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72
174화
“어쩔 수 없지. 이대로 있다가는 꼼짝없이 붙잡힐 테니까. 그리고 조심만 하면 별것 아니잖아.”
범석은 용기를 내 벽 쪽에 바짝 붙고는 가볍게 뛰어올라 양손으로 틈새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완력으로 문 한쪽을 옆으로 젖히고는 안으로 비집고 들어갔다. 멀리 창으로 비춰오는 태양빛. 잠깐 어둠에 갇혀 있었을 뿐이지만, 그렇게 눈이 부실 수가 없었다.
그는 꿈틀거리며 완전히 문을 빠져나오고는 한산한 복도 위에 몸을 일으켰다.
“여기가 몇 층이냐?”
그의 의문은 오래지 않아 풀렸다. 근처 벽에 층 표지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102층이라……. 아직 20층이나 남았군.”
위치를 대충 파악한 범석이 비상출구를 향해 내달렸다. 전원이 나간이상 엘리베이트를 타고 내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윽고 비상문에 다다른 범석이 손잡이를 잡고 아래로 내렸다.
철컥, 철컥.
“뭐야? 여기까지 잠긴 거야? 얘들이 아예 작정하고 덤비네.”
전원이 나가버린 엘리베이터에, 비상출구까지 잠겼다? 이는 자신을 몰아넣어 잡아버리겠다는 LHN의 의도라고 생각됐다. 그렇다면 지금쯤 보안요원들이 비상계단을 올라오며 서서히 포위망을 구성하고 있을 터. 이대로 들어간다면 상당수의 보안요원과 충돌을 빚게 되었다.
‘그렇다고 여기서 멈출 수도 없잖아.’
범석이 우직하게 돌파를 결심했다. 창문을 깨고 공중이동용슈트를 통해 내려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정확히 80층이 어디에 붙어먹을지 모를뿐더러, 설령 알더라도 훈련 미숙으로 세세히 조정해 원하는 장소까지 이동하기란 무척 요원했다. 즉 이 슈트의 용도는 탈출 외에는 전혀 쓸모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빔 커터기를 꺼내 문 손잡이 부분을 떼어내고는 안으로 진입했다.
“빨리 올라가! 그자가 102층에 머무르고 있다고 한다.”
아래층 멀리서 들려오는 외침에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나 예상이 정확히 들어맞고 있었던 탓이다.
‘도대체 몇 명이나 될까? 비상구가 양쪽이니까 대략 60명? 아니지 지금까지 오면서 아홉을 해치웠으니까 대략 55명 쯤 되겠네.’
까마득한 숫자에 범석은 아찔한 감정에 휩싸였다. 말이 쉬워서 55명이지, 자신 혼자서 이들 모두를 상대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기에는 병원에서 아이를 낳고 있을 글로리아가 눈에 밟혔다. 여기서 물러나는 순간, 그녀가 평생 일구어온 레인보우 그룹이 무너졌다.
– 범석오빠. 비상계단 쪽으로 올라가는 보안요원들이 각각 10여 명쯤 돼요. 조심하세요.
느닷없는 마가렛의 통신에 범석의 눈을 크게 떴다.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크게 차이가 나고 있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야? 10명밖에 안 된다니?”
– 나머지는 은행 금고를 비롯한 중요시설에 배치되어 있어요. 오빠가 발바르회장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모양이에요. 아마도 은행강도쯤으로 착각하는 것 같아요.
그 말에 범석이 냉큼 계단 아래로 뛰어 내려갔다. 10여 명 정도라면 일격일탈을 하며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숫자였다.
“그래? 혹시 그중에 인간보안요원도 있어?”
– 네. 각각 2~3명씩 배치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더더욱 가능성이 커졌다. 그에게 있어 인간보안요원들은 있으나 마나 한 존재였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바람이 있다면,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시선을 없앴으면 하는 것이었다. 위치가 이대로 계속 노출된다면, 그 많은 보안요원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올 수도 있는 노릇이었다.
