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90
192화
갓즈나이츠의 2차전 상대는 A2조 경기에서 플라잉 엔젤스를 깨고 올라온 블러드 벰파이어즈팀이었다. 1차전 상대였던 스플레쉬 마우스즈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약한 팀으로, 갓즈나이츠는 범석이 한 라운드만 참가한 가운에 3승 1무로 여유롭게 누르고는 3차전에 진출하게 되었다.
그리고 3일 후 벌어지는 다크 카오스즈와의 4강전. 갓즈나이츠는 이 경기에 2군 검투사를 대거 참여시켰고, 예상했던 대로 3라운드를 내리 내주는 처참한 결과로 패배를 당했다. 이에 팬들로부터 많은 질타를 당했지만, 3, 4위전을 최상의 컨디션으로 임할 수 있게 되었는 사실에 위안을 삼고 다음 경기에 대비했다.
“자자. 핫도그가 있습니다. 맛있는 핫도그가 단돈 20크랑입니다.”
실로니아 지역 정부 내 위치한 시오트시티의 한 콜로세움을 찾은 범석과 갓즈나이츠 팀원들은 한데 뭉쳐 노점 길을 거닐고 있었다. 주변으로는 검은색 셔츠와 백색의 셔츠를 입은 팬들이 수시로 지나다녔는데, 그들 일행이 보이자 힐끗힐끗 쳐다보며 견제의 눈빛을 보냈다. 오늘은 블랙 캣츠와 채플린 위스퍼 간의 4강전이 벌어지는 날. 이번 경기결과 여하에 따라, 3, 4위전에서 자신들의 응원팀이 갓즈나이츠와 맞붙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아직 팬들의 눈빛에는 적개심이 담겨 있지 않았다. 이들은 기필코 자신의 팀이 결승전에 올라 승격진출권을 따내리라 자신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이거 찌릿찌릿한걸.’
멋쩍었던 범석이 걸음을 빨리하며 시오트시티콜로세움 안에 들어갔다. 괜히 미적거리다가 성격 나쁜 팬들과 싸움이라도 벌어지는 날이면, 팀에 하등 좋을 일이 없었다. 막대한 벌금은 둘째치고라도, 자칫 심하게 번지는 날이면, 3, 4위전 진출권을 빼앗기거나 승격을 해도 무산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가 있었다.
얼마후, 스텐드에 도착한 그들이 중립지역인 서쪽의 VIP석에 앉고는 오늘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
와글와글. 와글와글.
6만 석의 시오트시티콜로세움은 발도 디딜 틈 없이 분주해 보였다. 서쪽의 VIP석과 동쪽의 일반석을 기준으로 양편으로 갈린 팬들은 응원팀이 승리하기를 기원하며 목청껏 외치고 있었다.
이윽고 출전신호와 함께, 지름 100미터의 경기장 안으로 들어선 블랙 캣츠과 채플린 위스퍼의 검투사들이 중앙의 평지에서 서로 마주하고 서서 전투채비에 들어갔다.
이때 범석의 옆좌석에 앉아 있던 다이아나가 미심쩍은 눈으로 채플린 위스퍼팀 진형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정말 이상하네요.”
“뭐가 이상해?”
“저기. 41번에서 45번까지 연이어 팀 번호를 배정받은 다섯 명의 채플린 위스퍼 검투사 말이에요.”
그가 의미 없는 시선으로 다이아나가 지적한 검투사를 슬며시 바라봤다.
“저 애들이 왜?”
“지금껏 한 번도 정식 리그경기에 참가한 적이 없던 2군 검투사들이에요.”
물끄러미 그녀에 시선을 맞춘 범석이 가당치도 않다는 듯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얘기 하지 마. 설마 와이드리그로 진출하느냐 마느냐는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경기에서 2군 검투사들을 투입했을까?”
“하지만, 확실해요. 저는 채플린 위스퍼의 모든 구성원을 머릿속에 외우고 있거든요. 믿기지 않으신다면 자료를 찾아 보여 드릴 수도 있어요.”
“정말이야? 한 번 봐봐.”
그의 보챔에 다이아나가 자신의 정보수첩을 꺼내 채플린 위스퍼의 검투사 조직도를 보여주었다.
