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7
17화
엘프사무원이 안내로 도착한 곳은 군데군데 벤치가 놓여 있는 넓은 정원이었다. 훈련으로 피로가 쌓인 검투사들이 휴식을 취하기 위한 장소로, 길가를 따라 이어지는 정원석과 한 눈에 봐도 정취가 풍기는 몇 그루의 소나무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다만 눈에 거슬리는 풍경도 있었는데, 몇몇 잔디밭에 굴러다는 진압봉과 정원석에 묻어있는 약간의 핏자국이 그것이었다. 아마도 오스칼을 부르러 갔던 경비들에게서 비롯된 흔적 같았다.
“저 나무 위에 있어요.”
엘프 사무원이 손으로 가리킨 곳은 개중 가장 높이 솟아올라있는 한 그루의 소나무였다. 한쪽으로 기울어진 ‘Y’자 모양으로 자라난 그 소나무의 굵은 가지 위로 누워있는 한 여인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범석이 자세히 보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햐~ 대단한데.’
그보다 약간 작은 듯 보이는 것으로 보아 키는 한 180쯤 되어보였다. 따스한 바람에 휘날리는 검은 머리카락은 대낮에 강렬한 태양빛을 받으며 비단실처럼 반짝였다. 착 달라붙는 검은 가죽핫팬츠와 가죽조끼 안으로 숨겨져 있는 몸매는 미려하고 육감적인 곡선을 보이고 있었고, 군데군데 찢어진 검은 레깅스로는 엷은 회색빛의 허벅지피부가 여실하게 드러나 있었다. 마치 판타지 세계에서 종종 등장하는 다크엘프를 보는 듯싶었다.
그가 얼굴을 확인해 보기 살금살금 걸어갔다.
‘역시다. 역시. 하하하.’
완곡하게 흐르는 이목구비와 오똑 날카롭게 솟아올라있지만 아담한 코. 회색톤 피부 사이로 유난히 도드라져 보이는 앵두 같은 입술. 눈은 감고 있어 자세히 확인 할 수는 없지만, 짙게 드리워져 있는 쌍꺼풀과 짙고 얇은 뻗은 눈썹만으로도 그는 충분히 흡족했다.
범석이 이번에는 그녀의 능력을 확인하기 위해 정보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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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오스칼.
구분 : 엘프(4년).
소속 : 드래곤나이츠 GC.
명성 : 130.
악명 : 1890.
H유무 : 무.
스테미나 : 9700/9700.
사회성 : 12, 근력 : 91+10, 체력 : 89+10.
민첩 : 76+10, 균형감각 : 93+10, 지능 : 64.
정신력 : 9. 판단력 : 65, 재주 : 36.
운 : 58.
현재기량/잠재능력 : 582/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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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탁월한 신체.
특이사항 : 현재 드래곤나이츠에 소속되어 있으나, 크고 작은 사고를 일으키며 팀 내 골치 덩어리로 취급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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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 얘는 지금 가진 돈 모두를 질러서라도 꼭 사야한다.’
952의 잠재능력. 솔직히 말해서 비너스보다 높은 잠재능력을 가진 엘프를 또다시 만나리라고 상상도 못해봤다. 전 세계를 통틀어 확인해보면 간혹 있을지 모르겠으나 지난 3개월에 가깝게 게임을 해오는 동안 처음 보는 잠재능력이었다. 물론 현재기량이 582로 생각보다는 낮았지만, 이것도 정신적인 면이 극히 모자라서였지 신체적인 부분에서는 환상을 초월했다. 민첩을 제외한 모든 신체능력이 90을 넘거나 하나만 모자란 것이다.
게다가 ‘탁월한 신체’라는 특성은 비록 육체적인 스텟에만 +10을 올려 주는 한정성이 있지만, 자신이나 비너스처럼 시간이나 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영구성 옵션이 붙어, 언제나 고른 능력을 보여주는 장점이 있었다. 이에 신체만 놓고 본다면 그녀는 이미 월드리그에서도 수위급에 해당하는 검투사 수준에 올라섰다고 말할 수 있었다.
떨리는 몸을 진정시킨 범석이 뒤로 다가오는 빈센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얘 몸값이 얼마입니까?”
기다렸다는 듯이 빈센트가 바로 대답했다.
“레이미와 함께 650만 크랑이면 되네.”
생각보다 엄청나게 낮은 가격에, 범석이 생각할 것도 없이 바로 고개를 주억였다. 거래인 이상 협상을 통해 가격을 더 다운시킬 수도 있겠지만, 만약 이리저리 재다 불발이라도 되면 그만한 손해가 없었다. 몇 푼 아끼기 위해 이런 좋은 기회를 날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당장 싸인 하겠습니다. 서류를 준비해 주십시오.”
