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83
185화
와이드리그로 향하는 승격 토너먼트는 델로이 중앙정부 내 큰 축제의 마당이었다. 이번 대회가 열리는 장소는 실로니아 지역으로 8개 도시의 콜로세움에서 각 에어리어리그의 1, 2위 팀이 모여 승격으로 향한 치열한 경쟁을 벌여나가게 되었다.
갓즈나이츠는 A조. 다행히 C조인 블랙 캣츠팀과 D조인 채플린 위스퍼를 결승까지 피하기는 했지만, 4강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다크 카오스즈팀을 만나게 되었다. 이 팀은 항시 델로이와이드리그 내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던 팀이었는데, 작년 소속 검투사의 약물복용사건과 주전 검투사의 잦은 부상으로 안타깝게 강등이 되었었다. 다만, 문제라면 지난 리그 동안 모회사인 카오스유통에서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 전력이 종전보다 크게 상승했다는 점이랄까? 덕분에 이번 대회의 최강 전력과 조직력을 자랑하는 다크호스 팀이 되었고, 범석에게는 큰 근심거리가 되고 있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승격할 팀이 단 3팀. 만약 그들과 맞붙어 패하게 된다면, 3,4위 전에서 블랙 캣츠팀과 채플린 위스퍼 중 하나와 상대해 반드시 이겨야 하니 눈앞이 캄캄해졌던 것이다. 이들 중 갓즈나이츠 보다 못한 팀은 없었다.
그런데 여기에 더욱 좋지 않은 소식이 하나 있었다. 바로 1회전에 맞붙을 상대가 스플레쉬 마우스즈라는 강팀이라는 사실이었다. 와이드리거급 전력 10명에, 경험 많고 뛰어난 실력의 검투사가 대거 뒤를 받쳐주던 탓에, 지금의 갓즈나이츠 전력으로는 어찌 상대해볼 도리가 없는 팀이었다.
엘링턴시티는 승격 토너먼트가 열리는 실로니아 지역의 중심 도시로 개막전과 함께 A조 첫 번째 경기가 벌어지게 되었다. 바로 갓즈나이츠와 스플레쉬 마우스즈의 경기로, 범석은 이 일전을 위해 중심가 내에 있는 야모스호텔에 둥지를 틀고 내일을 대비하고 있었다.
“휴~ 어떻게 한다.”
중앙통로의 비상계단에 앉아 보름달이 밝게 떠있던 야경을 바라보던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 밤 너머로 열리게 될 승격 토너먼트가 여간 걱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금 갓즈나이츠에서 스플레쉬 마우스즈의 주전과 맞붙어 호각을 이룰 만한 검투사는 에르피나, 에리카, 헤스티아와 이번에 새로 영입한 젤소미나뿐이었다. 이들 넷으로는 10명이나 되는 스플레쉬 마우스즈의 와이드리그급 전력을 어찌 상대해 도리가 없기에 반드시 대책이 필요했다.
‘일단 우리 쪽이 피지컬적인 측면이 강하니, 이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해.’
갓즈나이츠는 경험이 미숙한 유망주가 다수 포함된 대신, 신체조건을 무척 좋았다. 기본적인 능력치도 무척 높은데다가 영입 당시 추가적인 스텟 상승을 보이는 특성을 지닌 검투사들로 고르고 고른 탓에, 센트럴리그급 이상의 신체능력을 넘어 월드리그급에 이른 아이들도 다수 있었다. 이에 내일 경기를 피지컬적인 측면을 살리는 쪽으로 풀어나간다면, 자연스레 갓즈나이츠가 승리할 공산은 그만큼 높아지게 되었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은 상대도 이 사실을 알 테니, 쉽사리 빠져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아마도 스플레쉬 마우스즈는 쉽게 격전을 벌이려 하지 않을 거야. 후반 스테미너 관리를 위해, 방어로 일관하다가 빈틈을 노려 공격해 오겠지.’
