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4
14화
“레이미. 어때 기대 돼?”
지금 범석과 레이미는 허비시티로 향하는 플라잉버스에 몸을 싣고 있었다. 허비시티는 248만의 시민들이 사는 중규모급의 도시로, 외곽에 위치한 수많은 산업단지와 테크노타운으로 크게 발전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왜 그곳을 가느냐? 바로 레이미가 소속되어 있는 드래곤나이츠팀이 그 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범석은 그곳에서 레이미를 사, 주종의식을 거쳐 자신의 여인으로 만들 참이었다.
그리고 이는 레이미의 평생의 소원으로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지 흥분된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네…….”
벌겋게 달아오른 레이미의 볼을 바라보며 범석이 슬며시 그녀의 어깨위에 팔을 올렸다. 이제 완연히 자기 연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인지 레이미도 거부하는 몸짓을 보이지 않았다. 오늘 트레이드가 완료되는 즉시 그는 바로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할 주인이었다.
창밖을 내려다 본 레이미가 소리치듯 말했다.
“다 왔어요!”
잠시 후 플라잉버스가 도착한 허비시티의 중심가였다. 버스에서내린 그들은 근처 유흥가 거리에서 택시를 잡았다. 드래곤나이츠팀의 클럽사무국과 연습캠프가 차려진 곳이 도시 외곽의 한적한 곳이라 플라잉 버스가 다니지 않았다.
이렇듯 이들이 몇 분을 다시 이동해 도착한 곳은 황량한 벌판이라고 표현할 만한 외진도로였다. 그 근처에는 숙소로 보이는 3층 적색벽돌건물과 사무실로 보이는 2층의 시멘트건물, 실내 체육관이 보였는데 그 앞으로 푸른색의 인조잔디로 된 원형의 운동장이 펼쳐져 있었다.
택시에서 내린 범석이 굳게 닫힌 정문의 푯말을 살폈다.
‘드래곤 나이츠 GC.’
‘드래곤 나이츠 글라디에이토리얼 바우트 클럽’의 약자로 목적한 장소가 맞는 듯 보였다. 범석은 곧 정문에 달려있는 인터폰에 얼굴을 가져다 대고는 말을 걸었다.
“저기요.”
– 무슨 일이십니까?
대답이 오자 범석이 바로 용건을 밝혔다.
“검투사 트레이드 건 때문인데요. 담당자와 면담을 했으면 좋겠습니다만……”
– 아 그러십니까? 혹시 미리 약속은 잡아놓으셨나요?
범석이 순간 앗차했다. 기대를 하고 있는 레이미를 위해 급하게 왔던 터라, 먼저 연락을 취해 약속을 잡았어야 한다는 것을 잊은 것이다. 저녁 식탁에 올라갈 어물전 꼴뚜기를 구입하려는 것도 아니고, 2500만 크랑의 거래를 하면서 이리 서두른다는 것은 협상에 좋지 않은 결과를 미칠 터였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기도 뭐했던 터라, 그가 계속 대화를 이어나갔다.
“미처 생각지를 못해서 약속을 잡지는 못했습니다만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 그럼 무슨 스카우트 건 때문에 오셨는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담당자와 연락해 보겠습니다.
“현재 리마시티 데몬 스포츠센터로 파견 나가 있는 레이미라는 검투사를 영입을 하려는데, 논의를 했으면 합니다.”
– 그러십니까? 그럼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인터폰소리가 끊어지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레이미가 다가왔다.
“죄송해요. 제가 아침에 서두르지만 않았어도…….”
“괜찮아. 어차피 서로 좋자고 하는 트레이드다. 설마 선약을 안 했다고 협상 자체를 무산시키겠냐.”
잠시 후 범석의 말이 맞기라도 한 듯 인터폰에서 새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안녕하십니까. 트레이드 담당자인 아놀드 팀장입니다. 저에게 용건이 있으시다고요?
“네. 저는 오범석이라고 합니다. 검투사인 레이미의 영입을 원하고 있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들어와서 협의를 하시죠.
찰칵.
