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94
196화
“모두 작전을 개시해! 목표는 2번 검투사가 위치한 중앙이다!”
순간 앞뒤로 두 무리로 운용되고 있던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노도와 같은 기세로 일제히 방진의 중앙으로 돌격해 들어갔다.
이를 본 블랙 캣츠의 검투사들은 진을 90도 회전시켜 대장인 2번 검투사에 대한 방비를 튼튼히 했다. 공격방향을 보아 갓즈나이츠가 그녀를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던 탓이다.
“소용없는 짓이다! 비너스, 아겔리아! 돌진해서 뚫어버려!”
양손 방패를 전면에 세운 비너스와 아겔리아가 나란히 달리더니, 진 외곽에 서있는 7번 검투사와 충돌했다. 그리고 그 충격은 튕겨져 나가듯 뒤로 밀리는 7번 검투사와 함께 블랙캣츠 진영 전체로 흩어졌다. 뒤이어 범석과 젤소미나가 뛰어듦과 동시에 반대편 쪽으로 돌진해온 에르피나가 이끄는 본진 또한 충돌했다.
크게 일렁거리는 블랙캣츠의 진형이 모래시계처럼 압축되어졌다. 이에 범석이 비너스와 아겔리아 사이를 해치더니, 충격에 못 이겨 바닥에 쓰러져 있는 7번 검투사를 단숨에 베고는 대장인 2번 검투사를 향해 억지로 비집고 들어갔다.
“으으윽!! 모두 버텨야 해!”
블랙 캣츠 검투사들이 갓즈나이츠의 돌진을 막아보려했지만, 결코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현격한 힘의 차이로 그대로 밀려버린 탓이다. 곧이어 2번 검투사를 향해 모든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달려들었고, 결국에는 바닥에 처박아버렸다.
삐이익!
경기장을 울리는 부적소리. 승리의 예감을 직감했던 갓즈나이츠의 응원단이 벌떡 일어나 환호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전광판은 시간만 멈춰서 있을 뿐, 시합종료를 알리는 멘트는 떠오르고 있지 않았다. 이윽고 관중들은 블랙 캣츠팀에서 튀어나오는 의료진들을 확인하고는 아직 경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조금 전 신호는 바로 부상자가 발생했으니, 경기를 멈추라는 경고 신호였다.
이를 슬며시 바라본 범석이 비릿한 미소를 짓고는 자리를 떠나갔다. 그 뒤로는 발목을 잡고 뒹구는 2번 검투사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 이런 블랙 캣츠팀에서 또 한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군요. 이거 오늘 정말 일진이 좋지 않은데요.
– 그러게 말입니다. 2번 검투사는 블랙 캣츠팀의 주장으로 현장을 지휘하는 야전 사령관의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이런 그녀가 부상을 당했다면 꽤 충격이 크겠는데요. 제발 별 일이 아니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가볍게 몸을 푸는 범석이 중계석을 힐끔 쳐다봤다.
‘별 일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될 거다.’
방금 충돌 당시 범석은 2번 검투사가 넘어지기 직전, 발등을 꽉 밟은 상태에서 무릎 옆을 지그시 눌렀다. 그 상태에서는 누군들 발목 관절이 탈구될 수밖에 없었고, 두 귀로 으득 거리는 소리까지 똑똑히 들었다. 만약 큰 부상이 아니라면 손에 장을 지졌다.
역시나 그의 생각이 옳았는지, 다가온 의료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2번 검투사를 들것으로 실어 날랐다. 이로써 범석은 이번 1라운드를 통해 블랙 캣츠의 왼팔과 머리를 제거해버린 것이 되었다.
그때 멀리서 심판도 아닌 이가 갑주조차 착용하지 않은 채, 콧김을 씩씩 내품으며 경기장 안으로 난입했다. 모든 스텐드가 강화 아크릴 투명 막으로 보호되는 이 시점에서 그런 행동을 취할 만한 상대는 각 팀의 스템프 뿐. 범석이 안면을 모르니, 블랙 캣츠쪽 인사가 확실해 보였다.
