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56
158화
‘역시 내 착각인가?’
그녀가 이번에는 문화체육부 신사업 부분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나갔다. 범석이 문화체육부의 시범 사업 중 하나인 무료 신체 개조 시술을 받았다는 내용을 확인하고는 혹시나 싶었던 것이다. 꽤 고가의 비용이 들어가는 시술이기에, 심사에 필요한 상당한 개인 정보가 가미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그의 대한 세세한 내용은 시스템적으로 막혀 있었다.
“아, 아니야. 얘는 정말 뭔가가 있어. 중요 국책기관 2곳에서 한꺼번에 전산오류가 날 리가 없잖아. 그럴 가능성이 극히 낮아.”
“무슨 소리야? 2곳이라니?”
“연방 국가정보원은 물론 문화체육부까지 정보검색이 막혀 있어.”
이쯤 되자 줄리앙도 불안감에 휩싸였다. 확실히 그가 생각하기에도 이상했다.
“도대체 범석 이 자식은 누구야?”
계속해서 다른 루트를 통해 접근하던 아울라가 고개를 흔들었다.
“나도 도무지 모르겠어. 아무리 살펴봐도 모두 검색오류야. 이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어.”
“그, 그럼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긴 반드시 알아내야지. 계속 건드려보면 뭔가가 튀어나올 거야.”
“계속 건들다니?”
키보드에서 손을 뗀 그녀가 줄리앙을 직시하며 말했다.
“일단 이 범석이라는 자를 노골적으로 때리는 거야. 그때 연방정부에서 우리 은행에 자제요청을 해오면 이 자가 중요한 국책사업을 수행하는 요원이라는 뜻이고. 아니면…….”
“아니면 뭐?”
“그건 나도 모르겠어. 일단 전자일 가능성이 너무 커서, 후자는 특별히 언급할 내용이 없어.”
그가 아울라의 책상에 걸터앉았다.
“그런데. 아까 네가 흑사회와 충돌 때문에 그 자식을 건드릴 수 없다고 했잖아?”
“맞아. 하지만, 영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야.”
“방법. 무슨 방법?”
아울라가 화면을 전환해 그가 사회에 진출한 20세 이후의 정보를 살폈다. 다행히 이곳에는 프로텍트가 걸리지 않았기에, 다양한 대인관계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주변인을 치는 거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친분이 있는 자들이 무너져내리면 반드시 반응하게 되어 있어. 하지만, 흑사회는 나설 수가 없지. 그들도 일단 이권단체인 이상, 자신들의 이익과 전혀 상관없는 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놓고 우리 LHN과 상대하지는 않을 거야. 기껏해야 약간의 자금 지원정도 하겠지.”
줄리앙의 안색이 순간 환해졌다. 범석을 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주변인을 공격해 곤란하게 만들 수 있다니 기대가 되었다.
“괜찮은 생각인데. 그래 누구를 칠 거지?”
“잠시만, 찾아보고.”
일단 제일 처음 눈길이 간 지인은 엠마였다. 하지만, 그녀는 흑사회의 멤버. 건드리는 순간 바로 전쟁이었다. 그다음으로는 수잔이라는 여인과 단장으로 있는 에스더인데, 이도 피해야 했다. 갓즈나이츠에 소속되어 있어 자칫 범석을 치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었다.
‘그럼 일단 외부 인사 쪽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얘기인데…….’
문제는 그러한 세세한 정보까지 일일이 파악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수만 가지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아무리 정부의 주요 정보기관이라도 이 모두를 자료화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아울라는 범석의 대한 금융정보를 다시 띄웠다. 해당 인물의 돈 흐름을 확인하다 보면, 어느 정도 해당인물의 인간관계가 눈에 들어왔다. 친분이 있는 사람끼리는 간혹 돈을 주고받는 경우가 있었다.
그러나 암만 살펴봐도 그에 대한 내용이 없었다.
‘으음. 이거 곤란하네. 특별한 내용이 없어. 아무래도 직접 직원들을 보내 살펴봐야 할 것 같아……. 그런데 이게 뭐지?’
