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84
186화
승격토너먼트 개막식 행사는 1차전 경기가 열리는 실로니아 지역 8개 도시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었다. 각 콜로세움에 나가 있던 아나운서들은 현재 경기장 분위기를 서로 주거니 받으며, 이번 대회의 분위기를 광역정부 내 모든 지역에 생중계했고, 식순에 따른 초대가수의 축하공연과 유명인사들의 축사가 연달아 이어졌다.
그리고 오후 3시쯤 되었을 무렵. 델로이 프로검투협회의 회장의 선언식과 함께 와이드리그로 향하는 승격토너먼트의 대단원이 열렸다.
– 장 내와 가정에서 TV로 경기를 관람하는 검투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델로이 와이드리그로 향하는 승격토너먼트, 1차 전 A조 첫 번째 경기가 열리는 엘링턴시티콜로세움입니다. 오늘 와이드리그의 진출권을 따기 위해 운명의 대결을 펼치는 팀은 에이번드의 갓즈나이츠와 에비스의 스플레쉬 마우스즈입니다. 과연 오늘 경기의 승자가 누가 될지 자못 궁금해지는데요. 해설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나운서의 질문 뒤로 해설의 답변이 이어졌다.
– 글쎄요. 아마도 전력 면에서 우세한 스플레쉬 마우스즈팀이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 아 그렇습니까? 알아본 바로는 갓즈나이츠도 무척 강팀이라고 하던데요?
– 네. 물론입니다. 하지만, 갓즈나이츠가 강함은 팀 내 에이스인 오범석 검투사로 비롯되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가 최근의 어깨 부상으로 출전이 힘들다는 점이 문제인데다가, 팀 내 중추에 해당하는 라피네와 오스칼이 현재 팀 스쿼드에서 빠진 상태입니다. 이 상황에 딱히…….
한참을 주절거리던 해설자가 입을 굳게 다물고는 멍하니,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갓즈나이츠 더그아웃 앞 경기장 쪽으로 등번호 1번을 단 검투사가 나와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 장면을 본 탓이다. 갓즈나이츠에서 1번의 등번호를 배정받은 검투사는 바로 범석이었다.
이에 아나운서가 놀란 표정으로 해설자에게 말을 걸었다.
– 이게 된 일이죠? 오 범석 검투사가 출전하는가 본데요- 글쎄요. 슈트를 껴입은 것으로 보아,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 그렇다면 앞으로 경기가 어떻게 흘러갈까요?
– 아. 아마도 예측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오 범석 검투사를 마크하기 위해서는 스플레쉬 마우스즈팀은 최소 두 명의 검투사를 배정해야 합니다. 본연의 실력도 출중하지만, 워낙 전투센스가 뛰어나, 활개치게 놔두면 여간 골치가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 전략으로 나간다면 다른 쪽에서 전력 누수가 생기니, 그 또한 문제입니다. 누군가는 갓즈나이츠 검투사 2명과 맞붙어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절대 아닙니다. 솔직히 갓즈나이츠가 초반 부진을 극복하고 에이번드리그 2위에 자리매김한 것도 다 오범석 검투사로 출중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중계석의 멘트를 방송으로 전해 들은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알아서 자신의 존재감을 널리 알려주니 정말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가 오늘 출전한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스플레쉬 마우스즈팀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려, 승부대결을 피하도록 만드는 일이었다.
‘그럼 스플레쉬 마우스즈는 무승부를 꺼릴 테니, 피지컬싸움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그게 바로 우리가 원하는 바지. 후후.’
어느덧 준비운동을 마친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범석은 뻐근한 팔목 관절을 풀며, 의료상자를 정리하고 있던 수잔에게 다가갔다.
“의외로 어깨가 괜찮은데요?”
“뭐. 일단 찢어진 근육은 아문 상태니까요. 하지만, 다 나은 것은 아니니, 경기를 치르다 보면 서서히 통증이 느껴질 것이에요.”
“그럼 일단 진통제를 맞는 편이 나으려나요?”
의료상자의 뚜껑을 닫은 수잔이 차분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요. 맞지 않는 편이 좋아요. 통증은 몸의 이상 유무를 알려주고, 무리한 동작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기능도 하죠.”
