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Crime with Telekinesis RAW novel - Chapter 97
97화. 뭐? 방금 뭐라 그랬어?
“그럼 어쩌자는 거야? 설마 AFK의 실체를 다 확인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말이야?”
어느 세월에 그걸 다 찾아낼 수 있을까.
완전히 뿌리를 뽑으려면 기다리는 게 맞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것이다.
이번 일은 확실해야 하지만 시간낭비 또한 되지 않아야 한다.
‘스컬, 그놈들이 또 올 거니까.’
두 번 상대했고, 두 번 다 버겁다는 생각이 든 놈들.
또 어떤 괴물 같은 놈들이 있을지 모르고, 그런 놈들이 끼어들면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들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빨리 처리해야 한다.
부모님의 죽음과 얽혀있는 일을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까.
“방법이 있어요.”
해달은 안경을 추켜올리며 말을 이었다.
“조만간 프로젝트 성과에 대한 시연회가 있을 거랍니다.”
“시연회?”
“네, 정확히 어떤 방식인지는 모르지만 둘 중 하나일 겁니다. 모종의 장소에 관련자들이 직접 행차하거나, 화상회의 같은 방식으로 시연을 구경하는 쪽으로요.”
“혹은 반반이겠지.”
직접 보고 싶은 놈들은 참석하고 바쁜 놈들은 화면으로 보고 말이다.
“뭐 어느 걸 택하든 상관없습니다. AFK의 일원이라면 그걸 보려고 할 테니까. 그때 석훈 씨가 현장을 맡고 저는 접속한 놈들의 위치를 찾아내는 겁니다. 다만······”
“무슨 문제 있나?”
“그러려면 시연회를 준비 중인 놈들을 먼저 찾아야 합니다. 그래야 시연회의 일시, 장소, 방식, 그리고 잘하면 참석대상도 알 수 있을 테니까요.”
“신화그룹 내에 있겠지?”
“그럴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정당의 견제와 감시를 받는 국가기관보다 사기업이 숨기엔 더 용이하다.
덩치가 크고 뒤가 구릴수록 더.
“그럼 신화그룹 서버를 해킹하면 되잖아?”
육손이가 대수롭지 않은 듯이 물었다.
“휴우, 해킹이 만능인 줄 아냐. 신화그룹 주력 중 하나가 방산이야, 방위산업. 우리나라 군 기밀과 보안을 책임지는 곳이나 마찬가지라고.”
“그래? 난 방산이라기에 탱크, 대포 같은 거 만드는 게 전부인 줄 알았지.”
“우리나라에 해커들이 한 번도 뚫지 못한 곳이 세 군데가 있어. 국정원, 정보사, 그리고 신화그룹 본사. 전부 신화디펜스에서 작업한 곳이고.”
“그럼 어떡해?”
“뭘 어떡해, 서버 해킹해야지. 그래야 그놈들이 신화 어디에 숨어있는지 찾을 수 있을 거 아냐.”
“아깐 못한다며?”
그때 공돌이가 끼어들었다.
“아무리 튼튼한 성이라도 내부에서 성문을 열어주면 무너지는 법이지.”
그는 그 말과 함께 외장하드처럼 생긴 물건을 가방에서 꺼냈다.
준비를 한 걸 보면 해달과 미리 얘기가 된 모양이었다.
“이걸 신화그룹 메인서버에 연결하면 방화벽 전부 다 뚫을 수 있어.”
“역시 우리 공돌이, 척척박사라니까. 말만 하면 다 만드는구나.”
해달이 물건을 살펴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니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거네? 근데 서버실에 누가 들어가?”
“누구긴 누구야, 너지.”
“……”
육손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뭘 모른 척 해. 잠입할 사람이 너 말고 누가 또 있어?”
“야, 나 좀도둑이거든! 대기업 서버실에 들어가라고?! 미쳤어?”
“언제는 들어갔다 나와도 아무도 모르는 육손이라며?”
“농담 한 번 한 거 가지고 죽자고 달려드네. 그리고 메인서버라며? 서버실 내에 들어가도 아무 서버나 꽂으면 안 된다는 말이잖아.”
“이제 척하면 척이네? 맞아, 정확히 메인서버에 연결해야해.”
“그걸 어떻게 알아보냐고? 보나마나 다 똑같이 생겼을 건데.”
그때 공돌이가 USB처럼 생긴 작은 스틱을 꺼냈다.
“이걸 그룹 중역의 컴퓨터에 꽂으면 메인서버의 위치를 알 수 있을 거야.”
무슨 도깨비 방망이도 아니고 저 가방에서 계속 뭔가 나온다.
“그룹 중역? 누구?”
“메인서버에 접속할 수 있는 양반이면 돼. 계열사 사장이나 전무 이상?”
“야, 그건 쉽겠냐? 쉽겠냐고!”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딨어? 목숨 걸고 하면 돼.”
공돌이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K22
“육손아, 너 있잖아. 너만 아직 쓸모 있다는 거 증명 못 한 거 알아?”
