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78
180화
“아. 그렇겠군요. 그럼 0기생으로 프로에 진출하시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셨습니까?”
“글쎄요. 어려움은 그다지 없었습니다. 프로는 실력으로 말하는 법. 실력이 있다면, 다 인정을 받게 되어 있으니까요.”
방긋 미소를 지은 진행자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져댔다. 아주 평범한 질문들로 범석이 무난히 대답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지금 인터뷰의 목적은 그저 허울뿐. 진정한 목적은 계속 홀로그램 영상으로 나오고 있는 활약 장면을 프로팀 관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에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의도가 맞아떨어졌는지, 관람석에 앉아 있던 관계자들의 눈빛이 자못 진지해졌다.
그 사이 시간은 흘러 인터뷰가 마지막에 이르고 있었다.
“아. 네. 그럼 끝으로 앞으로 프로로 진출할 후배 검투사들에게 한 말씀을 해주십시오.”
“일단 검술 실력은 받쳐줘 줄 테니, 프로로 진출하면 체력단련에 신경을 써달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처음 제가 검투경기에 나갔을 때 신체적인 문제 탓에 고생했거든요.”
“아. 후배들을 위한 보옥 같은 말씀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그럼 범석씨 수고하셨습니다.”
가볍게 목례를 한 범석이 무대 한편에 나 있는 계단을 통해 좌석으로 돌아갔다. 잠시 진행자들 간에 주고받기 식의 대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곧 오늘의 하이라이트시간이 돌아왔다. 바로 해당 검투사를 소개하는 순서였다.
“자. 그럼 기다리시는 검투사 소개 있겠습니다. 첫 번째로 여러분에게 선보일 검투사는 작년 월드학원 배 검투경기에서 준우승을 한 히먼고등학원의 중견을 맡았던 듀란 에릭크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로 호명되는 신인 검투사. 하지만, 범석이 팔짱을 낀 채로 바로 눈을 감았다. 남자이기에 볼 필요도 없었던 탓이다. 괜히 정보창을 확인했다가 능력이라도 좋으면 갈등을 느낄 테니, 아예 신경을 꺼버릴 요량이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듀란은 무대로 나와 간단히 검술 동작을 선보이며, 프로 관계자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어필했다. 이렇듯 2분여 동안 간단한 질문과 활약한 경기영상이 홀로그램으로 나간 후, 그가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무대 뒤로 사라졌다. 열흘간의 행사기간이라는 기회가 있으니 오늘 소개를 길게 가져갈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자. 그럼 다음 소개할 검투사는 작년 월드학원 배 여성부 검투경기에서 우승을 한 로즈고등여학원의 후미인 메이샤 가라튼양입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여성 이름의 호명에 이제야 눈을 뜬 범석이 흘낏 바라보다 다시 눈을 감았다. 여성이라고 다 같은 여성이 아니었다. 선머슴 저리 가라는 근육질의 몸매에 우람한 체격. 다른 프로팀 관계자들에게는 강인한 인상을 심어줄지 모르겠지만, 그로서는 절대 관심을 둘만 한 여인상이 아니었다.
‘참나. 개조인간이 되면 외모도 예쁘장하게 만들어주는데, 저 꼴이 뭔지. 시술비가 아깝다. 쯧쯧.’
하지만, 메이샤의 뒤로 나오는 여성 검투사들은 준수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딴에는 여자라는 사실을 인식했던 모양인지, 꽤 외모에 신경을 쓰며 시술을 받은 흔적이 보였다. 몸매도 그만하면 괜찮은 편이었고, 얼굴도 제법 반반했다. 문제는 대다수가 그다지 성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사실이다. 범석에게 필요한 검투사 외모도 갖춰져 있어야 하지만, 이에 못지않은 실력과 성장성이 포함되어 있어야 했다.
‘그래도 제법 괜찮은 의사에게 시술을 받은 모양이네. 일반 엘프들과 비교해봤을 때는 높은 편에 속해.’