“이건 말도 안 돼! 1라운드에서 부상자가 2명이나 나오다니! 분명 뭔가 수작이 있어!”
그자는 30대 쯤 되어 보였는데, 날카로운 눈매와 깡마른 체구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다만, 부상여부를 확인하러 온 심판진에게 대놓고 하대를 하는 것으로 보아, 좀 자기중심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이에 인상을 찌푸린 심판이 그에게 다가가 경고하듯 말했다.
“그건 우리가 판정할 소관이니, 롭스감독은 얼른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시오! 엄중히 경고하니 내 말을 따르시오.”
롭스 감독이라는 말에 범석이 고개를 팩하니 돌렸다. 꼴도 보기 싫어서 잡지에 실린 사진조차 보지 않고, 무시해버린 작자였다. 여기서 괜히 얼굴을 봐봤자 기분만 나빠질 뿐이었다.
그러자 롭스가 범석에게 달려와 대뜸 소리쳤다.
“너. 오 범석 솔직히 말해! 일부러 우리 검투사 부상시킨 거지!”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돌린 범석이 롭스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내던졌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사고라는 걸 보면 모르십니까?”
“사고? 그래. 처음에는 나도 사고 인줄 알았지! 하지만, 넌 이번에는 분명히 우리 대장 검투사를 노렸어!”
범석이 손사래를 치며 그에게서 따지듯 말했다.
“참나. 감독이란 사람이 검투 룰도 모릅니까? 경기에 이기기 위해서는 대장 검투사를 노리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웃기는 소리하지 마! 우리 대장 검투사가 터럭이라도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었으면 납득할 수 있겠지! 하지만, 전혀 아니잖아! 너는 행동불능을 노린 것이 아니라, 부상을 노린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십시오. 아무리 봐도 감독님께서 우연한 부상을 이용해 저를 퇴장 시키려고 작전을 쓰시는 모양인데, 어림도 없는 소리입니다. 저는 그럴 마음도 없었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싸움이 격해지자 심판이 다가와 두 사람 사이를 가로 막았다.
“슬로우 화면으로 보면 알 일이니, 롭스 감독은 빨리 나가시오!”
“보나마나 놈이 한 일이야! 확실히 고의로 우리 대장 검투사를 부상 입혔어!”
그러는 사이 공중에 뜬 홀로그램 화면에서는 방금 2번 검투사의 부상 장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암만 봐도 문제가 될 장면은 보이지 않고 있었다. 갓즈나이츠 검투사 12명에게 가려진 터라 2번 검투사의 모습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석은 뒤에 듀얼 실드를 든 비너스와 아겔리아가 있어, 더더군다나 무슨 행동을 취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때 심판의 호주머니에 있는 구내 통신기에서 호출음이 울렸다. 아마도 심판실이라고 생각한 그가 얼른 연결하고 판정을 청취했다. 그리고 모든 결과를 들고는 롭스 감독을 향해 소리쳐 말했다.
“우리 심판들은 이번 사태를 사고로 판단했소. 그러니 롭스 감독은 빨리 더그아웃으로 돌아가시오!”
“뭐야! 너희들 눈이 삔 거야! 척 보면 몰라! 이건 분명히 카메라로 확인하지 못하게 혼잡을 유발한 다음, 고의적으로 부상시킨 거야!”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에 심판이 화가 났는지 노기어린 음성으로 말했다.
“롭스 감독이나 억지 부리지 마시오. 비디오 판독 결과 사고가 일어났을 무렵 2번 검투사는 바닥에 쓰러져 있었던 반면 모든 갓즈나이츠 검투사는 서있는 것으로 나왔소. 그리고 손에는 다들 무기가 들려 있어서 도저히 관절기를 시행할 여건이 되지 못했소.”