“……!”
“내 가게까지 안내한 거? 고작 그걸로 네가 형님 집에서 저지른 대역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몰카가 무슨 대역죄씩이나······”
“어? 형님, 얘가 몰카는 살인이 아니라네요.”
그 말에 육손이는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하, 할게! 하면 되잖아!”
육손은 죽상을 하고 USB스틱과 외장하드를 받아들었다.
“근데 타겟은 정해놨어?”
육손의 물음에 두 사람은 씨익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를 바라보았다.
“왜?”
“형님 도움이 필요해서요.”
“내 도움?”
“네, 아무래도 육손이는 타겟에게 접근하는 게 힘들 거거든요. 그래서 형님이 좀 도와주셨으면 해요.”
“타겟이 누군데?”
해달은 태블릿 화면에 중년여성의 사진을 띄웠다.
“조차신 회장의 딸, 조경애 전무예요.”
인터넷에서 관련 내용을 봤다.
이남 일녀 중 막내지만 조차신 회장의 신임을 받아 그룹 전략기획실과 홍보 및 마케팅을 같이 담당하고 있다고.
혹자는 그룹의 살림꾼인 동시에 외부에 보이는 그룹의 얼굴이자 대변인이라고 말하지만, 또 어떤 이는 딸에게 계열사 대표를 맡기지 않기 위한 인사라고도 평가하고 있었다.
“신화에서 골프 관련해서 후원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룹마다 스포츠마케팅에 중점을 두는 종목이 다르다.
신화는 그 중점이 골프였다.
그 스포츠마케팅의 결정권자가 조경애고.
“설마 나보고 스폰서 계약 관련해서 조경애에게 접근하라고?”
“어떻게 안 될까요? 육손이 저놈 집무실까지만 넣어주면 되는데.”
“뭘 접근을 하려고 그래. 몰래 들어가면 되지.”
“밤 시간에는 안 돼요.”
“왜?”
“조경애가 컴퓨터를 쓰는 시간대가 아니면 내부회선을 타더라도 메인서버의 접근이 차단될 거예요. 아니면 의심스러운 접근기록이 남거나.”
그건 문제가 된다.
조금의 흔적도 남아서는 안 된다.
시연회 전까지는.
“휴우, 다 좋은데. 조경애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계약 때문에 날 집무실로 부를 거 같아?”
“……?”
“안 불러. 실무 선에서 계약하고 보고만 받을 뿐이지.”
“계약 건으로 인사드리러 가는 것도 안 되나요?”
“하아……”
그런 사람들은 얼굴 마주하는 것도 쉽지 않다.
“방법이 없을까요?”
“……”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문제는 대낮, 조경애의 집무시간대를 맞춰야 한다.
건물 외부에서는 무리다.
보는 눈이 많을 테니.
사슴벌레 카메라와 USB만 내부에 날려 보내면?
파리나 모기처럼 작다면 모를까 그 방법 역시 들킬 가능성이 높다.
수백 명의 사람들이 신화그룹 본사에서 일하고 있으니까.
결국 해달의 말대로 직접 들어가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신화가 사람 중에 프로골퍼 있었지? 이름이 뭐였더라……”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다.
여자였는데.
“조세연 프로 말이죠?”
“그래, 그런 이름이었어.”
“헐, 그 사람 유명하잖아요. 미녀골퍼에 실력도 좋아서. 근데 몰라요?”
“관심 없으니까.”
“근데 그 여자는 왜요?”
나는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그 여자가 날 조경애에게 데려가게 만들려고.”
***
신화레이크CC.
신화그룹의 계열사, 신화리조트에서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이다.
당연하겠지만 조세연이 필드훈련을 주로 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나는 정말 오랜만에 클럽을 챙겨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육손이 역시 동행했다.
“예약자명이 어떻게 되시죠?”
“염석훈입니다.”
“예약자가 한 분이신데 옆의 분은 관계가 어떻게 되십니까?”
“캐디입니다.”
“혹시 프로골퍼세요?”
“네.”
“저희 클럽을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라운딩 되세요.”
나는 데스크에서 그린피를 계산 후 락커룸에서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차례가 올 때까지 클럽하우스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며 기다렸다.
“형님, 물어볼 게 있는데요.”
“뭔데?”
“랭킹 9위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맞아. 왜?”
“근데 사람들이 못 알아보네요?”
난 또 무슨 소리라고.
“그게 뭐가 어때서?”
“일반인은 몰라도 골프장에서 일하는데 형님 정도면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마케팅 쪽이면 모를까 대부분은 얼굴 몰라.”
“아니 전국에서 10등 안에 드는데 대접이 이렇다고요? 난 여기 사장이 나와서 형님께 인사하고 그럴 줄 알았는데.”
“너, 네가 아는 남자골프선수 세 명만 말해봐. 한국인으로.