그렇지만 이 전략을 깨는 방법은 뜻밖에 간단했다. 갓즈나이츠도 방어 일변도로 나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스플레쉬 마우스즈는 승리를 위해 전격적으로 공격을 감행해 올 터. 피지컬 측면이 중요시되는 격전을 벌여 나갈 수 있었다.
다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하나 필요했다. 바로 스플레쉬 마우스즈가 무승부를 두려워하게 해야 한다는 점이다. 승격 토너먼트는 어떠한 경우든 승부가 결정짓는 경기라 모든 라운드를 마친 상태에서 라운드승수가 같다면 승부대결로 들어가게 되었다. 여기서 반드시 패할 것이라는 우려를 심어준다면 저들은 결코 무승부 경기를 바라지 않을 터였다.
‘결국, 내가 출전해야 한다는 소리군.’
그동안 리그경기를 통한 활약으로 범석은 이 근방에서 공포의 존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홀로 서넛을 상대해 호각을 이루는 싸움을 벌이니, 상대 팀으로서는 기가 질릴 수밖에 없었다. 이런 그를 일대일 싸움으로 운명이 결정되는 승부대결에서 만나고 싶어하지는 않을 터. 스플레쉬 마우스즈는 어떻게든 라운드 승수를 따내기 위해 무리를 할 것임이 자명했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게 되고, 후반부에 체력적 우위를 통해 승리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럼 우리 예쁜 누님을 만나봐야 한다는 소리군.’
부상 명단에 올라 있는 범석이 경기에 나가기 위해서는 팀닥터인 수잔의 긍정적 소견이 포함된 출전허가서를 행사주최 측에 제출해야 했다. 다른 팀이라면 팀 고위관계자가 윽박지르면 충분히 받아낼 수 있는 문서지만, 갓즈나이츠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현재 팀 내에서 가장 입김이 강한 인물이 바로 수잔이었던 탓이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범석이 먼지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그녀가 머물고 있던 호텔방을 찾아갔다.
“절대 안 돼요!”
방문을 열어젖힌 범석의 얼굴을 보자마자 수잔이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야심한 밤. 남정네가 자신의 방을 찾아왔기 때문이 아니라, 그가 앞으로 할 말을 지레짐작하고 거절을 표시한 것이다. 중요한 경기를 앞둔 바로 전날 범석이 팀닥터인 자신을 찾아왔으니 용건은 보나 마나 빤했다. 게다가 내일 붙을 스플레쉬 마우스즈는 수위급에 드는 강팀인지라, 범석이 출전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다.
방문 틈에 슬그머니 발을 가져다 댄 그가 곤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다짜고짜 안된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내일 출전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요?”
범석이 멍한 얼굴로 말했다.
“어떻게 그걸……? 전 아직 용건을 꺼내지도 않았는데요.”
“너무도 빤하니까 그렇죠. 그 이유가 아니면 이사장님이 이 시간에 저를 찾아올 이유가 없잖아요!”
혀를 살며시 찬 범석이 다짜고짜 방문을 안을 파고들더니, 그녀의 손목을 부여잡았다.
“아이 그러지 말고. 잠시 생각 좀 해보십시오. 프로팀이 승격 토너먼트에 참가하는 일은 그리 흔하지 않습니다. 바로 20팀이 경쟁하는 해당 리그 내에서 1, 2위를 차지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일단 진출했으면 무리가 있더라도 승격을 목표해야 함이 너무도 당연한 일입니다. 다시금 기회가 언제 올지 알 수 없으니까요.”
방 안 침대에 철퍼덕 앉은 수잔이 입을 삐죽 내밀었다.
“누굴 바보로 아세요? 저도 일 년간 프로검투팀인 갓즈나이츠의 팀닥터를 해왔기에, 우리 팀이 얼마나 강한지는 충분히 알고 있어요. 아마도 장담컨대, 내년 시즌 후에 있을 승격토너먼트에 다시 출전할 수 있을 것이에요. 그러니 이사장님께서 무리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게 백 퍼센트 장담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막말로 매년 에어번드 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하던 피스 그리핀즈 봐도 알 수 있죠. 그들 팀은 올해도 승격토너먼트 출전 최우선 팀으로 예상되었지만, 갑작스럽게 성장한 우리 갓즈나이츠와 블랙 캣츠팀에 밀려 이번에는 참가하지 못하지 않습니까? 프로의 세계는 앞날을 절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기회가 있을 때 무리를 해서라도 위로 치고 올라가야 합니다.”
