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198
200화
“그럼 이번 사항은 히나에게 결정하도록 하자. 일단 파이어 옥스팀에게 연락을 넣어서, 일단 히나와의 연봉협상을 허락한다고 해. 그 후에 히나에게 용의를 물어서 이적여부를 결정하고.”
“네. 알겠어요. 그리 처리하도록 할 게요.”
하며 에스더가 서류 한 장을 더 넘겼다.
“다음은 검투사 영입 건이에요. 지난 시즌에 강등된 팀을 비롯한 여타 많은 팀에서 저희에게 혹시 검투사를 트레이드해갈 의향이 없는지 문의해왔어요.”
“오? 그래?”
범석이 관심어린 표정으로 서류를 살폈다. 갓즈나이츠에서는 쓸 만한 검투사 자원이 부족하니, 영입을 통해 해결할 필요가 있었다. 특히나 상대측에서 먼저 요청해왔으니, 이 검투사들은 시장가보다 다소 낮을 것으로 사료되었다.
그는 일일이 명단을 손으로 짚어가며 제시가격과 간략하게 간추린 개인성적을 살폈다.
‘나쁘지는 않군.’
나이나 능력별로 다소 차이는 나고 있지만, 주인이 있는 엘프검투사의 가격은 900~2,500만 크랑정도 했고, 주인 없는 엘프는 2,000만에서 8,000만 크랑정도 했다. 비싼 얘들은 지금 팀 내 자금 사정상 구매하기 어렵겠지만, 나이가 들어 몸값이 떨어진 애들이나 주인 있는 엘프는 한번 노려 볼만 했다. 그는 부담 없는 가격대의 검투사중 팀 전력대비 개인 성적이 높은 검투사를 따로 메모해가며 명단을 작성했다. 워낙 문의가 온 내용이 많은지라, 모든 검투사를 일일이 찾아가 살필 여건이 못 되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뒤적거리던 범석이 문서 끝부분에 한 검투사를 보고 눈을 휘둥그레 떴다. 골든 라이온스에서 문의해온 트레이드 건인데, 바로 그 대상이 제르미아였다. 요구몸값은 예상 가격대와 거의 일치하는 1억 4,500만 크랑이지만, 먼저 그쪽에서 트레이드를 제안해왔다는 사실이 고무적이었다. 가격도 깎기 쉬울뿐더러, 그녀를 영입하면서 벌어질 여러 문제점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이유에서였다.
‘후후. 이거. 제르미아가 아주 잘해줬나 보군. 일이 편해졌어.’
제르미아는 자신이 주인이 되어준다는 말에 하이에나그룹 소속의 검투팀에서 치명적인 사고를 치고 골든 라이온즈로 이적해갔다. 다만 마음에 걸리는 점은 당시 이해관계자로 범석이 깊숙이 관계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에어리어리그로 향한 승격토너먼트대회와 마약복용사건이 바로 대표적인 예로, 그녀를 함부로 영입해갔다가는, 하이에나그룹에서 당시 사건과 범석을 연관시켜 문제제기를 해 올 수 있었다.
물론 증거가 없어 무혐의로 풀리기는 하겠지만, 이 일로 여타 다른 팀에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오면 여간 곤란하지가 않았다. 갓즈나이츠에서 가격대가 싼 문제 있는 검투사를 영입할 때마다, 상대 검투팀측에서 께름칙한 눈으로 바라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문서 한 장으로 이 모두가 해결되었다. 제르미아의 대한 거래가 갓즈나이츠에 의도가 아닌 골든 라이온즈의 요청에서 비롯되었으니, 부작용이 있을 리가 없었다. 만약 이번 거래로 하이에나그룹 측에서 따지고 들면, 이 트레이드 요청 문서만 제시하면 만사가 해결되었다.
득의의 미소를 지은 범석이 제르미아의 트레이드 건을 따로 분리해내 에스더에게 다시 건넸다.
“제르미아의 영입 건을 추진할 테니까. 제반사항에 대해 조사하고 내게 따로 보고를 해줘.”
그녀가 난해한 눈빛으로 전송된 문서를 쳐다봤다. 에스더는 제르미아 사건 당시 팀 내에 없었기에, 자세한 내막을 몰랐다. 그래서 범석이 1억 4,500만 크랑이나 하는 검투사를 영입하고자 하는 이유는 통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이사장님. 이 검투사를 영입하려고 하면, 저희 팀 보유자금을 대부분 소모해야 해요. 무리가 아닐까 싶은데요?”