오늘 나온 신인검투사들의 하한치는 500대 말미에서 600대 중입이었고, 평균적으로는 600대 말미에 가까웠다. 엘프들의 하한치가 400대임에 볼 때 꽤 높은 수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런 아이들이 활약할 수 있는 리그는 기껏해야 에어리어리그나 와이드리그까지였다. 최종리그인 월드리그까지 바라보는 범석에게는 성이 차지 않는 수치로, 사흘 후에 시작될 승격 토너먼트만 아니라면 그다지 영입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몰라 전체적으로 성장성 수치가 높으니, 하나쯤은 제대로 된 아이가 나올지 몰라.’
이러는 사이 신인 인간검투사의 소개가 계속되었고, 범석의 손길도 바삐 돌아갔다. 협상할 수 있는 상위 5인을 간추리기 위해, 매번 신입검투사가 나올 때마다 지금 작성하고 문서의 명단을 갱신해 나가고 있었던 것이다.
“자. 그럼 또 한 명의 검투사를 여러분에게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작년 세계 학원 배 여성부 검도대회에서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한 여검사 젤소미나 아란트입니다.”
호명 소리와 함께 170센티 정도의 붉은 머리칼을 한 여인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더니 무대 중앙으로 섰다. 상당히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는데, 타이트한 운동복 사이에서 드러나는 몸매가 아주 예술이었다. 봉긋하게 솟아있는 가슴하며, 부드럽게 이어지는 S자 라인에 길게 뻗은 두 다리는 미려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계란형 얼굴의 각 부위는 조화가 잘 이루어져 상당한 미인형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외모가 마음에 든 범석이 곧이어 홀로그램에서 나오는 그녀의 활약장면에 시선을 집중시켰다. 그리고 사각의 라인 안에서 호구를 찬 채로 죽도를 휘두르는 모습을 나오자 경악에 찬 표정으로 살짝 엉덩이를 들썩였다.
‘뭐야? 학원 검도계에 저런 엄청난 검사가 숨어 있었단 말이야!’
영상 속에 나온 젤소미나의 검술실력은 실로 대단하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마치 잘 조련 된 야수와 같이 강인함과 절제가 적절히 포함된 경륜 있는 검술이었다. 물론 활약 장면 중 하이라이트를 간추려 보여주고 있기에 우연일 수도 있지만, 저 정도의 실력을 단순한 영상편집으로 드러내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순간 범석이 입술을 잘끈 깨물었다. 이곳으로 오기 전 신입 검투사의 활약장면을 지켜보면서, 검도대회 출전자를 제외한 사실이 그렇게 후회될 수가 없었다. 검술실력이 뛰어난 검사들은 대다수 학원 내 검투팀으로 빠지는 통에, 검도에 매진하는 어린 학생들은 대부분 실력이 고만고만한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바쁜 일과 중 저녁 시간 때 잠시 짬을 내 살폈던 그는 검투팀 소속된 검사들을 주로 보게 되었고, 검도대회 출전자들은 미처 신경 쓰지 못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는 신육기사야. 아무리 검술능력이 뛰어나도 신체능력이 향상할 기미가 안 보인다면 굳이 탐을 낼 이유가 없어. 저 정도는 월드리그급 검투사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기교니까.’
신육기사. 기술이 4라면 신체능력이 6을 차지한다는 검투계에 유행하고 있는 격언으로,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지녔다고 할지라도 이를 받쳐주는 신체능력이 없다면 그리 좋은 검투사가 아니라는 속뜻을 담고 있었다. 기술은 연마하면 자연스레 늘지만, 신체능력은 성장성에 지배를 받기에 극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결국, 그는 긴장된 마음으로 그녀에 대한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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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젤소미나 아란트.
구분 : 개조인간(0년).
소속 : 문화체육부.
명성 : 124.
악명 : 388.
호감도 : ???.
H유무 : 무.
스테미나 : 5400/5400.
사회성 : 28, 근력 : 51 체력 : 54.
민첩 : 61, 균형감각 : 58, 지능 : 72.
