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69
171화
피스 그리핀즈와 리그 마지막 경기 2라운드를 승리로 끝마친 범석이 계획대로 부상을 당한 척하고는 엄살을 부렸다. 팀닥터인 수잔은 더그아웃까지 돌아올 때까지 멀쩡했던 그가 갑작스럽게 통증을 호소하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지만, 일단 부상자 명단에 올리고 근처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오늘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꾀병을 부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탓이다.
이에 범석은 기회를 엿보다가 경기장 내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팀 소유의 플라잉카를 타고 급히 켈비스 시티로 간다음 다시 게이드의 차로 갈아탄 후 세리에 시티로 향했다.
‘으음. 좀 긴장이 되는군.’
세리아시티 시외 체육공원 주차장 외곽의 한 주차장. 오랜지색과 푸른색이 혼합된 공중이동식 슈트로 온몸을 가린 범석이 차에서 내려 중천에 떠있는 해를 바라봤다. 그의 시계는 오후 6시를 가리키고 있지만, 시차로 말미암아 이곳에는 대낮의 경치가 펼쳐지고 있었다. 한참 사람들이 활동할 시기라 침투작전을 벌이기 까다롭기는 했지만, 별로 상관할 바가 못 됐다. 오늘은 주말이라 목표인 LHN빌딩은 텅텅 비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지.’
범석이 간혹 조깅을 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도로변을 따라 북쪽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마침 서 있는 푸른색 승합차를 확인하고는 문고리를 잡았다. 오늘의 작전지휘 차량으로, 그 안에 암영과 렉스터가 타 있을 터였다.
문을 연 그가 홀로 뒷좌석에 가상 키보드를 두드리는 한 여인을 확인하고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검은색의 머릿결이 길게 허리까지 늘어져 있는 동양계 여성이었는데, 렉스터가 말한 대로 꽤 미인형이었다.
160센티가 좀 안 되는 평범한 키에, 유난히도 맑은 검은색 눈동자. 작은 사이즈의 캐주얼 복장이 유난히 커 보일 정도의 호리호리한 몸매와 가냘픈 목선. 그리고 눈처럼 새하얀 피부와 계란형 얼굴에 포인터를 찍는듯한 붉은 뿔테 안경. 여태껏 보지 못한 특이한 공략 대상 같았다. 이 시대는 시력 교정술이 발달해 있어, 안경을 착용하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았다.
외모에 높은 합격점을 준 그가 가볍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안녕. 네가 암영이냐?”
암영이 당당히 얼굴을 들고 범석을 쳐다봤다. 그동안은 신분 노출의 위험성 탓에 모습을 드러내기를 꺼렸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그는 곧 LHN본사 빌딩에 침입할 중대한 범죄자이니, 자신의 정체를 경찰에 알릴 입장이 아니었다.
“네. 맞아요. 오빠는 오 범석검투사시죠? TV를 통해 많이 봤어요.”
그 말에 범석이 입가가 찢어지도록 웃으며 그녀의 옆으로 앉았다. 오빠라는 말이 그렇게 달갑게 들릴 수가 없었다.
“하하하. 반갑다. 이름이 뭐야?”
초면에 살가운 태도를 보이는 그가 이상해 보였지만, 암영은 그러려니 넘어갔다. 긴장되는 마음을 이런 식으로 푸는 사람을 종종 만나본 탓이다.
“마가렛이에요.”
“오. 마가렛이라. 예쁜 이름이네.”
“고마워요.”
가볍게 인사한 마가렛이 다시 고개를 숙여 작업을 시작했다. 범석이 왔으니 곧 작전이 시작될 터,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시스템을 점검하려는 것이다. 이번 일은 철저한 보안을 자랑하는 LHN본사 빌딩이 공략 대상이므로 절대 실수가 있어서 안 됐다.
그 사이 범석이 그녀의 정보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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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마가렛 비즈니.
구분 : 인간(20년).
소속 : 없음.
명성 : 3840.
악명 : 14870.
호감도 : 48.
H유무 : 무.
스테미나 : 877/900.
사회성 : 51, 근력 : 8, 체력 : 9.
민첩 : 7, 균형감각 : 6, 지능 : 97.
정신력 : 88. 판단력 : 94, 재주 : 94.
운 : 64.
현재기량/잠재능력 : 518/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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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IT의 귀재.