금융정보창을 닫으려던 아울라가 몇 가지 특이한 거래내용을 보고 시선을 집중시켰다. 바로 레퍼드기획과 LKS방송에 대한 투자 내용이었다. 증거거래소를 통한 주식투자야 흔히들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처럼 특정 기업에 직접 투자해 지분을 받아내는 일은 흔치 않았다. 게다가 투자한 회사는 거의 몰락상태에 빠져 있었거나, 아예 방송사를 빙자한 개인 취미생활 정도의 방송사였다. 이런 회사에 수백만 크랑에 이르는 막대한 돈을 투자하다니,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뭐, 뭐야? 대, 대단해.’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던 아울라가 감탄 어린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일반적인 투자가라면 거들떠보지도 않을 만한 구멍 가계 회사들이 그가 자금을 투자하자마자 상당한 기세로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레퍼드기획이라는 곳은 근래 메이저급 방송사 TV프로그램에 카렌이라는 가수를 등장시켜 대히트를 기록하고 있었고, 이에 맞물려 LKS방송은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한 프로그램을 시청자들에게 제공해 큰 호응을 받고 있었다. 이 회사들이 꾸준히 성장해 안정적인 궤도로 오를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히 종전의 규모에 생각하면 큰 성과라고 볼 수 있었다.
호기심에 그녀가 이 회사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살펴봤다. 그리고 주주명단을 확인하자,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양 회사에는 대주주가 몇몇 있었는데, 대부분이 서로 일치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범석의 지인으로 예상할 수도 있었다. 서로가 신뢰관계로 뭉쳐 있지 않았다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이런 회사에 투자하지는 못했다.
“빙고.”
아울라의 회심의 미소에 줄리앙이 다급히 물었다.
“왜? 뭐 찾아낸 것이라도 있어?”
“응. 건드려볼 만한 지인이 두 명 나왔어.”
“정말이야? 어떻게 할 건데.”
“잠시만 잠시 더 살펴보고.”
그녀가 렉스터경감에 대한 정보를 세세히 파헤치더니 일단 밖으로 젖혀놨다. 최근 연방 경찰청에서 뜨고 있는 인사로, 연방경찰청장의 깊은 신뢰를 받고 있기에, 건드리기가 제법 까다로웠다.
하는 수없이 글로리아 쪽으로 관심을 선회한 아울라가 화면을 크게 키웠다. 확인해 보니 건드릴만한 볼만한 상대로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레이보우 그룹이라는 부동사기업을 경영하고 있었는데, 회사 성격에 맞게 상당한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었다. 특히나 LHN금융지주의 계열사인 LHN은행에서 대량의 자금을 빌리고 있어 살짝만 건드려도 복구불능의 막대한 피해를 안겨줄 수가 있었다.
“글로리아여사라는 자를 작업대상에 올리는 것이 좋겠는데.”
글로리아라는 말에 줄리앙의 눈이 한껏 빛이 났다. 전에 승격평가단을 매수해 갓즈나이츠에 압력을 넣을 당시, 그녀로 말미암아 무산된 경험이 있었다. 언젠가 한 번 크게 혼찌검을 내주려고 했는데, 뜻밖에 지금 기회가 왔다. 그로서는 당연히 대찬성이었다.
“좋아. 그 여자로 하자. 범석 그놈과 제법 친분도 있고, 전에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 일이 있었어. 아주 잘 됐어. 이번 기회에 확실히 조져버리겠어.”
또다시 아울라의 손이 펴졌다.
“그럼 됐네. 그럼 대가를 지불해야지.”
“대가?”
“글로리아여사가 지역 내에서 제법 큰 기업을 운영하고 있어. 그만큼 나도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는 얘기야. 절대로 공짜로 해줄 수는 없지.”
인상을 찌푸린 줄리앙이 입을 쩍 다셨다. 아까 욕지꺼리를 듣는데 50만 크랑을 낭비했는데, 이번에는 얼마나 큰 돈을 요구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과연 자신의 손에서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꽤, 꽤. 많이 들겠지?”
