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
1화
아주 화창한 날씨였다. 5월의 따스한 태양 아래 들판의 나무와 풀은 푸릇푸릇한 기운을 연신 뽐내었다. 날갯짓을 출렁이는 나비들은 하늘을 수놓으며 화사하게 피어난 꽃봉오리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얼마 멀지 않은 곳에는 거대한 미래도시의 장관이 펼쳐지고 있었다.
곳곳에 올라서 있는 수백층 높이의 빌딩숲과 그 사이를 겹겹이 공중을 날아 이동하는 무중력의 플라잉카들. 하늘 높은 곳에서는 어느 기업체 상품을 선전하는 3D 레이져 영상이 어지러이 흔들리고 있었고, 삼중 도로 꾸며진 보도블록 길에서는 수많은 인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지나다니고 있었다.
이러한 복잡한 도심의 하늘. 한 노란색의 플라잉 카가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 안에는 한 검은 머리의 사내가 앉아 있었는데, 잡지를 꺼내 읽고 있는 것으로 보아 운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얼마 후 그 플라잉 카는 유흥가 한 편에 위치해 있는 거대한 철재 형틀로 짜인 원형경기장 앞으로서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땅에 완전히 안착하자 문이 절로 열리며 전자음이 섞인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손님. 리마시티콜로세움에 도착했습니다. 요금은 42크랑입니다.
잡지를 덮은 검은 머리 사내가 손에든 전자수첩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 정산되었습니다. 그럼 목적하신 일에 행운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사내가 내려서자 문이 닫히며 플라잉택시가 하늘로 치솟아 올라갔다. 이를 잠시 지켜본 그가 곧 시선을 바꿔 앞에 놓인 원형경기장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여기가 콜로세움이라는 곳이군.”
혼잣말로 흥얼거린 사내가 입구 계단 근처에 놓은 자판기판매대들을 보고는 천천히 걸어갔다. 그는 곧 커피 자판기 앞에서 서고는 주머니를 이리저리 뒤지며 5크랑이라고 써져 있는 동전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동전 투입구에 넣고는 밀크커피라고 써져 있는 버튼을 눌렀다.
순간 기계에서 딸깡딸깡하는 소리가 들리며 1크랑짜리 동전 2개를 뱉어냈다. 그는 잔돈을 주머니 넣은 다음 따뜻하게 데워져 있는 커피를 집어 들었다.
“음. 자판기 커피치고는 향기가 좋은데.”
커피 향내를 음미하던 사내가 근처 길가에 놓인 벤치로 가 편한 자세로 철퍼덕 앉았다. 그런 다음 커피 한 모금 꿀꺽 삼키고는 청명하고 푸른 하늘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이 사내의 이름은 오 범석. 며칠 전에 월드 사에서 새로 출시한 인생 시뮬레이션 19금 패키지게임 ‘퍼펙트월드’를 플레이하는 게이머였다. 앞으로 그는 이곳 가상공간 안을 살아가며 자신의 인생을 설계하고 꿈을 이루나가야 했다.
“이런 내 정보를 확인 해 봐야지.”
범석이 천천히 자신의 정보 창을 열었다. 주변 환경에 적응하느라 지금껏 잊고 있었지만, 자신에 대한 정보 확인은 앞으로 게임을 진행해 나아가는 데 꼭 필요한 일이었다. 월드 사 게임은 랜덤 케릭 생성 시 썩 괜찮은 특수 능력을 주었기 때문에 그는 항시 랜덤으로 케릭을 만들었고, 당연히 살펴보지 않는 한 자신의 정보를 알고 있을 까닭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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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오 범석.
구분 : 개조인간(0년).
소속 : 없음.
명성 : 0.
악명 : 0.
스태미나 : 5200/5200.
사회성 : 64, 근력 : 61, 체력 : 52.
민첩 : 92, 균형감각 : 71, 지능 : 46.
정신력 : 52. 판단력 : 72, 재주 : 44.
운 : 62.
현재기량/잠재능력 : 6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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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위대한 의지.
특이사항 : 게임 내 주인공으로 새롭게 사회에 진출한 초년생이다. 아직 보유한 ‘엘프’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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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먼저 눈길을 끈 것을 범석의 구분이 개조인간이라는 것이었다. 이들은 큰돈을 들여야지만 얻는 특수신체를 지닌 인간들로, 게임에서 플레이어들에게 주는 기본 옵션 중 하나였다.
그런데 왜 게임에서 플레이어에게 이런 고가의 신체를 제공하느냐? 그건 게임 내 사회구성원 중 하나이며 강인한 신체를 보유하고 있는 엘프들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였다.
만약 이 신체를 초기에 제공하지 않는다면 플레이어는 신체적인 측면에서 강인한 엘프들에게 밀려 한 결 같이 사무직이나 서비스직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당연히 플레이의 향방이 단편적으로 흐르는 부작용이 생길 터였다.
