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51
153화
에이번드 에어리어 리그는 치열한 양상을 띠며 과열되고 있었다. 25경기 결과 블랙 캣츠팀은 22승 1무 2패로 확고한 1위를 굳히고 있었고, 2위는 15승 5무 5패 파이어 피닉스즈팀이 차지하고 있었다. 3위는 최근 6경기에서 3승 2무 1패를 기록한 피스 그리핀즈가 올라 있었고, 4위는 14승 4무 7패를 달리는 갓즈나이츠가 차지했다.
이제 범석이 2, 3위에 올라서기 필요한 추가 승점은 각각 5점과 3점. 파이어 피닉스즈팀이 자신과 블랙 캣츠팀과 한 경기씩을 남겨두고 있다는 사실과, 피스 그리피즈팀이 자신과 한 경기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봤을 때, 딱히 따라잡지 못할 점수는 아니었다. 만약 이 경기들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게 된다면 갓즈나이츠는 당당히 2위의 자리에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신경 써야 할 점은 이 세 팀만이 2위 쟁탈전에 가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 오늘 원정에서 맞붙게 되는 아웃힐 고스트즈라는 팀이 현재 성적 12승 9무 4패로 5위로 올라서 있었는데, 루카스회장의 말로는 블랙 캣츠의 감독인 롭스가 2위 쟁탈전 후보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는 얘기는 이후에 있을 경기에서 2진급을 내보내 져줄 수도 있다는 말. 오늘 확실히 깨 놓지 않는다면 갓즈나이츠는 다시 5위로 순위가 떨어질 수도 있었다. 지금 이들 간의 승점 차이는 고작 2점밖에 되지 않았다.
‘으음. 여기가 아웃힐 콜로세움이군.’
아웃힐 콜로세움은 도심에 중앙에 자리 잡고 있지만, 제법 전원적인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주변에는 고층 아파트 몇 개만이 덩그러니 솟아올라 있을 뿐, 사위는 뻥 뚫려 보는 이로 하여금 눈을 시원하게 만들었다.
120만명의 주민들이 살아가는 아웃렛 시티는 대표적인 일차 산업 도시로 광업, 농업 및 수산업이 발달해 있었다. 동편에 있는 항구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만 나간다면 고가에 거래되는 물고기가 잡히는 어장이 넓게 형성된 해역이 나왔고, 도시 서편 외곽은 넓게 펼쳐진 밀밭으로 가득했다. 그리고 플라잉카로 2분 정도 거리에는 아웃힐이라는 산이 하나 있었는데, 예로부터 세계적인 금 생산지로 유명했다.
아론에게서 내린 범석이 검투사단을 이끌고 콜로세움 정문을 향해 걸어 들어갔다. 힐끔힐끔 쳐다보는 현지 검투 팬들이 날카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상관하지 않았다. 원정경기를 떠나면 으레 겪는 일로, 일일이 신경을 쓰다 보면 컨디션을 망치는 경우가 발생했다. 그리고 미연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보안요원들이 나와 겹겹이 호위하고 있던 탓에, 사고가 터질 리도 없었다.
그들은 어둑어둑한 복도를 지나 검투사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경기 시작시각 1시간 전에 더그아웃으로 들어가, 출전 준비를 서둘렀다.
다이아나가 4만 석의 좌석이 팬들로 미어터지는 스텐드를 힐끗 쳐다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오늘 경기는 갓즈나이츠가 4위 자리를 확고히 지키기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
그녀가 특유의 달변으로 팀원들의 투지를 돋우고 있는 사이, 맨 뒷좌석으로 가서 앉은 범석이 전자수첩을 꺼내 화면을 켜놓고 힐끔힐끔 쳐다보고 있었다. 이제 곧 WBS에서 뮤직라인이라는 가요프로그램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다른 일에 신경 써서는 절대 안 되지만, 오늘만큼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 프로그램 중간 정도에 신인이 나와 곡을 발표하는 순서가 있는데, 바로 카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곧 화면을 내리고 다이아나의 말을 경청했다. 아직 후반부 가요순위를 발표하는 도중이라, 카렌의 차례가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남은 상태였다.