정신력 : 78. 판단력 : 88, 재주 : 31.
운 : 56.
현재기량/잠재능력 : 577/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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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격노의 아테나.
특이사항 : 작년 세계 학원 배 여성부 검도대회 우승자. 어려서 남동생과 함께 부모에게 버림을 받아 보육시설에서 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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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이거 빼도 박도 못하게 생겼군. 반드시 이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한다.’
젤소미나는 아직 신체능력은 크게 떨어지지만, 성장성은 957나 됐다. 이는 만약 영입만 성공한다면, 갓즈나이츠에서 3번째로 높은 성장성을 보유한 검투사가 될 정도로, 그동안 범석이 심혈을 기울여 유망주만을 확보했다는 사실을 봤을 때, 무척 높은 수치임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격노의 아테나라는 특성은 발동 시 150분 간 전 능력치를 +10을 시켜줄뿐더러, 분노 시 모든 정신능력이 -2가 되며 힘과 체력이 각각 6이 추가로 오르는 옵션이 있었다.
검술이면 검술. 성장성이면 성장성. 여기에 최고급의 특성까지. 절대 이 이상의 영입대상을 찾기란 어려울 듯 보였다.
애써 표정을 가다듬은 범석이 근처에 앉아있는 프로팀 관계자의 얼굴을 살펴봤다. 혹시나 그녀에게 탐심을 흘리는 자들이 있을까 걱정이 든 탓이다. 경쟁자가 생긴다면 그만큼 영입이 힘들어질 터,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었다.
‘후후후. 그다지 없군. 바보 같은 놈들. 아무리 올해가 처음이라지만, 흙속의 진주를 몰라보다니…….’
젤소미나에게 관심을 표하는 프로팀 관계자들은 그다지 없었다. 그들도 범석처럼 선입관에 잡혀 검도인에 대한 편견이 있었고, 항시 날렵하고 강인한 신체능력을 지닌 엘프들을 보다가 갑작스럽게 그보다 훨씬 못한 인간의 활약장면을 봤으니, 눈에 찰 리가 없었다. 이들의 시선에는 ‘인간치고는 제법이군.’이라는 안일함이 가득 차 있었다.
그때 무대에서는 진행자의 그녀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고 있었다.
“젤소미나양. 혹시 이 중에 가고 싶은 프로팀이 있나요?”
“특별히 정해놓지는 않았어요. 다만, 최소 연봉 1,000만 크랑을 제시하는 팀이라면 어디라도 갈 생각을 하고 있어요.”
대답과 함께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피식하는 웃음소리가 튀어나왔다. 아무리 전 세계 학원 스포츠계에서 고르고 골라온 인재라고는 하지만, 지금은 기껏해야 증명되지 않은 신인이었다. 그 정도라면 베테랑급 와이드리거가 받는 연봉. 갓 프로에 입문할 자가 함부로 언급할 금액이 아니었다.
이는 진행자도 마찬가지 생각이었기에, 표정에 난처함이 가득했다.
“하, 하하. 젤소미나양 배포가 상당히 크시군요.”
“배포가 큰 것이 아니에요. 제 실력이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돈을 말씀드렸을 뿐이에요.”
망상에 빠져 있다고 생각한 프로팀 관계자들이 일제히 그녀를 영입명단에서 지워버렸다. 젤소미나의 능력과 성장성을 일찌감치 알아챘던 범석조차 손이 꿈틀거릴 정도이니, 다른 팀이야 오죽하랴? 하지만, 영상 속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젤소미나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모자라는 신체능력을 검술로 카바할 수 있으니, 충분히 와이드리거 주전급의 활약을 펼쳐 보일 수 있었다.
‘그래도 1,000만 크랑이면 무리가 있는데…….’
갓즈나이츠가 와이드리그로 올라간다면 모를까, 지금 상황에서는 그녀에게 연봉 1,000만 크랑을 제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검투사 한 명에게 현재 보유금의 10분지 1 가까이를 매년 줄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놓치기에는 아까운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녀는 몇 년만 잘만 키워나간다면, 충분히 월드리거로 성장할 수 있는 검투사였다.