‘으음. 생각보다는 괜찮네.’
시선을 내려 스텟치를 확인한 범석이 그럴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능과 재주 스텟은 각각 46과 44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나머지는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특히 민첩은 92나 되어 기민한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일에 큰 도움이 될 듯싶었다.
‘후후. 이거 육상선수로 나가야 하는 것 아닌가?’
잠시 헛웃음을 흘린 범석이 특성 란을 손가락으로 콕 찍어 자세한 정보 창을 열었다. ‘위대한 의지’라고 쓰여 있기는 하지만 이 글귀 하나만으로 자신의 특성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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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의지.
구분 : 희귀급.
동작시간 : 150분(사용 후 3일간 비활성화).
기능 : 모든 스텟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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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데 발동과 리미트타임이 있는 엑티브성 희귀 급의 특성으로 보였다. 전설 급이 뜨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지만 그리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모든 스텟 수치가 +10이 된다는 것은 어느 전설 급의 특성과 비교해도 꿀리지 않았다.
단지 문제라면 150분이라는 리미트타임이 있다는 것. 하지만, 직업만 잘 선택하면 이런 장애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어보였다.
범석이 다음 메뉴를 열어 내용을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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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명 : 갓즈나이츠GC.
구분 : 검투.
명성 : 0.
선수단 : 0.
스텝 : 0.
현재자금 : 5000000크랑.
특이사항 : 리마시티를 연고로 둔 아마추어클럽. 선수단과 스텝들이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당장은 대회를 치를 수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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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그가 소유한 갓즈나이츠GC라는 검투사팀에 대한 내용이었다. 선수단 스텝이 모두 갖추어져 있지 않은 탓에 별 내용은 없지만, 기본자금 500만 크랑이 관심이 갔다. 도심지의 중형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금액으로 꽤나 큰돈이기는 했지만 쓸 만한 팀원들을 영입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돈이었다. 범석은 이 돈을 밑천삼아 팀을 꾸준히 성장시켜나가야 했다.
“자. 그럼 슬슬 들어가 볼까.”
그가 엉덩이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슬슬 경기장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보아, 시합이 얼마 지나지 않아 시작될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전망 좋은 자리에서 관람을 하고 싶던 그이기에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급히 계단을 뛰어 올라간 범석은 네다섯 명쯤 줄이 서있는 매표소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의 차례가 오자 150크랑을 내고 관람권을 구입했다.
“후우. 대단히 넓네.”
콜로세움 내부에 들어선 범석은 감탄해 마지않았다. 10만석의 좌석이 설치되어 있는 그랜드스탠드와 넓게 펼쳐져 있는 지름 100M 정도의 원형결투장. 그리고 하늘 수놓는 3D 전광판의 광고영상은 보는 이의 눈을 즐겁게 했다.
“여기서 검투경기가 열린다 이거지.”
검투. 콜로세움이라는 전용경기장에서 양 팀 각각 12명씩 총 24명의 검투사들이 서로 싸워 자그만 깃발을 단 상대의 검투사를 먼저 쓰러트리는 팀이 승리하는 스포츠 경기이다. 과거 로마시대의 검투경기를 현대적 감각에 걸맞게 본 따 만든 경기로, 게임 내에서는 세계 3대 스포츠 중 으뜸으로 통하고 있다.
그런데 범석이 이 경기를 왜 관람을 하느냐? 방금 전 확인했던 정보에 나온 것처럼 자신의 진로를 검투사와 프로 검투사 팀의 이사장으로 삼았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그 동안 경험한 수많은 가상현실 MMORPG를 통하여 검이라면 이골이 났기 때문이다. 물론 이 게임에는 여타 다른 게임과 달리 스킬이나 경지, 마나같은 특별한 힘이 없어 먼 치킨적인 힘을 발휘는 못했다. 하지만 게임 시간으로 수백 년간 쌓아온 검의 대한 센스가 사라질 리가 없으니, 큰 도움이 될 것이 자명했다.
“저 앞이 적당하겠다.”
범석은 선택한 좌석은 경기장 맨 앞쪽 선수입장 입구 바로 옆이었다. 검투경기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기도 했고, 경기에 임하는 검투사의 모습도 확인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적당한 좌석을 찜하고는 가만히 앉아 경기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와글와글.
얼마 쯤 지나자 경기장 내로 관람객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대게의 경우 점박이문양의 셔츠를 입고 목에는 같은 색의 머플러를 둘렀는데 간혹 요상하게 생긴 슈트를 착용한 사람도 보였다. 오늘 열릴 경기의 홈팀인 그레이트 하이에나즈팀의 유니폼으로, 그 팬들임이 분명해 보였다.