“잘 생각했네. 절대로 후회할 일은 없을 걸세.”
우려했던 거래가 급작스럽게 성사단계에 이르자, 아놀드는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저 쓰레기를 치우는데 300만 크랑이나 들어오다니, 재활용 측면에서 봤을 때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표정을 감추기 위해 손으로 입을 틀어막은 그가 곤히 자고 있는 오스칼을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야. 오스칼 빨리 일어나! 네가 갈 새로운 팀의 단장님께서 오셨다. 빨리 인사해야지!”
서서히 떠지는 오스칼의 눈. 각각의 회색빛과 검은색의 눈빛이 날카로울 정도로 차가워보였다. 그녀는 슬며시 고개를 왼쪽으로 기울여 범석를 비롯한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바라봤다.
“뭐야. 감독하고 넥타이들 똘마니네. 나 지금 피곤해서 자야하거든. 나중에 보자고.”
급격한 표정변화를 겪은 아놀드가 범석의 눈치를 한 번 살피고는, 오스칼을 마구 흔들어 깨웠다.
“이 자식이! 당장 일어나지 못해! 네 새로운 단장이 이곳에 왔단 말이다! 빨리 일어나 인사하란 말이다!”
순간 그녀의 몸이 회전을 하더니 가지에 걸터앉은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갑작스럽게 아놀드의 멱살을 잡으며 들어올렸다. 허공에서 컥컥 거리며 몸을 바동거리는 그에게, 오스칼이 음산함이 한껏 묻어나는 투로 얘기했다.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새로운 단장?”
“그, 그래. 너는 이, 이제 우리 팀에서 나, 나가야 한다. 저 분이 너, 너를 사기로 했단 말이다. 컥컥.”
그녀의 살벌한 시선이 순간 범석을 향했다. 그리고 계속 그를 노려보면서 들고 있던 아놀드를 근처 바닥으로 집어 던져버렸다. 우당탕탕 한 참을 구른 아놀드가 목을 움켜잡으며 연신 기침을 토해냈다. 이런 그에게 관심조차 가지지 않은 채 오스칼이 나무 밑동 부위에 놓여있는 요상한 물체를 집어 들었다. 길이가 2미터쯤에 폭이 한 뼘 반 정도나 되는 거대하고 흉물스러운 검이었다.
한 손으로 그 거검을 잡은 그녀가 스산할 정도의 발걸음으로 범석을 향해 걸어갔다.
“네가 감히 나를 사겠다고 했냐?”
주인이 될 그가 위험에 빠졌음을 느낀 레이미가 급히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아무 무기도 가지지 않은 상태였다. 범석이 이런 그녀의 등을 떠밀며 옆으로 밀쳤다. 비록 저 거검에는 날이 없지만 슈트가 없는 상태에서 맞으면 진검과 다름없을 정도의 결과를 맞이하게 되었다. 앞으로 자신의 여인이 될 그녀에게 그런 위기를 감수하게 할 수는 없었다.
“레이미. 위험하다. 비켜서 있어!”
“하지만 범석님…….”
“나는 괜찮다. 너는 빨리 빈센트감독님과 저기 아놀드씨를 피신시켜. 명령이다.”
범석은 아직은 주인이 아니지만 거의 주인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명령을 어기기란 엘프로서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레이미는 당혹해하는 빈센트와 아직까지 엎드려 거친 호흡을 내뿜고 있는 아놀드를 데리고 훈련장 쪽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곳에 동료 검투사들이 있을 테니, 도움을 청하려는 것이다.
이를 본 오스칼이 호기로운 표정으로 범석을 바라봤다.
“오호. 나를 혼자 상대하시겠다.”
범석이 근처에 굴러다니는 진압봉을 하나를 발견하고는 서서히 몸을 움직였다.
“그만하지. 너 이러면 후회한다.”
“어쭈. 이제는 객기까지 부리네.”
그가 발로 진압봉을 튕기고는 오른 손으로 낚아채듯 잡았다.
“후후. 그게 앞으로 주인이 될 사람에게 할 말이냐?”
전의를 불태우는 오스칼이 비웃음을 흘리며 점점 더 그에게로 다가갔다. 범석이 말한 주인이라는 뜻을 잘못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자신의 처지에서 주인을 맞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꿈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새로 가야될 검투사 팀의 감독이나 단장쯤으로 알아듣고 있었다.
“호호호. 내가 그런 말에 쫄 줄 알았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그냥 가라. 그럼 몸 성히 보내 줄 테니까.”
“너야말로 그만 해라. 나 성질 더럽거든. 이쪽 세상에서는 더 그래. 그러다 너 평생 고생한다.”
