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75
177화
지휘차량으로 돌아온 범석은 카메라에 담긴 저장칩을 꺼내 마가렛에게 넘겨주었다. 이제부터가 그녀가 본격적으로 활약해야 시기. 간단하지만, 아주 중요한 일을 해줘야 했다. 바로 모든 죄를 게이드라는 작자에게 뒤집어씌우는 일이었다. 이 작업이 순탄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여간 골치가 아니기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이에 마가렛은 지휘차량을 타고 이동하는 동안 범석의 정체가 드러날 만한 모든 영상을 편집함을 물론, 이를 게이드의 홈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방송국과 언론 및 주요사이트에 올렸다.
그리고 오늘 범행에 사용된 물건 중 슈트를 제외한 모든 물건을 게이드의 차량 트렁크 구석에 숨겨놓고, 자택으로 이동시켰다. 이 증거품이 경찰에게 발각되는 즉시 게이드는 범인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마무리 작업을 모든 끝나자 범석은 오늘 갓즈나이츠와 피스그리핀즈와의 경기경과를 살펴봤다. 시합내용은 2승 2무 1패로 갓즈나이츠가 승리를 거두며 리그 2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렇다는 얘기는 열흘 후 벌어지는 와이드리그로 향하는 승격토너먼트에 참가할 수 있다는 뜻. 그는 돌아가는 내내 히쭉히쭉 웃어대며 좋아했다. 하지만, 걱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바로 오늘 당한 어깨 부상이었다. 앞으로 벌어질 승격 토너먼트에는 델로이 광역 정부 내에 포함된 에어리어리그의 강팀들이 모이는 자리라, 자신이 부상으로 빠지면 앞날이 캄캄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암담한 일이 에이번드로 돌아가면서 발생했다. 바로 글로리아가 예쁜 딸을 순산했다는 소식이었다. 곁을 지켜주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홀로 아기를 낳게 했으니 미안하기 이를 때가 없었다.
결국, 범석은 변명거리를 찾기 위해 급히 윌킨스회장에게 연락을 넣어 레인보우그룹에 대한 지원 여부를 문의했다. 그저 자금문제 때문에 금융관계자를 만났다는 얘기보다는 곧 윌킨스금융지주에서 대량의 자금이 공수될 것이라고 말하는 편이 훨씬 모양새가 좋았다.
윌킨스 회장은 처음에는 범석이 발바르회장에게서 돈을 가져왔다는 소식을 듣고 반신반의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린고비 이단옆차기 해버릴 영감탱이가 생전 모르는 그에게 지갑을 열었다는 사실이 못내 믿기지 않았던 탓이다. 이에 범석은 돈을 얻기까지 찍어둔 영상을 보여주게 되었고, 내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감상하던 회장은 3크랑을 얻어내는 장면에서 고소했는지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그리고 좀 과격한 방법을 채용하기는 했지만, 범석과 한 약조를 반드시 지키겠노라고 말했다. 윌킨스 회장은 당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받아내라고만 했지만, 딱히 삥을 뜯지 말라는 소리를 하지 않았다.
덕분에 한결 마음이 편해진 범석은 병원으로 가 글로리아를 만났다. 다행히도 병실에 누운 그녀는 이해하는지 반가이 맞이했다.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었지만, 범석이 레인보우그룹의 생존을 위해 금융관계자를 만나고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자신을 위해 애쓰고 온 사람을 탓할 수는 없었다. 뭐 그래도 여자이기에 약간은 섭섭한 감정이 들기는 했지만, 윌킨스 회장으로부터 대량의 자금지원을 약속받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자 봄날의 눈 녹듯이 사라져버렸다. 평생을 일구어 온 회사가 다시 살아나게 됐으니, 그만큼 기쁜 일도 없었다.
