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75
75화. 어디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도망가봐라
-와장창.
앞을 가로막던 두 놈을 염력으로 집어던졌다.
그들은 수술참관실의 유리창을 뚫고 아래층인 수술실 안쪽으로 떨어졌다.
복층 정도의 높이니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는 한쪽 구석에 있는 노인을 먼저 바라보았다.
“김춘일 회장?”
“누, 누구냐?”
확인을 한 이상 질문 따윈 가뿐히 무시하고 팔에 감아놓은 와이어 두 가닥을 날려 보내 그의 팔과 다리를 묶었다.
“입 다물고 얌전히 있어. 밖에서 듣다보니 나도 궁금한 게 생겼거든.”
블룸의 뒤에 있다는 존재.
개인 혹은 기업.
블룸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남지웅조차 그걸 확인하기 위해 움직인 걸 보면 꽤나 꽁꽁 감춰져있는 게 분명하다.
저 늙은이는 그들에 대한 단서가 될 것이고.
‘어떤 놈들이기에 그렇게 은밀하게 일을 진행하는 걸까.’
냄새가 난다.
아주 썩은 내가 진동할 정도로.
아마 저기 아래에서 나를 올려다보는 쓰레기들보다 더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놈들이지 않을까.
-파삭, 파삭.
보이지 않는 놈들에 대한 생각은 나중에.
일단은 눈앞의 상황에 집중할 때였다.
나는 깨진 유리파편을 밟으며 창가에 다가갔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남지웅, 박수영, 수술팀 소속으로 보이는 두 명의 남자의사, 그리고 막 수술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네 명의 동남아인들이 보였다.
이제 보니 집어던졌던 두 놈도 동남아인.
꺼내는 칼을 보아하니 한 번 경험해본 놈들이었다.
“너희들 카람빗이구나.”
내 말에 그나마 한국인과 비슷하게 생긴 놈이 입을 열었다.
“넌 누구냐? 혹시 블룸의 히트맨인가?”
나는 손가락으로 위를 가리키며 답했다.
“글쎄, 저기 가서 아사드 캄에게 물어봐. 내가 누군지.”
“……!”
하여튼 바퀴벌레는 죽여도, 죽여도 계속 나온다.
나는 여섯 놈을 주시하며 놈들을 상대할 계획을 머릿속으로 세우기 시작했다.
‘당장 눈알을 뽑을 필요까진 없겠어.’
방심이 아니다.
과잉대응이기 때문이었다.
첫째, 카람빗을 상대해본 경험상 케이에 비해 실력이 무척 저조했다.
눈앞의 놈들은 좀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긴 하지만 이전에 상대한 블룸의 킬러들과 비교해 별반 다르게 보이진 않았다.
둘째, 대화 중에 연결해놓은 눈깔.
필요하면 그때 뽑아버리면 그만이다.
이미 안전장치가 마련된 것이다.
셋째, 각성제.
그게 있는데 뭐가 무서울까?
뭐? 경찰 때문에 자제하는 거 아니냐고?
그런 부분도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꼭 경찰 때문이라기보다는 대중이 이유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하다.
대중들이 ‘눈깔’에게 보내는 관심.
그것이 한설아의 사건처럼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는 일반사건들을 묻어버리는 것이다.
경찰의 수사력을 내가 신경 쓰는 상황이 아이러니 하지만 무시로 일관하기엔 기분이 더러웠다.
그러니 눈알뽑기를 자제하는 건 내 기분 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너구나, 그분들을 납치하고 죽인 놈이.”
대장놈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사드 캄을 언급하며 도발했음에도 당장 달려들지 않다니.
적어도 리첸지의 저택에 있었던, 아사드 캄의 경호를 맡았던 놈들보다 실력이 좋은 건 확실한 듯 하다.
“죽이지 말고 사로잡아라. 배후를 알아내야 한다.”
놈의 지시에 다섯 중 아까 집어던진 두 명이 수술실 밖으로 향했다.
돌아서 이쪽으로 다시 올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수술참관실 문 쪽에 두 놈이 나타났다.
포위부터 하는 걸로 보아 이런 식의 조직적인 움직임에 익숙한 듯 했다.
-타앗.
동시에 움직임이 있었다.
문 쪽에서 두 놈이 달려들고, 아래쪽에서는 한 놈이 짧은 도움닫기와 함께 수술대를 밟고 이쪽을 향해 훌쩍 뛰었다.
부서진 창문을 통해 진입하려는 것이었다.
나머지 두 놈은 세트로 움직였다.
한 놈이 깍지를 껴서 마주보고, 달려온 놈이 그 깍지 낀 손에 디딤발을 딛고 날아올랐다.
공격하는 타이밍조차 거의 같았다.
‘옆에서 둘, 밑에서 둘.’
가깝다면 긴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소 5미터 이상의 거리를 확보한 상황.
지형적 이점도 있으니 대응은 수월했다.
-뻐억.
달려들던 놈들은 머리에 염력을 걸고 벽에 한 번 처박고, 정신을 못 차리는 사이 창문 밖으로 다시 집어던졌다.