그 말에 오스칼의 이마의 힘줄이 꿈틀거렸다. 지금까지 자신 앞에서 저런 광오한 말은 한 자는 없었다. 아무로 단단히 혼을 내줄 필요성이 있어보였다. 그녀가 검을 쥐지 않은 손을 꽉 쥐고는 범석을 향해 발을 박찼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두려울 만치 강력한 주먹이 내질러졌다. 힘이 한껏 담겨있지만 아직 범석을 깔보고 있던 탓인지 그리 빠르지 않은 편이었다. 덕분에 그는 한 걸음 뒤로 물리는 몸동작으로 가볍게 피할 수 있었다.
“흥. 그걸로 뭘.”
범석에게서 튀어나온 여유로운 한 마디.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오스칼이 바로 그의 측면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맞았다가는 바로 즉사할 수 있는 공격이기에 그는 황급히 몸을 숙일 수밖에 없었다. 휭 하는 소리와 함께 상상할 수도 없는 오한이 엄습해 왔다.
범석이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서며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가 자신을 죽이려했다는 사실에 놀란 탓이다. 엘프는 주인을 위해서나 자신의 정절을 지키기 위함이 아닌 다른 상황에서는 절대 인간의 목숨을 해할 수 없었다.
“너 방금 나 죽이려고 한 거냐?”
그렇지는 않았다. 아무리 그녀가 정신력이 크게 나쁘다고는 하나 판단력과 지력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첫 번째 주먹을 쉽게 피하자 그가 보통 인간이 아님을 알게 되어 그런 공격을 가했을 뿐이었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타격을 가하기전에 검을 멈춰 세우면 됐다. 지금의 공격은 순수하게 겁을 주고자 한 행동이었다.
“어라 쫄았나 보네. 그럼 그냥 가. 안 잡을 테니까.”
열이 받을 대로 받은 범석이 가란다고 갈 리가 없었다. 그는 양손에 침을 딱 뱉고는 전체에 촉촉한 기운이 배일 때까지 싹싹 비볐다.
“가긴. 이제부터 나도 진짜로 한다. 너 조심해라.”
진압봉을 꽉 움켜진 범석이 좌우 지그재그로 달려 나갔다. 오스칼은 혼란스럽게 고개를 휘젓다가 진압봉이 날아오자 바로 검을 내리쳤다. 겁을 주어 몸을 뒤로 물리게 하려는 의도였다. 하지만 그는 더 나아가 오스칼의 품속까지 파고들었다.
쿵하고 바닥을 깊게 찍은 거검이 시끄러울 정도로 울려댔다. 이미 범석은 거검의 손잡이를 잡고 있던 그녀의 옆에 위치해 있었다. 절대 안전 지역이자 오스칼에게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는 위치였다.
범석이 바로 옥죄듯 그녀의 양팔을 부여잡고는 무릎으로 옆구리를 연타했다. 퍽퍽 하는 소리와 함께 극심한 통증을 느낀 오스칼이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하지만 공격이 채 닫기도 전. 허리를 탄력 있게 옆으로 비켜 숙인 그가 그 반동으로 엎어치기를 했다.
검 손잡이를 잡은 채로 포물선을 그리던 그녀가 중심을 잡고는 무사히 땅 위로 안착했다. 그리고 박혀있던 거검을 뽑아들고는 앞을 향해 강하게 내질렀다.
‘이런!’
오스칼의 검 끝이 몸 쪽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오자 범석이 상체를 뒤로 젖히며 진압봉으로 들어 올리듯 막아 위로 흘렸다. 끼깅하며 진압봉에서 쇳가루가 튐과 동시에 그의 몸이 한 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어졌다. 범석은 순간 양손으로 바닥을 집고 회전을 해 착지하고는 왼쪽 팔뚝 부위로 그녀의 복부를 강타했다. 그리고 바로 충격으로 몸을 가누지 못하는 오스칼의 다리를 힘껏 걷어찼다.
퍽 하는 소리와 뒤로 넘어가는 그녀가 한 손으로 공중제비를 돌더니 다시금 사뿐히 내려섰다. 그리고 뒤로 튕기듯 몇 발자국 물러서고는 검을 곧추세웠다. 마치 들고양이와 같은 움직임으로, 보고 있던 범석으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완전히 동물이야. 동물. 공격은 먹히지만 결정타가 전혀 들어가지를 않아. 만약에 검술만 저리 엉성하지 않았다면…….’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오스칼의 검격이 들어왔다. 그는 50센티가 겨우 넘을까 말까한 짤막한 진압봉을 종횡무진 휘두르며 맞서 싸웠다. 하지만 끔찍하리만큼 거대한 저 검을 상대하기에는 들고 있는 무기가 너무나도 빈약했다.