“물론. 돈으로 환산하면 네 수준으로는 절대 해결할 수 없을 정도일걸.”
“휴우~ 돈 말고 다른 건?”
생긋 미소를 지은 글로리아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했다.
“너희 하이에나그룹의 재무정보를 건네주면 돼.”
의외로 쉬운 제의에 줄리앙이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증권거래법상 주식회사는 자신들의 재무정보를 외부에 공시하게 되어 있었다.
“정말 그거면 돼? 그런데 우리 회사의 재무정보를 원한다면 직접 확인해도 되는 일이잖아.”
“그거 말고. 너희 회사 경영인들만 가지고 있는 구체적인 재무정보 말이야. 무슨 뜻인지 몰라?”
급격히 안색을 어둡게 만든 줄리앙이 손을 마구 흔들었다. 어떻게 그 내용에 대해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절대 외부로 유출할 만한 내용이 아니었다. 회사에 치명적인 결과를 안겨다 줄 불법적인 비자금을 관리한 내역이 있기에, 넘어가는 순간 하이에나그룹은 아울라의 손에 좌지우지될 수 있었다.
“그, 그런 건 없어. 우리 하이에나그룹은 정도경영을 좌우명으로 삼고, 투명하게 회사를 운영하고 있단 말이야.”
아울라가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훗. 너희가 정도경영이면, 정치인이 민주열사다. 그딴 소리 할 요량이면 그냥 돌아가.”
줄리앙이 눈살을 찌푸렸다. 이 정도로 자신감 넘치게 얘기한다면 뭔가 낌새를 채고 있음이 확실해 보였다.
“야! 너 정말 이럴 거야? 빤히 건넬 수 없는 자료라는 것쯤은 알잖아? 그거 넘겼다가 걸리면 나는 아버지께 바로 죽음이라고.”
“안 걸리게 넘기면 되잖아. 설마 그 정도 능력도 안돼?”
“나야 안 걸릴 자신이 있지! 하지만, 네가 뭔가 수작을 부리려고 달라는 것 아니야! 그럼 당연히 아버지께서 아실 테고!”
“수작은 안 부려. 그저 투자정보로 활용하려고 입수하려는 것뿐이야. 그리고 이런 기밀 자료를 얻는다면, 할아버지께 내가 인정을 받을 수 있거든. 어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 아니야?”
줄리앙이 버럭 소리쳤다.
“뭐가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야!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마!”
“정 싫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고. 그냥 돌아가.”
콧방귀를 뀐 줄리앙이 바로 몸을 팩하니 돌렸다. 이제 범석을 공략할 방도를 알았으니, 굳이 하이에나의 그룹의 치명적인 재무장부를 넘겨주면서까지 그녀에게 매달릴 필요는 없었다. 그녀 말고도 자신에게는 친구가 아주 많았다.
“좋다. 그냥 돌아간다. 잘 먹고 잘 살아라!”
문을 박차고 나가려던 그의 귓가에 아울라의 차가운 음성이 들려왔다.
“그래. 잘 가라. 대신 범석이라는 자를 건드릴 생각하지 마. 넌 절대 성공 못 할 테니까.”
“훗. 웃기시네. 그깟 놈 하나 내가 알아서 처리 못 할 것 같냐?”
“아니. 못 해. 넌 지금껏 한 번도 나에게 이겨본 역사가 없으니까.”
순간 줄리앙이 걸음을 멈추더니, 이를 바닥 갈았다. 지금 한 말이 자신을 방해하겠다는 협박인지 충분히 알아챌 수 있었다. 아울라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음이 있는 여인이었다.
“으득. 너 아울라!”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지은 아울라가 말했다.
“네. 선택은 단 두 가지뿐이야. 하나는 내가 원하는 자료를 넘겨주고 범석이라는 자에게 복수하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포기하는 거지.”