“좋아. 그런데 말이야. 아무래도 놈들이 내 행동을 주시하고 있는 듯 보이거든. 혹시 저들이 내 위치를 파악하게 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있어?”
– 지금 저들과 명령계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CCTV시스템 전체를 다운시키는 방법밖에 없어요. 문제는 그러면 저도 보안요원들의 위치를 알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에요.
잠시 고민하던 범석이 이내 결정을 내렸다.
이쪽은 단 혼자라, 100여 명이 넘어가는 보안요원들에 비해 전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 상태에서는 서로가 위치를 파악하는 것보다는 전혀 모르는 편이 훨씬 이득이었다. 각계격파 전략을 구사할 수 있었고, 위급 시 몸을 숨겨 싸움을 피할 수도 있었다.
“그럼 당장 시스템을 다운시켜. 그편이 훨씬 나아.”
– 네. 알았어요. 바로 다운시켜드릴게요.
“그래. 부탁해.”
짧게 대답한 범석이 92층 쯤에 멈칫 서고는 다시 위로 오르기 시작했다. 10여 명밖에 없고, 그 중 일부가 인간보안요원이라고는 하지만, 정면 대결을 펼치는 것보다는 게릴라 전략을 써서 하나씩 유인해 해치워버리는 편이 나았다.
– 시스템을 다운시켰어요.
“그래. 잘했어. 고마워.”
입가에 한가득 미소를 머금은 범석이 빔 커터기를 꺼내 다시금 비상구 문을 열고 복도로 튀어 나갔다.
92층은 다름 아닌, 일반 사무실이었다. 사방으로 업무용 좁은 OA용 레이아웃이 뻗어 있고 책상들이 복잡하게 늘어서 있어, 다수를 적절히 상대하기 유리한 지형이었다.
싸움을 벌이기에 알맞다고 판단한 그가 보안요원들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91층 93층을 오르내리며 비상문을 부숴 열어젖혔다.
“빨리 올라와! 이쪽이야!”
91층의 비상문이 활짝 열려 있자, 계단을 오르던 보안요원들이 갈피를 못 잡고 그 주변을 서성거리고 있었다. 문고리가 부서져 있음을 보아 침입자가 이곳으로 들어갔을 공산이 크다고 판단됐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들어가 살피기도 난감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만약 91층을 뒤지는 와중에 다른 곳에 몰래 숨어 있던 침입자가 몰래 아래로 내려가면 자신들은 닭 쫓던 개꼴이 되었다.
이때 92층으로 올라가 살펴보던 한 보안요원이 아래를 향해 소리쳤다.
“92층 문도 열려 있어요!”
“뭐야? 그럼 93층도 살펴봐!”
그 보안요원이 빠르게 93층에 올라가자, 또다시 열린 문을 확인했다.
“93층도 열려 있어요!”
이에 무리 중 인간 남성 보안요원이 간이무전기를 꺼내더니, 통제실과 연락을 지휘실과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자신들도 모르겠다는 소리뿐이었다. 지금 CCTV시스템이 다운되어 전 층에 깔린 카메라가 모조리 무용지물로 변한 상태였다.
“안 되겠다. 일단 91층 입구 쪽에 반이 남고 나머지는 내부를 수색한다.”
그 순간 위층에서 짧은 비명이 들려왔다.
“꺄아악!”
보안요원들은 일부만 입구를 지키게 한 후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92층과 93층 사이 계단에 다리가 탈골된 채 쓰러져 있는 엘프보안요원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다가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인상을 찡그린 부상당한 엘프보안요원이 아래쪽 92층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윽! 침입자가 92층 입구 안으로 들어갔어요.”
“알았다. 잠시만 참고 있어. 놈을 잡은 후, 병원으로 이송시켜주겠다.”
매정하게 동료를 버리고 92층으로 들어가는 보안요원들이, 극도로 예민해진 시선으로 주의를 감시했다. 정황으로 볼 때 침입자가 이곳에 있음이 확실하니, 조심하며 걸음을 옮길 필요가 있었다.