그 타이밍은 아랫놈들이 창문틀에 막 발을 걸친 때였다.
-퍼억. 쿠당탕.
네 사람은 충돌과 함께 서로 얽혀서 아래로 떨어졌다.
그때 대장놈을 제외하고 밑에 있던 한 놈이 불쑥 튀어 올라왔다.
일부러 반박자 늦게 공세를 펼친 모양이었다.
“카압!”
나는 놈이 휘두르려는 팔에 염력을 걸고 꺾으며 쥐고 있던 칼을 놈의 목덜미에 박아 넣어주었다.
“케흑, 꺼억······”
“시도는 좋았어.”
그리고는 발에 염력을 걸고 힘껏 배를 걷어찼다.
-퍼억! 뿌지직.
내장이 터지는 듯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놈은 수술실 반대쪽 벽까지 날아가 처박혔다.
이로써 사망 한 명, 아까 뭉쳐서 떨어진 네 명 중 머리를 박았던 두 명은 기절을 했는지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아래를 내려다보며 대장놈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너도 무게만 잡지 말고 덤벼봐. 윗사람이면 솔선수범 해야지.”
“이상한 수작을 부리는군.”
“……뭐?”
“돌아서 올라갔던 저 두 놈, 분명 네놈에게 닿을 타이밍도 아니었고, 저기 걷어차인 놈은 제 손으로 자기 목을 찔렀으니 말이야.”
제법 눈썰미가 있는 놈이다.
두 놈이 머리를 박는 건 창문 쪽으로 나오기 전이니 못 봤을 거고, 죽은 놈은 서있는 위치상으로 등을 돌리고 있어서 제대로 보지 못했을 텐데.
-쉬익. 쉭.
그 순간 놈이 무언가를 던졌다.
나는 염력으로 내쪽으로 날아오는 물체를 잡아챘다.
메스.
아까 한 놈을 발로 걷어차며 시선을 뗐을 때 수술대에서 챙긴 모양이었다.
“컥, 끄르륵……”
그때 한쪽 구석에서 피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김춘일 회장이 옆으로 쓰러졌다.
시간차로 하나를 더 던진 것이다.
아마도 내 능력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테스트하기 위해.
이놈이고 저놈이고 사람 죽이는 놈들은 뇌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놀라기는커녕 분석부터 하려고 든다.
“염력이라, 신기하긴 한데 그래도 완벽한 능력은 아니군.”
나는 그 말에 공중에 멈춰놨던 메스를 되돌려 보냈다.
-쉬익. 터업.
놈은 한 손으로 메스를 잡아채며 비릿하게 웃었다.
이 정도는 별 거 아니란 걸 보여주려고 한 모양인데 오산이다.
나는 놈의 팔을 꺾으려 염력을 가했고, 놈은 그에 맞춰 반대쪽 손으로 자신의 팔을 붙잡았다.
“크윽.”
“피했어야지. 그걸 미련하게 잡아? 다음 건 어떻게 잡을래?”
그 순간 수술대 위에 있던 메스 하나가 날아와 복부를 찔렀다.
놈은 결국 한 손을 풀어 복부를 파고드는 메스를 붙잡았다.
처음의 메스를 잡아챔으로써 행동에 제약이 생겨버린 것이다.
“큭!”
“완벽하지 않아서 어쩌지. 내가 완벽했으면 고통 없이 머리통을 뽑아버렸을 텐데.”
수술대 위의 메스를 모조리 놈의 몸에 박았다.
-푹, 푹, 푹, 푹.
대장놈은 강단이 있는지 메스를 찔러대도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대신 그 모습을 보는 다른 놈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말하지 않아도 안다는 게 이런 걸까.
그들은 움직이는 순간 저 메스들이 자신에게 날아올 거라는 걸 아는 것이었다.
“멍청히 서있지 말고 도망가!”
놈은 피투성이가 된 채 부하들에게 지시했다.
그 순간 얼어붙은 듯 우두커니 서있던 부하 두 명이 바닥을 박찼다.
나는 그들의 발을 잡아채 넘어트리고 대장놈의 몸에 박힌 메스를 빼낸 후 날렸다.
-푸푸푸푹.
허겁지겁 도망치기 바빴던 놈들은 각각 메스 네 개를 등에 꽂은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때 황급히 입속에 뭔가를 털어놓는 대장놈이 보였다.
이제 보니 부하들을 생각해서 도망치라고 한 게 아니라 잠깐의 틈을 만들기 위해 이용한 것이었다.
“흐으으으.”
전신에 불거지는 핏줄.
각성제였다.
한 줄기 신음소리를 뱉어낸 놈이 나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닥터, 내가 저놈을 맡을 테니 나가라. 가서 그분께 지금 상황을 전해.”
그분이라, 저들이 윗사람으로 대한다는 건 뭔가 있는 놈 같은데.
카람빗의 새로운 보스인가?
“아, 알았소.”
남박사와 그의 수술팀이 움직이려 하자,
“내 허락 없이는 아무도 못 나가.”
입구에서 쓰러진 놈들의 메스를 공중에 띄워 올리며 나직이 경고했다.
