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91
91화. 아니라면 아닌 줄 알아, 쫌!
신화그룹.
우리나라 재계순위 5위권 내를 굳건히 지키는 기업이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진출해 있지만 주력은 방산, 화학, 그리고 제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 그 정도 사이즈는 돼야겠지.”
신화그룹이라는 말에 저놈들의 심장이 미친 듯이 날뛰는 걸 보면 굳이 대답을 들을 필욘없을 것 같다.
“정부 관련 인사들이나 관련 부처는 없어?”
“저도 중점적으로 봤는데 그쪽으로는 단서가 없어요.”
“뭐 이한성을 잡으면 알 수 있겠지. 그놈 핸드폰은 어때? 추적이 돼?”
해달은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아예 차단이 되어 있는 걸 보면 필요할 때 그쪽에서 연결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이한성에 대한 정보는 현재로서는 없다는 거지?”
“……네.”
나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알과 에스를 바라보았다.
“이한성, 그놈 어딨는지 알아?”
“……”
“말해도 너희들을 살려줄 생각은 없어. 근데.”
“……?”
“가족은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하마.”
“……!”
“해달아, 이놈들 가족이나 지인과 관련된 정보 확보했지?”
“네. 연락처와 통화내역을 보니 알은 노모와 함께 살고 있고, 에스는 따로 사는 모양인데 아내와 두 딸이 있어요.”
그 말에 두 놈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전해지는 감각도 감정적 동요가 명확하게 느껴졌다.
“너희 가족들도 잡아서 이것과 똑같이 해줄 거다. 그리고 갈기갈기 찢은 후에 저 안에 넣고 태울 거야.”
“……!”
“나는 한다면 해.”
그때 에스가 턱을 덜덜 떨며 입을 열었다.
“에, 엘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정신 차려!”
“아, 알······ 저는 죽어도 가족은 안 됩니다. 제 가족만큼은······”
“우리가 잘못되면 엘이 보호해줄 거다.”
“정말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까?”
“……뭐?”
“저자에게서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요?!”
“……!”
알이 입술을 깨물자 에스가 나를 보며 말했다.
“다 말할 테니 가족은 건들지 마십시오.”
“약속하지.”
에스, 신강우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엘이 어디 있는지는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 한성글로벌을 부도처리하고 블룸의 활동을 멈춘 이후로 한 곳에 기거하지 않으니까요.”
“……”
“대신 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걸로 괜찮겠습니까?”
“그렇게 해.”
“그 사람의 본명이 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이한성이라는 이름도 그렇게 알고만 있을 뿐, 진짜인지 가짜인지도요.”
도대체 어떤 놈이기에 측근도 상관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거지.
“엘은 과거 국정원의 전신인 안기부의 블랙요원이었고, 지금은 AFK의 일원입니다.”
“AFK?”
“All For Korea. 나라를 위해 무엇이든 한다는 목적으로 조직된 곳입니다. 정확히는 뜻이 맞는 자들끼리 뭉친 사조직의 성격이 강하고요.”
AFK.
에스의 말에 따르면 안기부가 국정원으로 바뀌던 시기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창설이유는 앞으로의 정보기관은 이전과 많은 것이 달라지게 될 거라는 걸 예상했다는 게 이유였다.
“정보기관은 필연적으로 음지에서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물밑에서 벌어지는 각국의 견제와 드러나지 않는 특수전은 평범한 사람들이 상상도 못할 정도로 많으니까요.”
“……”
“하지만 세상은 점점 그 음지의 입지를 좁히기 시작했지요. 지금의 국정원만 하더라도 특활비를 놓고 말이 많을 걸 보면 이해가 될 겁니다.”
그건 그렇다.
시스템이 발달할수록 모든 국가기관은 견제와 감시를 피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되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나라의 안전을 위한답시고 숨기고 은폐하고 속이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거짓된 평화 위에서 살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그러니까 한 마디로 쥐구멍에 볕들 날이 오니까 더 어두운 음지로 기어들어갔다?
“……네.”
“활동자금은? 네 말에 따르면 국정원을 통해 지원받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그게 AFK의 일원들이 찬조금을 내긴 하지만 대부분은 자체적으로 마련합니다.”
놈은 블룸을 언급했다.
즉, 나라를 위해 뭐든지 한다는 놈들이 정작 국민의 목숨값으로 운영을 해오고 있었다는 것이다.