“모두 철저히 주변을 살펴라! 놈 하나에게 벌써 동료 10명이 당했다!”
이들은 복도를 전진하며 사방으로 뻗어 있는 사무용 책상과 레이아웃을 뒤지고 다녔다. 하지만, 이 넓은 공간 안을 단지 아홉이서 모두 수색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 엘프가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임원실을 확인하고는 살며시 문을 열어젖혔다. 문고리가 부서져 있어 꽤 수상했던 탓이다.
“잠시만요. 여기 문이 부서져 있어요!”
주변을 뒤지던 보안요원들이 일제히 그녀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수상한 흔적이 있으니 확실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들은 긴장한 눈빛으로 임원실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마지막 한 엘프보안요원이 막 들어올 찰라, 문 위 천장에서 검은 인영이 뚝 하고 떨어져 내리더니, 그녀의 한쪽 팔을 휘어 감쌌다.
“뭐. 뭐야! 이, 아악!”
그 엘프보안요원은 의문을 표시하기도 전에 팔목에서 전해오는 극심한 통증을 경험해야 했다. 천장에 몸을 숨기고 있던 범석이 지렛대의 원리로 팔목을 뒤틀어버린 것이다.
그는 재빨리 몸을 일으켜 뒤로 물러나며 고통으로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 엘프보안요원에게 말했다.
“미안한 일이지만, LHN에 근무하고 있는 너 자신을 원망해라.”
순간 다른 엘프보안요원들이 노기에 찬 표정으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자신의 면전 앞에서 동료를 상처 입히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들은 손에 쥔 진압봉을 마구 휘두르며 범석을 압박해 갔다.
휙. 휙. 휘휙.
“모두 저자를 잡아! 죽이지만 않는다면 모든 행위를 용서한다.”
짙은 파공성이 몸을 엄습해왔지만, 범석은 그다지 어렵게 팔을 뻗으며 막아내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싸움에 참가할 수 있는 보안요원은 8명. 하지만, 실제로 공격하는 숫자는 다섯에 불과했다. 나머지 셋은 지휘를 하는 인간남성보안요원들로, 뒤로 멀찌감치 물러나 싸움을 관망만 하고 있었다. 침입자가 자신들이 결코 상대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정보를 들은 탓도 있었지만, CCTV가 모두 못쓰게 되었다는 점이 크게 한몫했다. 즉 아울라가 보지 못하고 있으니, 괜히 나서서 영광의 상처를 입을 이유가 없었다. 일단 엘프들로 하여금 체포한 다음, 보고서에 열심히 싸웠노라며 극적이면 그만이었다.
“역시 보통이 아니야! 얘들아 다들 조심해!”
한 엘프보안요원이 지체 없이 진압봉을 뻗어왔다. 아주 빈틈이 많은 동작이었기에, 기회라고 생각한 범석이 손으로 잽싸게 팔뚝을 낚아채고는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그대로 업어 쳐 버리고는 지면으로 등이 맞닿을 찰라, 강하게 어깨관절을 눌렀다.
빠드득. 쿵.
순간 관절이 터져나가는 소리가 주변으로 퍼져 나갔다. 그녀는 고통으로 마구 바닥을 구르며 부상 부위를 매만졌다.
마음이 쓰라렸던 범석이 잠시 안타까운 눈길을 주는 사이, 두 명의 엘프보안요원이 테클을 걸어왔다. 몸을 아끼지 않는 공세라 피할 길이 없었던 범석이 하는 수 없이 상체를 노리는 엘프의 팔뚝을 잡고는 세차게 아래로 끌어내렸다. 일단 늦었으니 하나라도 끝장을 낼 심산이었다.
쾅. 콰당.
동시에 바닥에 처박힌 한 엘프보안요원들. 위에 깔린 한 명이 탈골된 어깨를 부여잡고는 옆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무사히 그의 하체를 무사히 낚아챈 하나가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움직임을 방해했다. 그사이 다른 동료들이 일제히 몸을 날려 그의 사지를 붙잡고는 바닥에 쓰러뜨렸다.