“무리인 것은 잘 알아. 하지만, 반드시 영입해야해. 만약 그녀를 데려오지 못한다면, 갓즈나이츠는 큰 위기에 봉착하게 돼. 그러니 최대한 조심스럽게 이번 일을 처리해야해.”
“위기라뇨?”
“그건 나중에 기회가 생기면 말해줄게. 지금은 그냥 제르미아를 필히 영입해야 한다는 정도로만 알아둬.”
에스더가 머뭇거리더니, 이내 수긍을 표했다. 범석이 이처럼 극구 원하니, 계속 반대할 수가 없었다.
“네. 그럼 제르미아에 대한 트레이드 전략을 구체적으로 작성해서 보고 드릴게요.”
“그래. 고맙다. 그럼 다음 보고할 사항에 대해 말해봐.”
“다음은 내년도 지출 예산 편성에 대한 보고에요.”
하며 에스더가 전자문서를 화면을 따로 띄어 범석에게 내밀었다.
첫 번째 내역은 바로 검투사 연봉사항에 대한 지출이었다. 현재 갓즈나이츠에서 활동하는 타 주인 검투사는 총 37명. 제법 많은 듯 보이지만, 대다수가 2군이나 후보급에 포함되어 있기에, 연봉은 그다지 많이 소요되지 않았다.
후미인 실비아는 협상결과 115만 크랑으로 합의를 봤고, 릴리스와 엠마, 히나는 각각 130만과 140만, 132만 크랑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치리아는 근래에 크게 발전한 탓에, 190만 크랑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 외 후보 8명은 총액 700만 크랑 선에서 해결을 봤고, 2군에 있는 24명에 대해서는 총액 830만 크랑을 들여 마무리를 짓기로 했다. 이에 갓즈나이츠가 올해 소요할 연봉은 총 2,237만 크랑으로, 작년에 비해 상당히 신경을 써줬다고 볼 수 있었다.
“여기서 만약 히나가 나가게 되면 2,105만 크랑이 된다는 얘기군.”
“네. 맞아요.”
“좋아. 연봉 지급은 무척 중요한 일이니, 최우선순위로 예산을 편성해 놔. 그 다음은?”
“네. 검투사들의 품위 유지비와 교통비, 처우 개선비에 대한 복지비용예산인데요. 지금 700만 크랑을 배정했어요.”
그 말에 범석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이 항목에 대해서는 작년보다 배 이상이나 높아졌기 때문이다.
“꽤 많네?”
“네. 통근을 위한 자가용 플라잉 카가 좀 부족한 듯 보여서 2대를 더 구매하고 했고, 와이드리그로 올라선 관계로 품위 유지비에 더욱 신경을 쓰기로 했어요.”
하긴 상위리그로 올라섰으니 검투사의 품위도 높아져야함이 당연했다. 에스더가 잘 알아서 하겠거니 한,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좋아. 그대로 처리하는 것으로 하고 다음은?”
“네. 스텝진및 기타 인건비로 1,800만 크랑이 들어가고 식비및 주거제공등의 기타복지비용으로 추가로 280만 크랑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요.”
그럼 또 2,080만 크랑이 날아간다는 얘기였다. 어두운 얼굴을 한 그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냈다.
“하, 하하. 좀 많군.”
“네. 하지만 작년에 비해 크게 오르지 않은 항목이라, 위안이 되실 것이에요.”
위안은 개뿔. 범석은 손바닥 부채로 얼굴에 바람을 부치면, 솟아오르는 열기를 식혀나갔다.
“좋아. 다음은?”
“행사비용으로 1,500만 크랑을 배정했어요.”
“아? 1,500만 크랑? 그럼 작년 예산의 3배가량이 많네?”
“네. 솔직히 저번 년도에 이쪽 예산을 너무 적게 잡아서, 추가 예산을 편성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어요. 특히나 이번 년도부터는 저희 갓즈나이츠 서포터즈가 창설되었기 때문에 지원비 명목으로 매해 200만 크랑이 더 들어가요. 이를 볼 때 1,500만 크랑은 배정해야 될 듯싶어요.”
납득을 한 범석이 다음 항목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그렇게 하도록 하고. 또 소요될 비용은 없어?”
“전기사용료, 수도 사용료, 훈련장 유지보수비로 550만 크랑을 산정하고 있고, 다음 시즌 리마시티콜레세움 사용료로 2,100만 크랑이 소요될 예정이에요.”