“하지만, 경기력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잖습니까?”
“물론 그렇죠. 하지만, 전 팀닥터로서 권장하고 싶지 않아요. 뭐 정 무리가 있다면 한 대 아프게 놔드리겠지만요.”
“하하하. 이거 졸지에 초등학생이 된 기분이군요. 알겠습니다. 일단은 맞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뒤돌아서서 의료석으로 가려던 수잔이 발길을 멈칫 세웠다.
“아참. 그리고 라운드를 뛴 후, 반드시 저에게 오셔서 진찰을 받으세요.”
“왜요? 데이트라도 신청하시게요? 뭐 원하신다면 지금도 가능합니다. 저는 언제나 수잔씨를 열린 마음으로 대하고 있거든요.”
그녀가 눈가를 날카롭게 세우며 째려봤다.
“지금 농담할 기분이 아니에요. 일단 경기에 참가하도록 배려를 했지만, 이사장님은 여전히 환자에요. 전 팀 닥터로서 문제가 있으면 바로 출전을 멈추게 해 건강을 지키게 할 의무가 있다고요.”
“저도 한 남성으로서 사랑하는 여성과 데이트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만…….”
가만히 그의 눈을 들여다본 수잔이 바로 팩하니 몸을 돌려버렸다. 지금은 많이 진정됐지만, 그와 보낸 첫날밤은 아직 후회로 얼룩져 있었다. 수치스러운 3인 플레이는 그녀의 자존심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던 것이다.
하지만, 계속 무안을 줌에도 여전히 자신을 향해 애정을 갈구하는 범석의 모습이 싫지는 않았다. 그날 밤 그에 품에서 느낀 진한 만족감이 이성을 자꾸 흩트리고 있었던 탓이다. 불행히도 첫날밤의 모든 수치스러운 기억이 모두 떠오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날 느낀 성적 만족감도 몸속 깊은 곳에 잠재되어 있던 여성의 본능에 진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그녀는 팀닥터 대기석에 앉아서는 힐끔힐끔 범석의 모습을 바라봤다. 무슨 연유로 자신이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의사로서 환자를 살피는 일은 당연한 직무라고 스스로를 자위하고 있었다.
– 경기 시작 오 분 전입니다.
시간을 알리는 짧은 장내 방송 뒤로, 경기장 내 스텐드가 떠들썩해졌다. 동시에 전광판에 뜬 갓즈나이츠의 1라운드 출전 검투사의 스쿼드가 자못 이상했기 때문이다. 생소한 이름의 젤소미나가 적혀 있는가 하면 이제 검투를 배운지 겨우 반년이 된 아겔리아도 명단 끄트머리 대장검투사 란에 떡하니 적혀 있었다. 게다가 기대를 모았던 범석의 출전도 없었으니, 관중으로서는 갓즈나이츠가 중요한 1라운드를 포기했다고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반응을 벤치에 앉아서 바라보던 범석이 희미한 미소를 입가에 새겼다. 남들이 보기에는 갓즈나이츠가 1라운드를 버렸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은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었다. 바로 무명인 젤소미나의 검술실력과 아겔리아의 빠른 발을 이용해 상대 팀 주력이 참전하는 1라운드에서 소귀의 성과를 얻어내겠다는 의도였다.
젤소미나는 비록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오늘 출전한 검투사들만 따지고 봤을 때 그를 제외하고는 최고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재미난 사실은 스플레쉬 마우스즈팀이 알고 있는 그녀에 대한 정보가 고작 3일 전에 신인 드래프트에서 갓 영입한 풋내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리롤로 활동할 때, 실력이 떨어지는 검투사로 마크할 터. 시합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되어 놈들의 숫자를 하나 줄여버리는 결과를 얻어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아겔리아는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하는 빠른 발을 지니고 있었다. 이런 그녀를 대장 검투사로 삼았다는 사실은 뜀새로 활용하겠다는 의미로, 스플레쉬 마우스즈는 갓즈나이츠가 무승부를 통해 승부대결을 노린다고 착각하게 될 터였다.