정문이 서서히 열리며 본관 건물로 이어지는 쭉 뻗은 콘크리트 도로가 시선에 펼쳐졌다. 뒤이어 나타나는 사각 형태의 4인승 무인 카. 범석과 레이미가 올라타자 먼지를 일으키며 빠르게 사무실 건물로 달려갔다.
“어서 오십시오. 오범석님.”
무인 카에서 내려서는 범석을 향해 3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금발의 사내가 두 팔을 벌리며 환대를 하고 있었다. 목소리로 보아 방금 전에 대화를 나눈 아놀드라는 사내 같았다.
“혹시 아놀드 팀장님?”
“네. 그렇습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네. 저도 반갑습니다.”
뒤이어 레이미도 인사했다.
“오랜만이에요. 아놀드 팀장님.”
이제야 그녀를 본 아놀드 환하게 웃었다.
“그, 그래 정말 오랜만이야. 리마시티를 떠나고 나서 못 봤으니 한 일 년이 넘었지? 하여간 반갑다.”
레이미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간혹 업무보고를 위해 종종 이곳 사무실로 찾아왔을 때 몇 번 스치듯 그에게 인사했던 것이다. 팀에 많은 공을 세운 자신을 잊고 있다는 점이 좀 섭섭하기는 했지만, 이번 트레이드에 영향을 미칠 사람이니, 기분을 상하게 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가 좀 더 환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네. 저도 반가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놀드가 사무실 건물로 들어가는 현관문을 열었다.
“자자. 일단 들어가시죠. 레이미도 빨리 들어오고.”
아놀드의 안내로 범석과 레이미가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현관을 지나 짧은 복도를 따라 들어선 곳은, 낮은 사각의 탁자 하나와 각 양 옆으로 긴 소파가 배치되어 있는 작은 응접실이었다. 각각의 소파에 서로를 마주보듯이 앉은 아놀드는 인터폰을 통해 누군가에게 차 심부름과 함께 레이미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그리고 범석을 바라보며 서글서글한 웃음을 난발했다.
“하하하. 이런 그러고 보니 어느 프로 팀에서 오셨는지 묻지를 않았군요.”
“음. 프로 팀에서 온 건 아닙니다. 갓즈나이츠라는 아마추어 팀에서 왔습니다.”
의아했는지 아놀드가 눈을 번뜩였다. 프로 팀도 아니면서 프로검투사인 레이미를 사겠다니 이해가 되지 않은 탓이다. 물론 아마추어 팀이라는 명색이 있지만, 그런 팀에서 프로검투사를 살만한 충분한 구매력이 있을 리가 만무했다. 혹시나 뜨내기손님이 아닌가 여긴 아놀드가 미간을 일그러트리며 입을 열었다.
“실례하지만 혹시 레이미를 구매할 여력이 있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그녀 정도라면 족히 500만 크랑은 나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 만한 자금 여력이 있으신지요?”
순간 범석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그어졌다. 무슨 영문인지 모르지만 아놀드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도 못한 금액이 튀어 나왔던 탓이다. 자신이 알기로는 드래곤나이츠팀에서 설정한 레이미의 몸값은 2500만 크랑. 지금 그가 제시한 가격과 5배 가량의 차이가 있었다. 큰돈을 아낄 수 있는 아주 황금 같은 기회. 범석이 바로 내질렀다.
“아 그렇습니까? 제가 예상했던 금액과 크게 차이가 없군요. 그럼 서로 의견을 조율할 필요 없이 500만 크랑으로 당장에 계약하시죠.”
“예, 예옛?”
실없이 던진 몇 마디에 협상이 급속도로 진전되자 아놀드가 크게 당황했다. 방금 전에 말한 금액은 레이미의 경력과 실력, 나이를 감안했을 때 아주 합리적으로 제시한 금액이라지만 장사를 하다보면 에누리라는 것이 있었다. 파는 입장인 그에게 좋은 일이지만, 상대가 이리저리 재지 않고 바로 질러오니 뭔가 일이 잘못 흘러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왜요? 혹시 레이미를 팔 의향이 없으신 겁니까?”