“자. 그럼 모두들. 출전 준비를 마치고 모두 자리로 돌아오도록!”
다이아나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팀원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탈의장으로 향했다. 범석도 짐을 들고 따로 떨어져 있는 간이 탈의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 출전자 중에는 릴리스, 실비아, 치리아등의 외부 엘프도 있기에, 같은 탈의실을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때 다이아나가 다가와 말을 걸어왔다.
“주인님. 오늘 프리롤을 뛰어 주셔야 한다는 것 아시죠?”
다시 짐을 내려놓은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웃힐 콜로세움의 경기장에는 도시의 상징인 아웃힐을 상징화해놓은 언덕과 바다를 연상하게 하는 큰 호수가 양편에 하나씩 있었다. 덕분에 이 지형을 이용해 갖가지 전략을 수행할 수 있어, 상대가 어떤 식으로 공략해 올지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중앙의 평지를 통해 일상전을 펼칠 수가 있는가 하면 언덕에 올라 농성을 취할 수가 있었다. 그리고 아웃힐 고스트즈는 수중전도 능해, 호수 안으로 상대로 끌어들인 다음 전투를 벌이는 상황도 떠올려봄 직했다.
그런데 만약 평지가 아닌 호수나 언덕을 저들이 선점하고 전투를 벌여나간다면 골치 아픈 일이 발생했다. 갓즈나이츠는 리그경기 경험이 적기에, 이런 특정 지형에서의 전투에 큰 약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될 수 있으면 경기가 시작되는 평지에서 끝을 내버리거나, 최소한 수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당분간 아웃힐 고스트즈를 평지에 잡아두어야 했는데, 선택지가 두 곳이니, 여간 곤란한 점이 아니었다. 한쪽을 틀어 막아버리면 뒤에 있는 다른 지형을 선택하면 그뿐이었다.
이에 발 빠르고 뛰어난 실력을 지닌 누군가가 프리롤을 수행하며 아웃힐 고스트즈의 한쪽 진로를 잠시 막아야만 했다. 그렇다면 본진은 반대편 진로를 선택할 수 있었기에, 급작스러운 적의 이동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맡을 사람으로 가장 적당한 인물은 범석이었다. 그는 수세적인 자세로 임한다면, 다른 동료 검투사들이 꼬리를 잡을 때까지 상대의 발길을 늦출 수 있었다.
물론 아웃힐 고스트즈에서 그의 견제를 위해 검투사를 보낸다면 작전에 차질을 빚지만 이도 상관없었다. 범석을 요격하기 위해서, 딸랑 하나만 보내지 않을 터, 그들을 제거해버리면 수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맞이하니 나쁘지 않았다.
“음. 알고 있어.”
“잘해 주셔야 해요. 주인님께서 실수하시는 날이면, 저희는 오늘 곤란한 결과를 맞이할 수 있어요. 아웃힐 고스트즈는 이번 시즌 홈에서 패한 일이 없을 정도니까요.”
그 말에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확실히 다이아나의 말대로 아웃힐 고스트즈는 올해 홈에서 절대 패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치른 홈 12경기 중 8경기가 무승부였다. 승리를 거두기 어려운 지형이었기에, 강팀은 물론 비교적 약팀인 경우에도 심심치 않게 무승부가 펼쳐진 탓이다. 모두가 승격보다는 무조건 강등을 피해 보고자 하는 아웃힐 고스트즈팀의 보수적인 전략으로 말미암은 것으로, 리그 내 속설로는 아웃힐 원정에서 승리한 팀이 그해 승격토너먼트에 진출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지난 추계 시즌 리그 최강팀 블랙 캣츠팀이 유일하게 기록한 무승부가 바로 아웃힐 콜로세움에서 벌어진 원정경기였으니 말하나 마나였다.
현재 그가 막아야 할 루트는 아웃힐 언덕이 있는 서쪽. 이곳에 먼저 오른 팀이 비기고자 마음먹었다면 바로 그 라운드는 대체로 무승부였다. 언덕 꼭대기는 3미터 정도의 절벽이 원형으로 둘려 있었는데, 이 위에서 상대를 대적하면 무적에 가까웠다. 하지만, 발 빠른 범석이 이곳을 아웃힐 고스트즈에게 고스란히 넘겨줄 리가 만무했다.