지금 그녀가 의문을 표시했던 검투사들은, 이오니스, 랜드라, 야미야, 히야스, 에미레스로 분명히 2군 명단에 올라 있던 검투사들이었다. 말대로 정식 리그경기에 참가해본 적도 없을뿐더러, 더 나아가 아예 2군 경기에도 그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게다가 더 어이없는 일은 모두 10세 이하의 나이 어린 엘프들인데다가, 다른 프로팀에 뛰었던 전적이 있는 검투사가 단 한 명뿐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런 햇병아리들을 오늘 같은 중요한 경기에 참가시키다니 범석은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채플린 위스퍼. 얘들 미친 것 아니냐? 왜 이런 애들은 오늘 경기에 내보낸 거야. 혹시 이 애들도 우리처럼 3, 4위전을 노리고 있는 것 아닐까?”
다이아나가 고개를 강하게 흔들며 부정을 표했다.
“절대 그럴 리는 없어요. 채플린 위스퍼는 전력상으로 블랙 캣츠팀을 다소 앞서고 있고, 검투사층도 튼튼해요. 저희와는 사정이 전혀 딴판이에요.”
“그런데 왜 저런 미친 짓을 하는 건데?”
“글, 글쎄요. 그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시합이 시작되면 알게 되겠죠.”
하긴 시합이 시작되면 경기결과가 나올 터, 이를 토대로 채플린 위스퍼의 의중을 능히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데 범석이 이런 여유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던 이유가 바로 관전자의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그들을 직접 상대해야 할 블랙 캣츠팀의 롭스감독은 앞날을 전혀 예측할 수가 없어 똥줄이 타고 있을 터였다.
‘그나저나 에미레스라? 이 애는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누구였지?’
정체불명의 5인 중 하나의 이름을 머릿속에 되뇌던 범석이 은근슬쩍 다이아나가 열어놓은 화면을 다시 바라봤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검투사라면 꽤 유명한 검투사나 전도유망한 유망주일 가능성이 크니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에미레스라는 검투사가 과거 씨 운디네즈에서 활약했던 전적을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2년 전 갓즈나이츠가 아마추어에서 활약했을 당시 눈여겨본 적이 있었던 검투사였기 때문이다. 그는 급히 자신의 전자수첩을 열어 에미레스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맞아. 에미레스 그 아이야!’
에미레스는 948이나 되는 높은 성장성에, 검술 또한 뛰어나 어린 나이임에도 불과하고 와이드리그팀인 씨 운디네즈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었다. 덕분에 몸값이 상당히 비싸 범석은 입맛만 다셨고, 결국 다른 팀에서 비밀리에 영입해 갔다는 소식을 듣고 욕심을 접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채플린 위스퍼의 슈트를 입고 지금 이 자리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 2년간 놀고 있지만 않았다면 상당한 강자로 거듭나 있을 터. 만약 다른 넷도 비슷한 수준의 실력자라고 한다면 오늘 블랙 캣츠는 고전을 면치 못할 터였다.
“이런 아무래도 3, 4위전 상대는 블랙 캣츠가 될 것 같군.”
느닷없이 튀어나온 범석의 말에 다이아나가 담담히 투로 대답했다.
“저도 채플린 위스퍼가 이길 것 같아요. 느낌상 저 다섯의 신인은 남다른 무언가를 숨기고 있음이 확실해요. 아니라면 오늘 같은 경기에 출전시킬 리가 만무하니까요.”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자리에서 잠시 일어나 뒤에 앉아 있던 에르피나를 바라봤다. 정보창을 열려면 능력치를 확인하려면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었는데, 지금은 거리가 멀어 불가능했다. 그녀의 특성인 ‘날카로운 눈썰미’는 다소 수치상 오차가 있더라도 시야에 해당 검투사가 있다면 그 정보를 파악할 수 있었다. 5분 동안 지켜봐야 한다는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오늘 경기를 지켜본다면 정체불명의 채플린 위스퍼 검투사들의 능력을 모두 확인할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에르피나. 저기 채플린 위스퍼의 41번인 이오니스와 42번인 랜드라, 43번인 야미야, 44번인 히야스에 대한 능력을 파악해서 내게 알려줘. 알았지?”
