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35
137화
“네. 잘 되어가고 있어요. 하지만, 문제는 비너스와 라피네에요.”
“걔들이 왜요?”
후유증 치료에서 잠재능력 1을 올리는 데 소요되는 기간은 대략 일주일이었다. 그런데 비너스의 잠재능력 손상이 12이나 되었다. 실패할 확률이 근 40%임을 산정해 봤을 때 그녀의 예상 치료완료 기간은 대략 17주. 겨우 한 달이 넘는 겨울 휴가기간에 모든 치료를 완료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라피네 같은 경우는 단지 3만 까였지만, 이번 겨울휴가를 대표팀 활동으로 보낸 탓에 치료시기가 모자랐다.
“아무래도 라피네는 올해 다가올 여름 휴가시즌에도 치료를 계속 병행해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비너스는 상당기간 더 치료해야 하고요.”
마침 구워진 조개를 접시에 담아 입안에 쏙 넣은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물리적으로 안되는 일을 보챌 수는 없었다.
“뭐 그렇게 하도록 하죠. 비너스 같은 경우는 시즌 중에 휴식을 취해야 할 때가 있으면 계속하도록 하고요.”
은근한 눈빛으로 그를 슬쩍 바라본 수잔이 혼잣말하듯 말했다.
“캄숄루션이 투입된 신체회복 캡슐 안에서 치료받으면 기간이 반으로 줄어들고, 성공률도 느는데요.”
맥주를 마시던 범석이 놀라 풋하고 뱉어냈다. 뭔 놈의 여편네가 이리 돈 나갈 구석을 찾지 못해 안달인지 정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후유증에 대한 치료기간이 줄어들고 성공률이 높아지면 그도 하등 나쁠 것이 없었지만, 장비 하나를 구매하기 위해 1,200만 크랑을 소모하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그리고 지금 시기만 지나면 다음부터는 후유증 치료를 위해 따로 시간을 할애할 필요가 없었다. 후유증이 발생할 정도의 부상이라면, 상당기간 요양이 필요했고, 그 시기에 치료하면 그만이었다.
“아. 그 장비는 훗날 팀 사정이 좋아지면 구매하도록 하겠습니다. 당장은 무리가 있습니다.”
범석이 난처해하자, 에스더가 도움의 손길을 보냈다. 단장인 그녀로서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의료장비 구매를 위해, 팀 보유자금의 10분지 1가량을 투자할 수는 없었다.
“언니. 그건 이사장님 말이 맞아요. 지금 팀 사정으로 그 의료장비를 사는 것은 정말 무리에요.”
에스더까지 나서서 만류하니, 수잔도 어쩔 수가 없었다.
“쩝. 내가 뭐 당장 사달라고 했니.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을 뿐이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범석이 윙크로 에스더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아무리 은근한 투였지만, 수잔이 계속해서 구매를 요청했으면 그로서도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공략을 위해서는 그녀의 부탁을 매정하게 거절하기란 어려웠다.
범석이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술잔을 들었다.
“자. 건배 한 번 합시다. 에스더의 대리 딱지를 딴 기념으로 말입니다.”
높게 치솟은 범석의 맥주잔을 에스더와 수잔이 호응하며 잔을 맞붙였다. 축하의 자리였으니, 건배는 빼놓을 수 없었다.
“건배. 에스더 축하해.”
“고마워요. 언니.”
간단히 덕담을 나눈 그들이 한 모금 쭉 들이키고는 다시 탁자에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접시 위로 쌓이는 새우구이를 집어먹고는 계속 화기애애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잠시 시간이 흘렀을 때였다. 술을 입에 대고 있던 에스더가 곁눈질로 옆좌석을 바라보더니, 살며시 범석의 허리를 꾹 하고 찔렀다.
“이사장님. 몰래 오른쪽 좌석을 보세요.”
그 말에 그가 안주를 챙겨 먹는 척하며 옆좌석을 살폈다. 그곳에는 한 은빛 머리카락의 여인이 앉아서 철판 국수 요리를 주문해 먹고 있는데, 식탁 위에 카메라를 감춰진 가방을 올려놓고는 렌즈 쪽을 자신들에게 돌려놓고 있었다. 우연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가방 속에 계속 손을 움푹 집어넣고 있는 것으로 보아 가능성은 무척 낮았다.
