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79
79화. 그 여자에 대해 아는 대로 전부 말해
나는 남지웅과 스컬의 킬러를 데리고 수도권 외곽으로 향했다.
지난 번 창동민자역사 건 이후로 폐건물이나 공사장에 대한 경찰들의 순찰이 정기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부분의 사냥터가 사용불가가 된 지금, 내가 향한 곳은 경기도 안양의 어느 주물공장이었다.
이곳 역시 무성도예처럼 시체처리소.
명도종합병원의 비밀통로에서 장기공급하는 놈을 잡아서 알아낸 장소였다.
‘여기도 겉으로는 모르겠네.’
본래 정상적으로 운영되던 곳을 인수해 시체처리업을 시작한 놈들이다.
공장은 조립식 건물 한 동이 전부였고, 공장 앞 부지에 주괴 자재가 여기저기 쌓여 있었다.
-쿵, 쿵, 쿵.
가까이 다가갈수록 육중한 소음이 귓가를 울렸다.
노후화된 주물 프레스기가 쉴 새 없이 시뻘건 쇳덩이를 찍으며 내는 소리였다.
그 옆으로 두 개의 용광로가 있었다.
늦가을임에도 주변이 후끈한 것은 두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때문이었다.
“뉘슈?”
그때 온몸에 기름때가 묻은 중년인이 손망치를 쥐고 다가왔다.
작업장에는 세 명의 노동자들이 허리를 펴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나같이 손에 스패너, 빠루, 드라이버 같이 휘두르면 무기가 될 만한 것들을 들고 있었다.
‘네 명, 그놈에게 들었던 인원수대로네.’
사전조사에서 나온 정보에 따르면 여기 업자들은 무성도예 두 놈과 비교하면 폐급이나 마찬가지였다.
경기지역 정남파라는 조직에서 떨려나와 반강제로 이곳을 맡았다고 하니 말이다.
나는 미소를 입에 걸고 물었다.
“안녕하세요, 여기 사장님 되십니까?”
“그렇긴 한데 어떻게 왔소?”
나는 양쪽 어깨에 메고 있던 리우와 남지웅을 바닥에 털썩 내려놓았다.
두 사람 모두 기절한 상태였다.
“김만수 씨 소개로 왔습니다. 여기서 이것들 좀 처리하려고요.”
“만수? 그놈 지금 어딨는지 아시오?”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죠. 죽었거든요, 내 손에.”
“……!”
중년인은 두꺼운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벼락처럼 들고 있던 손망치를 휘둘렀다.
방심하고 있었다면 머리가 박살났을 터.
하지만 눈은 손보다 빠르다.
-파악.
염력으로 망치를 비틀자 간단하게 손아귀에서 빠져나왔다.
나는 그걸 붙잡고 그의 대가리를 후려쳤다.
염력과 움직임을 물 흐르듯 연결한 동작은 한 호흡에 이루어졌다.
-뻐억!
머리가 함몰된 그는 혀를 주욱 빼물더니 바닥에 털썩 쓰러졌다.
나는 손망치를 반대쪽 손바닥에 탁탁 치며 말했다.
“뭐해? 보고만 있을 거야?”
그제야 작업장의 노동자들이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달려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나에게 집중하느라 알아채지 못했다.
프레스기에 있던 시뻘건 쇳덩이 세 개가 날아오는 걸.
-치이이!
“끄아아악!”
쇳덩이로 후려치지도 않았다.
그저 그걸로 부드럽게 마사지를 해줬을 뿐이다.
얼굴을.
“아아악!”
놈들은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이리저리 뛰며 난리를 쳤다.
비명소리는 프레스기에서 나는 쿵쿵 찧는 소리에 묻혀 멀리 퍼지지도 못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비명을 듣고 있기엔 귀가 따가웠기에 입속에 쇳덩이를 박아버렸다.
놈들은 입에서 연기를 모락모락 피우더니 얼마안가 몸을 축 늘어뜨렸다.
나는 시체가 된 놈들을 용광로에 던져 넣고, 프레스기의 작동을 중지시켰다.
그렇게 주변을 정리한 후 시뻘건 쇳덩이 하나로 남지웅과 스컬놈의 허벅지를 차례대로 지졌다.
“으아아악!”
“……끄읍.”
반응이 극과 극이다.
엄살을 떠는 놈과 신음소리도 내지 않는 놈.
“정신이 번쩍 들지?”
나는 구석에 있던 상자 하나를 가져와 깔고 앉았다.
“누구부터 시작할까······ 아, 일단 이름부터 확인하는 게 순서겠군. 거기, 해골바가지는 이름이 뭐지?”
“……”
“입을 다무는 건 썩 현명한 선택이 아닐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해?”
“흐흐, 입을 연다고 그게 나한테 현명한 선택인 거 같진 않군.”
