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74
74화. 길 막지 말고 비켜
명도종합병원.
오늘 있을 불법 장기이식 수술이 시행될 장소다.
대상자는 명도그룹 회장, 김춘일의 아들로 간 이식을 받는다고 한다.
명도그룹, 명도종합병원.
총수일가의 은밀한 불법수술을 덮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왜 백만호 때처럼 하지 않는 거지? 그게 숨기는 데 가장 좋은 방법 아닌가?”
“그건 백의원이니까 가능했던 거죠. 아무나 못해요, 그런 건.”
그 늙은이가 그렇게 힘 있는 사람이었나.
하긴 그러니 사람들이 권력에 환장하는 거겠지.
“근데 이 병원도 VIP병동에 일반인이 못 들어가지?”
“네.”
“그럼 들어가기 전에 잡아야 할 거 같은데 남지웅에게 연락할 방법 없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2주 전 사전미팅에서 그 말만 했으니까요. 스케줄 펑크 내는 일은 없을 테니 늦지 말고 수술방에 오라고.”
“변장하고 올 게 뻔하니 기다렸다가 잡을 수도 없고. 천상 수술방에 가야 만날 수 있다는 건데······”
명도종합병원은 지하 1, 2층에 총 여덟 개의 수술실이 있다.
그 중 2층은 오늘 하루 시설점검 및 관리를 이유로 폐쇄되었고, 그곳은 당연히 불법 장기이식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었다.
총수일가를 위해 수술실 4개를 폐쇄시킨 것이다.
그러니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은 장기이식 관계자들 외에는 아무도 알 수 없고, 아예 접근 자체가 불가능했다.
“들어갈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에요.”
“……?”
이것 봐라.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방법을 제시해?
이건 나에게 협조한다기보다 수작을 부리려는 것임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자기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이네.’
그런 생각이 들긴 할 것이다.
지난 삼일 동안 불법 장기이식을 비난하며 갖은 구박을 했으니.
“말해봐. 방법이 뭐지?”
뭐든 해봐라, 무슨 짓을 하든 넌 죽음을 피하지 못할 테니까.
“저희 병원도 그렇지만 사립병원들은 대부분 회장님 전용 비상통로가 있어요.”
“비상통로?”
“왜 검찰에 출두할 일 생기거나 하면 휠체어 타고 가잖아요. 감방에 들어가도 아프다는 핑계로 금방 나와서 병원에 들어가고요.”
“……”
“그럴 때 이용하는 통로예요. 병원에 있는 척 하면서 거길 통해서 밖을 오고가는 거죠. 답답하니까.”
“개구멍이라는 말이네.”
“네.”
“어디 있는지 알아?”
“지금은 몰라요. 하지만 곧 알게 될 거예요.”
“……?”
“보통 수술하기 직전에 알려줘요. 저보고 이식할 장기 받아오라고 시키거든요.”
“오늘 수술을 하는데 아직 준비가 안 됐다고?”
“그래야 싱싱하니까요.”
X랄 한다, 진짜.
“대충 예상되는 곳은 있는데, 제 경험상 그런 곳은 병원 지하주차장 제일 아래층에 있어요. 아마 설비실이나 의료폐기물 처리실 같이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시가 된 문일 거예요. 거기서 기다리시면 제가 문을 열어드릴게요.”
“그럼 거기서 기다리면 장기 공급하는 놈들도 나타나겠네? 시체처리소 놈들인가?”
“……네.”
“혹시 내가 그놈들한테 죽길 바라는 거면 번지수 잘못 짚은 거야.”
“그, 그럴 리가요. 당신 능력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나는 어색하게 웃는 그녀에게 고갯짓을 했다.
“들어 가봐. 나중에 거기서 보자고.”
박수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등을 돌렸다.
나는 그녀를 보며 한 번 더 경고했다.
“참, 시한폭탄 잊지마. 내 눈 밖으로 벗어나도 도망갈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야.”
어깨를 부르르 떠는 걸 보니 정곡을 찔린 건가?
***
남지웅은 병원이 보이자 뒷좌석을 보며 물었다.
“미스터 리우, 그냥 미스터 칼리완과 둘이서 갔다 오면 안 되오? 여럿이서 움직이는 게 아무래도 좀 그런데……”
“얘기가 잘못 되면 김춘일을 잡아와야 할 거 아닌가. 죽이는 거면 몰라도 데리고 나오려면 칼리완 혼자선 무리지.”
김춘일 회장의 경호원들, 거기에 남지웅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이었다.
리우는 남지웅 같은 종류의 사람은 배신도 손바닥 뒤집듯 쉽게 결정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불안요소를 다 커버하려면 분대급 인원이 움직이는 게 적합했다.
“내가 잘 얘기해보겠소. 그러니······”
“이봐, 남박사.”