“네. 알겠어요.”
범석이 다시 착석하자, 요란한 호각음과 함께 양 팀 검투사들이 서서히 거리를 좁히고 있었다.
그때 채플린 위스퍼의 취하고 있던 추행진이 봉시진으로 급변했다. 봉시진은 방어를 경시하고 공격에 주안점을 둔 진형으로, 한 경기에 팀의 사활이 걸리는 토너먼트경기에는 거의 채용하지 않았다. 경기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는 한 라운드라도 허투루 허비할 수 없고, 끊임없이 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했기 때문이다. 봉시진은 자칫 잘못 운영한다면, 바로 패배로 가는 양날의 검과 같은 진형이었다.
“쟤들이 너무 모험을 거는 것 아니야?”
범석이 의문을 표시하는 순간, 채플린 위스퍼의 검투사가 일제히 블랙 캣츠의 튼튼한 방진을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양 팀 간의 충돌이 벌어지기 바로 직전. 이오니스와 렌드라로 보이는 검투사가 손에 들고 있던 채찍을 블랙 캣츠 진형을 향해 힘차게 휘갈겼다.
찰싹. 찰싹.
몽둥이와 같은 육중한 채찍은 이내 블랙 캣츠의 진형을 세 조각을 내버리고는 두 명의 검투사를 교묘하게 포박해 공중으로 뛰어 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경기장 양편에 그녀들을 강하게 처박고는 다시금 이오니스와 렌드라에게로 편끝이 돌아갔다.
이에 범석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자리를 벌떡 일어섰다. 과거 전설적인 검투사였던 아멜리에의 기술이 지금 경기장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쟤들 아멜리에의 제자가 분명해! 그녀는 레베카에게 변형검술의 토대를 마련해준 스승이자, 아버지의 연인 엘프니까.’
그가 놀라는 사이, 혼란에 빠진 블랙 캣츠 팀의 진형으로 레베카를 선두로 한 야미야, 히야스, 에미레스가 깊숙이 파고들며, 양 때를 습격하는 늑대처럼 검을 휘두르며 마구 휘저어나갔다.
처참할 정도로 반항도 못해보고 픽픽 쓰러져가는 블랙 캣츠의 검투사들. 그때 경기가 중단되며 블랙 캣츠 더그아웃에서 의료진들이 급히 튀어나와 조금 전 채찍공격에 당한 검투사 중 하나를 향해 달려갔다. 고저 차에 의한 추락 데미지에 부상을 당했는지, 그녀는 인사불성이 되어 부양식 들것에 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더 두려운 사실은 지금 블랙 캣츠 검투사 절반 가까이가 지리멸렬 당해 바닥에 누워 있다는 것이었다. 원래 착용자가 부상을 당하면 슈트의 뇌파 감지센서가 즉각 이 사실을 무선통신으로 더그아웃에 이 사실을 알리기에, 시합을 중단시키고 의료진이 튀어나오기까지의 시간은 거의 찰라에 불과했다. 블랙 캣츠 더그아웃이 경황이 없었는지 의료진을 늦게 내보낸 이유도 한 몫 했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이만한 피해를 보았다니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으득. 빈센트 감독님이 말한 격의 차이가 바로 이것이구나.’
범석은 젤소미나를 영입하던 중 빈센트와 만난 나눈 대화를 떠올리고는 입술을 악물었다. 당시에는 막대한 자금력을 이용한 검투사 영입으로 갓즈나이츠와 채플린 위스퍼와의 격차가 벌어진다고 막연히 이해하고 있었는데, 오늘 경기를 보니 전혀 달랐다. 이미 채플린 위스퍼는 그의 손끝이 닿지 않는 머나먼 산꼭대기에 이르고 있었다.
“휴~ 3, 4위 전 상대는 아무래도 확실히 결정 난 모양이군.”
심각한 얼굴을 한 다이아나가 동조를 표했다.
“네 맞아요. 아무리 대책을 세울 틈이 없다지만, 블랙 캣츠가 이토록 쉽게 무너졌다는 것은 그만큼 실력 차가 크게 난다는 얘기니까요. 제가 예상하는 바로는 이번 토너먼트대회의 우승자는 바로 채플린 위스퍼가 될 듯 보여요.”
