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71
173화
‘설마 120명의 보안 요원들이 있는데, 직원난동에 경찰까지 부리겠어. 그리고 당사자가 보안관리자가 바로 아울라인데 말이야. 후후.’
한창 여유를 부리며 싸우는 범석의 귓가로 마가렛의 음성이 들려왔다.
– 범석 오빠. 회장실이 의심되는 지역을 지금 발견했어요.
날아오는 주먹을 가볍게 피한 범석이 눈을 반짝이며 작게 속삭였다.
“어딘데?”
– 80층의 남쪽 지역 전부에요.
“확실해?”
– 정확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은 무척 커요. 그곳만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거든요.
범석이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걸었다. 빌딩 전체를 CCTV 카메로 도배하다시피한 LHN에서 한 층 일부를 통째로 비워놨다? 분명히 감시의 시선이 향해서는 안 되는 지역일 터, 그만한 장소는 이 빌딩 내에서 단 한 곳밖에 없었다.
“가령 발바르회장의 은밀한 개인 주거시설 같은 것 말이야?”
– 네. 그렇죠.
“알았어. 오케이”
경쾌하게 대답한 범석이 머뭇거림 없이, 한 보안요원을 향해 달려들었다. 목적지가 확연해진 마당이니, 빨리 해치워버리고 끝장을 보려는 심산이었다.
“뭐. 뭐야?”
갑작스러운 빠른 움직임에 보안요원들이 뒤로 주춤했다. 이어지는 강력한 타격음. 노련하게 절제된 범석의 주먹이 한 보안요원들의 복부를 타격했던 것이다.
“크윽. 이……. 이건……. 컥컥.”
인간의 힘이 아니라고 말하려던 보안요원이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아무리 자비를 두었지만, 급소를 제대로 가격당한 터라, 다리에 힘이 쭉 빠져버린 것이다. 그는 속 내용물을 연방 토해내더니, 이내 짧고 거친 호흡을 내 품으며 바닥을 흐느적거렸다.
그 사이 나머지 한 명의 보안요원을 마저 제압한 범석이 CCTV카메라를 잠시 노려보고는 빌딩 내부로 들어갔다.
– 범석오빠. 엘프 보안요원 5명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옥상으로 향하고 있어요. 곧 도착할 테니 조심하세요.
마가렛의 조언에 이동을 위해 엘리베이터로 향하던 범석이 주춤거리더니, 뒤로 물러섰다. 비록 예상보다 극히 적은 숫자였지만, 엘프보안요원 다섯을 쉽게 해치울 리가 만무했다. 그녀들과 승강이를 벌이다 보면 다른 보안요원들이 가세할 수도 있을 터, 될 수 있으면 피하는 편이 좋았다.
그는 숙지하고 있던 내부 도면을 떠올리고는 비상계단 쪽을 향했다.
끼익.
기괴한 경첩음과 함께 철문이 열리며 어둡고 계단이 끝없이 이어진 공간이 나왔다. 그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계단 옆 손잡이를 부여잡고는 바로 아래층을 향해 뛰어내렸다. 이런 동작을 몇 번이고 반복했음 무렵. 143층이라는 표지판을 확인한 그가 다시금 비상계단을 나가 엘리베이터로 뛰어갔다. 이쯤이면 엘프보안요원들을 충분히 따돌렸다고 생각한 것이다.
“제발 빨리 좀 올라와라.”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서 범석이 문 위에서 서서히 카운트 되는 숫자를 확인하고는 발을 동동 굴렀다. 빠르게 올라오고 있기는 하지만, 마음이 급했던 그에게는 한없이 느려 보였다. 그때 예기치도 않은 다른 쪽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원래 짝수 층에 서는 엘리베이터라 그다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던 쪽이었다. 더욱 당혹스러운 일은, 그 안에서 슈트와 진압봉으로 무장한 몇몇 엘프보안요원들이 우루루 내리고 있는 점이었다.
“저자를 얼른 체포해! 아울라님이 반드시 잡아오라고 명령한 인간이야!”