“……”
“남자들은 말이야. 서열관계가 확실하지 않으면 대화가 잘 안 돼. 말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거든. 당신 생각에 회장이라는 자리에 앉아 있는 늙은이가 잘 얘기한다고 그런 정보를 발설할 거 같나?”
분명 기밀로 분류되는 정보.
여러모로 입을 열 가능성이 낮았다.
“아들놈 목숨을 가지고 흥정할 생각이오.”
“……”
“수술 중에 배를 가른 상태로 거래를 제안하면 응하지 않겠소?”
“나쁜 방법은 아닌데 세상엔 그런 놈들도 존재해.”
“……?”
“혈육보다 자기 자존심이 우선인 사람이. 김춘일이 그런 타입일 수도 있잖아.”
“……”
“잔말 말고 다 데려가. 그리고 아까 말한 것처럼 잘 얘기 하려고 하지 말고, 방금 말한 대로 배부터 째고 흥정해.”
더 이상의 반론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뉘앙스였다.
남지웅은 다시 앞을 바라보았다.
“근데 당신은 왜 안 들어가는 거요?”
“원래 컨트롤 타워는 현장 밖에 있어야 하는 거야.”
그의 속내는 간단명료했다.
수하들이 칼리완의 사람이기 때문.
칼리완의 위에 있는 자신이 함께 있어봤자 의사소통에 좋을 게 없으니 빠져주는 것이었다.
***
박수영은 생각했었다.
콧구멍 속에 박혀있는 독약을 제거할 방법을.
그는 초능력으로 그걸 움직일 수 있다.
아마도 영화에서나 보던 염력.
자신의 눈앞에서 나이프가 저절로 움직이며 손가락을 베기도 했으니 분명 그런 종류의 능력이었다.
그러니 섣불리 코를 풀어서 빼내려고 하지 않았다.
그 정도로는 나오지 않을 테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썩션기 밖에 없어.’
출력을 최대로 높인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가장 안전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려면 눈 밖으로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
그녀는 비밀통로를 언급하며 거리를 두는데 성공했다.
드디어 악마나 다름없던 놈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것이었다.
의심은 드는지 시한폭탄을 언급하며 한 차례 경고를 하긴 했지만.
“백날 기다려봐라.”
박수영은 수술방 앞에 도착하자마자 썩션을 할 생각으로 가득했다.
“박간호사, 왜 이렇게 늦었어요?”
자신을 발견한 보조의사 임오명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수술도구 준비부터 세팅을 혼자 도맡아 했으니 짜증이 난 모양이었다.
“일이 있었으니까 그렇죠. 내가 일부러 늦었겠어요?!”
톡 쏘아대는 말에 임오명이 찔끔했다.
보통 여자가 아닌 건 알았지만 오늘따라 유독 가시가 돋친 걸로 보아 건드리면 안 되는 날이라 생각하는 그였다.
그때 박수영이 갑자기 수술실로 들어가려는 행동을 보였다.
임오명은 그녀의 팔을 잡아채며 말했다.
“뭐하는 겁니까? 혼자서 세팅하느라 뒤지는 줄 알았는데 가서 옷 갈아입고 소독하고 들어가요.”
“방해하지 말고 비켜요, 좀!”
그들이 실랑이를 하는 그때였다.
“뭐하는 짓들이야?”
웬 노인이 복도에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얼굴을 만지더니 덧씌워진 실리콘을 벗겼다.
“남박사님!”
“뭐야? 무슨 일인데 그래?”
“그게······”
임오명은 박수영의 행동에 대해 고자질을 했다.
수술에 관해서는 엄격한 사람이 남지웅이기에 당해보라는 심정으로.
“박간호사, 임선생 말이 맞아? 손은 또 왜 그래? 다쳤어?”
“아니, 그게······”
변명을 하려는 그녀의 눈에 남지웅의 뒤로 선 여섯 명의 사내들이 보였다.
까무잡잡한 피부의 한국인 하나, 그리고 동남아인 다섯.
그녀도 그간 보고 겪은 게 있는지라 그들이 누구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박사님, 뒤에 계신 분들은 누구세요?”
“그건 자네가 알 것 없고. 내 물음에 대답이나 해.”
“죄송해요. 제가 실수했어요. 오늘 그날이라서 좀 많이 예민했나봐요.”
그저 면피용 변명.
남지웅은 저런 식으로 나올 때의 박수영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한숨을 쉬며 탈의실을 가리켰다.
“알았으니까 가서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와.”
“아니, 남박사님 그게 끝입니까? 수술실 오염시킬 뻔했는데.”
임오명이 따져 묻자 남지웅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소리쳤다.
“임선생! 안 그래도 머리 복잡하니까 그냥 좀 넘어가자. 제발!”