범석이 한숨과 함께 실소를 터트렸다.
“후후. 그렇다는 얘기는 다크 카오스즈팀 보다 강하다는 얘긴가?”
“네. 아마도요.”
“휴~ 이거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군.”
허탈한 표정을 지은 그가 욕지거리를 통해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다행히도 이번 토너먼트를 통해 채플린 위스퍼를 만날 일은 없지만, 만약 올해 무사히 승격해 델로이 와이드리그에 진출하게 된다면 리그 경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앞날이 깜깜했던 탓이다. 지금 델로이 와이드 리그에 잔류하고 있는 검투팀들도 갓즈나이츠보다 못한 팀이 없는데, 여기에 같이 승격하리라 예상되는 다크 카오스와 채플린 위스퍼는 지금의 전력으로도 리그 상위권에 오를만한 강팀이었다. 그만큼 델로이와이드리그의 수준이 높아지게 됐으니, 강등의 위험성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이거 차라리 승격하지 않는 편이 좋은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바로 범석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바로 다음 해에 강등되더라도 와이드리그에 참가하는 편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나았던 탓이다.
와이드리그에 올랐을 때 이득은 바로 수입이었다. 150크랑이었던 일일 입장권이 350크랑으로 배가 넘게 오르는데다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도 스폰서의 지원이 늘어나게 되었다. 게다가 TV 방송중계료나, 소속 검투사 초상권 및 CF료 상승, 팬엠블럼 제품 판매 호조로 추가적인 부수입이 예상되었다. 이 돈이면 쓸만한 검투사 여럿을 구매할 수 있을 터, 팀 전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래도 일단 강등이 안 되게 하는 편이 낫겠지. 그러려면 전력을 강화해야 하고 말이야. 그런데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을 텐데…….’
적은 비용으로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유망주보다는 한창 절정기를 달리는 검투사를 영입하는 편이 좋았다. 같은 기량이라도 발전성이 떨어지는 검투사가 몸값이 훨씬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갓즈나이츠는 상위리그 올라가는 경우 그러한 검투사는 효용가치가 떨어지게 되기에, 돈을 거의 바닥에 버리는 꼴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보유자금이 겨우 1억 2,000만 크랑이 겨우 넘는 지금 상황에서 유망주만을 고집하기도 어려웠다. 갓즈나이츠가 와이드리그에 승격되었을 때 가장 시급히 보완해야 할 전력은 당장 경기에 투입했을 때 만족스러운 수준의 활약을 보일 수 있는 검투사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범석이 뇌리 속으로 한 엘프검투사를 떠올렸다.
‘아무래도 이번 기회에 제르미아를 영입해야겠어. 어차피 언젠가는 데리고 와야할 아이니까.’
제르미아는 과거 월드리그팀인 다크 하이에나즈의 2군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작년 이맘때에 갓즈 나이츠의 프로 승격을 방해하려는 그레이트 하이에즈팀에 임대되어 범석을 적대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주인이 되어준다는 그의 말에 현혹되어 갓즈나이츠가 승격될 수 있게 도와줬음은 물론, 얼마 후에는 약물까지 복용해 소속팀인 다크 하이에나즈를 큰 위기에 빠뜨리고는 센트럴리그 팀인 골든 라이언즈팀에 강제 이적을 당했다.
그런데 지금 그녀의 능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제르미아가 지난 1년간 어떻게 지내왔는지 모르겠지만, 작년까지는 센트럴리거급의 실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갓즈나이츠로 영입한다면 라피네 다음가는 실력자로 될 터, 험난한 여정에 청량제의 역할을 할 것이 자명했다. 게다가 성장성도 948나 되어 최종리그인 월드리그에서도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고, 최근 말썽을 자주 펴 몸값이 크게 다운되어 있으니, 잘만하면 지금의 자금으로도 충분히 구매할 수 있을 듯 보였다.
결심한 범석이 급히 경기장을 나가 한적한 장소를 찾아갔다.
============================ 작품 후기 ============================
크리스마스가 얼마 안 남았습니다. 그런데 하필 주말이라는 ㅠㅠ. 전 이런 날이 제일 싫어요. ㅠㅠㅠ.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