‘문제는 먹튀면 곤란하다는 점이야. 인간 검투사는 소유개념이 아닌 점유 개념이니까.’
인간 검투사는 팀에서 내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계약기간이 끝나는 즉시 다른 팀으로 이적해갈 수 있었다. 천신만고 끝에 뛰어난 검투사로 키웠는데, 거금을 제시하는 다른 팀으로 홀라당 떠나가버리면 자신만 바보가 되었다. 특히나 그녀는 이런 민감한 자리에서 연봉 얘기를 꺼낼 만큼 무척 돈을 밝히는 성격이라, 그 위험성은 컸다.
‘쩝. 뭐 그전에 공략을 마치면 되겠지. 후후후.’
팀 내에 붙들어놓을 방도가 있던 범석으로서는 영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3년에서 5년간 절대 이적 불가 옵션을 붙인 후, 그 사이에 냉큼 드셔 버리면 해결될 일이었다.
최종적으로 그는 은근슬쩍 고개를 돌려 빈센트감독을 쳐다봤다. 아무리 그라도 단순히 소개를 듣는 것만으로는 성장성까지 유추할 수는 없겠지만, 내면의 검술실력쯤은 능히 눈치챌 수 있었다. 당연지사 세심히 행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마찬가지 생각을 했는지 빈센트감독이 그를 바라보며 흰 이가 드러나도록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거하게 한 판 붙게 생겼다고 판단한 범석이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아~ 저 영감탱이! 평생 도움이 안 돼! 도움이! 어차피 다른 팀으로 이적 갈 양반이 정말 왜 이래! 이럴 때는 은근슬쩍 양보하는 융통성도 발휘할 줄 알아야지!’
꿍한 표정을 지은 범석이 팔짱을 낀 채로 연방 콧김을 불어댔다. 저 여우 같은 영감탱이가 젤소미나의 검술능력쯤은 충분히 알아챌 수 있다고 믿었지만, 곧 다른 팀으로 이적을 가는 양반이 저리 욕심을 낼 줄은 몰랐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던 그가 주최 측에서 보내온 문서를 전자수첩에 띄우고는 맨 상단에 깜빡거리고 쪽지 다섯 개를 가만히 쳐다봤다. 바로 협상을 진행할 수는 권한 딱지로, 범석은 이것으로 최대 다섯 명의 신인검투사를 협상 테이블에 앉힐 수가 있었다.
그런데 이 딱지들에는 한 가지 재미있는 기능이 하나 더 숨겨져 있었다. 바로 한 검투사에게 한 장 이상의 개수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인데, 가장 많은 딱지를 제시한 팀은 해당 검투사에 대한 우선 협상권을 얻게 되었다. 모두가 자금력이 달리는 군소 프로팀에게 기회를 주고자 채용된 제도로, 범석에게는 아주 유용하다고 할 수 있었다.
‘후후후. 좋아. 다섯 장을 모두 쏟아부어 우선 협상권을 얻는 거야. 그리고 단번에 젤소미나가 원하는 금액을 제시해서 영입하는 거지. 그럼 만사 오케이야.’
결정을 내린 범석이 첫 번째 행사인 검투사 소개순서가 끝이 나자마자 신속하게 5장의 딱지를 젤소미나에게 쏟아부었다. 좀 더 지켜보고 날릴 수도 있지만, 누가 먼저 지금 협상권을 던져버리면 자신은 닭 쫓던 개꼴이 되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달리 아주 엉뚱한 결과가 발생했다. 이 이른 시간에도 그 외에도 우선협상권을 얻기 위해 5장 모두를 던진 팀이 4팀이나 더 있었던 것이다. 두 팀은 위명이 쟁쟁한 월드리그 팀이었고, 나머지는 두 팀은 드래곤나이츠와 채플린 위스퍼였다. 그리고 그 외에도 3~4개씩의 딱지를 던진 팀들도 수두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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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 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