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73
175화
‘아무래도 모험을 걸어야겠군.’
이런 부상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심각해진다. 어깨를 사용할수록 내출혈의 양은 많아지고, 종래에는 어깨가 뻣뻣하게 굳어져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그렇다면 한쪽 팔을 사용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전투를 벌여나가야 할 터, 자칫 격투 중 큰 위험에 빠질 수가 있었다.
그는 황급히 빔 커터기로 비상문 손잡이를 부수고는 슬그머니 복도 쪽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리고 텅 비어 있음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초장부터 보안요안들과 붙어버린다면 남쪽에 있을 발바르회장에게 가는 길이, 무척 괴로워졌다.
그는 슬금슬금 양탄자로 된 길을 걸으며 목표물을 찾기 시작했다.
한편. 정보통제실에서 상황을 진두지휘하는 아울라는 책상머리에 앉아 손톱을 지그시 깨물며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아까 갑작스럽게 CCTV시스템이 다운되어 이제 올 것이 왔구나 하며 1층의 은행 금고 쪽 보안요원과 연방 통화하며 사태를 직시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그렇다 할 습격은 없었다.
그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전혀 분간이 서지를 않았다. 게다가 옥상으로부터의 침입자는 92층에서의 격전을 마지막으로 행방이 묘연한 상태라, 불안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었다.
아울라가 옆에 있는 은발을 사내를 바라보며 말했다.
“침입자의 위치는 아직 파악이 안 돼?”
“글쎄요. 일단 금융정보실에 배치되었던 인원으로 수색하고 있으니, 곧 위치가 파악될 겁니다.”
“뭐야? 아까 그곳에 있는 보안요원들은 다섯밖에 안 된다고 했잖아. 그 숫자 가지고 찾아지겠어?”
그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가능합니다. 지금 침입자가 동쪽 비상계단을 주활동무대로 삼고 있는데, 아시다시피 모든 비상문에 락을 걸어놓은 상태입니다. 분명히 목적한 장소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92층에서 보내온 정보대로 빔 형태의 절삭기로 문을 열 터, 손잡이가 부서진 장소만 찾으면 됩니다.”
“하긴 그러네. 만약 찾게 되면 은행금고에 잠복하고 있던 인원 중 일부만 남기고 모두 올려보내. 뭔가 느낌이 이상해.”
같은 생각이기에 은발의 사내가 바로 대답했다.
“네. 알겠습니다. 저도 그러는 편이 낫다고 생각됩니다.”
한 손으로 턱을 괸 아울라가 책상 위에 띄어진 홀로그램 영상을 자신의 얼굴 앞으로 옮긴 후 유심히 살폈다. 그곳에는 십여 명의 명단과 그에 대한 개인 정보가 담겼는데, 그중에는 게이드라는 자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말이야. 이들 중 하나가 분명히 침입자일 텐데. 과연 누굴까?”
“으음. 글쎄요. 일단 보면 그자는 저희 보안요원을 스물 가까이 쓰러뜨린 상당한 실력자입니다. 이를 봤을 때는 상당한 무술을 연마했을 터. 두 명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게이드라는 자와 헐튼이라는 자 말이야?”
“네. 그들은 모두 과거 지역정부 내에서 상당한 전적을 올린 무투사들입니다. 특히나 폭력행위의 전과를 가진 터라, 범법행위를 일으킬 가능성도 많습니다.”
깍지를 낀 아울라가 두 명의 개인정보를 확인했다. 확실히 이들은 미심쩍은 부분이 너무 많았다. 신체적인 조건, 실력, 성향 등 모든 것이 침입자와 일치하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더 미쳤다는 사실을 포함한다면 바로 게이드로 압축되었다. 그는 경찰들이 블랙리스트로 올려 주의할 만큼 다양한 전적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녀가 은빛의 사내를 바라보며 다시금 질문을 던졌다.
“저자가 공명심에 사로잡힌 미친 자라고 과장해 봤을 때. 과연 무슨 이유로 우리 LHN에 침투했을까? 그리고 또 노리는 점이 뭘까?”
한 참을 고뇌하던 은발의 사내가 마침내 대답했다.