“팬인가?”
“팬은 아닌 것이에요. 팬이라면 다가와 사인을 달라거나, 인사를 했겠죠.”
그렇다면 두 가지 부류로 구분할 수 있었다. 하나는 언론사 기자였고 또 하나는 유명인의 사진을 찍어 언론사에 팔아먹는 파파라치였다. 다만, 기자는 당당히 신분을 밝힐 수 있으니, 저리 몰래 촬영하지는 않을 터였다.
“그럼 아무래도 파파라치인 모양이군. 이거 곤란하게 됐는데.”
“언제 따라붙은 거죠? 저희 훈련 캠프는 산간 오지에 있어, 파파라치가 접근하기 어렵잖아요. 그리고 나올 때 뒤로 따라붙는 차량도 없었고요.”
“으음. 아마도 아까 거리를 활보할 때 따라붙었나 보지. 우연히 이 거리에서 봤을 수가 있잖아.”
“그, 그럼 어떻게 하죠? 왠지 찝찝해요.”
범석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귀찮지만, 어쩔 수 없지. 괜히 싸움이라도 붙는 날이면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으니까. 아무래도 사진만 찍고 갈 모양이니, 이대로 놔두지 뭐.”
“그래도 기사를 어떻게 쓸지 모르잖아요. 가령 저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이사장님의 성적 취향을 문제 삼을 수도 있잖아요.”
“상관없어. 너는 갓즈나이츠 단장이고, 수잔씨는 팀 닥터잖아. 그리고 오늘은 네 단장 역임 축하회식자리고. 지금 모습을 보고 그런 엉뚱한 기사를 썼다가 만약 우리가 문제 제기라도 해버리는 날이면 도리어 그쪽이 당한다고. 그러니 안심해.”
“그렇기는 하겠네요. 그럼 모르는 척하실 건가요?”
힐끔 은빛 머리카락의 여인을 바라보던 범석이 약간 고민 어린 눈빛을 지었다. 얼굴을 돌리고 있어 미모는 알 수 없지만, 앉아 있는 자태가 수려한 것이 꽤 괜찮은 몸매의 소유자 같았다. 이대로 스쳐 지나가는 인연으로 만들기보다는, 얼굴만 괜찮다면 한 번 대화를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글쎄. 어쩔까? 일단 확인해보고 결정하지. 잠시만…….”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서서히 파파라치 여인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자 그녀가 놀란 듯 카메라를 가방 속 깊은 곳에 밀어 넣더니, 재빠르게 지퍼를 닫아버렸다.
이에 그가 묵묵히 허리를 숙이고는 여인의 옆모습을 살폈다.
‘오. 괜찮은데. 딱 내 스타일인데.’
여인의 콧날은 높고 세련되었다. 칠흑색의 눈빛은 푹 빠져들 것만 같이 청명했고, 목선에 드러난 피부는 하얗고 부드러워 보였다. 키는 160센티 정도 됐을까?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는 한 손으로 꽉 품어 안을 정도였고, 갸름한 달걀형의 얼굴형태는 미려하기 그지없었다. 가슴은 약간 윤곽이 보이기는 했지만, 꽤 작은 편에 속했다.
예쁘고 마른 체형에 작은 가슴. 범석의 취향에 딱 들어맞는 여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공략을 결심한 그가 정보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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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나탈리 테일러.
구분 : 인간(20년).
소속 : LKS방송.
명성 : 12.
악명 : 0.
호감도 : 49.
H유무 : 무.
스테미나 : 774/800.
사회성 : 72, 근력 : 5, 체력 : 8.
민첩 : 11, 균형감각 : 7, 지능 : 82.
정신력 : 78, 판단력 : 80, 재주 : 70.
운 : 62.
현재기량/잠재능력 : 475/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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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 흥미로운 호응도.
