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37
139화
당시 서클 부서원은 두부류로 나누어져 잦은 싸움을 하고는 했다. 한쪽은 현실을 직시하고 방송사 건립을 반대하는 쪽이었고, 한쪽은 그동안의 노력을 생각해서 일단 창업이라도 해보자는 쪽이었다. 이렇게 다투기 시작한 싸움은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었고, 반대를 표한 이들이 서클을 떠나는 사태로까지 번져갔다. 가능성이 없는 일에 매달려 인상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은 부서원들은 얼마 후 LKS방송국이 건립하였다. 비록 서클이 반 토막이 나기는 했지만, 그간의 노력으로 모은 돈과 자격증이면 충분히 인터넷 방송국을 설립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부푼 꿈을 그대로 간직한 채 서비스를 시작한 나탈리와 친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첫날 서비스에서 수천 접속 수를 기록한 이래 계속해서 꾸준히 줄어들더니, 수백에서 계속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 접속률도 부원들의 클릭으로 비롯되었고, 타인의 접속 수는 거의 수십을 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지역 방송국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한 일이 발생했다. 3년 전 LKS방송사를 건립을 최초로 건의하고 서클을 이끈 장본인으로, 남은 친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떠나가는 그를 만류하는 사람은 나탈리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다른 친구들은 이미 자신들이 얼마나 무모한 계획을 실행하고 있는지, 깊이 깨닫고 있었던 탓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 치열한 방송시장에서 하루에 한 시간 분량의 동영상과 일부 텍스트 자료를 서비스하는 일로 살아남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리고 얼마 후. 부원들은 한데 모여 논의를 했다. LKS방송의 간판을 내리고 각자의 길로 가자는 얘기였다.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LKS방송사의 건립과 운영한 일이 소중한 경력이 되어 대부분이 졸업쯤에서 지역 방송사의 응시시험에 무난히 합격한 이유에서였다. 이미 부원들은 LKS방송을 지나간 추억쯤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에 나탈리는 극구 반발하고 나섰다. 3년이 훨씬 넘어가도록 품어왔던 즐거웠던 꿈이 이대로 무너져 내리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못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수 의견을 그녀 혼자서 거스를 수는 없었다. 결국, 친구들은 모든 장비와 주식을 나탈리에게 저렴한 가격에 인계하고 각자의 길로 떠나갔다.
‘이거 완전히 동화책 속을 사는 똥꼬집쟁이군. 당장은 영입하기 어렵겠어.’
이야기를 모두 들은 범석이 난감한 듯 한숨을 푹 내쉬었다. 친구들이 다 떠나가는 마당에 홀로 남아서 방송사를 지킨 열정은 칭찬해 주고 싶지만, 작게나마 세상의 쓴맛을 본 상태에서도 이처럼 LKS방송에 매달리는 그녀가 과연 자신의 제의를 받아들이려 할지 의문이었다. 게다가 홀로 사이트를 운영하며 온갖 고생을 하고 있음에도 밝은 표정으로 행복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당시간 공을 들여야겠어. 그리고 오늘은 그 기반을 마련하는 일에 집중해야겠어.’
범석은 일단 직접적인 영입제의는 피하고, 크게 우회하기로 했다. 일단 공략에 주안점을 두는 편이 좋다고 생각됐다. 공략을 통해 호감도를 극으로 만들면 영입은 너무도 쉬었다.
“그래? 대단하네. 친구들은 다 포기했는데, 혼자 방송사를 운영하고 말이야. 힘들지는 않아?”
나탈리가 뜬금없는 듯 미묘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갑작스럽게 친절해진 말투가 이상해 보였다. 그래도 칭찬을 받으니,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 네. 약간은 고되지만, 그다지 상관없어요. 일이 재미있으니까요.”
“뭐 자신이 흥이 난다면 된 거지.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고 그러잖아. 그래 지금 방송으로 얻는 수입은 어때?”