특이사항 : 사업을 하던 아버지가 은행권의 대출이 막힌 일로 절망하고 자살한 일로, 은행에 적의를 보이고 있음. 이에 복수를 위해 어려서부터 불철주야로 해킹 기술을 배웠고, 현재의 암영으로 거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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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역시나 세계적인 해커다운데.’
마가렛의 능력치는 한 마디로 대단했다. 평범한 인간이기에 신체적인 능력은 극히 떨어지지만, 정신적인 면은 세계 최고의 인재들인 흑사회 회원과 비견되거나 약간 앞서는 수준이었다. 만약 그녀가 해킹기술이 아닌 공부에 취미를 들였다면, 흑사회 멤버가 되어 적으로 만났을 공산이 매우 컸을 터였다.
게다가 ‘IT귀재’라는 특성도 매우 흥미로웠다. 전자제품, 프로그램 제작능력, 정보기술등이 +50% 상승하는 옵션이 있었는데, 아마도 IT관련업을 하게 된다면 크게 성공할 듯 보였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갓즈나이츠팀을 위한 일에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쩝 아깝네. 대단한 인재로 보이는데…….’
하지만, 외모도 괜찮은데다가, 렉스터와 글로리아, 나탈리가 포함된 모임에 넣는 방법도 있느니, 관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됐다.
범석이 슬그머니 그녀의 옆에 바짝 붙으며 말을 붙였다.
“그런데. 렉스터 경감님은 어디 계시냐?”
여전히 시스템 테스트작업을 하는 마가렛이 대답했다.
“글쎄요. 아까 오시기는 했는데요. 마음을 진정시킨다며 잠시 커피를 마시러 나가셨어요. 아마 곧 오실 것이에요.”
“아. 그래? 그럼 언제 작전을 시작할 거야?”
“경감님이 오시는 대로 바로요.”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차문이 열리며 렉스터가 들어왔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범석을 보고는 손에 쥔 음료수 캔을 건넸다.
“어. 범석이 왔구나. 자. 이거 마셔라.”
마가렛이 힐끔 시선을 맞추더니, 중간에서 음료수를 가로챘다.
“안 돼요. 범석오빠가 음료수를 마시려면 헬멧을 벗어야 하는데, 그럼 체모나 각질이 슈트에 떨어질 수 있어요. 그럼 이동하는 차량에 묻을 수 있고, 이를 경찰이 발견하면 끝장이에요.”
확실히 틀지 않았기에 렉스터가 머리를 긁적였다. 범석이 이 슈트를 착용한 목적에는 이동과 모습을 가리는 용도도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체모나 각질등의 유전자 정보가 경찰에게 넘어가지 않게 하고자 함도 있었다.
“그, 그렇군. 내가 실수할 뻔했네.”
“경감님도 아시겠지만, 이제부터는 정말 조심하셔야 해요. 한치라도 삐끗하는 날이면, 곧바로 모두 철창행이에요.”
“휴~ 그렇겠지.”
시스템 점검을 마친 마가렛이 준비한 에어 흡입기로 범석의 헬멧 목 주변에 대고 세밀히 빨아들였다. 워낙 꽉 밀폐되어 있었던 터라 상관없을 듯 보였지만, 혹시나 모르는 일이었다.
공을 들여 이 작업을 마친 그녀가 앞에 놓인 가방에서 몇 가지 전자장비를 꺼내 범석에게 넘겨주었다.
“오빠. 이거 받으세요.”
“뭔데?”
마가렛이 먼저 작은 잭이 달린 사각형태의 성냥갑만 한 검은색 상자를 넘겨주면 말했다.
“이 해킹박스를 CCTV 외부단자에 끼워 넣으면 제가 외부에서 LHN본사 빌딩 내부를 살필 수 있어요. 즉 보안요원들이 어디로 이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얘기에요”
“오. 정말 그게 가능해?”
“네. LHN본사 빌딩의 CCTV는 고가의 최신 장비라, 카메라마다 중앙연산장치가 포함되어 있어요. 이를 조작해 CCTV시스템에 침투한 다음, 명령체계를 가로채면 간단히 해결되는 일이에요.”
범석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현재 LHN빌딩 내에 근무하는 보안 요원들은 총 120여 명이었는데, 이 중 30여 명이 인간 남성이고 나머지가 엘프였다. 아무리 그라도 엘프보안요원 90명을 동시에 상대하기란 무척 어려운 일, 될 수 있으면 피하는 편이 좋았다.