특이사항 : LKS방송의 이사장겸, PD에 기자에 운영자. 작년 친구들과 LKS방송을 개설했지만, 모두가 떠나가고 홀로 운영하고 있다. 현재 로메오거리에서 손수 제작한 악세사리를 팔아 사이트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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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대단한데! 이런 의외의 장소에서 엄청난 인재를 보다니!’
그저 인간에 불과했지만, 능력치는 제법 괜찮았다. 운과 재주를 제외한 모든 정신적인 능력이 수준급에 올라 있었고, 성장성도 좋아 잠재능력이 603이나 됐다. 하지만, 이점만 가지고는 범석이 놀란 이유가 전혀 없었다. 드물기는 하지만, 이런 인재를 전혀 보지 못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가 탐욕의 시선을 보내는 까닭은 바로 ‘흥미로운 호응도’라는 특성으로, 그녀가 소속된 조직에서 생산되는 상품, 물건, 제작물등의 호응도가 +20% 상승하게 된다는 옵션 탓이었다. 즉 그녀가 갓즈나이츠로 영입된다면 관중과 경기 방송 시청률이 2할 가량 오른다는 얘기였다. 팀 자금을 확보 차원에서 반드시 영입해야할 인재라고 할 수 있었다.
살며시 미소를 지은 범석이 최대한 차분한 말투로 얘기했다.
“누군데. 우리를 찍는 거지?”
나탈리가 화들짝 가방을 아래로 내렸다.
“무, 무슨 소리죠. 사진을 찍다니요. 그런 일 없어요.”
“아 그래? 그럼 기자나 파파라치가 아니라는 얘기야?”
“저, 절대 아니에요. 그냥 전 식사하러 왔을 뿐이에요.”
범석이 그녀 앞에 놓인 철판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소스로 잘 버무려진 스파게티가 지글지글 끓고 있었는데, 확실히 이것만 봐서는 식당 손님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가방 속에 있는 카메라를 빼앗아 내용을 확인하면 증거를 찾아낼 수 있지만, 그는 굳이 그런 행동까지 취해가며 탓할 생각이 없었다. 그의 목적은 영입이지, 추궁이 아니었다.
“그래? 그럼 합석할 필요가 없네.”
“합석이라니요?”
“응. 기자라면, 같이 앉아서 식사라도 하며 담소를 나누려고 했지. 네가 아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언론과 친해져서 하등 나쁠 것이 없는 사람이거든.”
나탈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를 쳐다봤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
“으응. 어차피 갓즈나이츠 팀 내에 중대한 일이 있어서, 언론에 알리고 싶었거든.”
“중대한 일이라뇨?”
“일반인에게 먼저 흘릴 내용이 아니다. 신경 꺼라.”
나탈리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주머니를 마구 뒤졌다. 갓즈나이츠는 비록 에어리어리그에 머물고 있지만, 에이번드 대표팀 3명을 배출한 명문 클럽이었다. 이런 팀의 중대한 정보라면 충분히 뉴스거리가 되었다. 그녀는 안주머니에 있던 명함 한 장을 찾아 꺼내더니, 범석에게 쭉 내밀었다. 그곳에는 LKS방송 이사장이라는 명함이 찍혀 있었다. 이를 받아든 범석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사장?”
명함을 화들짝 다시 빼앗은 나탈리가 다시 뒷주머니를 뒤지더니, 기자라는 직함이 적혀 있는 명함을 꺼내 들었다.
“아니. 이게 진짜에요. LKS방송의 기자인 나탈리 테일러라고 해요. 꼭 좀 인터뷰를 부탁해요.”
피식하고 웃은 범석이 명함을 지갑 속에 넣었다. 정보창으로 봐서 알고 있었지만, 혼자서 방송사의 이사장, 기자를 다해 먹다니 참으로 재밌는 일이었다.
“LKS방송이라……. 처음 듣는 언론사군.”
“저, 저. 그게 작년에 새로 건립해서 그래요.”
나탈리가 슬그머니 그의 눈치를 살폈다.