그들은 한데 모여 자리에 앉더니, 곧이어 반대편 쪽 관람석으로 들어오는 관람객들을 향해 야유를 보내고 있었다. 모두 검정색 유니폼들을 입고 있는 사람들로 원정팀인 블랙 캣즈팀의 팬들임이 확실했다. 그들은 수적으로 훨씬 적음에도 불과하고 홈팬들을 향해 멋지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며 도발하고 있었다.
‘참나. 뭐하자는 건지.’
특별히 누군가를 응원할 마음이 없던 범석은 묵묵히 앉아 이들의 작태를 구경할 뿐이었다. 잠시 후 공중에 떠 있는 3D 입체 영상에서 광고영상이 일제히 멈췄다. 직감적으로 경기 시간이 가까웠다고 알아챈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관람석 옆으로 난 통로를 바라봤다.
– 양팀. 검투사 입장이 있겠습니다.
와아아아!
아나운서가 검투사들의 입장을 알리자 고막이 터져나갈세라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 범석은 새끼손가락으로 귀를 후비며 서서히 통로를 통해 나오는 검투사들을 바라봤다. 모두가 특촬물의 주인공들이나 입는 요상한 슈트를 착용하고 있었고 어깨춤에는 헬멧을 끼어 있었다. 또 각자의 손에는 날이 뭉툭한 검이나 창 등의 무구들이 들려있었다.
그러나 그의 관심을 끈 것은 특이한 복장보다는 검투사들의 외모였다.
“아. 쟤네들이 엘프구나.”
뾰족이 솟아올라 있는 두 귀와 쭉 뻗은 몸매. 인간 여성으로서는 결코 따라올 수 없는 극한의 외모. 강인한 신체와 빠른 몸놀림. 그리고 주인에게 절대 순종함은 물론 결국 죽음까지 함께하는 행동양식. 모두 다 엘프들을 지칭하는 특징으로, 이 덕분에 많은 남성들로부터 극진한 사랑을 받았다.
다만 문제라면 인간 여인들처럼 연애로 사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거금을 주고 사야 한다는 점이랄까?
‘휴. 쟤들을 살려면 도대체 얼마나 일해야 할지.’
엘프들은 아기로 태어나서 자라나는 일반적인 성장을 거치지 않는다. 그저 거대 배양 관에서 성인인 채로 태어나, 어느 정도 글과 말 등의 기본적인 소양을 배운 후 엘프마켓에 내보내질 뿐이다.
그리고 인간들은 거금을 주고 그녀들을 사는데 그 가격이 아무리 최하급이라도 100만 크랑이 넘었다. 일반적인 남성이 쓰지 않고 5년은 벌어야 만질 수 있는 거금이니, 꽤 큰돈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야릇한 잠자리뿐만이 아니라 산업 혹은 경제 활동에도 쓸모가 많아, 그 주인에게 많은 금전적 이득도 가져다주었다. 지금 나오고 있는 검투사들 중 반 이상이 주인이 있는 엘프들로 분명 그 주인은 큰돈을 손에 거머쥐고 있을 터였다. 범석도 여력이 닿는 대로 자신만의 엘프들로 이루어진 하렘 검투사 팀을 창설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 양 팀 검투사들 팬 여러분께 경례!
결투장 한 가운데까지 이동한 검투사들이 무구가 든 손을 가슴에 가져 대더니, 각자의 팬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다시금 터져 나오는 환성소리. 팬들은 각자의 응원팀에 힘이라도 불어넣어 주려는 듯 목청껏 고함을 치고 있었다.
“와아! 파이팅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오늘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블랙 캣츠! 저 자식들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까 봐줄 필요가 없어. 그대로 강등시켜 버려!”
한 블랙 캣츠 팬의 고함에 순간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진영의 분위기가 삭막해졌다. 다름이 아니라 역린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현재 그레이트 하이에나즈는 총 전적이 37전 6승 3무 28패로 해당 에이리어리그 순위 18위를 달리고 있었다. 17위와는 반 게임 차. 만약 올 시즌 마지막경기인 오늘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그대로 강등되어 버리게 되었다.
당연히 홈팬들은 비장할 기분일 터, 이를 가지고 놀리는 상대팀의 팬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곧이어 몇몇 그레이트 하이에나즈 팬들이 관람석을 빙 돌아 블랙 캣츠팀 응원단을 습격했고, 장내는 시합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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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한 바대로 신작을 올리겠습니다. 다만 스포츠계열인데다가 미래를 배경한 SF에 가까운 터라, 독자분들에게 마음에 드릴 지 몰라 약간 겁이 납니다.
하여간 많은 사랑 부탁드리고요. 이해가 가지 않더라도 조금만 참고 읽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워낙 생소한 소재라 설명이 많이 추가해야 되는데 초편 부터 설명으로 일관할 수는 없어서요. 차후에 세계관에 대해 추가적으로 설명이 기입될 예정입니다.
그럼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