범석이 아득한 표정을 지으며 등을 의자 등받이에 가져다 대었다. 현재 팀 소유 자금은 1억 2,618만 크랑으로, 지금까지의 지출 항목을 뺀다면 간신히 3,500만 크랑이 남을 뿐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팀 엠블럼 제품 판매와 시즌권판매 현황이 아직 남아있었다.
“에스더 그럼 수입 부분은?”
“일단 팀 엠블럼 제품 쪽은 올해 디자인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직 나오지를 않아, 수입이 발생하고 있지 않아요. 하지만, 현재 시즌권이 대략 18,000매가 팔려 7,700만 크랑의 수입이 있었어요. 물론 여기에 대한 세금으로 380만 크랑이 따로 지출되는 바람에, 실제적인 수입은 7,320만 크랑이에요.”
제법 큰돈이지만, 검투사 영입이 시급했던 범석으로서는 모자란 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즌권은 지속적으로 판매된다는 점과, 아직 팀 엠블럼 제품이 판매되기 전이기에 아직은 실망할 때가 아니었다.
“다른 쪽 수입은 없어? 가령 TV중계료 같은 것 말이야?”
“네. 있었어요. 대략 1,200만 크랑정도요.”
범석이 무심코 에스더에게 의아한 눈길을 주었다. 아무리 최근 갓즈나이츠가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지만, TV중계료 1,200만 크랑은 예상치를 훨씬 초월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렇게나 많이? 어째서?”
“사실 실제 중계료 수입은 300만 크랑에 불과한데요. LKS방송사에서 보내온 900만 크랑을 어디에 배정할지 몰라, TV중계료에 포함시켜서 그래요.”
LKS방송이라면 나탈리가 경영하는 방송사로, 갓즈나이츠팀의 생활상을 촬영해 시청자에게 제공하고 있었다. 범석이 특별히 출연료를 원하지는 않았지만, 최근에 카렌의 방송으로 제법 돈을 긁어모은 터라, 아무래도 신경을 써준 모양이었다.
“후후. 그래? 이거 무척 고마운데.”
“그리고 LKS방송에서 또 2년 서브 스폰서 계약 비용으로 600만 크랑을 제공해 왔어요.”
그렇다면 나탈리가 자신에게 보내온 자금이 총 1,500만 크랑에 육박한다는 소리였다. 좀 짜증나는 성격이기는 하지만, 키워놓기를 잘했다고 생각한 범석이 입가에 한껏 미소를 머금었다. 그녀는 저번 레인보우그룹 사태 때부터, 자신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 외에는 또 없어?”
“레인보우호텔에서 3년 스폰서 계약 비용으로 1,000만 크랑을 제시해 왔어요. 그리고 기타 2군데서 1,200만 크랑이 들어왔고요.”
어느새 범석의 얼굴이 활짝 피어났다. 작년에 대량의 스폰서를 받아 기대도 하지 않았는데, 여기서만 현재 2,800만 크랑이 들어온 것이다.
“그래? 그나저나 레인보우그룹은 작년에 다년간 스포츠계약을 맺지 않았었나?”
“네. 레인보우그룹은요. 하지만 이번에는 레인보우호텔이에요. 법인이 틀리니, 또 제공받는다고 문제 생길일은 없죠.”
알아서 가려운 구석을 긁어주다니, 역시나 마누라는 틀렸다. 그는 조만간 글로리아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다음 보고내용을 듣기로 했다.
“또 다른 특별한 내용은 없어? 수입 쪽이면 좋겠는데.”
“네. 하나 더 있어요.”
“그래? 여기서 팀 자금이 들어올 곳이 또 있어?”
에스더가 고개를 가볍게 흔들었다.
“팀 자금이라기보다는 이사장님 개인적인 수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에스더에게 보고를 받을 만큼의 개인수입이라면 단 한 가지 밖에 없었다. 바로 CF였다.
“내 개인 수입? 혹시 CF요청이 들어온 거야?”
“네. 채플린 스포츠에서 이사장님과 아겔리아가 출연하는 조건으로 4,000만 크랑을 제공하기로 했어요.”
범석이 턱을 괴며 많은 관심을 보였다. 4,000만 크랑이면 제법 큰돈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에 제우스건설의 CF를 찍을 때 3,200만 크랑을 받기는 했지만, 당시에는 연인 엘프들이 총 동원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단 둘뿐인데 4,000만 크랑씩이나?”