어느새 꼿꼿했던 진압봉은 반달형으로 휘어져 그 기능을 다하고 있었다.
“햐앗!”
진압봉에 어깨를 맞은 오스칼이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검을 내리 꽂았다. 범석은 몸을 돌려 황급히 피하고는 주변에 있던 소나무 뒤로 몸을 피했다. 순간 강하게 가로방향으로 휘둘러지는 오스칼의 검에 범석을 막아주고 있던 소나무가 파쇄 되듯 부러져 쓰러졌다.
이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목도한 범석은, 놀란 표정을 지을 틈도 없이 몸을 날려야 했다. 오스칼이 바닥에 쓰러진 소나무의 가지에 묻힌 그를 향해 거검을 휘두른 것이었다. 바닥을 구르는 범석의 몸 위로 아직까지도 생생한 소나무 잎들이 따끔거리듯이 떨어져 내렸다.
멀찌감치 떨어져서 몸을 털어낸 그가 마침 떨어져 있던 또 하나의 진압봉을 나머지 한손에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오스칼이 서있는 자리 멀리 뒤편을 바라보더니,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다. 레이미를 필두로 슈트를 입은 일단의 무리들이 우루루 몰려오고 있었던 탓이다. 아무래도 드래곤나이츠팀 소속의 프로검투사들 같았다.
“빨리 범석님을 구해주세요.”
“뭐하고 있어! 저 흉악한 년을 잡아서 무릎을 꿇리란 말이다.”
레이미의 부탁과 아놀드의 명령을 들은 프로검투사들이 원형의 진을 짜며 오스칼을 둘러쌌다. 그녀는 옥죄어 오는 포위를 향해 검을 마구 휘둘러댔다.
“야! 너희들. 나중에 죽을 줄 알아. 다들 물러나지 못해!”
하지만 이들은 와이드리그에서도 수위에 올라있는 프로검투사들이었다. 그깟 협박에 넘어갈 정도로 허술하지 않았다. 아니 한 번쯤은 버릇을 단단히 고쳐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터라 오늘의 사태가 너무 반가웠다. 그 동안은 팀의 불화를 염려한 클럽의 제지로 대놓고 싸움을 걸 수는 없었지만, 지금은 클럽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아놀드의 허락이 떨어진 상태였다.
곧 몇몇의 검투사들이 들고 있는 검을 세우고 돌진해 들어갔다. 기다렸다는 듯이 맞받아치는 오스칼. 그러나 아무리 신체적으로 뛰어난 그녀라도 한 손이 여러 손을 막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순식간에 그녀는 팔과 다리를 부여잡는 검투사들로 인하여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뒤이어 시작되는 구타로 입술에서 피가 튀고 온 몸에 멍이 들기 시작했다.
보다 못한 범석이 아놀드에게 선처를 구했다.
“모두 그만하라고 하십시오. 이 정도면 됐습니다.”
“아닙니다. 저희 클럽을 위해서도 지금 단단히 버릇을 들여 나야 합니다.”
“귀하 클럽 위해서요? 아까 제가 분명 산다고 했을 텐데요.”
물 건너갔다고 생각한 거래가 눈앞에서 아른 거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놀드가 급히 모두를 향해 손을 뻗었다. 더 이상 상품에 손상을 주는 행위는 사는 범석의 입장이나 파는 그의 입장에서나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모두 손을 멈춰!”
아쉬운 하며 검투사들이 손을 멈추자, 그가 몇몇 서있는 이들에게 장비실에 비치된 구속구를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일부 엘프들이 말썽을 부릴 때를 대비해 구비해 놓은 것으로, 이제는 상품을 포장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게 되었다. 곧 오스칼은 입에 재갈이 물리고 팔과 다리가 포박된 채 어딘가로 끌려갔다.
“자. 이제 나머지 협상을 마저 끝마치시죠.”
모든 포장을 마친 아놀드가 급히 범석과 빈센트를 모시고 응접실로 갔다. 구매 의사를 보이고 있는 이때에, 빨리 팔아치울 요량인 것이다. 그는 엘프사무원이 가져온 이적서류를 펼쳐 완벽하게 작성을 하고는 범석의 앞에 내밀었다. 이적 종료 일자를 바로 내일 앞뒀다고 생각할 정도로 빠른 진행이었지만, 단장, 감독, 담당자인 아놀드의 사인까지 기입되어 있는 완벽한 형태의 서류였다.
범석도 이번 협상을 질질 끌기를 원하지 않았던 터라, 사인과 함께 그 자리에서 바로 650만 크랑을 넘겨주고 모든 트레이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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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