‘이 두 가지 착각이 혼합되면, 이번 1라운드에서 놈들의 체력을 쭉쭉 빼버림은 물론, 운만 좋다면 승리도 일구어낼 수 있지. 후후후.’
범석이 자리에 일어서고는 막 출전을 하려는 아겔리아와 젤소미나를 불러 오늘의 계획을 다시 한 번 주지시켰다.
“너희가 이번 경기의 핵심이다. 젤소미나 너는 처음에 올 마크맨을 운 좋게 쓰러뜨리는 척하는 것 잊지 마라. 그럼 다음으로 올 마크맨이 방심을 할 테니, 손쉽게 상대할 수 있어.”
“네. 알고 있어요.”
범석이 이번에는 아겔리아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아겔리아. 너는 만약 우리 팀이 질 것 같으면 바로 도망을 다니며, 무승부를 노려야 한다. 잘할 수 있겠지?”
“네. 염려 마세요. 그 누구도 저를 따라잡을 수는 없을 것이에요.”
“좋아. 그럼 둘 다 확실히 해야 한다. 너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번 도박의 성패가 달렸으니까.”
다부진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린 아겔리아와 젤소미나가 다른 1라운드 출전 동료를 따라 입장 터널로 나갔다. 얼마 후 이들은 출진신호와 함께 경기장 중앙으로 나아갔고, 진형을 짠 채로 스플레쉬 마우스즈팀과 대치했다.
‘잘 돼야 할 텐데.’
앞으로 시합이 벌어질 엘링턴시티콜로세움은 아무런 장애물 없는 넓은 평야의 경기장이었다. 덕분에 뜀새가 활동하기 아주 용이했고, 갓즈나이츠가 이번 모험카드를 꺼내 든 이유 중 하나가 되었다. 아무리 경기가 뜻대로 안 풀려나가도, 최종적으로 아겔리아를 활용해 무승부를 노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꼼수는 꼼수. 범석으로서는 불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1라운드에서 패배를 해버린다면 나머지 라운드에서 스플레쉬 마우스즈에게서 하나 이상의 라운드승을 따내야 하니, 그는 어깨부상이란 악재 속에서 무리한 경기운영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 전략이 성공해 무승부 이상의 결과를 따게 된다면 갓즈나이츠는 오늘 경기의 승률이 무척 높아졌다. 범석이 나머지 라운드중 한 번을 제외하고는 모두 뛸 수 있을뿐더러, 특성인 ‘위대한 의지’의 옵션효과를 승부대결까지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어찌 보면 이번 전략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차피 그가 두 라운드를 빠져야 하는 상황이었으니 여기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고, 아직 베일의 감싸져 있는 젤소미나를 활용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었다.
삐이익.
긴 호각 소리가 터져 나오며 경기가 시작되었다. 스플레쉬 마우스즈검투사들은 갓즈나이츠 진형과 간격을 둔 채로 좌우로 이동하며 공격할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은지 멈칫거리기만 할 뿐, 감히 돌진해 들어갈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탐색을 위한 시간이 어느 정도 흘러갔을 무렵. 북쪽에 있는 관중 무리가 일제히 자리에 일어서더니 환호성을 질러댔다. 바로 갓즈나이츠의 원정팬들로 프리롤을 수행하던 젤소미나가 마크를 나왔던 스플레쉬 마우스즈의 24번 검투사를 난전 끝에 제압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자 기쁨을 표시했던 것이다.
이에 벤치에 앉아 있던 범석도 두 주먹을 불끈 쥐고는 더그아웃이 떠나갈세라 외쳤다.
“역시! 예상이 맞았어!”
방금 행동불능이 된 24번 검투사는 1라운드에 참가했지만, 다른 스플레쉬 마우스즈 주전 검투사와 비교하면 실력이 크게 손색이 있는 편이었다. 당연히 젤소미나에게는 손쉬운 상대였고, 난전 끝에 결국 제압할 수 있었다.
‘좋아. 다음은 누가 마크할 것이냐?’