“공명심에 사로잡혀 있다면 돈은 아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돈에 얽매이는 모습은 남들의 시선에 그다지 좋게 비치지는 않으니까요.”
“돈은 아니다……. 혹시 영웅심에 우리 은행을 비리를 찾아 만천하에 알리겠다는 것은 아닐까?”
그가 마구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아니요. 그자가 우리의 비밀장부가 어디에 있는 줄 알고 그딴 짓을 벌이겠습니까? 너무 큰 비약이십니다.”
“그런가? 그럼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관점에서 찾아본다면?”
“글쎄요. 저로서는 통 모르겠습니다.”
그때 바로 옆 인터폰에서 화면이 켜지더니 한 남성보안요원이 다급한 기색의 얼굴을 드러냈다.
– 크, 큰일 났습니다!
이에 아울라가 화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소리야? 뭐가 큰일 나?”
– 침입자의 목표는 바로 회장님입니다!
파리하게 질린 아울라가 벌떡 일어났다.
“무, 뭐야! 할아버지를 노린다고! 확실해?”
– 네. 지금 80층의 비상문이 부서져 있습니다.
80층은 발바르회장이 머무는 장소. 유독 그곳을 침입해 들어갔다면 그럴 공산이 무척 컸다. 그녀는 다급히 할아버지의 거처를 지키는 보안요원들의 내선 번호가 적힌 버튼에 떨리는 손끝을 가져갔다.
삐리리. 삐리리.
갑작스러운 호출음에 깜짝 놀란 그녀가 또 하나의 화면을 공중에 띄었다.
“누구야?”
– 여기는 회장실입니다! 지금 웬 괴한이 난입해 보안요원들과 격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벌써 문앞을 지키던 셋이 당했고, 소란을 확인하러 나갔던 두 명이 추가로 전투불능 상태에 빠져들었습니다! 조속히 지원을 부탁합니다!
아울라가 이빨을 덜덜 떨며 실내가 떠나갈세라 소리쳤다.
“무슨 소리야! 어떻게 20명이 한 명을 상대로 다섯이나 당해!”
– 죄, 죄송합니다. 방심하고 있는 사이에, 당한 일이라 저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겸연쩍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보안요원을 노려본 아울라가 피가 나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금은 책망할 시기가 아니라 어떻게든 할아버지를 보호해야 할 때였다. 만약 침입자가 암살이 목적이라면, 할아버지는 목숨이 위태로웠다. 그리고 최악의 경우 사내 치안을 책임을 지고 있는 자신은 이번 사태로 말미암아 후계자 자리를 내놓아야 할지도 몰랐다.
“알았으니까. 내가 올라갈 때까지 사력을 다해 막아! 그리고 금융정보실을 지키던 보안요원 다섯이 그 근처에 있으니, 곧 지원을 갈 거야!”
– 네. 알겠습니다.
화면을 황급히 끊은 아울라가 문쪽으로 뛰어가며 은발의 사내를 향해 소리쳤다.
“나는 이곳에 대기하고 있는 보안요원들과 먼저 출발할 테니까. 너는 엘리베이터 전원을 바로 켜고 빌딩 내에 있는 모든 보안요원에게 80층으로 집결하라고 해!”
“네. 바로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라가 실장실을 빠져나가자 그가 바로 전체 방송을 통해 비상사태를 알렸다.
– 침입자가 회장님을 노리고 있다! 보안요원은 물로이거니와 모든 당직자들도 80층으로 올라가 회장실을 지원하기를 바란다! 다시 한 번 말한다! 모두 80층으로 올라가 회장실을 지원해라!
우당탕탕. 퍽. 휙.
귓전을 때리는 구내방송 멘트에 한참 격전을 벌이는 범석이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지금 붙고 있는 10여 명이 넘는 엘프보안들도 부담스러워 코너까지 밀리고 있는데, 여기다 수많은 보안요원까지 가세를 해버리면 더는 버틸 수가 없었다.
‘젠장 할 좀 더 세심하게 공격을 시작했어야 했는데.’
