 이 정도까지 확신을 가지고 말을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잠깐만요. 지금 계장님 말씀하시는 거 보니까 용의자가 아니라 범인이라고 결론 내리신 것 같은데 차근차근 설명을 좀 해주세요.”
차동욱의 말에 박인섭은 허탈하게 웃었다.
“지금은 이 정도밖에 말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들어봤자 수사에 좋을 것이 없었다.
그 자리에서 대화를 직접 나눠보지 않았으니.
“저희가 계장님을 하루 이틀 모셨습니까? 그러지 말고 말해주세요.”
민정학도 가만있지 못하고 재촉을 했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분명 단서가 있다고 여기는 모양이었다.
“심증은 백퍼센트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어서 그래.”
“만났네, 그쵸? 압박 들어간 거 맞죠?”
과거의 사례로 보건대 박인섭은 반신반의할 때도 푹푹 찔러보는 경향이 있었다.
걸리면 땡큐고, 아니면 말지라는 식으로.
그 방식이 꽤나 잘 들어맞았기에 감이 좋다는 소문이 돌았던 것이고.
“들어가긴 들어갔는데······”
“왜요? 뭔데요?”
“일방적으로 두드려 맞았어. 허허.”
“네에?! 계장님이요?”
“급소를 때리는데 아파 죽겠더라.”
“뭔 급소를 어떻게 맞았길래······”
“말해줘도 모를 거다. 아니, 정확히는 본인이 깨닫지 않으면 실천할 수 없는 부분이지.”
“저희가 바봅니까? 답답하게 만들지 말고 알려주세요. 그래야 그놈 잡을 거 아닙니까.”
박인섭은 한숨을 푹 내쉬고 되물었다.
“너 규칙적인 식사와 적당한 운동이 몸에 좋다는 거 알아, 몰라?”
“……네?”
“알지? 그럼 다른 사람 대할 때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는 건?”
“무슨 소릴 하시는 거예요?”
“가슴에 손 올리고, 정학이 너 그런 거 다 지키고 사냐? 동욱이는?”
사람들이 그걸 다 지킬 수 있다면 아마 형사라는 직업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까.
“그게 급소야.”
“……?”
“사람이니까 가지고 있는 어쩔 수 없는 급소. 그리고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우리는 그 부분이 더 부각될 수밖에 없는 거고.”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흐흐, 당해보기 전에는 모르지. 하나만 말해주면 나 역겹다는 말 듣고도 대꾸 한 마디 못 했다.”
“그 새끼가 계장님한테 역겹다고 했다고요? 그걸 듣고 가만히 계셨고? 하······”
박인섭이 어떤 사람이고, 범죄자들을 어찌 다루는지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그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면 보통 놈이 아니라는 증거였다.
“알았어? 빼도 박도 못할 증거를 확보하기 전까지 섣불리 그놈을 찾아가거나 떠보려고 하진 마. 그럼 내꼴 날 수도 있으니까.”
차동욱은 눈썹을 위로 올리며 되물었다.
“그놈이 손정만이 이용해서 그랬다는 거네요? 계장님 엿 먹이려고.”
“그래, 그리고 난 그 엿을 다시 그놈 얼굴에 붙여줄 생각이고.”
“그럴 생각이었으면 어떻게든 버텼어야죠! 이제 민간인인 양반이 뭘 어쩌려고요?!”
민정학이 소리치자 박인십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 민간인이 박쥐가면 쓰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그건 또 뭔 소리냐고 되묻는 두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