소수의 희생이라는 미명아래.
“지X하네. 나라를 위해? 그러면서 돈이 필요하니까 청부살인을 했다고?”
“……”
“X소리 하지마. 너흰 그냥 살인마일 뿐이니까.”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뭐 이런 새끼들이 다 있지?
이런 게 소위 말하는 ‘미X놈이 신념을 가지는 것만큼 위험한 게 없다’라는 걸까.
“후우······”
나는 에스의 머리칼을 움켜쥐었다.
“내가 어지간하면 눈에 보이는 놈들만 치우거든? 그냥 눈앞에서 앵앵거리면 귀찮고 짜증나서.”
“……”
“근데 너희는 좀 뿌리를 뽑아야겠네. 고맙다, 알려줘서.”
그리고는 질질 끌고 가 소각로 안에 집어넣었다.
온도는 제이가 죽을 때 그대로 저온에 맞춰져 있는 상태였다.
나는 소각로의 문을 닫은 채 알에게 다가갔다.
쿵쿵 거리며 발버둥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넌 할 말 없지?”
“……”
“저놈이 재가 되려면 꽤 시간이 걸릴 테니까 그전까지 나랑 재밌게 놀아보자. 장담하는데 아주 재밌을 거야. 너희는 둘 다 나가.”
내 말에 해달과 공돌이는 눈치를 살살 보며 조용히 바깥으로 나갔다.
***
-끄아아아악!
트럭 안에서 희미한 비명소리가 새어나왔다.
성대가 찢어지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날카로운 소리였는데 방음이 잘 되어 있는지 가까이서 겨우 들릴 정도였다.
해달은 노트북을 품에 안고 부르르 떨었다.
고문도 그렇지만 사람을 산 채로 태우는 장면이 끔찍했기 때문이었다.
“뭘 그렇게 무서워 해?”
공돌이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뭐? 그럼 넌 안 무서워?”
“안 무서운데.”
“지X하네, 무서워서 눈치 슬금슬금 보는 걸 내가 봤는데.”
“일부러 그런 거야. 그래야 마음을 놓으시는 거 같아서.”
“엥?”
해달은 황당하다는 얼굴을 하며 입을 살짝 벌렸다.
“저 형님, 마음이 여려. 그래서 센 척 하는 거지. 전형적인 츤데레랄까?”
“츠, 츤데레? 마음이 여려? 지금 안에서 사람 하나 잡고 있는데?”
“저것들이 사람이야?”
“……”
“사람이 아니라 괴물 아냐?”
명분이 어떻든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놈들이다.
자신들을 죽일 뻔 했고, 은인인 박인섭에게 중상을 입혔으며 그의 아내를 죽였다.
그것도 남편과 딸이 보는 앞에서.
해달도 저들이 인면수심의 괴물이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공돌이 너 인마.”
“응?”
“아까부터 이상해? 왜 그래?”
“드디어 만났잖아.”
“뭘?”
“히어로.”
“미X……”
해달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얼얼한 기분이 들었다.
“예전부터 믿고 있었어. 세상 어딘가에는 초능력을 가진 히어로가 있을 거라고. 근데, 드디어 만난 거야. 난 저분과 끝까지 간다.”
“미X 덕후새끼……”
“아까부터 하는 걸 보면 너도 도울 거 아냐?”
“너처럼 끝까지는 아니거든. 블룸, 아니 AFK인지 뭔지 그 새끼들 없앨 때까지만.”
“……”
“계장님이 몸을 던져서 나 대신 총을 맞았잖아.”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목덜미가 서늘했다.
해달은 오른손으로 목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사모님 주검 앞에서 계장님이 하신 맹세, 그 새끼들 다 죽이겠다는 거. 그거 하려면 저 사람밖에 없어. 신화그룹에 고위공직자까지 연루되어 있는 이상 평범한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건드릴 테니까.”
“계장님을 위해서 돕겠다는 거네?”
“그래.”
“네 생각에 계장님은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 같아?”
“글쎄, 저 사람하고 같이 움직이는 게 베스트긴 한데 계장님 생각은 어떨지 모르겠네.”
박인섭은 그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생각에 불법적인 일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자신의 신념과 아내의 복수,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할지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알 길이 없었다.
“공돌아, 근데 지금 문제는 계장님이 아니야.”
“그럼?”
“육손이 말이야.”
