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02
103화
스으윽.
범석과 일행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 호텔직원으로 보이는 엘프 하나가 다가오더니, 안내를 시작했다. 둥그스름하게 휘어지는 복도를 따라 도착한 곳은 목조 재질로 만들어진 넓은 문이었다. 호텔직원의 이내 손수 문을 열어주자 안의 전경이 한눈에 보였다.
전면 상측에 ‘51/52년도 에이번드 지역 프로팀 개막 축하연’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그 아래 넓은 실내에는 레이스 달린 흰 천이 덮여 있는 검은색 원목식탁이 끝도 없이 나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단으로 향하는 비단길 양편으로 수많은 인사가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다만, 한가지 이상한 점은 저 많은 사람 중에 정확히 비단길 사이로 반이 갈린 채 넘나드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점이었다. 아니 아예 시선까지 던지고 있지 않았다.
그때 멀뚱멀뚱 서 있는 범석에게로 손짓하는 사람이 있었다.
“범석군! 이쪽이네!”
그를 부르는 자는 다름 아닌 루카스였다. 윈드하우스사 회장이자 흑사회의 멤버 중 하나로, 얼마 전에 블랙 캣츠팀을 인수하고 검투팀 이사장으로 올라섰다.
이에 범석이 반갑게 다가가 인사했다.
“오랜만입니다. 루카스님.”
“후후. 오래간만이기는. 그런데 이분은 혹시?”
루카스가 빈센트를 바라보며 의문을 표시하자 범석이 바로 대답했다.
“네. 드래곤나이츠의 빈센트감독입니다. 서로 인사 나누시지요.”
루카스가 입가에 잔뜩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청했다. 일단 에이번드 지역 검투계에 몸담은 터라, 빈센트 감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빈센트감독님이시군요. 이렇게 뵙게 되니 영광입니다. 최근에 프로 검투계에 발을 담갔지만, 감독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습니다.”
“흐흠. 그런데 뉘신지?”
“저는 이번에 새로 블랙캣츠의 이사장이 된 루카스라고 합니다.”
생각이 난 듯 그가 악수했다. 최근에 에이번드 프로팀들이 외부 자본에 많이 팔리고 있었는데, 그 와중에 블랙 캣츠도 소유주가 바뀌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 그렇습니까? 하여간 반갑습니다.”
“자. 이리로 따라오시지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빈센트가 그를 따라 우측 테이블들 쪽으로 가자, 왠지 좌측 테이블에 앉아 있던 인사들이 크게 우려하는 눈치였다. 영문을 몰랐지만, 특별히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범석이 휘하 엘프들을 데리고 뒤를 쫓았다.
“자.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자네도 이쪽에 앉게나.”
루카스가 안내한 테이블에는 먼저 2명의 낯선 젊은 인물이 먼저 앉아 있었다. 6인용 테이블이었기에 범석은 근처에서 의자 하나를 가져와 쭉 펼쳐 놓았다. 그리고 음료컵이 담긴 쟁반을 들고 지나가는 웨이트리스 엘프에게서 모든 주류 및 음료를 빼앗아, 탁자 위에 하나씩 올려놓았다.
“빈센트 감독님. 자 샴페인 한 잔 드시죠.”
“그래. 고맙네.”
목이 탔는지 빈센트가 샴페인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건배하려던 루카스가 멋쩍은지 슬며시 잔을 내려놓았다. 피식 웃은 범석이 다시 잔에 샴페인을 채워주며 말했다.
“그런데 루카스님. 앞에 계신 두 분은 누구십니까?”
“아. 이 사람들 말인가? 씨 돌핀즈와 그로우 울프즈의 단장들일세.”
씨 돌핀즈와 그로우 울프즈팀이라면 이곳 에이번드 에어리어리그 내 검투팀들로, 제법 건실한 검투사단 스쿼드로 매해 리그에서 중위권을 차지하는 팀들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알고 있기로 그곳 단장들은 저리 젊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물론 신체 개조 시술을 받아 젊음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이자들의 옷 입는 스타일과 헤어 모양으로 봤을 때 그리 나이 들어 보이지는 않았다.