“그렇다면, 이 장비만 있으면 보안요원들을 적절히 피해 다닐 수 있다는 얘기지?”
“네. 그렇죠. 대신 이 장비가 있어야겠죠.”
다음 장비를 받아든 범석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전자수첩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는데, 외부입력장치가 훨씬 적어 그 용도를 알 수 없었다.
“이건 뭐냐?”
“슈트 내에 달린 외부단자에 잭을 꽂으면 저희와 통신할 수 있게 되니, 보안요원들의 위치정보를 알려 드릴 수 있어요. 그리고 LHN빌딩 내부도면이 내장되어 있어서, 길을 잃었을 때 살피면 좋아요.”
단번에 필요한 장비라고 판단한 범석이 냉큼 받아챙겼다.
“쓸만하군. 뭐 다른 건 또 없어?”
“하나 더 있어요. 빔 커터기인데, 강철판도 종이 썰듯 자를 수 있는 장비에요. 용도는 오빠가 알아서 판단하세요.”
판단하고 자시고 할 필요가 없는 장비였다. 잠긴 문을 열거나, 탈출 시 손쉽게 유리창을 깰 수 있으니, 활용도가 무척 높다고 할 수 있었다. 범석은 그녀가 준 장비들을 슈트 내 포켓에 소중히 넣고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다.
얼마후 이들이 탄 플라잉 카가 하늘을 솟아오르더니, 세리에시티 중심가로 빠르게 이동했다.
LHN빌딩이 코앞으로 보이는 시내의 중심가. 범석이 근처에 대기하고 있는 회색빛 소형 플라잉 카에 탑승하고 있었다. 이번 침투작전에 사용될 놈으로, 근처 빌딩 내 주차장에 주차된 것을 마가렛이 해킹해 그의 앞에 대령해 놓았다.
긴 심호흡을 한 범석이 멀리 뒤로 보이는 작전 차량에 손을 흔들고는 안으로 쏙 들어갔다.
– 어서 오십시오. 주인님.
피식 웃은 범석이 등을 좌석 등받이에 붙이고 편히 않았다. 그러자 바로 문이 닫히며 그가 탑승한 플라잉 카가 서서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후~ 이제 시작이군.’
범석이 서서히 가까워지는 LHN빌딩 본사 옥상을 긴장한 눈빛으로 주시했다. 156층 높이의 빌딩 내에서 펼쳐진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걱정된 것이다. 자신은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혼자이고, 상대해야 할 보안요원은 100여 명 이상이었다. 이들을 뚫고 회장실까지 찾아갈 생각 하니, 앞날이 깜깜했다. 거기다가 신고를 받은 경찰의 기동타격대까지 가세한다면, 대책이 서지를 않았다.
‘신고되고, 경찰이 들이닥치기까지 시간은 대략 3~5분. 그 사이 회장실을 찾아가 발바르회장의 신병을 확보해야 한다. 만약의 경우 인질로 삼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인질을 삼는 일은 중범죄에 해당하기에 피하는 편이 좋았다. 게이드가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몇 년씩이나 감방에 썩으려 들려 하지 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백은 물 건너가는 일, 완전범죄의 구성이 힘들어질지도 몰랐다.
‘뭐. 어떻게든 해봐야겠지.’
어느새 범석이 탄 플라잉카가 LHN빌딩 옥상 주차장에 착지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간 그가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뚫고 멀리 보이는 출입문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문 앞에 보이는 CCTV카메라를 보고는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마가렛이 준 장비를 설치하기 위해서였다.
“후후. 운이 좋군. 바로 카메라를 찾다니 말이야.”
사실 운이 좋다고 표현하기에는 힘들었다. CCTV는 외부의 출입자를 감시하는 시스템으로, 출입문 앞에 카메라를 달아놓는 일은 흔하다 못 해, 아주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를 인지 못한 범석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마가렛이 준 장비를 부착하기 시작했다.
그가 CCTV외부 단자를 찾아 해킹박스를 설치하는 사이, 밖으로 검은 정장을 입은 한 사내가 튀어나왔다. 화면에 슈트를 입고 있는 범석이 알짱거리자 수상쩍어 나와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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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여기까지고요. 수정만 보고 다음 편 바로 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