이해가 가는 말이지만 인정을 할 수 없었던 수잔이 고개를 팩 돌렸다. 지금 그의 어깨 근육 부상은 많이 호전되었겠지만, 무리했다가는 다시 악화할 수 있었다. 그녀가 3주 진단을 내린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안돼요. 지금 상태에서 경기를 뛰었다가는 간신히 아문 상처부위가 다시 벌어질 수가 있어요. 지금 범석님의 아문 어깨 근육 조직은 무척 연약한 상태에요.”
“무리하지 않고 싸우면 되지 않습니까?”
“격렬한 전투를 벌여나가는 검투경기에서 어떻게 무리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범석이 그녀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검방을 쓰면 됩니다. 그럼 방패를 들고 있는 왼쪽 팔은 거의 움직이지 않기에, 부상이 크게 덧나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그 말에 수잔이 물끄러미 그를 쳐다봤다. 움직임이 거의 없다면, 어깨에 힘이 들어갈 일이 없으니, 부상이 재발할 우려가 극히 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범석이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거짓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 직접 눈으로 확인해봐야 했다.
“정말인가요? 한 번 여기서 보여줘 보세요.”
“네. 그러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깁스가 없는 오른팔로 방패를 잡는 동작을 취했다. 굽힌 팔뚝을 옆구리에 꽉 붙인 자세로, 보기에는 꽤 안정적으로 보였다. 경기 내내 저 상태로 있기만 하다면, 부상 재발의 위험성이 많이 줄어들었다.
“나쁘지 않은 자세이지만, 방패를 들고 있으면 무게 탓으로 어깨에 무리가 가지 않을까요?”
“네. 그래서 작지만 가벼운 원형방패를 착용할 겁니다.”
가벼운 방패라면 어찌어찌 출전해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비록 방패로 상대의 타격이 집중되기는 하지만, 저 자세라면 그 충격이 어깨보다는 팔뚝과 몸 전체로 분산될 공산이 컸다. 무리하게 방패공격만 감행하지 않는다면, 크게 염려될 것은 없어 보였다.
“좋아요. 대신 방패는 막는 데만 사용하시고, 출전 라운드는 세 라운드로 제한하겠어요. 어떻게 약속해 주실 수 있나요?”
범석이 곤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첫 번째는 지킬 수가 있지만, 두 번째는 선뜻 그러겠다고 말하기가 모호했다. 경기가 여의치 않게 흘러가다가 보면, 4라운드까지 뛰게 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고, 최악의 경우 승부대결까지 참가해야 할지도 몰랐다.
“꼭 3라운드여야 합니까?”
“네. 약속을 어긴다면, 즉시 주최 측에 알려 더는 출전하지 못하도록 막겠어요.”
입맛을 다신 그가 결국에 가서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실 저 고집통머리 수잔이 출전을 허락해주는 것만 해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뚫어지라 그를 바라본 수잔이 옆 탁자 위에 올려져 있던 전자수첩을 꺼내 행사진행측 사이트에 접속했다. 그리고 범석을 부상자 명단에서 제외하고는 출전 가능상태로 바꾸었다.
“예. 다 됐어요. 이제 감독인 다이아나에게 가서, 출전자 명단에 올리라고 하세요.”
옆에서 그녀가 작업을 마친 모습을 확인한 범석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고마우시다면 내일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또 이사장님께 미안해하기는 싫으니까요.”
“또 미안해하다뇨? 언제 제게 미안한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얼굴을 붉게 물들인 수잔이 고개를 팩 돌렸다.
“아무것도 아니니 신경 쓰지 마세요.”
생뚱맞은 표정을 지은 범석이 머리를 긁적이더니, 이내 깁스된 왼쪽 팔뚝을 올렸다.