“방송으로 얻는 수입은 거의 없어요. 단지 제가 제작하는 액세서리 제품을 인터넷으로도 판매하는데, 선전링크를 걸어 약간 효과를 보고 있어요.”
범석이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봤다.
“빚은 없어? 회선비용과 서버실 임대로 돈이 장난아니게 들어갈 텐데?”
“네. 빚은 없어요. 제가 갚을 능력이 안 되니, 될 수 있으면 빚을 안 지려고 하고 있어요. 그래서 서버회선 용량을 줄이고, 서버도 자취방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범석이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댔다. 전자제품들은 기후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 특히나 서버 같은 안정성이 중요시되는 제품은 더욱 그러했다. 될 수 있으면 냉난방이 시설이 제대로 된 전문 시설에 설치할 필요가 있었다.
“으음. 그럼 쉽게 고장 날 텐데 괜찮겠어? 자칫 서버가 나가기라도 하는 날이면, 큰일이잖아. AS를 받거나 서버를 새로 구입하는데 꽤 큰 비용이 들 것 아니야?”
“하긴 그렇지만, 당분간은 어쩔 수 없어요. 뭐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서버실을 빌릴 여건이 안 되고 있으니까요.”
범석의 눈이 돌연 빛이 났다. 갓즈나이츠에 팀 사이트를 서비스하기 위한 서버실이 있었는데, 거의 텅 비어 있던 터라 또 한 대의 서버를 설치해도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게다가 트래픽에 비해 회선용량도 충분해 하루에 수백 접속 정도가 추가된다고 해도 거의 상관이 없었다. 이를 빌미로 한다면 충분히 인연의 끈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됐다.
하지만, 그녀가 거절할 수 없는 확실한 요건이 마련될 때까지 이 제의는 뒤로 미루기로 했다.
“나탈리. 너 액세서리를 판다고 했지?”
“네. 이곳 로메오 거리에서 노점으로 팔고 있어요.”
“하루에 얼마 정도 벌기에 LKS방송이 유지되는 거냐?”
민감한 질문이었기에 그녀가 대답을 망설였다. 누군가에게 자신의 수입을 밝히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 건 왜 물으시죠?”
“별 뜻은 없어. 그냥 비용만 맞는다면 내가 다른 일자리를 소개해 주려고 말이야.”
나탈리가 바로 양손을 들어 휘휘 저어댔다. 자신이 다른 직장을 갖게 되면 LKS방송의 면허가 취소되었다.
“아뇨. 고맙지만 사양하겠어요. 제가 다른 직장을 들어가게 되면 LKS방송 유지에 필요한 자격증이 효력을 잃어요.”
“아. 그 점은 걱정하지 마. 그저 아르바이트일 뿐이니까.”
그렇다면 들어 봄직 했다. 아르바이트라면 따로 회사조직에 속할 이유가 없으니, 자격증의 효력이 상실하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 하는 액세서리 제작판매도 아르바이트라 말할 수 있었다.
“어떤 아르바이트인데요?”
“그저 갓즈나이츠의 팀의 잡무를 도와주는 일이야. 대신 시급 100크랑을 주지. 토요일, 일요일 휴무에 하루 8시간의 근무시간. 어때 괜찮지 ?”
나탈리가 무척 관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시급 100크랑이면 아르바이트자리치고 제법 대우가 좋은 편이었다. 그녀가 지금 액세서리를 판매해 버는 돈이 하루에 대략 800크랑 미만 임을 볼 때, 거의 비슷한 수준의 수입이라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범석의 제시하는 아르바이트는, 주말에는 쉬고 하루에 8시간씩밖에 일하지 않았다. 그 시간에 사이트 관리에 좀 더 신경을 쓰면 훨씬 많은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정말요?”
“응. 여기다가 서버실을 무료로 대여해 주고, 트래픽에 무리가 없는 한 회선도 공짜로 공유해주지. 또 원한다면 팀 내 숙소가 있으니, 의식주도 모두 해결해 주고, 일과 후와 주말에 팀 소속 플라잉 카도 대여해 준다.”