문고리를 잡고 한참을 고민하던 줄리앙이 결국에는 다시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왔다. 범석에 대한 복수심은 회사의 이권관계를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너. 정말 그 장부를 허투루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지?”
“물론. 아니야. 하늘에 대고 맹세해.”
“좋다. 대신 한 가지 조건이 있다.”
“뭔데? 얼마든지 말해봐.”
“장부를 넘겨주는 시점은 그 글로리아라는 여인이 거지 신세가 되었을 때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거래는 없다.”
아울라가 바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신이 레인보우그룹을 무너뜨리는 일은 너무나 손쉬운 일이었다. 계열사 몇 군데에만 언질을 넣으면 한 달 내로 공중분해 시켜 버릴 수 있었다.
“좋아. 알았어. 대신 그때 가서 딴소리했다가는 하이에나그룹은 그 대가를 치를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지?”
“물론. 나도 경영자야. 은행에 밉보여봐야 좋을 것이 없다는 점쯤은 안다.”
득의의 미소를 지은 그녀가 손을 내밀고는 악수를 청했다. 단지 몇 마디 명령하는 일로, 전 세계 최고의 엔티테이먼스사의 약점을 손에 쥐게 되었으니, 이만큼 남는 장사도 없었다. 줄리앙에게는 참으로 미안한 일이지만, 그 장부가 들어오는 순간 하이에나그룹은 자신에게 휘둘릴 터였다. 후계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키를 손에 쥐고서 활용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휴~ 일이 이렇게 꼬였으니, 어떻게 한다.”
늦은 저녁 무렵. 범석은 이사장실에 의자에 앉아 긴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바로 LKS방송이 무서울 정도로 성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카렌이 WBS방송의 유명 가요프로그램에서 노래를 부른 후 대스타로 거듭난 탓으로, 그녀의 성공기를 그려낸 LKS의 방송 프로그램이 전 세계적인 호응을 받으며 막대한 수입을 얻어내고 있었다. 이제 갓 6편 많이 나왔을 뿐인데 조회수가 총 6,700만 클릭이나 되었으니 5크랑씩 계산하면 3억 3,500만 크랑의 수입을 얻었다는 소리였다. 여기다 그 시청자들 중 일부가 다른 6개의 프로그램들까지 시선을 보내 추가로 4,300만 클릭의 조회수를 추가로 얻었다. 총 합치면 5억 5천만 크랑으로, 갓즈나이츠 보유자금의 4배가 훨씬 넘어갔다.
다행히 대충 예상을 하고 대용량 전용선이 들어간 사무실과 고성능 서버를 구입해 LKS방송쪽 사업부분을 분리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갓즈나이츠는 티켓판매와 의료법인 업무 차질로 큰 손해를 입을 빤했다.
‘휴~ 이제 나탈리는 내 손으로 어쩔 수 없는 지경으로 갔군.’
한 달 만에 5억 5천만 크랑을 번 방송사의 CEO인 나탈리를 그보다 벌이가 훨씬 적은 갓즈나이츠로 영입해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이번에 들어온 막대한 수익을 통해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기보다는, 내실을 기하려 하고 있었다. 직원을 2배로 늘여 하루 한 시간대 방송을 2시간으로 늘리는 일과 서버와 회선의 안정화에만 돈을 쓰고 나머지는 은행에 넣고 꽁꽁 닫아놓은 상태였다. 나탈리가 지금의 성장이 단지 카렌이라는 행운으로 말미암은 것이지, LKS방송의 능력이 아님을 알고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채택한 것이다. 이 때문에 LKS방송이 가까운 시일 내에 망할 가능성은 거의 제로. 차라리 공략을 통해 자신의 여인으로 만드는 편이 훨씬 빠르다고 할 수 있었다. 다행히 짠순이인 나탈리가 계속 갓즈나이츠의 숙소에 머물고 있어, 기회는 아주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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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습니다. 이제 겨울의 문턱에 온 느낌이네요. 그럼 모두들 추운날 감기 조심하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