“네. 알겠습니다. 자. 그럼 이제 깁스를 풀어주시지요.”
“그건 내일 아침에 풀어 드릴게요. 밤에 뒤척이다가 무리를 줄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지금 푸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열흘 가까이 깁스 상태에 있었으니 약간 관절이 굳었을 테니까요.”
수잔이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 오늘 밤에 운동하시며 관절을 푸시게요?”
“뭐. 대충 그런 얘기죠. 하하하.”
“호호호. 그래서 제가 내일 풀어 드리겠다고 한 것이에요. 오늘까지는 이사장님 어깨에 무리를 주고 싶지 않으니까요.”
수잔이 전자수첩을 쥔 손을 마구 흔들어 보였다. 떼를 썼다가는 다시 부상자명단에 올리겠다는 무언의 협박이었다.
이에 범석이 길게 한숨을 내쉬고는 문을 향해 뒷걸음질을 쳤다.
“흐흠. 뭐. 어차피 방패를 드는 왼팔은 거의 움직일 일이 없으니, 관절이 좀 굳어 있어도 되겠죠.”
“네. 그렇게 생각하시는 편이 좋으실 것에요.”
문을 살며시 연 범석이 고개를 까딱거렸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마님. 이 돌쇠는 이만 깨갱하고 물러갑니다.”
“네. 들어가세요.”
그가 자신의 다이아나의 거처로 들어가는 모습을 문밖까지 나와 지켜본 수잔이 고개를 흔들었다. 과연 자신이 잘하는 짓이지 의문이 들었던 탓이다.
사실 그녀는 근래 범석에게 꽤 미안한 감정을 지니고 있었다. 열흘 전에 벌어졌던 피스 그리핀즈와 경기에서 그가 부상을 호소했을 때, 허투루 넘긴 일이 내내 마음이 걸렸던 것이다. 물론 극구 못나겠다고 하는 통에 부상자 명단에 올려 병원으로 보내기는 했지만, 어깨근육의 손상을 눈치채지 못해 응급처치하지 않은 것은 팀닥터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큰 실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범석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여전히 자신에게 신뢰를 보내고 있었다.
뭐. 이 모두가 수잔의 착각으로 비롯된 사태지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오늘 그의 간절한 요구를 들어주게 되었다.
피우우융. 콰쾅.
엘링턴시티콜로세움의 청명한 하늘 위로 연기를 잔뜩 머금은 축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길거리에는 이번 대회 마스코트인 여우인형복장을 한 아르바이트생이 지나는 꼬마들에게 오색빛의 풍선을 나눠주고 있었고, 줄지어 늘어서 있는 야외포장마차의 주인장들은 찾아온 손님에게 핫도그나 와플 같은 군것질거리를 판매하고 있었다.
남쪽 주차장으로 안착한 한 대형 플라잉 카. 범석을 선두로 한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차례로 뛰어나오고 있었다.
“자. 오늘 지면 개막식 첫날 보따리 싸야 한다. 난 그런 쪽팔린 꼴 당하기 싫으니 모두 단단히 마음먹어라.!”
갓즈나이츠와 스플레쉬 마우스즈의 경기는 A조 1번째 경기로 오늘 오후에 치러지게 되었다. 즉 패배한다면 오전의 개막식만을 기억에 남긴 채 고향인 리마시티로 돌아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이는 승격토너먼트에 갓즈나이츠가 진출했다고 기뻐하던 주인의 얼굴에 그림자를 드리우게 하는 일. 팀원들의 마음가짐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넷.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좋아. 그럼 모두 짐을 챙기고 검투사 대기실로 간다.”
이들은 곧 보무당당한 걸음으로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검투사 대기실 내에 짐을 풀고는 오늘의 경기전략을 다시 한 번 검토하며 전의를 불태웠다.
============================ 작품 후기 ============================
하아~ 오늘 할머니 제사 탓에 좀 바빴습니다. 친척분들이 이제야 가셨네요. 덕분에 있던 비축분 다 까먹었습니다. ㅠㅠ. 겨울에는 왜 이렇게 바쁜지…… ㅠㅠ.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