좀 전에 80층 비상문을 나온 범석은 회장실을 찾기 위해 복도를 따라 남쪽으로 이동했었다. 지형이 넓어 쉽게 찾을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는 했지만, 뜻밖에 목적지는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고급스러운 목재 문 앞에 보안요원 세 명이 지키고 있는 모습을 확인했던 탓이다. 이 급한 와중에 보안요원들이 철통같이 지키고 있다는 얘기는 바로 그 안에 중요시설이나 인사가 있다는 뜻. 회장실일 가능성이 무척 농후했다.
이에 그는 신속하게 기습전을 펼쳐 문 앞의 보안요원들을 단번에 쓰러뜨렸다. 그런데 당혹스러운 일은 이 셋이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곧 두 명의 보안요원이 문을 열고 튀어나와 공격을 시작했고, 그 후로부터는 계속 이 모양 이 꼴이었다. 뭐 다행히 초반 전투에서 다섯을 해치우기는 했지만, 경각심을 가지고 덤비는 10여 명이 넘는 엘프보안요원들은 여간 부담이 아니었다.
파팍! 휙. 퍽.
한 보안요원이 도움 발을 디디더니 공중을 날며 다리를 뻗어왔다. 그의 주변을 다른 동료가 빙 둘러싸고 있어 틈이 없으니, 자신은 공중에서 공격하는 생각에서였다. 이를 본 범석이 자세를 낮게 숙여 허공을 스치는 킥을 피한 후, 점프해 그녀의 몸을 잡고는 그대로 바닥에 짓눌러 오른쪽 팔목 관절을 부러뜨려버렸다. 그리고 힘자랑을 하듯 양팔을 벌리며 다가오는 다른 보안요원의 손을 맞잡고는 세차게 밀어붙였다.
“비켜라!”
“그럴 수는 없어요. 당신이나 항복하세요!”
범석이 뜨끔거리는 왼쪽 어깨로 몸이 옆으로 기울여졌다. 아무리 강한 근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상처를 입으면 제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법이었다. 하지만, 경험이 녹아있는 전투센스까지는 앗아가지는 못했다. 그가 바로 더욱 상체를 숙여 그녀를 엎어치기를 해버리고는 면전으로 날아오는 다른 보안요원의 진압봉을 피하며 왼팔을 세차게 꺾어버렸다.
“아아악!”
이 모습을 본 다른 보안요원들이 뒤로 주춤거리며, 거리를 유지했다. 순식간에 또다시 둘이나 당하는 모습을 보았던 터라, 감히 공격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다. 이대로 차근차근 전투력을 잃어간다면, 발바르회장에게 가는 길이 열릴 수도 있을 터, 지금은 제압보다는 길목을 지키는 일이 중요했다.
“이 자 보통이 아니다! 최대한 막는데 사력을 다하고, 지원을 기다린다! 괜히 나서서 당하지 마라.”
최악의 사태가 벌어졌음에 범석이 잔뜩 긴장 어린 표정을 지었다. 저들 모두가 길목을 지키는데 사력을 다한다면 제시간에 제압하기란 요원했다. 그럼 그 사이에 지원군이 잔뜩 몰려들게 되고, 자신은 난감한 사태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결코 나쁜 일만이 아니다. 덕분에 발바르회장이 어느 방에 있는지 알 수 있으니까.’
보안요원들은 넓은 복도를 따라 이어진 문 중 하나에만 진을 치고 있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바로 저 문 너머에 발바르회장이 있다는 뜻. 다른 장소를 탐색하는 수고를 범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자신을 직시하는 보안요원들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무리 속에 있던 한 남성보안요원이 뚫린 정문 쪽을 바라보더니, 신명이 난 듯 외쳐댔다.
“지원이 왔다! 모두 힘을 내라!”
급히 뒤를 돌아다 본 범석이 급히 진입해오는 다섯의 보안요원을 보고는 이빨을 아득 깨물었다. 비록 적은 수이지만, 한 무리가 도착했다는 사실은 다른 이들도 곧 들이닥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어쩔 수 없다. 일단 이들부터 쓰러뜨린다.’
그가 바로 뒤로 다가오는 보안요원을 향해 뛰어갔다. 회장실을 지키는 무리가 길목을 막고 있는 틈을 타 이들을 전투불능상태로 빠뜨리기 위해서였다.