절체절명의 순간. 범석이 급히 자신의 특성을 외쳤다. 최후의 순간까지 아끼려고 했지만, 지금이 바로 그때였다.
“위대한 의지!”
무슨 엉뚱한 소리를 외치느냐며 그를 바라보던 한 엘프가 허공으로 몸이 떠올랐다. 갑작스럽게 강해진 침입자의 힘에 놀란 그녀가 손을 놓고 물러나는 사이. 범석이 양쪽 다리를 한 엘프보안요원의 팔뚝을 가위 자로 교차해 부여잡고는 그대로 상체를 세웠다.
우두둑 소리와 함께 기이한 형태의 뒤틀린 팔과 함께, 그녀의 얼굴이 고통으로 크게 일그러졌다.
“아아! 제발 그만!”
동료가 당하자 허리를 붙잡고 있던 보안요원이 진압봉으로 헬멧을 세차게 가격했다. 하지만, 그가 입고 있는 공중이동용슈트는 안전상 문제로 시합용 이상의 견고함을 보이고 있었다. 아무리 엘프의 힘이라도 쉽게 깨어지거나 상처 나지 않았다.
이에 범석이 아무 거리낌 없이 그녀의 손목을 잡고는 컴퍼스를 접듯 강하게 내리찍었다.
“으아악!”
자신을 잡고 있던 모든 엘프들이 떨어져 나가자 범석이 몸을 일으켰다. 이제 남은 수는 엘프보안요원 하나. 뭐 뒤에서 쪼개고 있던 떨거지 셋도 있었지만, 전혀 개의할 바가 없었다.
평소라면 가뿐히 해결할 수 있지만, 그의 심기는 별로 좋지 못했다. 조금 전 무리하게 움직였던 탓에 왼쪽 어깨에 약간 부상을 입은 것이다. 심각하지는 않지만, 욱신거려오는 통증으로 보아 아무래도 근육이 늘어났거나, 약간 찢어진 듯 보였다.
‘젠장 할. 하필 이럴 때.’
하지만, 범석은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적에게 알리는 것보다 멍청한 행동은 없었다.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적들은 기세등등 덤벼오는 것이 세상의 이치였다.
그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유일한 엘프보안요원을 노려보며 말했다.
“야. 시간 없다. 빨리 덤벼라. 나 지금 할 일 많거든.”
그녀가 도움을 청하기 위해 뒤에 서 있는 인간보안요원들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들은 범석의 기세에 주눅이 들어 몸을 떨며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이런 자들에게 지원을 바라기란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은 엘프보안요원이 그대로 범석을 향해 진압봉을 휘둘렀다. 이기리라고는 생각되지 않지만, 멀쩡한 상태에서 그를 보냈다가는 바로 사표 감이었다.
“이얏!”
긴 궤적 그리며 머리 위로 날아드는 진압봉을 간신히 피한 범석이 바로 그녀의 팔을 낚아채고는 발을 걸었다. 그리고 그대로 어깨를 꺾어 바로 탈구를 시켜버리고는 바닥에 짓눌러 버렸다.
“아윽! 아악! 내 팔!”
복도에 널브러져 신음을 내뱉는 엘프보안요원들. 더는 자신을 공격할 의지가 없음을 확인한 범석이 반대쪽으로 부리나케 도망치는 인간보안요원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여기도 끝난 건가?’
이내 그가 비상구 쪽을 향해 내달렸다. 이제 길이 열렸으니, 마지막 미션만이 남은 상태였다. 바로 80층 내 주거지에 웅크리고 있을 발바르회장을 잡는 일이었다.
“젠장. 더 심해지고 있군.”
80층까지 내려온 범석이 비상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었다. 방금 벌인 싸움에서 접질린 어깨부위가 부어오르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렇다는 얘기는 근육이 찢어져 내출혈을 일으키고 있다는 뜻. 생각보다 부상이 큼을 유추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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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편한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