물론 그렇지는 않았다. 현재 드래곤나이츠 팀은 그동안의 자구노력으로 상당한 수준의 검투사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따라서 시즌 우승 가능성은 물론 승격 가능성까지 점칠 수 있어, 팀 내 리빌딩 작업을 서서히 시작할 필요가 있었다. 센트롤 리그에 올라갔을 때 그해 팀을 리그에 생존시키기 위한 작업을 말이다.
덕분에 많은 자금이 필요해졌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바로 레이미와 같이 전력 외로 분류된 검투사들을 파는 일이었다.
“아. 그건 아니지만……. 갑작스레 계약을 하자고 하시니……”
똑똑똑.
마땅히 할 말이 없던 아놀드가 노크소리에 즉각 반응했다.
“들어오세요.”
끼이익. 열리며 들어온 사람은 사무원 복장을 한 엘프였다. 그녀의 어깨춤에는 A4지만한 전자 서류를 끼고 있었고 두 손에는 그윽한 향내를 풍기는 홍차가 담긴 접시가 들려있었다.
“가져오시라고 하신 서류와 차입니다.”
“그래. 어서 서류는 주고 차는 손님들에게 대접해.”
가볍게 인사한 엘프 사무원이 전자서류와 차를 내려놓고는 바로 문밖을 나갔다. 아놀드는 범석에게 차를 권하고는 레이미의 정보가 담긴 서류를 슬며시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가 팀에서 설정한 그녀의 몸값을 보더니 소파가 흔들릴 정도로 벌떡 일어났다. 자그마치 2500만 크랑이나 기입되어 있었던 탓이다. 그것도 감독의 허락 없이는 절대 협상 금지라는 옵션까지 있어 자신 마음대로 이 트레이드를 진행해 나갈 수 없었다.
순간 과거의 일을 떠올린 아놀드가 심할 정도로 이를 갈았다. 지금까지는 신경을 끈 탓에 잊고 있었지만 전에 이 내용을 본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당시 너무 황당한 몸값으로 감독과 잠시 언쟁을 벌인 적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레이미였다.
“왜요?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
걱정스런 투의 범석의 말에 아놀드가 과할 정도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저히 레이미의 몸값이 2500만 크랑이라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도 그 가격을 보자마자 이리 놀랐는데, 사러온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런지 충분히 예상되던 바였다. 듣자마자 바로 자리를 박차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아, 아닙니다. 그리 큰 문제는 아니고요. 잠시 착오가 있었습니다.”
“착오요?”
“아. 네. 레이미에 대한 매각 협상을 진행하려면 저희 팀 감독님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범석이 긴장을 했는지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별 멍청한 놈을 만나 협상이 잘 풀리는가 싶더니, 감독이라는 의외의 복병을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거 잘못하다가는 처음 그대로 2500만 크랑 모두를 뱉어내야 하는 것 아닌지 걱정도 들었다.
“아. 그러십니까? 그럼 지금은 협상을 진행시킬 수 없다는 말입니까?”
아놀드가 다급히 손을 흔들었다. 범석은 바로 계약을 맺자고 할 정도로 구매력이 있는 손님이었다. 레이미 정도의 검투사를 자신들만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이대로 보냈다가 다른 팀의 검투사를 구입한다면 그만한 손해도 없었다.
또 그는 다른 프로팀에서 온 것도 아닌 아마추어팀을 창단할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경쟁 팀에게 전력이 되는 검투사를 파는 것을 극구 꺼려하는 이적시장의 생리상, 범석은 그야말로 천금과도 같은 고객이었다. 자신들은 센트롤 리그를 준비하는 단계의 팀이고 그는 겨우 아마추어팀을 만들려는 단계이니 경쟁관계가 성립될 리가 없었다.
“아, 아닙니다. 여기서 차를 드시면서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마침 감독님이 트레이닝 센터에 계시니 제가 잠깐 의견조율을 하고 오겠습니다.”
그리고서는 아놀드가 부리나케 응접실을 빠져나갔다. 이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본 범석이 찻잔을 들어, 한 모금 홀짝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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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