이날 범석은 마지막으로 신생아실에 누워있는 딸아이를 보고는 오늘의 피로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눈을 감은 채 몸을 꼼지락거리는 아가의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다음 날. 한쪽 어깨를 깁스한 범석이 훈련경기장 밖 벤치에 앉아, 소속 검투사들의 전술 훈련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근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히 드러나 있었는데, 바로 이번에 치를 승격토너먼트 대회 때문이었다. 리그 2위가 되어 참가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지금의 전력을 보니 앞날이 캄캄했다. 자신은 LHN본사빌딩의 격투에서 입은 부상이 전치 3주 선고가 나왔고, 시즌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온 라피네와 오스칼은 출전 검투사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 이번 대회에 참가할 수 없었다. 이런 전력으로 델로이 광영정부 내 최강팀들이 모이는 승격토너먼트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는 없는 일.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다행히 드래곤나이츠의 빈센트감독이 대여검투사들을 승격토너먼트기간까지 팀에 남겨줘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꼼짝없이 들러리로 참가할 뻔했었다.
“휴~ 그래도 걱정이네. 이거 잘해야 대등함을 유지할 정도이니…….”
와이드리그로 가는 승격 토너먼트 대회에는 8개 리그의 총 16개 팀이 참가하게 된다. 이중 승격할 수 있는 팀은 평균적으로 3위 안에 드는 세 팀.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3연승이 필요했고, 3,4위전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전제하에 4강전 때 단 한 번의 패배만 허락되었다. 아슬아슬한 전력으로 그 치열한 경쟁을 뚫기란 어려운 일. 범석은 뭔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됐다.
‘역시. 무리해서라도 내가 참가할 수밖에 없나?’
현재 그는 왼팔을 전혀 못 쓰는 상황이었지만, 승격토너먼트 경기가 열리는 열흘 후라면 진통제를 맞고 참가할 수 있을 듯도 보였다. 문제는 바로 수잔이 길길이 날뛰며 반대를 표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가뜩이나 사이도 좋지 못한데 팀닥터인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경기에 나선다면, 분명히 호감도가 크게 떨어질 터였다.
하지만, 승격토너먼트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좀만 애를 쓰면 내년 갓즈나이츠는 와이드리그 팀으로 변모할 수도 있었다.
“좋아. 일단 그럼 체력훈련이라도 하자. 다리 운동이라면 수잔씨도 뭐라고 하지 않겠지.”
벤치에서 일어난 범석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봄꽃이 피어난 오솔길을 따라 헬스장이 있는 훈련건물로 걸어가던 그가 문뜩 옆을 돌아다 봤다. 사무실건물로 이어지는 갈림길을 따라 에스더가 손에 전자문서를 들고 급히 내려오던 탓이다.
“이사장님! 잠시만 여기 좀 보셔야 할 것 같아요!”
멈칫 제자리에 선 범석이 다가오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무슨 일이야? 난 훈련시간에는 사무업무를 보지는 않잖아.”
“네. 알고 있는데요. 일이 좀 급하게 됐어요.”
“아니. 근래에 급한 사무업무가 뭐가 있다고? 내년 시즌 예산 처리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거라면 승격토너먼트가 끝나야 한다고 어제 말했잖아. 와이드리그에 참여할 때와, 에어리어리그 참가할 때는 수입과 지출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고. 그러니 지금 못 정해.”
헐레벌떡 걸어와 그에 앞에서 에스더가 숨을 몰아쉬고 대답했다.
“그게 아니에요. 검투사 영입에 대한 일 때문이에요.”
말도 안 되었기에 범석이 바로 콧방귀를 꼈다.
“에스더. 너 어디 아프냐? 지금은 5월 중순이라고. 검투사 이적시장은 7월 1일이나 되어야 개장한다는 것 몰라?”
“네. 당연히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건수는 이적이 아니라 신인 드래프트에요.”
범석은 더더욱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신인 드래프트란 학원스포츠에서 크게 활약을 한 어린 선수들을 일정한 룰에 따라 프로팀에 배정하는 제도였다.