롭스 감독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심판의 말한 그 상황이라면 절대로 관절기를 사용할 수 없다고 판단되었기 때문이다.
“확실해?”
“이미 비디오 판독관들이 확인한 내용이오! 절대 틀릴 리가 없소. 원한다면 지금 자료를 보내주겠소.”
이때 범석이 롭스감독의 옆을 스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 보냈다. 마치 고의성 있었다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진실이었기에 연기는 완벽했고, 도발은 여지없이 먹혀들어갔다.
롭스가 범석의 어깨를 부여잡더니 마구 흔들었다.
“이 자식! 너 고의였지! 사실대로 말해!”
여전히 미소를 지은 범석이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롭스감독님. 자꾸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이거 참는데도 한도가 있습니다.”
계속되는 능청에 롭스감독이 화가 났는지, 그를 살짝 밀었다. 그러자 범석이 몸을 뒤로 날리며 바닥을 굴렀다. 그다지 넘어질 정도로 충격을 받지는 않았기에, 헐리우드 액션이 분명해보였지만 효과는 아주 탁월했다. 바로 심판이 다가오더니 롭스 감독을 향해 레드카드를 내밀었다. 스텝진이 경기장에 난입한 것도 모자라, 경쟁 팀의 검투사를 공격한 했으니, 여지없이 퇴장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롭스 감독! 퇴장이오! 당장 이 콜로세움을 나가시오!”
“무슨 소리야! 저 자식이 헐리우드액션을 취한 것 봤잖아!”
심판도 그쯤은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롭스가 그를 살짝 밀었던 장면도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했다. 워낙 중요한 경기인지라 그가 경기장에 난입해도 참고 있었지만, 이런 명분까지 있으니 퇴장을 줘도 협회 측에서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 솔직히 감독이 하대에 기분이 나빠져 있었던 터라, 지금의 상황이 좀 반갑기도 했다.
“어찌했거나 밀치지 않았소! 빨리 나가시오!”
심판과 롭스 감독이 대치하고 있는 사이. 엘프보안요원 둘이 경기장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롭스 감독의 양 팔을 부여잡고는 억지로 밖을 향해 끌고 나갔다. 이제야 몸을 일으킨 범석이 뜻밖의 월척을 낚았다는 사실로 한껏 고무된 표정을 지으며 슈트에 묻은 먼지를 털어냈다. 2명의 유능한 검투사와 감독을 동시에 보내버렸으니, 블랙 캣츠의 전력은 크게 반감될 것이 자명해 보였던 것이다.
그는 곧 심판의 지시에 따라 전투자세에 들어가며 다시 이어질 1라운드 경기를 대비했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1라운드 경기는 아주 싱겁게 갓즈나이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12대 9의 상황에서 감독과 경험 많은 대장검투사까지 빠졌으니, 블랙 캣츠의 조직력이 제대로 살아날 리가 없었다. 결국 범석을 위시한 갓즈나이츠의 파상공세에 쉽사리 진형이 무너졌고, 하나 둘씩 연합공격을 당하며 지면에 얼굴을 묻혔다.
이에 갓즈나이츠 팬들은 흥분을 하며 목청껏 자팀 검투사들을 응원했다.
“하하하! 잘 했다! 이 기세를 되살려 꼭 3, 4위전을 승리로 이끌어라!”
“역시 깜장 고양이들은 재수 없는 놈들이다! 행운의 신이 우리를 돕고 있으니, 오늘 반드시 승리할 거다!”
열화 같은 함성을 들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범석의 얼굴에 화기애애한 빛이 감돌고 있었다. 눈에 가시와 같은 롭스 감독을 거하게 한방 먹어서인지 쭈글쭈글했던 기분이 풀어졌던 것이다.
이런 그의 모습을 본 다이아나가 안도한 표정을 지으며 반겼다.
“주인님. 수고하셨어요. 덕분에 오늘 경기를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게 되었어요.”