“후후. 걱정하지 마. 놈들은 절대 서쪽 언덕에 오르지 못할 테니까. 놈들이 그쪽으로 오를 낌새를 보인다면 바로 내가 달려가서 먼저 차지할 테니 걱정하지 마. 너는 다른 팀원들이 저들이 동쪽 호수 안으로 들어가는 일을 막는데, 주안점을 둬. 사실 그쪽이 더 큰 문제니까.”
이곳 콜레세움에서 유독 무승부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이 언덕 때문만이 아니었다. 동쪽에 보면 가슴 아래까지 차오르는 호수가 있었는데, 수중전에 능한 아웃힐 고스트즈에게는 최상의 지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초반에 이 지역을 손쉽게 넘겨준다면, 갓즈나이츠는 그 라운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괜히 승리를 따내기 위해 호수에 뛰어들다가는 노련한 수중전의 명수들의 칼 앞에 처참하게 당하게 되었다.
“네. 그 점은 염려하지 마세요. 전력상으로 저희가 앞서니 손쉽게 진입할 수는 없을 것이에요.”
“으음. 자. 그럼 문제는 역시 1승인가?”
다이아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렇죠. 저희가 먼저 라운드 승수를 쌓는다면, 아웃힐 고스트즈는 공세를 취할 수밖에 없어요. 그럼 전력상 앞서는 저희가 평지전을 통해 저들을 손쉽게 제압할 수 있죠.”
“그럼 어차피 올릴 승수, 1라운드에서 먹어가는 편이 낫겠지?”
“네. 그편이 경기를 펼쳐나는데 편하니까요. 하지만, 무리해서는 절대 안 돼요. 괜히 1라운드를 내어줬다가는 아웃힐 고스트즈에게 휘둘리다가 이번 경기에서 패할 수 있어요.”
“알았다. 그 점은 염려 마라.”
그녀의 어깨를 툭툭 도닥인 범석이 탈의실로 들어가 검은색 줄무늬가 그려진 은색의 원정용 슈트를 착용하기 시작했다.
– 자. 다음 순서는 에이번드에서 온 신인 카렌양의 ‘강인한 여인’입니다.
벤치에 앉아서 TV를 보고 있던 범석이 밝은 표정으로 화면을 주시했다. 카렌의 신곡 발표 순서였기 때문이다.
– 안녕하세요. 카렌이에요.
손을 흔들고 나온 카렌이 활달한 몸동작으로 서포트라이트 비치는 무대 중앙으로 뛰어와서는 마이크를 잡았다. 새로운 스타탄생이 예견되는 이 순간. 더그아웃 내로 무정한 방송 멘트가 들려왔다.
– 곧 경기가 시작됩니다. 1라운드 출전 검투사들은 입장 출구에 서주십시오.
일그러진 얼굴을 범석이 잠시 망설이더니, 그녀가 노래하려는 순간 화면을 내렸다. 카렌이 가수로서의 꿈을 이뤄나가듯이, 그는 갓즈나이츠를 리그 2위 자리에 오르도록 노력해야 했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볼 수 있는 TV 프로그램을 위해, 중요한 오늘 경기를 망칠 수는 없었다.
그는 벤치 옆에 놓아둔 카타나과 활을 챙겨 들고 밖을 나섰다. 보통 때라면 두 개의 카타나를 챙겼을 터였지만, 이번 경기는 지형의 특성상 하나는 활을 챙기는 편이 좋았던 것이다.
사실 활은 지름 100미터의 공간 안에서 전투를 벌이는 검투경기에서 주요한 무기가 되지 못했다. 화살통에서 살을 꺼내는 동작에 죄고 당기는 동작. 그리고 겨냥하고 쏘는 등의 많은 과정이 필요했던 탓이다. 아무리 서로의 진형이 경기장 끝과 끝에 자리 잡고 있더라도 뛰어난 신체를 보유한 엘프라면 충분히 면전까지 달려가 검을 휘두를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게다가 한 사람당 8발의 화살만 소지할 수 있어, 무한정 쏘아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지형적 특성 때문에 아주 활용도가 높았다. 여의치 않은 경우가 발생하여 주요 지역을 아웃힐 고스트즈에게 선점당했을 경우, 활은 상대를 공격하거나 끌어내리는 데에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일정 공간 안에 다수가 머물러야 하는 언덕 위 절벽이나, 몸의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호수에서는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이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자. 그럼 가볼까.’
