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31
133화
“이때다! 플렌1-1을 시행해!”
순간 오스칼이 또다시 상대의 측면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이번도 조금 전처럼 위협적이라 무로바 검투사들은 그 궤적을 피해 몸을 양쪽으로 날렸다. 2대 10으로 완전히 나누어진 그녀들을 향해 범석의 팀원들이 일제 달려나갔다.
“히얏, ?.”
7명이 모인 곳으로 홀로 달려든 마카가 들고 있던 양손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며 진의 결합을 철저히 막아섰다. 행동불능상태에 빠져도 상관없기에, 몸을 돌보지 않는 강력한 검격을 연속적으로 퍼부어댈 수 있었다. 이번 작전에서 그녀의 할 일은 넓은 공간을 커버하며 다수의 상대 검투사들의 진로를 잠시 막는 일이었다.
그러나 혼자서는 10명의 상대를 막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이에 플랜1의 2, 3을 맡은 리베와 테라피가 달려나가 몸을 아끼지 않고 마카의 검망을 빠져나온 무로바 검투사들을 향해 달려나갔다.
“여기서부터는 못 간다!”
그 사이 범석은 홀로 따로 떨어져 있던 무로바의 선봉 둘 중 하나와 상대하고 있었다. 13번의 등번호를 달고 있었는데, 검을 맞부딪칠 때마다 손목이 욱신거리는 것이 상당한 힘의 소유자 같았다. 오스칼 보다는 약간 못했지만, 검격 하나하나에 상당한 기교가 가미되어 있기에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었다. 이거 자칫 실수했다가는 파워에 밀려 자신이 패할 수도 있다고 생각됐다.
‘크윽. 역시 월드리거인가?’
범석이 쌍검을 휘두르며 13번 검투사와 홀로 다투는 사이, 플랜1에 중추로 삼은 검투사를 제외한 모든 에이번드 검투사들이 무로바의 5번 검투사를 집중공략했다. 작전 플랜3의 목적 중 하나는 다소 자팀의 검투사가 희생당해도, 상대팀의 수를 줄여놓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이후 라운드 후반기에 들어갔을 시, 뜀새의 활동 폭이 그만큼 넓어지고 그만큼 무승부가 될 공산이 아주 커졌다. 하지만, 이는 정석적인 플랜3의 목표. 반드시 승리를 해야하는 에이번드 팀으로서는 전략에 약간 변형이 있었다. 바로 그 대상이 되는 자들을 월드리그 주전급의 검투사로 한정시켰다는 점이었다.
“모두들 빨리 저 5번 검투사를 없애! 오스칼은 전면에서 압박해 가고 나머지 나와 기습을 노려!”
멀시의 명령에 따라 일제히 범석의 팀원들이 5번 검투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도 일단은 월드리그의 주전 검투사라 무척 강하기는 했지만, 8명의 조직적인 집중공격 앞에는 어찌해 볼 도리가 없는지 여지없이 밀리고 있었다. 연속되는 오스칼의 검격에 신경 쓰다 보면 사방에서 번뜩이는 검이 날아와 팔과 다리를 썰고 지나갔다.
결국, 그녀는 뒤에 몰래 다가온 멀시의 길게 찌르는 검에 등짝을 맞고는 앞으로 고꾸라지듯 자빠졌다.
“꺄아악.”
짧은 비명과 함께 서서히 몸이 굳어져 가는 무로바의 5번 검투사가 다른 동료가 모여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들은 이미 마카를 쓰러뜨리고 돌진해오는 중이었다. 물론 후위에 있던 리베와 테라피가 막고는 있었지만 역부족이었다.
이를 힐끔 바라본 범석이 크게 소리쳤다.
“오스칼! 나가서 막아!”
동시에 오스칼이 달려가 다가오는 무로바 팀의 검투사들을 향해 길게 거검을 휘둘렀다. 소름이 끼치는 소리에 잠시 전진을 멈춘 그녀들을 향해, 리베와 테라피가 방패를 높이 쳐들며 뛰어들었다. 마카가 당했으니 이번에는 그녀들이 중추의 역할을 맡을 차례였다. 뭐 중추라 봐야 자살 공격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콰쾅. 쾅. 쾅.