“아······”
육손.
그 입의 가벼움은 두 사람 모두 익히 잘 알고 있었다.
은혜도 잊지 않고 의리도 있지만 문제는 의지박약.
누군가에게 잡히기라도 하면 아는 걸 술술 불어버릴 놈이 그들이 아는 육손이었다.
“그 자식 입이 제일 문제야. 만일 저 사람에 대한 정보가 새어나가면 어떻게 될 거 같아? 우리 다 죽는다. 계장님, 민영이, 너, 나. 비밀을 아는 사람은 모두 죽을 거야.”
공돌이는 목울대를 출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이 맞아. 이제 보니 그 자식 입이 시한폭탄이네, 어쩌지?”
“목줄 달아야지.”
“추적장치를 달자?”
“그래, 수면가스로 재우고 몸에 심어놓자. 초소형 추적장치 만들 수 있지?”
“당연하지.”
그때였다.
-철컹, 끼익.
화물칸의 문이 열리고 염석훈이 그들을 내려다보며 물었다.
“누굴 재우고, 뭘 심어? 추적장치? 그거 혹시 내 얘기야?”
“아, 아니요오오!”
두 사람은 양손을 세차게 저으며 오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한강아산병원.
박인섭은 용산 전자상가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으로 이송되었고 무사히 수술을 끝냈다.
그는 6시간 동안 혼수상태였고, 아침이 되어서야 눈을 뜰 수 있었다.
“아빠! 괜찮아?”
딸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릴 박인섭은 고개를 세로로 흔들며 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녀의 옆에는 육손과 민정학이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야, 민정학이.”
박인섭이 갈라진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네.”
“너 거기 내가 기절하고 나서 왔어? 아니면······ 못 온 거야?”
의미심장한 물음이었다.
민정학은 한숨을 쉬며 박민영과 육손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병실 밖으로 나가자 그는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죄송합니다.”
“죄송할 거 없으니까 대답이나 해. 상식적으로 그때까지 안 왔다는 건 뭐가 있어도 있다는 거잖아. 뭔데?”
“실은······”
민정학은 1팀만 데려오라고 했던 박인섭의 지시대로 하지 않고 본청으로 경찰특공대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제는 본청에서 출동허가를 핑계로 시간을 질질 끌었고, 강남서 1팀의 대기명령까지 내렸다는 것이었다.
“휴우, 역시 쁘락치가 있는 건가.”
“혹시 그걸 예상하고 저희 팀만 오라고 하신 거였습니까?”
“그때까지는 예상 못했어. 그냥 준비를 확실하게 했으니 너희들만 있으면 충분하겠다 싶어서 그렇게 말한 거야.”
“……”
“근데 그놈들에게 잡히고 나서 하는 말을 들어보니까 알겠더라. 경찰 내부에 쁘락치가 있다는 걸. 내가 올린 보고서를 보고 찾아왔더라고.”
“무슨 보고서요?”
“그런 게 있어. 위험하니까 정학이 넌 더 이상 관여하지 마라.”
“계장님!”
“나 이제 계장 아니라니까. 정 부르고 싶으면 선배라고 불러.”
“후으, 정말 이럴 겁니까? 계장님, 아니 선배님이 총까지 맞았는데 나보고 관여치 말라고요?”
민정학은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제 나름대로 수사할게요. 청부업자, 경찰 내부의 쁘락치, 그리고 현장에서 눈알 빠진 놈이 있는 걸 보면 보나마나 눈깔도 얽혀 있겠죠.”
그 말에 박인섭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야, 눈깔은 관계없어.”
“……”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데 눈깔은 아니야.”
“그럼 눈알 빠진 놈은 뭡니까?”
“콜록, 콜록. 마취가 덜 깼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그놈한테 무슨 협박이라도 당했습니까? 선배님까지 왜 그래요?”
“협박은 무슨 협박이야.”
“아니, 다른 사람들도 하나같이 아니라고만 하지 제대로 된 상황설명은 안 해주잖아요. 잡힌 놈들도 죄다 독약 먹고 자살해버렸고.”
“야, 내가 눈깔 잡으려고 육해공 그놈들까지 모아서 조사하고 있었어. 아니면 뭐 내가 그놈을 옹호하기라도 한다는 거야?”
“아니, 그건 아니겠지만······”
박인섭은 미간을 찌푸리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라면 아닌 줄 알아, 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