이 시대는 몇몇 전 세계 방송권을 지닌 메이저급 방송사를 제외하고는 모두 인터넷을 기반으로 방송을 송출하고 있었다. 지역에 할당된 주파수로 특정 영역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는 것보다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인터넷망으로 방송하는 편이 훨씬 많은 시청자를 끌어모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사업자등록과 사이트 개설 능력만 있다면 누구든 방송사를 건립할 수 있었고, LKS방송 같은 아주 작은 방송사가 난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뭐 대게는 시청자의 호응을 받지 못해 조용히 사라지지만, 운이 좋아 대외적으로 크게 알려진다면 대형 메이저급 방송사 못지않게 성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LKS방송은 그저 일일 접속자 수가 겨우 수백을 넘는 아주 작은 인터넷 방송사였다. 범석 같은 거물이 취재에 응해 줄지 의문이었다.
“그렇군. 고생이 아주 많겠어. 새로 건립한 방송사는 기존 방송사에 그늘에 가로막혀 별로 빛도 보지 못하고 사라진다고 들었는데. 그래. 하루 접속자 수가 얼마나 되지?”
나탈리가 슬그머니 손가락 8개를 폈다. 원래는 훨씬 적었지만, 사실 그대로를 말할 수가 없었다.
“팔천이면 무척 적군.”
나탈리가 고개를 마구 저어댔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주억거리고 싶었지만, 범석이 사이트를 접속해 확인해보면 금세 드러날 거짓이었다. 지금 LKS방송은 회선이 느려 동영상 정보는 아예 취급하지도 못하고 있었고, 텍스트정보도 그저 기존에 나온 언론기사를 짜깁기해 올려놓기만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도 사이트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악세사리를 제작 판매하고 있던 탓에 며칠째 업데이트를 못하고 경우가 수두룩했다. 그런데 접속자수가 8000이나 된다? 그 누구도 믿지 못할 말이었다.
“팔백요.”
예상보다 훨씬 낮은 수치임에도 범석은 전혀 실망하지 않은 눈치였다. 그가 인터뷰 때문에 나탈리에게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운영하는 방송사가 이렇게 구멍가게보다 못한 수준이라면 영입하기 훨씬 쉬워질 터였다.
“팔백이라? 그걸로 운영이 되냐? 그런 방송사라면 광고 수입도 아예 없을 텐데?”
“광고는 없지만 뭐 대충 운영은 돼요. 제가 제작한 악세사리를 팔며 자금을 충당하고 있거든요. 아시는지 모르겠지만, 꽤 잘 팔려요.”
하긴 ‘흥미로운 호응도’란 특성으로 다른 사람들보다 2할가량의 매출상승이 더 있으니, 악세사리 판매가 무척 수월할 터였다. 확실히 보면 볼수록 탐이 나는 여인이었다.
“자. 그럼 자리를 옮기자.”
“자리를 옮기다니요?”
“뭐긴. 조금 전에 내가 말했잖아. 합석해서 인터뷰하자고 말이야.”
나탈리가 밝게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범석 같은 유명인이 보잘것없는 자신에게 인터뷰해준다니, 전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는 에이번드 내에서 쟁쟁한 위명을 떨치는 프로검투사였다.
“그, 그게 정말인가요?”
“후후. 그럼 내가 뜨신 밥 먹고 쉰 소리를 하겠냐? 관심 있으면 빨리 옆자리로 와.”
활짝 미소를 지은 나탈리가 앞에 있는 엘프요리사가 조리한 스파게티를 접시에 담아 들고 범석의 자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같이 있던 에스더와 수잔에게 가벼운 목례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LKS방송의 나탈리라고 해요. 만나뵈어서 반가워요.”
“아. 네. 안녕하세요. 수잔이라고 해요.”
“네. 전 에스더라고 해요.”
에스더가 난감한 눈빛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옆 좌석에 앉아서 카메라를 몰래 들이대는 것도 찝찝한데, 이리 데리고 오다니 이해할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오늘 플레이오프전 결정이 났네요. SK의 8대 4승. 얘들 왜이렇게 가을에 강한지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박정권요. 연타석 투런 홈런으로 롯데를 기를 팍 죽여버리데요. 허허허.
그리고 오늘 롯데. 아쉬운 장면이 너무 많았습니다. 에러도 많고 기회도 살리지 못하고요. 그러면 당연히 지죠. 허허허.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