곧이어 범석의 시야에 또 다른 마크맨의 띠었다. 그리고 32번 등번호를 화면으로 확인하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아직 스플레쉬 마우스즈가 젤소미나를 과소평가하고 있는지 지금 남아 있는 검투사중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이로 마크를 보낸 것이다. 파악한 정보에 의하면 그녀도 젤소미나를 상대할 수준은 아니었다.
‘하긴 삼 일 전에야 겨우 프로에 진출한 젤소미나를 높이 평가할 수는 없겠지. 내가 상대팀이라도 24번 검투사의 패배는 단지 실수로 여겼을 거야. 그나저나 이거 게임이 너무 잘 풀려나가는데. 후후후.’
만약 이번에도 젤소미나가 마크맨을 제거한다면, 양 팀 간의 수적 비율은 12대 10이 된다. 그럼 아무리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난 스플레쉬 마우스즈라도 이번 라운드에서 승리를 따내기란 요원했다.
그가 얼른 일어나더니 다이아나를 바라봤다.
“다이아나! 기회다! 에르피나에게 공격을 자제하고 잠시만 시간을 끌라고 해!”
동감이기에 그녀가 마이크를 잡더니, 바로 이 내용을 에르피나에게 알렸다. 젤소미나가 32번 검투사를 제거하는 동안 본진에 아무런 피해가 없다면 이번 라운드는 갓즈나이츠의 의도대로 풀려나가게 되었다. 물론 수적 열세 때문에 스플레쉬 마우스즈가 방어 일변도로 전략을 바꾸면 골치가 아프지만, 그런 걱정은 절대 할 필요가 없었다. 바로 범석이 1라운드에 빠진 것과 갓즈나이츠 주력의 체력이 그들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장점 때문이었다.
현재 스플레쉬 마우스즈는 체력상의 이유로 3라운드 연속 출전이 큰 무리인 반면, 자신들은 가능했다. 덕분에 저들이 이번 1라운드에서 승리를 따내 가지 못한다면, 2라운드에서 범석이 포함된 갓즈나이츠의 주전을 참가를 염려해 1라운드를 뛴 주전들을 그대로 내보내야 했다. 일부 주전이 껴 있는 2진들로는 절대 갓즈나이츠의 최정예를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3라운드였다. 자신들은 여기서 다시 주전을 내보낼 수 있는데 반해, 스플레쉬 마우스즈는 체력안배를 위해 2진을 내 보아야 해야만 했다. 그것도 지칠 대로 지친 일부 주전과 함께 말이다. 그렇다면 3라운드에서 패배할 수도 있는 일. 앞으로의 경기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될 터였다. 왜냐하면, 나머지 모두 라운드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한다면, 범석이 참가하는 승부대결을 피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잘한다. 젤소미나. 계속 이대로만 나가라.’
범석의 한쪽 입가가 절로 위쪽으로 치솟아 올랐다. 젤소미나가 기대한 대로 32번 검투사를 몰아세우고는 일방적인 공세를 퍼붓고 있었던 것이다. 안색이 노래진 32번 검투사는 사력을 다해 막아보려고 했지만, 얼마 안 가 그녀의 검에 옆구리를 타격 당하고는 마른 짚단처럼 차디찬 바닥에 철퍼덕 쓰러졌다.
경기장 안을 메아리치는 관중의 함성.
또 한 명의 동료를 잃었다는 사실에 스플레쉬 마우스즈팀 검투사들은 자못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다. 둘이 연달아 당했으니, 우연으로 치부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곧 무리에서 4번을 단 검투사가 빠져나오더니,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젤소미나에게 달려갔다. 이번에는 팀 내 수위 안에 드는 출중한 실력자였다.
============================ 작품 후기 ============================
오늘은 좀 늦게 올렸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작품예약기능 좀 테스트 좀 해보려고요. 이게 57, 7, 17분 씩으로 올라가는 바람에 지금까지 많이 사용하지 않았지만, 12시 정각 가까이 쯤에 모니터를 뚫어지라 쳐다보며 클릭할 준비를 하고 있는 제 모습이 왠지 안쓰러워 보여서요. 순위차가 별로 크지 않다면 이대로 쭉 나가볼까도 생각중입니다.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