상대의 공격을 방패로 막아선 리베와 테라피는 팔뚝을 울리는 진동에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비록 오스칼이 뒤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월드 리거급 4명이 포함된 다수의 무로바 검투사를 막으려니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오늘의 승리를 위한 일이라고 마음을 다잡고는 뼈가 부서져라. 방패 질을 해댔다.
윙. 윙. 윙.
오스칼이 리베와 테라피를 방패막을 뚫고 다가오는 일부의 무로바 검투사들을 향해 거검을 마구 휘두르며 진로를 막아섰다. 원래는 범석과 함께 나머지 하나를 완전하게 끝내야 했지만, 만약 공격 중에 그녀들이 들이닥친다면, 이번 계획은 아주 물 건너가 버리게 되어 있었다.
“주인님! 버티기 어려워요! 빨리 끝내세요!”
그렇지 않아도 끝내는 중이었다. 아무리 월드리거라도 멀시를 비롯한 7인의 동료에게 지원을 받는 범석이 쓰러뜨리지 못할 리가 없었다. 곧 13번 검투사는 짧게 내지른 그의 검격에 목줄기를 강타당하고는 바로 무릎을 꿇었다.
“됐다. 모두 빠져!”
급히 몸을 빼는 오스칼. 하지만, 리베와 테라피는 적진 깊숙이에서 포위되어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라, 도저히 본진으로 합류할 수 없었다. 이제 구원을 갈 동료가 없던 무로바 검투사들이 적의 숫자를 줄이는 일에 우선을 뒀는지, 일제히 그녀들을 향해 달려든 것이다. 결국, 리베와 테라피는 서로의 등을 맞붙인 채 쏟아져 들어오는 검격을 외로이 막아내야 했다.
‘쳇. 리베와 테라피는 안 되겠군.’
범석은 전혀 개의치 않고 몸을 돌렸다. 어차피 그녀들은 중추의 역할로 어차피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었다. 지금은 빨리 진을 구성해 이후의 공격을 대비하는 일이 중요했다. 그녀들을 구하면 좋겠지만, 자칫 난전으로 발전될 수 있고, 비교적 전력이 약한 에이번드가 크게 당할 가능성이 컸다. 당장은 모험을 걸 때가 아니었다.
“자. 이제 플랜2로 들어간다. 모두 경기장 외곽으로 급히 이동한다.”
범석은 나머지 팀원들을 데리고 경기장 끄트머리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등 쪽을 장벽에 의지해 철저히 배수의 진을 치려는 의도였다. 뚫리면 바로 몰살이 되지만, 후위를 막을 필요가 없기에 상대의 공격을 보다 효율적으로 막아낼 수 있었다.
‘일단 여기까지는 의도대로 됐어. 세 명이나 희생당했지만, 선봉의 월드리거 둘을 해치웠으니까 말이야. 문제는 여기서부터 어떻게 승리를 향하는 기세를 붙잡는 거야.’
본래의 작전대로라면 여기서 최대한 시간을 끌다가 진이 거의 무너질 때쯤 오스칼이 파워 넘치는 검격을 휘둘러 길을 뚫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범석은 그 사이를 빠져나가 경기장을 누비며 타임오버까지 시간을 끌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무승부가 되어 에이번드는 탈락의 고배를 맛보아야만 했다. 반드시 승리할 다른 묘수를 찾아내야 했다.
‘일단 상대의 수를 줄이는 것이 중요해. 특히나 저 3번, 6번, 8번, 11번은 반드시 제거해야 해.’
범석이 언급한 이들은 모두 월드리그에서 주전으로 뛰는 엘프검투사들이었다. 비교적 빠른 발과 상당한 검술 실력 그리고 강인한 힘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범석에게 위협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차피 제거할 바에는 저들을 없애는 편이 좋았다.
‘후후. 사실 3번만 제거하면 되지. 저 애가 대장 검투사이니, 제거하면 경기 끝이니까.’