그럼 정말 환상적인 제안이었다. 급여도 괜찮은데다가 그녀를 힘들게 했던 여러 난제가 한꺼번에 해결되었다. 생활비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곳이 바로 회선비용과 의식주였는데, 이를 해결해버리면 그만큼 더 많은 돈을 LKS방송에 투자할 수 있었다. 게다가 차량까지 빌릴 수가 있으니, 기동성을 가지고 취재에 임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마음속 한 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했다. 세상천지에 이런 좋은 아르바이트자리가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역사가 없었다. 사실 범석이 유명 프로 검투사에 이사장만 아니었어도, 사기꾼으로 의심했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왜 저에게 이렇게 잘해 주시는 거죠? 범석님과 저는 오늘 처음 만났을 뿐이잖아요.”
나탈리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자 범석이 속으로 뜨끔했다. 단번에 현혹이 될만한 좋은 조건을 제시하려다 보니, 그녀가 의심스러워할 정도로 너무 과도한 배려를 해버린 것이다. 그렇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담을 수 없었다. 물론 매몰차게 제의를 거둬들이면 그만이지만, 그럼 나탈리의 인연이 끊어지게 되었다. 이럴 때는 다른 목적 바를 꾸며내 안심을 시켜줄 필요가 있었다. 일정한 대가를 요구하는 조건은 배려라고 할 수 없었다.
범석은 렉스터경감의 얼굴을 떠올렸다. 그럴싸한 변과 함께 나탈리를 끌어들인 전략을 생각했는데 그를 끌어들일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미안한 일이기는 했지만, 그동안 해준 것도 많으니 좀 이용해도 양심의 가책을 느낀 이유가 없었다.
“그런 말은 끝까지 들어본 후에나 해야지. 사실 내게는 다른 의도가 있다. 조금 전 아르바이트 제의는 그저 네가 호감을 사서 목적을 이루려는 것뿐이지.”
역시나 한 나탈리가 눈빛을 풀었다. 어쩐지 아주 좋은 조건을 제시한다고 했다. 하기야 처음 만난 자에게 이런 좋은 조건으로 아르바이트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어떤 의도이신데요?”
“사실 나는 어느 투자 클럽에 소속되어 있다. 뭐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연예매니지먼트사 한 곳에만 투자한 상태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괜찮은 기업을 찾아서 계속 투자할 예정이지. 그런데 막상 오늘 네 얘기를 들어보니, 방송 쪽 분야로 영역을 넓히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투자한 연예매니지먼트사와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니까. 대신 주식은 상당수 양보해야 한다.”
그녀가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투자만 받는다면 주식을 양보하는 것쯤은 문제가 아니었다. 돈이 있다면 외부 제작사에게서 프로그램을 사올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방송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럼 자연스럽게 시청률은 높아지고, 광고가 따라붙게 되었다. 물론 실패하고 그대로 무너질 수도 있지만, 도전해 보지 않고는 모르는 일이었다.
“서, 설마 저희 LKS방송에 투자하시려고요?”
“응. 일단 나는 무척 관심이 간다. LKS에 대한 네 애정으로 보아, 투자금을 가지고 홀라당 나르지는 않을 것 같고, 열정으로 보아 성공 가능성도 점쳐지니까.”
“정말요? 아시겠지만, 저희 LKS방송사는 거의 홈페이지와 다름없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을 뿐이에요. 투자한 금액을 모두 날릴 공산이 커요.”
그건 범석이 바라는 바였다. 그가 지금 세운 전략은 나탈리를 높이 날아 올렸다가 떨어뜨려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이자는 것이었다. 실패의 쓴맛을 오지게 씌워 절망감을 한껏 느끼게 한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갓즈나이츠로 들어올 공산이 컸다. 물론 투자금을 날리는 불상사가 생기겠지만, 그녀가 자신의 휘하로 들어온다면 그 손해를 메우고도 훨씬 남음이 있었다. 나탈리가 갓즈나이츠로 들어오는 순간 한 해 팀 매출이 2할가량 증가했다.