“후후. 수고는 무슨 수고. 롭스 감독 그 작자가 혼자 날뛰다가 그리 된 거지. 다 자업자득이야.”
“그래도 주인님께서 헐리우드 액션을 취하지 않으셨다면, 심판도 망설였을 것이에요. 오늘은 그만큼 중요한 경기니까요.”
범석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감독석으로 이끌었다.
“그건 그렇고. 지금 적 전력에 변화가 생겼으니, 전략을 다시 짜야겠지. 약화된 적을 적절히 상대하는 방법 말이야.”
“네. 이미 생각해 둔 바가 있어요.”
그가 다이아나를 감독 석에 앉히며 말했다.
“오 그래? 무슨 전략인데?”
“일단 정공법으로 가는 것이에요.”
정공법이라고 함은 1, 3, 5라운드에 주전을 참가시키고 2, 4라운드에 2진을 투입하는 전략을 말한다. 아주 대중적인 전략이기는 하지만, 오늘 사용하기에는 아까운 면이 있었다. 정공법은 긴 리그전을 대비해 검투사들의 체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가장 효율적이면서도 최대의 승률을 올릴 수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경기가 끝나면 2개월간의 긴 휴식기가 이어졌다. 즉 지금은 체력을 남겨둘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다.
“굳이 정공법으로 갈 필요가 있을까?”
“네. 저도 굳이 정공법으로 갈 생각은 없어요. 다만 초반에만 잠시 운영한다는 말이죠. 즉 2라운드에 2진을 투입하겠다는 뜻이에요.”
블랙 캣츠의 주전들은 1라운드에서 그다지 체력을 소모하지 않았다. 부상 검투사의 발생으로 중간 중간 휴식기가 있었고, 본격적인 전투가 벌어지기도 전에 무너져 내려 경기가 싱겁게 끝이 난 때문이었다. 아마도 예상컨대 2라운드에 주전을 내보내도 싱싱한 플레이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되었다.
“기껏 1승을 땄는데 괜찮겠어? 2라운드에서 패하면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단 말이야.”
“네 그렇죠. 하지만, 지금 블랙 캣츠팀은 두 명의 검투사가 부상당해 빠지고, 감독은 불미스럽게도 퇴장을 당했어요. 분위기가 영 말이 아닐 테니, 조직력이 살 리가 없어요. 그리고 이 상황에 대한 반전은 아무리 빨라도 2라운드에는 무리에요. 2진을 내보내도 충분히 무승부를 노려볼 수가 있어요.”
“그래서 주전에게 휴식을 준 다음 후반부에서 확 밀어버리자 이거지?”
“으음. 그런 면도 있지만, 사실 2진으로 인한 무승부가 실제 목표라고 할 수 있어요. 만약 블랙캣츠가 주전을 내보냈는데, 우리의 2진을 만나 비기게 되면 사기는 급격히 떨어지고, 지금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에요. 즉 그 다음 부터는 손쉽게 놈들을 요리할 수 있다는 얘기죠.”
범석이 생각해 볼 필요도 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실패해봤자 주전에게 휴식이 주는 셈으로 치면 되고, 성공하면 블랙캣츠는 끝없는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최악의 경우라도 이득이 되니, 충분히 시도해볼만한 전략이라고 생각됐다. 게다가 오늘 갓즈나이츠는 6명의 후미를 포함시켜, 방어전력을 극대화 시킨 상태였다.
“좋아. 그럼 마음껏 해봐.”
“네. 이해해 주셔서 고마워요. 꼭 오늘 경기의 승리로 보답해 드릴게요.”
곧 다이아나가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시키고는 전략을 짜나갔다. 아직 머릿속에만 맴돌고 있었던 터라, 정리하며 문제점이 있나 살펴볼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1라운드 경기가 빨리 끝난 이유로 시간은 넉넉히 있었다.
이에 범석은 자신의 벤치로 돌아가 긴 휴식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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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 마스입니다.
모두 즐거운 성탄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