범석이 고민하는 하는 동안 폭풍 같은 검격들이 밀려오며 방패막을 거세게 두드리고 있었다. 오스칼이 뒤쪽에 서서 상대적으로 긴 장검을 찔러대며 견제를 하고는 있지만, 무로바의 검투사들은 여유롭게 피하고는 다시 공격을 개시했다. 이미 그녀가 능숙한 검사가 아님을 경기 시작 전 코치진들부터 누누이 들은 상태였다. 한껏 탄력을 담아 휘두르는 거검은 위협적이었지만, 이처럼 코너에 몰려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에서 내던지는 어설픈 검격에 맞은 자는 이 중에 아무도 없었다.
투퉁. 쾅. 콰쾅.
언제든지 방패벽이 무너질 수 있는 균열이 사방에서 포착되고 있었다. 여기에 시간은 점점 흘러 8분을 향하고 있었다. 아직 반이 넘게 남기는 했지만, 일초가 아까운 이 마당에 이렇게 넋 놓고 당하고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그간 쏟아 부은 공격으로 무로바팀이 크게 지쳤다는 것이다. 에이번드가 방패막 뒤에서 여유롭게 휴식하며 체력을 비축한 점을 봤을 때 충분히 플러스로 요소로 작용한 터였다. 뭐 천재일우의 기회까지라고는 할 수는 없지만, 이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승리를 향한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어 보였다.
그는 곧바로 헬멧 내 무선 통신을 이용해 모두에게 작전을 하달했다.
– 자. 지금 상대는 무리한 공격을 하느라 체력이 소진된 상태다. 그리고 우리가 그동안 그렇다 할 반격을 하지 않은 탓에 방심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서 곧 우리는 이를 노리고 전격적인 기습을 가할 예정이다. 방법은 2인 1조가 되어 한 사람이 자살 테클로 목표한 상대팀 검투사를 쓰러뜨린 후, 뒤를 따르는 자가 바로 검을 내질러 확실히 제거한다. 목표는 6번과 8번 11번. 2인 3개 조가 공격진이 된다. 그리고 나머지들은 나를 따라 공격조를 측면에서 지원한다.
범석이 목표한 상대 검투사들은 모두 월드리그 주전급 검투사였다. 다소 희생을 치르는 한이 있어도 그녀들을 반드시 제거해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진과 포지션을 무시하고 싸우고 터라, 이후의 싸움은 난전이 될 공산이 컸다. 만약 월드리그 주전급 실력을 지닌 그녀들이 여기서 활개를 친다면 에이번드 팀은 허무하게 무너질 터였다. 물론 3번이 빠지기 했지만, 그녀는 대장인 탓에 후미와 함께 뒤로 빠져 있는 상태였다. 여건상 지금으로서는 딱히 어쩔 수가 없었다.
그는 이내 공격조와 지원조를 구분해서 알린 후, 적절한 시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변형 플랜3를 시작해!”
순간 지원조인 오스칼이 단호하게 가장 앞으로 나서 검을 횡으로 큼지막하게 그렸다. 갑작스러운 강력한 공격에 무로바 검투사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이때 생긴 틈을 이용해 공격조 중 일부가 6번, 8번, 11번의 검투사를 향해 과감히 태클을 걸었다. 먼지가 일정도로 지면으로 쓰러진 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몸싸움을 시작했다. 그사이 공격조의 암살 임무를 맡은 팀원들이 공격을 개시했다.
“후미는 모두 전투에 가세해!”
대장인 3번 검투사의 외침으로, 뒤에 떨어져 있던 무로바의 후미들이 일제히 앞으로 달려나왔다. 지금 공격에 참여하는 검투사들은 모두 일곱 명. 에이번드에서는 후미에 대장까지 전투에 가세하고 있으니 숫자상으로 밀리고 있었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기습을 당해 당황하고 있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었다. 황급히 지원하지 않는다면 도리어 자신들이 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범석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 곧바로 달려드는 후미들을 제치고 대장인 3번 검투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위험한 일이기는 했지만, 자신이 미끼가 되어 후미를 발을 묶으려는 것이다.
쾅.
범석의 발길질을 방패로 막은 3번 검투사 손에 든 한 손 검을 길게 뻗었다. 간담이 서늘하게 할 만큼 워낙 날카로운 공격이었기에 범석은 반격은커녕 손에든 쌍검으로 막기에도 급급했다. 그 사이 전진하던 후미들이 돌아와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공격진이 위험에 빠지기는 했지만, 자신의 대장을 먼저 보호하는 일이 그녀들의 우선적인 임무였고, 공격을 가한 상대가 에이번드의 대장인 범석이었다. 저자만 제거하면 이번 라운드는 무로바의 승리였다.