“고문을 견디는 데 꽤 자신 있나보네?”
“아아, 뭐든 해봐라. 세상엔 이런 인간도 있다는 걸 보여줄 테니까.”
“좋아, 기대해. 나 역시 세상에 이런 인간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줄 테니까.”
순번은 남지웅이 먼저였지만 여기서 2번으로 미룬들 뭐 크게 다를까.
버르장머리 없는 킬러 먼저 참교육을 시작했다.
일단 부러진 팔다리에 와이어 가닥을 손발에 꼬치를 꿰듯 꼽은 다음 전기충격기로 지졌다.
하지만 놈은 약간의 신음소리만 흘릴 뿐 비명도 지르지 않고 버텨냈다.
블룸 놈들도 이 고문엔 학을 뗐었는데 말이다.
“큭큭큭, 실망인데. 고작 이게 전부냐?”
“통각이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제법 독기가 있네. 자신할 만해.”
“고통 따윈 익숙하니 어디 할 수 있는 데까지 더 해봐.”
“확실히 너 같은 인간은 처음 보는 것 같군. 근데 말이야……”
“……?”
“여기 이 자리에 너 같은 인간은 더 없겠지?”
“뭐?”
나는 피식 웃으며 옆을 바라보았다.
“어이, 남지웅.”
내가 이름을 부르자 옆에서 창백한 표정으로 있던 놈이 화들짝 놀랐다.
지금까지 고문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탓인지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왜, 왜 그러십니까?”
“저놈 이름 뭐야?”
“리우웨이라고 했습니다!”
순간적으로 놈의 미간이 꿈틀했다.
“그러게 그냥 물었을 때 알려주면 좋잖아. 뭐 대단한 것도 아니고 고작 이름 가지고 그 꼴이 될 때까지 미련하게 버티냐? 고통이 어쩌고, 저쩌고. 뇌가 없이 해골대가리만 남아서 조직명이 스컬인가?”
“……”
“남지웅과는 무슨 관계지? 왜 함께 다닌 거야?”
“……”
남지웅이 대답할 수 있는 부분인데 여전히 입을 열지 않다니.
“자존심이야 아니면 똥고집이야?”
“내 입에서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을 거다.”
“좋아, 계속 해보자고. 저놈 통해서 들을 수 있는 질문만 던질 테니 아무 의미 없는 줏대, 어디 끝까지 지켜봐.”
트렌치 나이프를 움직여 놈의 오른팔을 썰었다.
-서걱, 서걱.
뼈를 잘근잘근 부숴놓은 덕분에 자르는데 큰 힘도 들지 않았다.
출혈은 쇳덩이로 지지는 걸로 대신했지만 놈은 이것조차 이 악물고 견뎌냈다.
분명 연기가 아닌, 진짜 고통을 이겨내는 것이었다.
“어이, 남지웅. 대답.”
놈은 기다렸다는 듯 입을 열었다.
“블룸을 찾으려고 잠시 협력하는 관곕니다.”
“거기까지만 해라, 남박사. 후욱, 후욱.”
리우웨이가 목소리를 깔며 경고했다.
어지간히 얄밉겠지.
나는 염력으로 놈의 이를 앙 다물게 만들고 조용히 트렌치 나이프를 손에 꼈다.
그리고 주둥이를 너클로 톡톡 치며 여길 때릴 거라는 걸 알려주었다.
-뿌악!
고개가 뒤로 튕겨나가고 부러진 이빨이 허공에 비산했다.
“크……헉. 쿨럭.”
“거기까지만 하게 만들고 싶으면 직접 해봐. 주둥이만 털지 말고.”
나는 놈을 무시하고 남지웅을 향해 계속 하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그는 리우웨이가 블룸을 찾기 위해 자신에게 접촉한 것, 그 과정에 카람빗이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는 것도 말해주었다.
알고 보니 그들이 김춘일 회장을 협박하며 블룸의 배후를 캔 것도 잠적한 블룸을 찾는 게 목적인 것이었다.
“저놈이 블룸을 만나려는 이유는 뭐지?”
“그것까진 잘······”
남지웅이 모르는 게 나오자 리우웨이의 한쪽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같잖은 정신승리라도 하는 모양이었다.
“저놈 입에서 나왔던 말 전부 해봐. 처음부터 끝까지 생각나는 건 전부 다.”
“별 건 없었는데, 처음에 만났을 때 나한테 케이라는 자를 아냐고 물었습니다. 내가 모른다고 하니 블룸에 대해 말을······”
“잠깐, 스톱!”
왜 케이에 대해 먼저 묻고, 블룸이란 이름을 꺼낸 걸까?
사소하다면 사소하지만 블룸을 만나려고 왔으면 그들에 대해 먼저 묻고, 케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는 게 순서 아닌가?
같은 스컬 출신이라서?