범석은 망설이다가 결국 싸우기로 결심했다. 잠시 버티다가 원하는 엘리베이터가 도착하면 81층까지 쉽게 내려갈 수 있는 상황이라 이대로 물러나기가 아쉬웠다. 개조인간임이 드러나는 일이 있더라도 이곳을 잠시 사수해야 했다.
그는 자신을 서서히 포위하는 엘프 보안요원들을 바라보며 전투자세를 취했다.
“후후. 너희가 나를 잡겠다고? 쉽게는 안될 텐데.”
“모두 덮쳐!”
문답무용. 엘프보안요원들이 일제히 범석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녀들은 명령대로 난동을 부리는 작자를 붙잡아 아울라 앞으로 끌고 가면 그만이었다.
휙. 휙.
한치의 머뭇거림 없이 날아드는 진압봉이 범석의 온몸을 스쳐 지나갔다. 단지 보안요원이었지만 엘프였던 터라, 가히 위력적인 공격을 퍼붓고 있었다. 종이 한 장 차이로 엘프보안요원의 몽둥이를 피한 그가 급히 몸을 전진해 팔과 허리를 부여잡고는 그대로 엎어치기를 시전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땅이 진동하자, 나머지 엘프보안요원들의 눈가에 이채가 어렸다. 지금 상대하고 있는 작자가 보통 인간이면 자신들 동료가 저리 나뒹굴며 나자빠질 수는 없었다. 아무 기술이 좋아도 인간이 엘프를 저리 쉽게 제압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저자. 보통 인간이 아니야. 혹시 개조인간일지 모르니, 모두 조심해!”
입술을 잘근 물은 범석이 서서히 몸을 일으키는 엘프보안요원을 쳐다봤다. 슈트를 착용하고 있던 터라, 단순한 타격기술은 전혀 통하지 않을 듯 보였다.
‘역시나. 관절기술밖에 통하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아무리 다른 주인이 모시더라도 엘프들을 상처입히기는 싫은데.’
하지만, 지금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대로 머뭇거리다가 붙잡혔다가는 자신은 감옥으로 직행하고 레인보우그룹은 무너졌다. 괜한 자비심으로 위험을 감수하기는 사정이 썩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는 살기등등한 눈을 하며 자신에게 적의를 보이는 엘프 보안요원들을 향해 외쳤다.
“이제부터 봐주는 것 없다. 주인에게 막대한 치료비를 부담시키려면 마음껏 다가와라.”
그 말에도 엘프들이 서로 앞다투어 범석을 공격했다. 자신들이 당할 리가 만무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업무 중에 벌어진 상해는 모두 회사에서 책임지고 있었다. 혹시 있을지 모르는 부상을 겁내 이 좋은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엘프들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퍽. 탁. 퍽.
범석이 필사적으로 팔을 가져다 대면 진압봉 세례를 막았다. 쉽사리 피할 만한 공세였지만, 다섯이 동시에 공격해오니 어지간해서는 역습할 틈을 찾지 못했다.
그때 띵하는 종소리와 함께 기다리고 있던 엘리베이터 문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기회가 왔을 깨달은 범석이 근처 벽을 디딤대로 삼고 힘껏 점프해 들어갔다.
“저자가 도망가려 한다. 빨리 잡아!”
엘프보안요원들이 놓칠세라 좁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이에 범석이 도망갈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그녀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 안은 기껏해야 10여 명이 탑승할 공간이라 진압봉을 휘두르기가 어려웠다. 그렇다면 관절기술능력과 강인한 힘을 보유한 그에게 아주 절호의 장소라는 뜻이었다.
그는 바로 앞에 있던 엘프보안요원의 왼쪽 팔을 잡고 역방향으로 꺾어버렸다.
“아악!!”
좁은 공간 안을 울려 퍼지는 비명에 다른 엘프보안요원들이 긴장한 눈빛으로 범석을 직시했다. 순식간에 동료 하나의 팔을 힘으로 꺾어 못 쓰게 만들다니, 개조인간이 확실해 보였다. 그렇다면 신체적으로 동등한 수준에 올라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저자는 확실히 개조인간이야! 모두 이 점 명심해!”