“상관없다. 나의 투자 패턴은 위험을 감내하되 수입은 극대화한다는 것이지. LKS방송 같이 작은 방송사라면 적은 금액으로도 상당수의 주식을 받을 수 있으니, 성공 시 투자 대비 막대한 이득을 챙길 수 있다.”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 않나요?”
“그래서 투자클럽의 회원들과 함께 투자하며 위험을 분산하지. 그럼 내가 투자해야 할 비용이 줄어들어 큰 손해를 회피할 수 있고, 상당수의 자금이 투입되니 기업이 성장할 가능성은 무척 커지게 돼.”
언뜻 그럴싸한 소리였기에 나탈리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수 투자자가 동시에 투자하면 이득은 줄겠지만, 투입될 자금 대비 감수해야 할 손해는 적어졌다.
왠지 믿음이 갖던 그녀가 극도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떤 투자클럽이세요?”
“글쎄. 그냥 사교적인 모임이라서 딱히 이름은 없어. 회원이라고 해도 나를 비롯해 블루 버드의 렉스터단장과 레인보우사의 글로리아회장이 전부니까.”
나탈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렉스터단장은 잘 모르지만, 레인보우사의 글로리아는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맨몸으로 거대 부동산 기업을 일구어낸 글로리아회장은 에이번드지역 내에서 살아가는 많은 여성기업가의 귀감이었다. 나탈리도 그녀의 성공사례가 적힌 전자책을 사서 읽어본 적이 있었을 정도였다.
“그럼 그 글로리아회장님께서 저희 LKS방송에 투자해 주신다는 건가요?”
범석이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는 글로리아를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다. 암만 생각해봐도 망할 공산이 큰데, 사랑스러운 연인의 돈을 투자하게 할 수는 없었다. 물론 그녀의 특성으로 말미암아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2할가량 더 시청률 이득을 보겠지만, 이 한 가지만으로 치열한 방송계의 경쟁을 뚫고 살아남기란 무척 어려웠다.
“글쎄. 일단 얘기는 해보겠지만, 투자할지는 모르겠다.”
“저. 그분께 투자받고 싶어요. 꼭 좀 소개해주세요.”
난감한 듯 얼굴을 쓸어내린 범석이 어쩔 수 없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일단 투자문의를 하고 거절하면 다행이고, 아니라면 훗날 이 빚을 갚으면 되었다. 그리고 어차피 그녀는 돈이 많으니 몇백만 크랑쯤 날려도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
“뭐. 그러지 뭐. 그럼 며칠 후에 간단한 투자 설명회를 열어줄 테니까. 확실히 준비해 놔.”
“알았어요. 열심히 준비해 놓을게요.”
이제 나탈리의 공략과 영입의 교두보를 열어둔 범석이 본론으로 돌아와 에스더의 단장 축하회식을 시작했다. 불청객이 한 명 끼기는 했지만, 수잔과 에스더는 허물없이 나탈리를 대하며 회식을 즐겼다. 어차피 며칠 후면 갓즈나이츠의 숙소에서 생활할 테니, 이웃사촌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녀들은 어느새 죽이 맞더니 언니 동생하며 호감을 표시했다.
이들은 철판구이로 가볍게 식사를 마치고는, 근처 유흥가 술집에서 2차에 3차, 4차까지 뻗을 때까지 술을 마시며 즐겁게 노닐었다.
============================ 작품 후기 ============================
오. 오늘 삼성 투수진 죽이네요. 2점 리드라면 상당히 불안한 점수인데, 끝까지 틀어막네요. 아무래도 이번 한국 시리즈는 투수전이 될 것 같습니다. 막강 투수진을 보유한 삼성과 SK가 만났으니까요. 하하하.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