“이상하군요. 그 팀의 단장님들은 제법 나이가 있다고 들었는데요.”
“그랬었지.”
“그랬었지라면?”
“그로우 울프즈팀과 씨 돌핀즈의 주식 51%를 우리 흑사회가 인수했네. 이미 임시 주총을 통해 이사장이 바뀌었고, 이들도 어제부로 단장으로 임명됐지.”
불연 듯 승격평가단 방문일 때의 대화를 떠올린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당시 루카스가 이 근방 에어리어리그 팀을 더 구매한다고 들었는데, 아마도 그 일을 완료한 모양이었다.
“아. 그럼 이분들도 흑사회분들입니까?”
“그렇네. 제 작년 신체개조시술을 받은 우리 흑사회의 신입회원들이지. 엠마와는 1년 선배쯤 될 걸세. 이제 이들이 흑사회의 스포츠 계통 진출의 첨병이 되고, 자네팀을 보호하는 버팀목이 되어 줄걸세.”
두 명이 동시에 일어서더니 명함을 꺼내 범석에게 건네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작이라고 합니다. 엠마로부터 얘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제로스라고 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니 반갑습니다.”
범석이 서둘러 명함을 꺼내 건네주며 말했다.
“네. 반갑습니다. 저는 오범석이라고 합니다. 현재 갓즈나이츠의 이사장이자, 검투사로 뛰고 있습니다.”
“예.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도 하이라이트를 통해 활약하는 모습을 잘 지켜봤습니다.”
인사로 나누고 자리에 앉은 범석이 아리송한 눈초리로 루카스를 바라봤다. 일단 반갑게 맞이했지만, 단장치고 나이가 너무 어렸던 탓이다. 아무리 똑똑하기로 유명한 흑사회의 멤버라고 하더라도 저런 젊은 나이에 제대로 일 처리를 해낼 수 있을지 미심쩍었다. 하지만, 어차피 자신도 젊은 나이에 이사장 자리에 앉아 있고 당사자가 바로 면전 앞에 있는 상황이라 이 일만큼은 입을 다물기로 했다.
“루카스님. 그런데 저희가 이렇게 동석해도 괜찮겠습니까? 보는 눈이 있는데 말입니다.”
“상관없네. 어차피 우리 둘 다 에이번드 프로협회에 소속된 인사이지 않은가? 같은 모임을 하는 자들이 중요행사에서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뭐가 대수라고 딴죽을 걸겠는가? 너무 교류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보일 수 있어.”
이해가 된 듯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사는 친척지간이라도 추석날 모여 제사를 지낸다고 이상하게 여기는 자는 세상에 아무도 없었다. 이도 마찬가지. 따로 공식적인 모임에서 만났으니 왈가불가할 문제는 아니었다.
“딴에는 그렇군요.”
“그런데 자네 전에는 무척 잘해줬더군. 덕분에 일이 편하게 됐어.”
“잘해주다니 뭘요?”
“승격 평가단과의 일 말이네. 덕분에 고든및 일부 중립 인사들이 우리에게 돌아섰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건가?”
아무래도 점심식사시간에 잠시 수작을 부린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당시 범석은 로스라는 자가 경찰서에 끌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이를 토대로 고든에게 이간질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그 후, 일은 제대로 풀리게 되었고, 무사히 프로진출권을 따내게 되었다.
그는 슬며시 빈센트와 에스더를 바라봤다. 이들이 보는 앞에서 너무 깊은 속사정 얘기를 나눌 수는 없었다.
“뭐. 우연히 로스라는 자가 경찰서에 끌려갔기에, 미심쩍어 한 번 입밖에 내뱉어봤을 뿐입니다. 당시 저도 뵈는 것이 없었죠. 협회에서 어떻게든 저희 팀의 프로진출권을 박탈하려고 했었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빈센트감독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뭐야? 협회에서 자네팀의 프로진출권을 박탈하고 했었단 말인가?”
“네. 그렇습니다. 다행히 외부 평가단 인사로 온 글로리아님께서 보다 못해 나서서 막아주시는 바람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아니었으면 저희 팀 올해 프로진입은 불가능했습니다.”