“최경주, 양용은, 음······”
“그게 현실이야. 아직도 그 아저씨들 말고는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거. 그나마도 PGA에서 활약해서 그 정도인 거고 나 같은 국내파는 아무도 관심 없어.”
여자 쪽은 세계최강이라는 얘기도 나올 정도지만 남자는 온도차가 확연히 다르다.
그러니 3위 내도 아니고 9위로 유명세를 바라는 건 무리일 수밖에.
하지만,
“어? 염프로? 염석훈 프로 맞지?”
이렇게 아는 사람은 또 알 수밖에 없는 위치가 지금의 랭킹이기도 하다.
나는 커피숍에 들어서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최프로님. 오랜만이네요.”
랭킹 5위, 최철진 프로.
실력은 좋지만 사람이 다 가질 순 없는지 성격이 썩 좋은 편은 아니다.
“정프로님도 오랜만에 뵙네요.”
랭킹 12위, 정준성 프로.
엘리트 코스를 밟은, 나와 같은 신예에 속하는 선수다.
‘공통점은 둘 다 신화그룹의 후원을 받고 있고 말이지.’
후원사의 클럽을 온 것이니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둘이서 함께?
그것도 정준성이 꼰대나 다름없는 최철진을 모시고?
이건 분명 모인 이유가 있는 거다.
“손목 다쳤다고 들었는데 이제 괜찮아요?”
정준성이 내 왼쪽 손목을 쳐다보며 물었다.
“예, 재활도 끝났고 해서 오랜만에 필드 나온 겁니다.”
“다행이네요.”
그때 최철진이 이죽거리며 끼어들었다.
“염프로 손목 나가면 정프로 랭킹이 올라갈 텐데. 다행이라는 소리가 나와?”
“……”
“농담이야, 농담. 뭘 그렇게 정색하고 그래? 하여튼 딱딱하기는.”
그는 정준성의 등을 철썩 때리며 코웃음을 쳤다.
정색할 만한 농담인데도 말이다.
하여튼 나이가 깡패고, 선배가 벼슬이다.
“근데 이분은 누구?”
최철진이 화제를 돌리며 육손이를 가리켰다.
“전담캐딥니다.”
“고집부리더니 드디어 구한 거야? 왜 이젠 안 되겠다 싶었어? 으하하.”
나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육손이를 인사시켰다.
그리고 육손이의 경력에게 관심을 갖기 전에 화제를 돌렸다.
“근데 두 분은 어쩐 일이십니까? 오늘 같이 훈련하세요?”
“연습라운딩이긴 한데 저희들 훈련이 아닙니다.”
정준성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네? 그럼요?”
“그게······”
그때 또 최철진이 말을 잘라먹으며 끼어들었다.
“공주님 연습상대지 뭐긴 뭐야.”
그가 말하는 공주님은 분명 조세연일 것이다.
“염프로, 자넨 아직 후원사 없지?”
“네.”
“못 받는 건 아닐 거고 후원을 왜 안 받아? 그 실력이면 후원 받아서 더 많은 대회 나가고 실력 쌓아서 외국에도 진출하고 해야지. 젊을 때 그렇게 대충대충 살잖아? 그럼······”
“전 누가 오라가라하는 게 싫어서요.”
내가 말을 잘라먹고 답하자 최철진의 얼굴이 팍 굳어졌다.
“뭐?”
“농담입니다, 농담. 하하하.”
“……”
“후원계약은 랭킹 올려서 좋은 조건으로 하려고요.”
이 정도 도발했으면 욱 해야지.
참지 마, 당신 그런 캐릭터 아니잖아.
“어? 제 라운딩 차례네요. 연습 잘 하십시오. 대회 때 뵐게요.”
나는 남은 커피를 쪽 빨아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만.”
“네?”
“랭킹 올리고 싶으면 그만한 실력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니겠어? X도 없는 새끼들이 조건 따지면 우습잖아? 안 그래?”
“그렇죠.”
“내가 좀 봐줄까 하는데 어때? 오늘 같이 라운딩 할래?”
역시 물었다.
참 다루기 쉬운 양반이다.
“그래도 됩니까?”
“자네 랭킹 얘기하면 공주님도 반길 걸? 안 되면 정프로 자리에 들어와도 되고.”
눈앞에 당사자를 두고서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다니.
지금 신분이 아니었으면 아가리를 찢어버렸을 거다.
“남의 자리 뺏어서 들어갈 만큼 군침 도는 자리는 아닌 것 같고, 주인님께 허락부터 받으세요.”
“뭐, 뭐? 주인님?”
“아, 공주님이랬나요? 뭐 그게 그거 아닙니까? 공주님이나 주인님이나.”
“……”
최철진은 부리부리한 눈으로 쏘아보더니 어디론가 전화통화를 했다.
그 틈에 육손이가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형님, 저 인간 뭡니까? 좀 칩니까?”
“아니, X밥이야.”
그때 최철진이 귀에서 핸드폰을 떼고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뭐? 방금 뭐라 그랬어? X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