그런데 이 세계에서 프로운동선수로 활약할 수 있는 이들은 개조인간과 엘프들 뿐이었다. 이에 학원 스포츠에서 프로로 올라오는 경우는 아예 없다시피 했고, 당연히 신인 드래프트라는 말 자체가 없었다. 수천만 크랑의 비용이 되는 신체개조시술을 아무나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엘프들도 학원스포츠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그녀들은 돈으로 사고파는 존재들이기에, 그냥 팔려나갈 뿐 드래프트 형식으로 프로팀에 가는 예는 없었다.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마, 신인 드래프트라는 제도가 지금 시대에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런데 올해부터 생겼어요. 그것도 대단위로요.”
여전히 믿기지 않았는지 범석이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정말? 몇 명이나?”
“검투에서만 남녀 각각 50명씩 총 100명이요.”
“그렇게 많이?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길 수가 있지? 올해 졸업한 운동선수 중에 갑부 아들 딸내미들이 그렇게 많았냐?”
“아니에요. 모두가 이사장님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아니. 왜 내가 무슨 상관인데?”
“이사장님께서 문화체육부의 시범사업으로 개조인간이 된 특별 케이스잖아요.”
하며 에스더가 지금의 상황을 소상히 설명했다. 범석은 작년 WBS에서 주관하는 세계 5대 유망주에 선정되어 꽤 유명세를 탔다. 덕분에 많은 유명 프로검투팀으로부터 관심을 받았고, 그간의 활약도 대단해 상당한 몸값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를 개조인간화시켰다고 설정되어 있는 문화체육부는 무척 고무되어 있었고, 이 시범사업을 크게 확대하기로 결정 내렸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큰 비용이 든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아무리 정부기관이라 세금에 대한 부담이 없지만, 한 명의 개조인간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상당금액이 필요했고, 이에 따르는 자금조달의 어려움이 사업시행의 발목을 부여잡았다.
이렇듯 신사업이 정체될 위기에 처해있을 때. 누군가가 오래전 시행되었던 신인드래프트 제도를 떠올리고는, 이를 참조해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자금을 조달하자고 건의를 올렸다. 바로 프로를 갈망하는 뛰어난 학원스포츠의 인간선수들을 개조인간화시켜주는 대신, 그들을 필요로 하는 프로팀으로부터 자금을 받아챙기자는 것이었다. 일석 삼조의 일로 프로팀은 싸고 뛰어난 선수를 얻을 수 있고, 학원스포츠 선수들은 개조 시술을 받아 프로의 꿈을 이룰 수가 있었다. 그리고 문화체육부는 몸값을 받아챙겨 신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됨은 물론, 추가로 상당한 벌이가 예상되었다.
‘하하하. 허 참나. 내가 전에 뻥 친 일로, 사건이 이렇게 커지나?’
일이 어떻게 됐든지 간에 범석은 한 번 참가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됐다. 학원 스포츠에서 활약해온 검투사들은 엘프 신인검투사와 달리 상당한 검술 실력을 지니고 있을 것이라 예상되기 때문이다. 엘프는 엘프학교과정 3년을 거친 후 프로로 들어올 뿐이지만, 그들은 십수 년간 검술과 검투를 익힌 전 세계 학원스포츠선수 중 100명을 추려 선정한 특급 인재들이었다. 성장성 좋은 애 하나만 건져도 그 파급효과는 지대할 수밖에 없었다.
범석이 급히 에스더가 들고 있는 문서를 받아들고는 자세한 내용을 읽어나갔다.
‘뭐? 드래프트에 참가할 때도 돈을 받아? 이 날도둑놈들!’
처음 그의 눈길을 끈 대목은 신인 드래프트에 참가할 팀은 일단 10만 크랑을 문화체육부에 지급해야 한다는 항목이었다. 팀 차원으로 봤을 때는 그리 부담이 가는 금액이 아니지만, 참가팀이 전 세계 프로팀 전부라고 친다면 검투팀에만 10억 크랑의 수입을 얻을 수가 있었다. 뭐 부수항목을 넣어 심사를 통해 한 해 한 종목당 300여 개 팀만 선정한다지만, 그래도 3,000만 크랑을 공으로 먹어가는 격이 되었다.
“10만 크랑이라……. 공공기관이 이거 너무 돈독이 오른 것 아닌가?”