“예, 예······”
그 모습에 박수영이 키득 거리며 임오명을 비웃고는 되물었다.
“박사님, 저 사람들 그거 맞죠? 가랑비? 가람빗? 그거 있잖아요.”
“휴우, 자네 오늘따라 왜 이래?”
“저 사람들 실력이 어때요? 좋아요?”
“뭐 잘못 먹었어? 혹시 약 한 거야?”
“호호호, 아니요. 그럴 일이 있어서요. 가서 금방 갈아입고 올게요.”
총총걸음으로 탈의실로 가는 그녀를 보며 남지웅은 혀를 찼다.
“저거 갈수록 맛이 가네.”
그런 그의 말을 뒤로하고 박수영은 옷을 갈아입으며 눈을 빛냈다.
‘저 사람들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한 명도 아니고 무려 여섯이다.
사람 죽이는 걸 전문으로 하는 살인마들이 말이다.
아무리 그놈에게 초능력이 있어도 비벼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여기까지 끌어들인 다음에 저놈들 하고 붙이자. 도망가면 앞으로는 이 생활도 못하는 거잖아.’
역시 죽이는 게 가장 깔끔하다.
나중에 찾아올까 전전긍긍하는 것 보다는.
그녀는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남지웅에게로 향했다.
“박사님, 이식할 간은 언제 와요?”
그녀의 물음에 남지웅은 시계를 흘끔 보고는 입을 열었다.
“지금쯤 도착할 시간 됐겠네. 저기 녹색문 보이지? 저쪽으로 나가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바깥으로 통하는 문 있을 거야. 여기 카드키.”
“네, 금방 다녀올게요.”
지하로 내려가는 방향이면 역시 지하주차장이 확실했다.
과연 그놈은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까.
그녀는 궁금증을 가진 채 문을 열었다.
-끼익.
문 앞에 서있는 누군가가 보였다.
얼굴을 확인하니 그놈이었다.
“여어, 타이밍 딱인데?”
그는 뒷덜미를 잡고 있는 누군가를 통로 안쪽으로 먼저 던졌다.
아마도 장기를 가져온 공급자.
그는 죽었는지 쓰러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받아.”
박수영은 그가 내미는 아이스박스를 어깨에 메었다.
“같이 안 들어가요?”
“갈 거야, 좀 있다가. 수술이 시작되고 들어가야 확실하게 잡을 거 아냐.”
“전 살려주시는 거죠?”
“그러엄. 이렇게까지 협조적인데 설마 내가 널 죽이겠어?”
“……”
“빨리 들어가. 난 담배 한 대만 피우고 갈 테니까.”
“수술실이 어딘지 알아요?”
“알아, 계단으로 2층 정도 올라가면 되잖아.”
그건 또 어떻게 알았을까.
박수영은 자신의 몸에 추적장치가 달린 게 아닐까 의심했다.
‘역시 죽이는 게 낫겠어.’
***
아들의 간 이식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의 보호자 호출.
김춘일은 무슨 문제가 생겼나 싶어 서둘러 수술참관실로 향했다.
“무슨 일인가? 내 아들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는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수술실에는 개복이 된 상태로 수술대에 누워있는 아들이 있었다.
-딱히 문제가 있는 건 아닙니다, 회장님.
“헌데 왜 예까지 부른 게야? 나보고 직접 수술을 보라는 건가?”
-그것보다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요.
“뭘 말인가?”
-블룸 아시죠?
“뭐?”
남지웅은 피식 웃으며 수술장갑을 벗었다.
-거참, 다 아는 사이에 왜 그러십니까. 회장님 그 자리에 앉을 때 형님이신 김춘수 사장님 자살로 위장해 죽이셨잖아요. 그거 블룸에 의뢰한 거 아니었습니까?
“뭐, 뭐? 자네 지금 무슨 소리 하는 게야?!
-회장님은 아시죠? 블룸 뒤에 누가 있는지? 어떤 기업이 있는지.
“……!”
-누굽니까? 테이블데스 일어나는 거 보고 싶지 않으시면 말씀해주세요.
김춘일은 부들부들 떨더니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
“당장 가서 저놈 내 앞으로 끌고 와! 위에 연락해서 최교수 내려오라고 하고!”
“예!”
경호원들이 참관실을 나간 그때였다.
-퍼억, 우당탕. 촤악.
소란이 일더니 동남아인 두 사람이 얼굴에 피를 묻힌 채 들어왔다.
그들의 번들거리는 눈빛에 김춘일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회장님, 블룸의 배후에 대해 말씀해주시면 아무 일 없을 겁니다. 회장님도, 아드님도 말이죠.
“……!”
그때 그들의 뒤에 후드를 쓴 누군가가 자리하는 게 보였다.
“길 막지 말고 비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