아니면 놈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어서?
단순한 순서일 뿐이지만 케이가 우선순위라는 의도가 엿보인 듯 했다.
남지웅은 크게 신경 쓰지 않은 듯 하지만 제 삼자인 내가 보기엔 그랬다.
한 번 시험해볼 생각으로 바짓단을 들어올렸다.
“너 혹시 이거 때문에 한국에 온 거냐?”
발목에서 케이의 트렌치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리우의 눈이 흔들리며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맞나보네. 그러고 보니 니들에게 이 칼이 무슨 등급 같은 거라지?”
“그걸…… 어디서 얻은 거냐?”
“이제 대화가 좀 하고 싶나보군. 근데 어쩌지? 나한테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텐데.”
나는 놈이 했던 말을 그대로 되돌려주며 약을 올렸다.
“보나마나 그를 죽이고 얻었겠지. 그래, 그는 이런 곳에서 잘못될 사람이 아니지. 너 같은 초능력자가 아니고서야 누가 그를 죽일 수 있을까. 덕분에 잘 알았다.”
“……?”
“킴은 그 프로젝트에 접근했기에 제거당한 거였어. 큭큭, 누가 알까. 이런 작은 나라에서 초능력자를 만들어냈다는 걸 말이야.”
이것 봐라.
뭔가 또 얽히고설킨 관계가 있는 모양이다.
킴은 문맥으로 보건대 케이를 지칭하는 이름인 듯하고, 프로젝트 접근과 제거라는 말은 나라는 키워드만 쏙 빼면 간단하게 유추가 가능하다.
-킴은 프로젝트에 접근했다가 제거를 당했다.
스컬과 케이는 그 프로젝트와 연관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제이는 놈을 그곳 출신이라고 했는데 지금 보니 여전히 소속이었던 것이다.
놈은 나를 보고 그 프로젝트가 초능력자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는 착각의 늪에 빠진 듯하고.
“네놈을 잡을 수 있다고 자만했던 것이 한탄스럽구나. 허나 기대해라. 내가 죽더라도 끝이 아닐 테니까.”
“……”
“너 같은 놈이 몇 명이나 있는지 모르지만 그 정도 능력으로는 절대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거다.”
“글쎄, 내가 그놈들을 상대할 일이 있으려나.”
“흥. 그만 죽여라, 네놈과는 더 할 말 없으니.”
“야, 너 말이야. 날 어떤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 여기는 모양인데 잘못 짚었어.”
“헛소리 마라.”
“뭐 믿기 싫으면 말고. 헛다리 짚은 채로 죽는 걸 보는 것도 재미가 있으니까.”
“……”
“어차피 내 목적은 저기 저놈이었고. 저 새끼만 처리하면 그만 내 일상으로 돌아갈 생각이거든. 니들끼리 착각 속에서 지지고 볶는 것도 코미디겠다, 그치?”
나는 미련 없이 리우의 몸을 들어 올려 용광로 쪽으로 이동시켰다.
“……저, 정말이냐? 정말 아니란 말이냐?!”
“나한테서는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다. 흐흐.”
다시 한 번 놀리듯 말하고는 쇳물 속에 던져버렸다.
“끄아아악! 그럼 넌 도대체…….!”
나는 스컬과의 인연을 지우듯 두 개의 트렌치 나이프까지 용광로 속에 던졌다.
그리고는 남지웅을 바라보았다.
“우리 메인디쉬, 오래 기다렸지? 에피타이저가 생각보다 길었네.”
놈은 벌벌 떨며 나에게 빌었다.
“사, 살려주십시오…… 왜, 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살려만 주시면 원하는 만큼 돈을 드리겠습니다.”
“돈은 필요 없고, 한설아란 이름 알지?”
“……!”
“기억력이 좋네. 너한테는 하찮은 술집여자일 뿐일 텐데.”
“이, 이혜선…… 당신 그 여자가 보낸 사람이었군.”
“아니.”
나는 와이어 가닥을 용광로의 열기에 달군 후 놈의 팔다리에 천천히 밀어 넣었다.
-치이이익.
“끄아아악!”
“넌 있잖아.”
“끄어억, 흐윽, 흐으윽.”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 그 사람을 건드렸어. 나한테는 여러모로 의미가 많은 사람이었는데 말이야.”
“모, 몰랐습니다……허윽, 허윽. 살려주십시오, 제발!”
“모를 수 있어. 근데 살고 싶으면 죽을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놈의 머리끄덩이를 쥐고 프레스기로 다가갔다.
그리고 주조금형틀 위에 머리를 올려놓고 물었다.
쇳덩이를 치웠지만 금형에 남은 열기 때문에 얼굴이 지글지글 익어갔다.
“으으으윽!”
“이혜선, 그 여자에 대해 아는 대로 전부 말해. 확, 찍어버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