“그래도 반드시 참가해야 해요. 검술 능력이 뛰어난 검투사를 아주 싼 값에 영입할 기회니까요. 그것도 3할의 이상의 확률로요.”
당연한 소리이기에 범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하긴 그렇기는 하지. 그런데 300팀이라……. 어떻게 이 중에 우리 팀이 포함된 거지? 전 세계 프로검투팀은 만 개가 넘는데 말이야.”
“네. 참가신청서를 보내온 담당자의 말로는 이사장님이 이 시범사업의 초대 배출자라 특별케이스로 넣었다고 했어요. 하지만, 아마도 제 생각에는 참가하는 다른 프로팀에 내보일 얼굴마담으로 삼으려는 것 같아요. 이 사업을 통해 이사장님 같은 걸출한 신인이 배출되었다는 사실을 인지시켜 다른 프로팀의 구매욕구를 상승시키려는 의도겠죠.”
납득이 갈만한 의견이었기에, 범석도 동조를 표했다. 처음으로 시행되는 시범사업이니 어떻게든 성공을 싶어할 테고, 마케팅에 도움이 될 만한 그를 전면에 세우는 일도 생길 법도 했다.
“그렇겠군. 아주 운이 좋았어. 보통이라면 우리가 낄 자리가 없었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이 행사를 통해 검투사를 데려오는데 얼마 정도 들려나?”
에르다가 다음 장에 중간에 있는 항목을 짚으며 말했다.
“일단 올해 배출되는 신인이 적은 관계로 한 팀당 다섯 검투사를 선정해 협의를 볼 수 있고, 여기서 한 검투사만을 데려갈 수 있어요. 그리고 행사 측인 문화체육부에 일률적으로 100만 크랑을 내게 되어 있고, 추가적인 연봉이나 계약금은 영입할 검투사와 협의를 해야 해요.”
범석이 난감한 눈빛으로 항목의 내용을 바라봤다. 이거 잘못하면 크게 바가지를 쓰일 수도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 탓이다.
신체개조시술의 시술의 성공률은 해당 의사의 능력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랜덤이었다. 즉 이번에 나올 신인검투사 중에는 900대가 넘는 성장성을 가진 검투사가 존재할 수도 있지만, 600대 미만의 허접한 성장성을 보유한 검투사가 수두룩할 터였다. 아무리 검술능력이 뛰어나도 이런 신인을 영입하기 위해 100만 크랑의 몸값에, 추가로 계약금과 연봉을 제시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나야 상관없지. 정보창을 보고 확인하면 되니까.’
올해 나오는 신인검투사는 100여명. 이들의 정보를 확인하는 데에는 반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다른 팀이야 모르겠지만, 범석이 걱정할 이유는 없었다.
그는 다시 첫 번째 장으로 돌아와 다음 항목을 체크했다.
‘계약 체결을 위해서는 신인선수와 프로팀 간의 상호 이해관계가 성립해야 한다……?’
그렇다면 현실과 같이 지정제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럼 검투사 영입 시 계약금과 연봉이 크게 오를 터. 거대 프로팀을 상대로 경쟁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에어리어리그팀인 갓즈나이츠와 센트럴리그나 월드리그 팀의 자금력이 같을 수는 없었다. 이를 봤을 때 범석은 자칫 얼굴마담으로만 남고, 헛물만 켜고 돌아올 공산이 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크게 불리하지만도 않았다. 프로팀의 생리상 검증되지 않은 검투사에게 막대한 돈을 투자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여느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검투경기도 신체능력을 아주 중요시했는데, 지금 나온 신인들은 갓 시술을 마친 상태라 그 부분이 증명되지 않았다. 아마도 이점에 대해 다른 프로팀들이 우려를 표할 것임이 분명했다.
============================ 작품 후기 ============================
에고 오늘 어디를 다녀오르라 글을 못썼네요. 덕분에 기껏 쌓아놓은 비축분이 하나 날아갔습니다. 그제 어제 겜을 안해서 좀 쌓였거든요. 하하하. 나중에 모아서 진하게 올려드리려고 했는데요. 하하하하.^^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