하지만, 그녀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범석은 프로검투사로 활동해오며 상당기간 신체단련 훈련을 해왔고, 체술에 관한 한은 전 세계에서 수위에 오를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지금은 특성조차 발휘하지 않고 있으니, 위급 시 더욱 강해질 여지가 남아 있었다.
“으음. 저자는 대체 누구지?”
정보통제실에서 범석의 움직임을 화면 상으로 바라보던 아울라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인간을 벗어난 힘을 발휘하는 통에 개조인간임을 확실해 보였는데, 정확한 정체를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아까 혹시나 해서 정보를 검색해 봤는데, 그와 일치하는 관리실 직원은 없었다.
이때 그녀의 옆에 있던 은발의 사내가 다가오더니 조언했다.
“아울라실장님. 경찰에 연락을 취하는 편이 어떻겠습니까?”
그 말에 아울라가 피식하고 고소를 품어댔다.
“저자 한 명 때문에 경찰을 불러?”
화면 속에 나타난 엘리베이터 공간을 바라본 은발의 사내가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대단한 자입니다. 좁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 손쉽게 제압할 줄 알았는데, 저희 엘프보안요원들이 순식간에 당했습니다. 분명히 상당한 힘과 체술을 보유한 개조인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도 저자는 한 명이야. 이대로 경찰을 부르면 내 체면이 뭐가 돼? 우리는 보안 요원들이 120명이나 있어.”
“하지만, 저는 한 명으로 LHN본사빌딩을 공격한다는 점이 무척 미심쩍습니다. 만약 저자 이외에 다른 일당이 있고, 지금의 난동이 성동격서의 묘리를 노리는 수작이라면 큰일이 벌어질 수가 있습니다.”
아울라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혼자서 이곳으로 쳐들어왔을 리도 만무할 테니, 분명히 다른 지원세력이 존재할 가능성이 아주 농후했다.
“그래. 확실히 혼자는 아닐 거야. 그럼 저들이 노리는 바가 뭘까?”
“그야. 빤하지 않겠습니까? 1층에 있는 LHN은행 본점의 금고일 겁니다.”
그녀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단지 행패를 부리고자 저런 난동을 부리지 않을 터, 다른 목적이 있음이 확실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단 한 가지, 바로 돈이었다. 그리고 1층에 있는 LHN은행본사 금고는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큼 막대한 금괴와 현금이 비치되어 있었다.
“하여간 인간들이란……. 지 죽을 줄을 모르고 불길에 달려드는 불나방 꼴이라니. 쯧쯧.”
“그럼 어떻게 할까요?”
“글쎄. 지금 1층 금고 측에 배치된 인원이 정확히 얼마지?”
“엘프보안요원 30에 인간보안요원 10명입니다.”
“나머지는?”
“저희 정보통제실에 엘프보안요원 10명이 배치된 상태이고, 80층에 20명. 그리고 금융정보실 쪽에 5명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외의 전부는 지금 지하 2층에 있는 경비실에서 대기하고 있습니다.”
아울라가 바로 대답했다.
“그럼 40명 정도를 더 유용할 수 있다는 뜻이네?”
“네. 그렇습니다.”
“이중 반은 1층의 금고 쪽으로 올려보내고 나머지들은 빌딩 양쪽에 있는 비상계단을 통해 포위하라고 해. 아. 그리고 그전에 먼저 모든 엘리베이터의 전원을 끊어버리고, 저자가 지나칠 비상구 문에도 락을 걸어버려. 저놈이 이동하지 못하게끔 한 다음 몰아서 잡아버린다.”
“알겠습니다. 그럼 경찰을 부르는 일은 어쩌시겠습니까?”
아울라가 앙칼진 표정으로 고개를 마구 흔들었다. 만약 경찰이 와서 저자를 잡아간다면 아까 자신을 모욕한 일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할 수가 없었다. 경찰을 부르는 일은, 추포한 후 약간 시간이 흘렀을 무렵이라도 늦지 않았다.
“아니야. 경찰은 나중에. 무슨 뜻인 줄 알지?”
긴 한숨을 내쉰 은발의 사내가 이내 허리를 숙였다. 아무래도 경찰을 부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되지만, 그에게는 아울라의 명을 거슬릴 용기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나가봐.”