차. 차창. 깡! 창!
“젠장할!”
의도대로 되었지만, 범석은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다. 후미와 대장의 시선을 끄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자신이 홀로 상대하기에는 상당히 버거운 면이 있었다. 그는 빠른 발로 스텝을 밟으며 겨우겨우 무로바 후미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때 지원조 중 하나였던 라피네와 오스칼이 뛰어와 전투에 합세했다. 난전의 와중에 4명의 동료가 행동 불능 상태가 되었지만, 목표한 상대를 모두 제거했기에 지원을 나올 수 있었던 것이다.
“어디서 우리 주인님을 공격해!”
쾅.
오스칼의 거검을 방패로 막은 후미들이 뒤로 쭉 밀려 나갔다. 이에 포위망에 열리게 되었고, 범석은 무사히 전투지역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어느덧 여유를 찾은 그가 멀시와 일리스를 바라봤다. 그녀들은 네 명의 무로바 검투사들에게 둘러싸여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2배나 되는 상대를 맞상대하며 분전을 하고 있지만, 이대로라면 당할 공산이 컸다. 안 되겠다 싶은 범석이 오스칼과 라피네에게 소리쳤다.
“이제 나는 됐어! 멀시와 일리스에게로 가!”
잠시 머뭇거린 그녀들이 몸을 빼 일리스와 멀시를 향해 달려나갔다. 포위에서 벗어난 범석이 당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한 탓이다. 그가 마음먹고 도망을 친다면 그 누구도 뒤를 따라잡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을 무로바의 대장과 후미가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금 도주하는 그만 해치우면 라운드를 끝낼 수 있다는 욕심에 전력을 다해 쫓기 시작했다.
“어이. 쫓아와 봐라. 나만 잡으면 경기 끝이라고!”
한동안 추격전이 계속되었다. 무로바의 후미와 대장이 바로 뒤를 바짝 뒤쫓는 형세를 취하며 아슬아슬한 추격전을 연출해나갔다.
하지만, 사실 작금의 상황은 말이 안 됐다. 범석은 달리는 데 필요한 균형감을 살리기 위해, 전용무기인 카타나를 포기하고 무게가 동등한 짧은 쌍검을 두 손에 나란히 쥐고 있었다. 반면 무로바의 대장과 후미들은 그보다 훨씬 느린 발을 지녔음에도 공기저항이 심하고 균형감이 없는 검방을 들고 있었다. 지금 범석은 단지 그들을 무로바 검투사들에게서 떼어놓으려고 유인하는 것뿐이었다.
‘좋아 이 방향이다. 여기가 딱 사각이다.’
팬들이 열광하는 스텐트 담벼락에 거의 도착한 범석이 한껏 미소를 지으며 한창 오스칼과 라피네와 격전을 벌이는 무로바 검투사들의 등을 바라봤다. 그녀들은 검을 휘두르는데 열을 올리고 있어, 기습을 가한다면 손쉽게 쓰러뜨릴 수도 있어 보였다.
담장 아래 선 그가 급히 뒤돌아서고는 뒤쫓아오던 무로바의 3번 검투사와 후미를 맞이했다.
“얘들아! 저자를 포위해서 잡아!”
하지만, 이 넓은 공간을 셋이서 포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범석은 여유롭게 한쪽 빈터를 향해 먼지를 일으키며 미끄러지듯 슬라이딩을 해 피한 후 오스칼과 라피네가 싸우고 있는 반대편 담장 쪽을 향해 힘차게 질주했다.
============================ 작품 후기 ============================
오늘 오랜만에 만화방에 가서 바쿠만이란 만화를 봤습니다. 만화가의 성공을 다루는 만화 같은데, 처음에는 소재가 그닥 댕기지 않아서 그냥 넘어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히카루의 바둑과 데스노트의 작가가 그린 만화라 절로 손이 가더라고요. 하하하. 전작은 워낙 재미있게 잘봤거든요. 시간이 없어서 5권까지 봤는데, 아무래도 내일 가서 나머지도 섭렵해야 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저는 내일 같은 시간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