글로리아라면 극렬 여성단체의 수장으로 무척 엘프를 미워했다. 그래서 그녀들을 이용해 돈을 버는 프로팀도 못마땅히 여기고 있었고, 승격평가단원으로 참가할 때마다 모두 0점을 줘 입방아에 오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오죽했으면 스스로 나서서 프로검투팀을 옹호하고 나섰을까? 당혹스러워한 빈센트가 되물었다.
“아니 협회에서 그 열혈 글로리아를 승격평가단원으로 만든 것도 모자라, 그녀가 자네팀을 도왔다고?”
“네. 맞습니다. 그때의 친분으로 지금까지 자주 교류하며 교분을 쌓고 있습니다.”
“아니. 승격평가단이 뭐 어쨌기에, 그녀가 자네를 도왔는가?”
“아주 간단히 예를 들어 드리죠. 저희 갓즈나이츠의 의료시설에 대해 아시죠?”
물론 신문 지상에서 들어 알고 있었다. 단순한 프로팀 의료시설이 아닌 거의 전문 스포츠 의료법인이 탄생 되고 있다고 말이다. 빈센트도 그 소식을 듣고 얘가 지금 뭐하는 짓인가? 의아해한 적이 있었다.
“으음. 알고 있네. 그런데 자네 너무했어. 팀 내 소중한 자금을 그런 식을 허비하고 있다니, 나로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네.”
“네. 그게 다 저번 승격평가단 방문으로 말미암아 벌어진 일입니다. 당시 승격평가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미리 알아내고, 의료시설 쪽 장비를 대거 구매했습니다. 그쪽에서라도 점수를 많이 받으려고 말입니다. 그런데 스포츠 전문 법인을 건립할 정도의 의료장비로도 높은 점수를 주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때 하도 어이가 없었던지 글로리아님이 나서서 막아줘서 겨우 무사했고요.”
빈센트가 멍한 눈빛을 지었다. 그런 황당한 의료시설을 갖췄는데도, 그 글로리아가 나설 만큼 짠 점수를 주려고 했다니 뭔가 진한 수작이 느껴졌다. 그도 검투계에 오래 몸담았던 탓에 승격평가 당시 어느 정도 승격요건만 맞춘다면 꽤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한 예로 글로리아가 전에 승격평가단에 참가해 올 0점을 줬음에도 지금까지 승격에서 탈락한 팀은 아무도 없었다.
“대체 이유가 뭔가? 협회에서 그런 수작을 폈다면 그 이유가 있을 게 아닌가?”
“아주 간단합니다. 저들이 원하는 바를 제가 들어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뭘 원했는데?”
“엠마라는 저희 팀원을 아무런 이유 없이 내쫓으라고 했습니다. 당시 저로서는 아무런 도덕적 문제도 없고, 검투에 열성을 다하는 그녀를 쫓아낼 수 없었죠. 그래서 그 일환으로 제재가 들어온 겁니다.”
“호, 혹시 엠마라는 아이가 무슨 범법자이거나, 도덕적으로 하자가 있나? 과거 약물복용을 했다는 등의 일 말이야.”
“아뇨. 전혀 없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은행원이었다가 명퇴를 당하고 검투계에 발을 들여놨을 뿐입니다. 다만, 로스쪽 계파의 중요인사에 눈밖에는 난 모양입니다.”
현 연방프로검투 협회는 총 7개의 계파로 나누어져 있었다. 현 연방검투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이브라힘의 계파. 부회장직에 올라 있는 쿠퍼쪽 계파. 또 같은 부회장직에 있는 루이스쪽 계파. 그리고 잡다하게 분류된 다비드 계파, 안젤라 계파, 요한슨 계파, 리처드 계파 등이 있었다. 이중, 로스는 가장 큰 줄기라고 할 수 있는 이브라힘 계파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한 검투사를 영입하고 방출하는 하는 일은, 계파 차원을 떠나서 해당 프로팀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이었다. 아무리 강력한 세력을 구축하고 있더라도, 아무런 죄도 없는 검투사를 함부로 쫓아내라 말라 할 계제가 아니었다.