은발의 사내가 실장실을 나가자 아울라가 화면을 직시했다. 지금 범석은 바닥에 쓰러져 신음을 흘려대는 엘프들을 정성껏 밖으로 끌어내리고 있었다. 이 짧은 시간 안에 다섯의 엘프보안요원들을 모두 쓰러뜨린 것이다.
보통이 아님을 인식한 아울라가 옆에 새로운 화면을 띄우고는 정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190정도의 키에 체술에 강하며 여기에 범법자적 기질을 가진 개조인간을 검색해본다면, 쉽게 정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됐다.
“휴~ 미안하다. 급한 일이 있어서 난 먼저 가봐야겠다.”
엘리베이터 밖으로 부상당한 엘프보안요원들을 끌어낸 범석이 안타까운 눈으로 한 번 바라보고는 81층 버튼을 눌렀다. 미안한 감정이 들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녀들에게 연연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이동하면서 층수 표시가 반대로 카운트가 되어 가자 자세를 다잡고는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다.
‘으음. 이제 81층에만 도착하면 바로 아래층이 회장실이다. 분명히 상당수의 보안요원이 대기하고 있을 테니 어려운 싸움이 될 거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100층에 거의 다다를 무렵. 사방의 불이 꺼지며 엘리베이터가 멈춰버린 버렸다. 처음에는 한껏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긴장했지만, 이내 심기를 가다듬고는 손을 더듬어 포켓 안에 있는 손전등을 찾았다.
‘왜 갑자기 전원이 나갔지? 설마 놈들이?’
때마침 우연하게 전원이 나갈 수는 없는 일, LHN쪽에서 수작을 부려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아주 치명적인 사태로 여기서 미적거리다가 추적해온 다수에 보안요원들에게 포위돼 큰 곤욕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가 억지로 엘리베이터 문을 좌우로 벌리고는 불빛을 비춰보았다. 혹시나 운이 좋게도 층간 문에 걸쳐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행운이 없었다. 문 앞 전체가 콘크리트로 도배되어 있어, 전혀 빠져나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젠장 할. 미치겠네. 완전히 독 안에 든 쥐 꼴이 됐잖아!”
좌우를 의미 없이 살피던 범석이 머리 꼭대기를 바라봤다. 긴박한 소재를 다루는 영화에서 엘리베이터 신이 나오면 꼭 위쪽에 조그만 문이 나 있었다. 그 많은 영화에서 다루고 있다면 정말로 이 안을 빠져나가는 탈출구가 있을지도 몰랐다.
그는 곧바로 양팔을 올려 탁한 투명색의 아크릴 판을 떼어내고 내부를 살폈다. 다행히 예측이 맞았는지 그 위로는 작은 출구 하나가 보였다. 아주 좁기는 했지만, 사람 하나가 통과할 정도는 되었다. 그는 점프해 주먹으로 문을 박살 내고는 그 위로 올라갔다.
“휴~ 이거 살벌한데.”
플래시 불빛을 비춰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까마득하고 칠흑의 낭떠러지가 시선 앞에 펼쳐져 있었다. 살짝 겁을 먹었는지 범석은 냉큼 중앙 쪽으로 이동하고는 지지용 쇠밧줄을 부여잡았다. 이 무거운 엘리베이트를 지탱할 정도이니, 아주 튼튼하리라 생각됐다.
안정감이 생긴 범석은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대략 머리에서 1.5미터 높이에 층간 엘리베이터 문이 있었다. 개조인간인 그에게는 쉽사리 뛰어오를 수 있는 거리지만, 마땅히 잡을 만한 것이라고는 손가락 두 마디가 간신히 들어갈 만한 조그만 틈새뿐이라 약간 걱정이 되었다. 자칫 실수해서 잘못 미끄러지는 날이면 끝없는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질 수가 있었다.
============================ 작품 후기 ============================
게임을 하루 동안 안 했더니, 드라마에 정신에 콕 박히네요. 이거 뿌리깊은 나무 장난아니게 재미있네요. 한회, 한회 계속 긴박감이 넘치는데, 다음회가 궁금해 일주일을 어떻게 버틸까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단순한 한글창제의 소재로 이런 식으로 스토리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이 참 흥미롭습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