“미, 미스터 칼리완······”
“틈을 만들어 주마.”
놈은 그 말과 함께 각성제 여러 알을 동시에 씹어 삼켰다.
‘중복복용이라······’
하나만 해도 충분한 효과가 있었는데 여러 개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사뭇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호기심 때문에 위험을 초래할 순 없는 법.
나 역시 남은 세 개의 각성제 중 한 알을 입에 넣었다.
그리고 남지웅과 그 일행에게 염력을 걸어놓고 고갯짓을 했다.
나가라는 식으로.
“어이, 칼리완이라고 했지? 저놈들 보내줄 테니까 다른 생각하지 말고 전력으로 덤벼 봐.”
내 허락이 떨어지자 남지웅과 수술팀원들은 황급히 수술실을 나갔다.
놈은 중복된 약효에 적응하는지 당장 움직이지 못했다.
나는 놈이 준비되기 전, 잠깐의 시간을 두고 염력을 사용했다.
남지웅만 빼고 박수영을 비롯한 나머지 셋의 목을 비틀어버린 것이었다.
작업이 끝나고 나자 칼리완이 한 줄기 입김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 약을 가지고 있는 걸 보니 블룸에서 온 놈이 맞구나.”
“아사드 캄에게 물어보라니까.”
“네 입으로 불게 만들어주마.”
놈은 신체가 더욱 부풀어 오르자 손으로 옷을 잡아 찢었다.
단신의 체격에 어울리지 않는 근육의 크기.
바늘로 찌르기만 해도 풍선 터지듯 살을 찢고 근섬유가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콰직.
칼리완은 수술대를 한 손으로 붙잡았다.
악력 탓인지 잡은 부위가 찌그러졌고, 들어올림과 동시에 내 쪽으로 날아왔다.
나는 옆으로 몸을 날려 가볍게 피했다.
막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저만한 크기를 던진 건 아마도 시야를 가리기 위한 목적.
플로우 상태에 들어와서 그런지 감각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건 그렇고 한 손으로 저걸 집어던지다니…..,’
아무리 중복으로 복용했다지만 저럴 수 있는 걸까.
게다가 놈은 내가 피한 틈을 타서 도움닫기도 없이 제자리 도약만으로 여기까지 올라왔다.
“쥐새끼 같은 놈. 이제야 같은 눈높이로 마주했구나.”
“아가리 털 시간 있어? 약효 떨어지기 전에 끝장을 봐야지?”
“카압!”
허리춤으로 갔던 손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휘둘러졌다.
빠르지만 또한 느리다.
나 역시 인지하는 감각 자체가 상승한 덕분에 놈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왔다.
-피리릭.
카람빗을 던짐과 동시에 놈이 짓쳐들었다.
나는 염력으로 카람빗을 되돌려 보냈다.
메스 때와는 다르다.
잠깐의 멈춤도 없이, 날아오는 속도를 방향전환만으로 되돌린 것이었다.
-푸화악.
놈은 피하지 않는 건지 피할 수 없었던 건지 몸으로 받아냈다.
회전하는 카람빗이 목덜미를 베고 지나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든 것이었다.
‘피를 뽑아도 소용이 없네.’
김재오는 목덜미에서 피를 뿜더니 힘이 약해졌었는데.
“크앗!”
나는 1미터 앞으로 다가온 놈의 머리에 염력을 걸고 오른쪽 벽으로 처박았다.
-콰앙.
“크억.”
콘크리트 벽이 터지며 머리가 반쯤 박혔다.
한 번 더,
-쾅.
이 정도 힘이면 머리가 터져야 할 텐데 벽이 깨지면서 완전히 파고들어가다니.
“원래 돌대가린 거야 아니면 약빨이야?”
머리를 빼내자 눈, 코, 입에서 피를 흘리며 비틀거렸다.
“끄륵, 크르륵.”
이런 충격은 감당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혹시 몰라 놈을 내리누르며 무릎까지 박살냈다.
녀석의 몸 상태는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심각했다.
메스로 상체 곳곳에 구멍을 내놨고, 목덜미의 경동맥을 자르고, 머리통을 반쯤 깨부쉈다.
“그런데도 살아있단 말이지.”
이건 뭐 좀비수준의 생명력이다.
일반인이라면 기관총을 들고 있어도 상대하기 힘들지 않을까.
“끄라락. 끄아아악.”
그때 놈이 온몸을 비틀더니 전신이 울룩불룩해지기 시작했다.
‘약효가 벌써 다했나보네.’
한 시간이라는 제한시간이 1분 남짓할 정도로 짧아졌다.
-우드드득.
놈은 단말마의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온몸이 기괴하게 비틀린 채 절명해버렸다.
그 모습에 중복복용만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난장판이 된 장소에 남은 흔적을 체크한 후, 예의 기절한 두 놈에게 피 묻은 메스와 칼을 쥐어주었다.
저놈들이라도 남겨서 사건을 덮을 기회를 주는 것이었다.
수사력이 부족해서 바쁘신 경찰들에게 말이다.
‘남지웅, 어디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도망가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