“네. 스토리가 가미된 시리즈물이거든요.”
시리즈물이라면 적어도 세 편 이상의 CF촬영이 있으리라 생각되었기에, 약간은 귀찮은 작업이 예상되었다. 그래도 이 시기에 4,000만 크랑이라는 거금은 큰 도움이 되는바, 제의를 거절하기란 힘들었다.
“그래? 무슨 선전인데?”
“조깅화 선전이라고 하던데요.”
범석이 게슴츠레하게 눈을 떴다. 검투사인 자신이 조깅화라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 감이 있었다.
“아니. 왜 나를 조깅화 선전에 끼어 넣는데?”
“이번 CF의 주가 아겔리아거든요. 이사장님도 아시죠? LKS방송국에 방영하는 저희 팀에 대한 다큐 프로그램말이에요?”
당연히 모를 리가 없었다. 지금도 훈련캠프 어딘 가에서는 나탈리가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을 터였다.
“응 알아.”
“거기서 이사장님과 아겔리아의 만남에 대한 스토리가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나 봐요. 그래서 채플린스포츠에서 이 사건을 각색해 제품 선전에 활용하고 싶은 모양이에요.”
“후후. 그래서 4,000만 크랑이라는 얘기군. 지적 재산권료까지 포함되니 말이야. 그나저나 채플린 스포츠사, 제법 머리 쓰는데. 실제 벌어진 사건을 토대로 선전해서, 덩달아 제품의 신뢰도를 올리려고 하다니 말이야.”
고민할 필요도 없이 범석이 CF촬영을 수락하기로 했다. 입에 거품이 나도록 뛰어다는 자신의 모습이 선명한 비디오처럼 뇌리 속을 스쳐가지만, 그렇다고 4,000만 크랑이라는 거금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범석의 사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좋아. 채플린 스포츠에 연락을 넣어서 내가 한다고 전해.”
“네. 알겠어요.”
“그럼 이제 보고는 끝난 거지?”
“네. 일단 보고는 끝났는데요……. 한 가지 제안 드릴 것이 남아 있거든요.”
결재 창을 닫은 그가 에스더와 눈길을 맞췄다.
“그래? 말해봐. 무슨 제안인데?”
“혹시. G랭킹이라는 사이트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G랭킹사이트는 검투경기에 대한 전문지식을 쌓은 일부 검투팬들이 만들어 운영하는 비영리단체로, 전 세계의 검투팬들을 상대로 여러 검투관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었다. 누계 회원 수만 2억 명에 이를 정도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데다가 제공하는 정보의 질도 좋아 다른 관련 사이트에 비해 크게 공신력을 얻고 있었다. 이에 범석도 자주 들어가 영입관련 자료 등 많은 정보들을 얻고 있었다.
“알고 있어. 그런데 왜?”
“그 사이트에다 10만 크랑 정도 기부금을 보낼 생각인데 괜찮으시겠어요?”
범석이 뜬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G랭킹사이트는 순수 비영리단체로, 검투팬 및 관련 종사자들의 기부금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굳이 자신들이 10만 크랑이나 되는 거금을 보내야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10만 크랑씩이나? 너무 많은 것 아니야?”
“실은 G랭킹 사이트에 보면 전 세계 최고 기량의 1000인에 대해 랭킹을 매기고 있는데, 여기에 이사장님의 이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기부를 하며 슬며시 활약하신 자료를 보내, 정당한 평가를 얻어내려고요.”
“혹시 팀 홍보차원에 대한 일이야?”
“네. 그 사이트에 이사장님의 이름과 소속 검투팀인 저희 갓즈나이츠가 뜨면 무척 홍보가 돼요.”
하긴 2억 명이 보는 사이트이니, 홍보가 안 될 리가 없었다. 대충 순위권 안에만 들어도 충분히 10만 크랑의 가치는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좋아. 마음대로 해.”
“네. 그럼 그렇게 처리하도록 할게요.”
하며 에스더가 허리를 숙이고는 분주한 걸음으로 이사장실 문을 나섰다. 오늘 결재사항으로 할 일이 산더미 쌓였으니, 얼른 처리했다.
이런 그녀를 잠시 바라본 범석이 영입전략 문서를 불러와 수정을 하기 시작했다. 자금의 변동이 있으니, 전략변경은 필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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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