범석은 높게 점프해 발차기로 연달아 두 명에게 타격한 후 가장 뒤에 있던 한 엘프보안요원을 목줄기를 부여잡고 바닥을 미끄러졌다. 그리고 바동거리는 그녀의 오른쪽 무릎을 두 다리로 교차해 묶어버리고는 그대로 비틀어버렸다.
“아악!”
고통에 겨운 비명이 귓가로 흘러들어왔지만, 그가 전혀 개의치 않고 몸을 일으켰다. 뒤이어 들어오는 두 명의 테클 공격. 범석이 크게 옆으로 이동하며 피하고는, 후미에 서 있는 보안요원들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팟. 팟. 팟.
연달아 타격이 이어지는 사이, 방금 테클 공격을 시행했던 보안요원들이 일어나 가세했다. 순간 네 명이 사방에서 압박해오자, 범석이 지체 없이 뒤로 물러서고는 근처에 있던 책상을 넘어갔다. 지형적 이점을 빌어 차례로 쓰러뜨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원군으로 온 보안요원들은 뒤쫓기는커녕. 길목에 모여 있던 다른 보안요원들과 합세해 진을 더욱 공고히 했다. 얼마 안 있으면 동료들이 때로 몰려들 것이기에, 굳이 위험을 무릎서고 그와 상대할 필요는 없었다.
“젠장. 미치겠군. 저 애들을 어떻게 다 상대해.”
범석이 난감함을 표하는 사이. 정문 너머 복도에서 왁자지껄 거리는 외침과 수없이 많은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대략 유추해봐도 족히 수십. 이들이 가세한다면 끝장나리라 것쯤은 너무도 자명했다.
‘어, 어떻게 하지? 빠져나가야 하나?’
아직 정문 쪽이 비어 있으니, 지금이라면 몸을 뺄 수 있었다. 빌딩 외벽을 가득 메운 유리창을 깨고 뛰어내리기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대로 포기하고 물러선다면 발바르 회장의 지갑을 열 수 없었고, 자연스럽게 레인보우그룹은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럼 연인인 글로리아가 절망감에 빠져들 것이 자명한 일, 절대 그 꼴은 볼 수 없었다.
이내 결심한 범석이 힘차게 도약해 길목을 지키는 보안요원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억지로 길을 열 참이다.
팟. 파팟. 퍽. 쿵.
인정사정이 휘감아 찬 로우킥이 한 남성보안요원의 두 다리를 여지없이 부러뜨렸다. 다른 보안요원들은 맥없이 쓰러지는 그를 안중에도 두지 않고 여전히 범석의 앞길을 막는 일에 집중했다. 이제 약간만 시간을 끌면 수십의 동료가 들이닥칠 테고, 그럼 상황 종료였다.
“다들 몸을 아끼지 말고 저자가 회장실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 회장님을 무사히 보호하면 모두에게 아울라님께서 특별 보너스를 안겨주실 거다!”
그 말에 보안요원들이 힘을 내어 그에게 덤벼들었다. 아울라가 성질은 못되어 먹었지만, 신상필벌은 확실했다. 지금 저자에게서 발바르회장을 지켜내면, 막대한 보너스가 손아귀에 떨어질 공산이 무척 컸다. 그럼 모시는 주인님이 크게 기뻐할 테니, 엘프인 그녀들은 큰 행복감을 맛볼 수가 있었다.
이런 노고가 빛을 발했는지 얼마 후 정문 쪽으로 대량의 보안요원들이 치고 들어올 때까지 자리를 지킬 수가 있었다.
“잡아라! 침입자가 저기 있다!”
“젠장……!”
욕지거리할 틈도 없이 범석에게로 수없이 많은 보안요원이 덮쳐왔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이 많은 숫자를 상대로 버텨낼 수는 없는 일. 곧 바닥에 처참하게 깔려 바동거렸다. 그러나 이도 모자랐는지 속속히 정문으로 들어오는 보안요원들이 몸을 날려 그를 겹겹이 깔아뭉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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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또 날씨가 추워진다네요. 아. 난방비 많이 드는데요. ㅠㅠ.
그럼 모두들 좋은 주말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