그는 1라운드 출전 검투사들을 입구 터널에 세운 후 치리아에게 다가섰다. 팀 내에서 가장 활을 잘 쏘는 검투사로서, 오늘 아주 유용한 카드가 될 터였다.
“치리아. 될 수 있으면 동료들을 의지하며 전면전을 피하도록 해. 만약의 경우, 네 활 솜씨가 필요하니까.”
그녀가 알았다는 듯이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곳으로 오면서 감독인 다이아나를 통해 누누이 들었던 말이었다.
“네. 알겠어요.”
대답을 들은 범석이 맨 앞으로 서서 입장신호를 기다렸다. 그리고 잠시 후 출전을 종용하는 구내방송이 들려오자 경기장 안으로 들어섰다.
“우우우~ 갓즈나이츠 오늘은 네놈들의 제삿날이다!”
“우리 아웃힐 고스트즈가 네놈들의 뼈를 발라버린 것이다!”
갓즈나이츠에게로 홈팬들의 심한 야유가 쏟아졌다. 역시나 원정경기다운 주변 풍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범석은 누르면 누를수록 강하게 튕기는 용수철과 같은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자신에 대한 욕은 분기와 투지로 변해 경기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되었다.
‘두고 봐라. 너희가 응원하는 아웃힐 고스트즈가 어떤 수모를 당하는지를 말이다.’
중앙의 평지에서 서로 마주한 갓즈나이츠와 아웃힐 고스트즈가 근접무기를 꺼내 대치상태를 유지했다. 중앙을 기점으로 서로 10m가 떨어진 곳에서 경기가 시작되기에, 초반에는 근접무기를 상대해야만 했다.
범석이 진에서 떨어져서 좌측으로 이동하는 순간, 긴 호각소리가 들려왔다.
삐이익!
– 경기 시작합니다!
순간 아웃힐 고스트즈가 동쪽을 향해 빠르게 질주하기 시작했다. 발 빠르고 뛰어난 실력을 지닌 범석이 아웃힐이 있는 서쪽을 마크하자, 호수를 기반으로 싸울 생각을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곧 그들의 앞을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막아서고 있었다. 팀원들 상당수가 뛰어난 피지컬을 보유하고 있었던 탓에 이동 속도가 빠른 면도 있지만, 작전상 동쪽을 마크하기로 사전에 계획되어 있어 전혀 주저함 없이 달렸던 이유도 컸다.
이내 이들은 큰 충돌을 일으키며 격전에 들어갔다.
창. 차창. 깡!
“모두 해체 진형으로 만들어!”
아웃힐 고스트즈의 대장인 7번 검투사가 크게 소리치며 동료들에게 작전 지시를 내렸다. 비교적 강한 전력을 지닌 갓즈나이츠를 손쉽게 상대하려면 이른 시간 내에 호수 안으로 진입할 필요가 있었다. 이대로 평지에서 전투를 벌이다가는 자신들이 크게 당할 공산이 매우 커졌다.
순간 아웃힐 고스트즈의 진형이 정확히 둘로 나누어졌다. 호수로 진입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로 이들은 각기 갓즈나이츠의 진형을 좌우로 퍼져 포위진형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에 에르피나가 큰 소리로 팀원들을 향해 외쳤다.
“우리도! 해체진영을 만들어!”
이윽고 갈라지는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각기 떨어져 나간 아웃힐 고스트즈의 검투사 무리를 마크했다. 가만히 놔두다가는 양편으로 갈라진 아웃힐 고스트즈는 서로 연동하며 호수로 진입하게 되었다. 종종 써먹는 전략이었기에, 다이아나가 진작부터 예상하고 대비해 놓았다.
============================ 작품 후기 ============================
요새 글이 중구난방이 되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글 전체를 한 번 살피는 시간을 가져야할 듯싶습니다. 저도 인간지리만 전에 쓴 내용이 망각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럼 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