빈센트감독이 멀리 좌측 테이블 쪽에 앉아 있는 로스를 쏘아봤다. 보통의 감독이라면 현 연방프로검투 회장 라인을 두려워해 주눅이 들어 했겠지만, 그는 달랐다. 지금껏 독불장군으로 살아오며 누구에게도 머리 숙인 역사가 없었다.
그때 루카스가 급히 나섰다. 범석이 판을 벌여놓았으니, 잔칫상을 차릴 참이었다.
“그래서 오늘 한 번 확 뒤집어엎고자 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또 저희 에이번드 지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것 아닙니까?”
빈센트감독이 당연하다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론이지요. 저런 놈들은 단단히 혼이나 봐야 정신을 차라지 않겠습니까. 그래 블랙 캣츠 이사장님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십니까?”
“현 에이번드 협회장인 바이트씨를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브라이언씨를 추대할 생각입니다.”
바이트는 로스와 같은 계파였고, 브라이언은 쿠퍼쪽 계파의 일원이었다. 연방협회 내 일, 이인자 자리를 놓고 다투는 거대 계파들로, 브라이언이 협회장직에 오른다고 연방협회에서 에이번드 지역에 불이익을 가하지는 못할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협회장 선거가 있는 날이 아니었다. 정식적으로 교체하기 위해서는 족히 2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지금은 협회장직을 교체할 시기가 아니잖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예외규정이 있습니다. 해당 지역 프로팀 다섯이 발의하고 협회 의원 다섯 이상이 상정 한다면 임시투표를 하게 됩니다. 여기서 3분지 2 이상의 득표를 한다면 협회장을 교체할 수 있습니다.”
빈센트감독으로서는 그런 자세한 협회의 규칙을 몰랐다. 그래도 이리 자신감 있게 말하니, 그런 조항이 있는가보다 했다.
“으음. 그런데 그게 쉽게 되겠습니까?”
쉬운 차원을 떠나서 이미 처리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자신들 이외에도 7개 팀을 후원계약을 명목으로 설득해놨고, 전에 로스에게 당했다고 생각한 고든과 승격평가단원 및 몇몇 의원들을 포섭했다. 문제는 3분지 2 이상의 득표인데, 이는 이슈를 키워놓고 차차 설득해나가면 충분히 해결될 듯 보였다.
“예. 안건을 상정할 만큼의 인원은 충분히 모았습니다. 문제는 이슈를 만들 특별한 건더기가 없다는 겁니다.”
“없기 왜 없습니까? 갓즈나이츠팀이 당한 내용을 알리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 저희를 도와주겠다는 의원 중 상당수가 그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되어 있습니다.”
“아니 당시 일에 관여한 자들이 루카스이사장을 돕는다고요? 어째서 그런 일이……?”
“사실 그들도 로스에게 속은 겁니다. 그자는 이번 일을 주도했지만, 책임을 다른 자들에게 떠넘기려고 승격평가일 당일 고의로 경찰서로 갔습니다. 이에 다른 참여 의원들이 중간에 눈치를 채고, 갓즈나이츠를 승격시켰던 것이고요.”
“아니 이런 못된 작자가 있나. 그런 못된 짓거리를 벌이고도 자신은 책임을 지지 않겠다고 남들에게 떠넘기려고 했다니……. 도저히 가만둬서는 안 될 작자로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은 이브라힘의 계파에서 저지른 일입니다. 로스는 단지 하수인에 불과할 뿐이지요.”
“하긴 그 나물에 그 밥이기는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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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쌀쌀해지는 것으로 보아 가을이 왔나 봅니다. 낙엽도 지고 은행도 따다보면 겨울이 오고 또 해가 지나가겠지요. 그리고 내년 무더위 다시 찾아오게 되는 날 퍼펙도 월드도 끝날 것 같습니다. 날짜세어보니 딱 그렇더라고요. 물론 연참하면 더 빨라질 도 있는데, 요새 노는데 취미가 들어서요. ㅎㅎㅎ;;;
에고 그럼 저는 이제 맨유대 첼시의 축구를 보러가겠습니다.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