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201
203화
제르미아의 가세는 갓즈나이츠의 중견에 큰 활력소가 되었다. 시즌 전 벌어지는 첫 번째 연습 경기에서 델로이 와이드리그 하위권 팀인 오링스 자이언츠팀을 만나 힘들게나마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강등전력을 벗어났다고는 볼 수 없는바, 범석은 또 한 명의 검투사를 영입하기에 이르렀다. 바로 시야라는 따로 주인을 두고 있는 엘프였는데, 와이드리그에서 20여 년간 활동한 전적이 있는 노련한 후미검투사였다. 31살로 나이가 많이 들었다는 점이 문제였지만, 몸값도 900만 크랑 정도로 아주 저렴했고 연봉도 350만 크랑밖에 안돼 부담 없이 팀의 일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갓즈나이츠팀 서류가 나왔습니다.”
델로이프로검투 협회 사무건물로 찾아온 범석이 데스크 너머로 앉아 있는 엘프사무원이 건네준 전자서류를 받아들었다. 바로 올해 52/53 델로이 와이드리그시즌 대진표와 상대팀 검투사 명단으로, 앞으로 리그 활동을 해나가는 데에 꼭 숙지하고 있어야 할 중요서류였다. 사실 메일로 전송받아도 그만이었지만, 이후에 있을 지역언론과의 대담이 있어 이리 손수 전해 받게 되었다.
“고마워.”
감사를 표한 범석이 슬그머니 서류를 열어 시즌 초반 상대할 검투팀을 살폈다. 그리고 첫 번째 경기인 홈 개막전을 상대를 확인하고는, 난감한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채플린 위스퍼팀였기 때문이다. 다른 팀도 상대하기는 어렵지만, 정말 이 팀은 대책이 없었다.
“미치겠군. 하필이면 첫 상대가 얘네들이냐.”
뒤에 서 있던 다이아나가 범석에게 물었다.
“왜요 주인님? 대진표가 좋지 않나요?”
“나쁘지는 않은 편이데, 첫 번째 상대가 채플린 위스퍼팀이야.”
공감이 가는 듯 다이아나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가 생각해봐도 채플린 위스퍼의 전력은 장난이었다. 센트럴리거급으로 취급받는 레베카, 이오니스, 랜드라, 야미야, 히야스, 에미레스외에도 와이드리거급 전력이 20명이나 있어 상대하기 여간 까다로운 팀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번에 명장 반열에 오른 빈센트가 새로이 감독으로 확정되었음은 물론, 그의 요청으로 월드리거 하위급 실력자로 인정받는 카네로아라는 나이 어린 유망주 엘프검투사를 13억 크랑을 들여 영입해온 상태였다. 이도 모자라 최근에는 또다시 7억 크랑을 들여 센트럴리거급 유망주 한 명을 더 들인다고 하니, 갓즈나이츠로서는 어떻게 해볼 만한 상대가 아님이 분명해 보였다.
“그, 그러네요. 이거 어떻게 하죠? 개막전에서 비참한 패배를 당하면 팬들이 크게 실망할 수도 있어요.”
그건 범석도 잘 알고 있었다. 해당 시즌에 가장 많은 팬이 콜로세움을 찾아오는 경기가 바로 개막전이었고, 그 결과에 따라 그해 시즌권 판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승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팬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만한 결과를 얻어내야 했다.
“휴~ 어떻게든 해봐야겠지. 네가 잘 전략을 짜서 무승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3라운드 패배는 면하게 해봐라.”
“그럼 주력을 2라운드에 넣는 방식으로 해야겠네요. 그럼 운이 좋으면 1승은 얻어낼 수 있을 것이에요.”
범석이 접수 사무실을 출입문 쪽을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그건 너무 노골적이지 않냐?”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3라운드 패를 면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요. 다행히 채플린 위스퍼팀의 가장 큰 단점이 7~8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와이드리거급 검투사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에요. 주력과 후보 간에 전력 차가 그만큼 크니 저희 팀을 그걸 노려야 해요.”
그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와이드리거급 검투사가 저급으로 취급받는 팀과 맞붙어야 한다니, 머릿속이 아득해져 왔다.
“휴~ 젠장 차라리 원정경기였다면, 이렇게 당황스럽지는 않았을 텐데.”
“네. 그럼 홈 팬들도 별로 찾아오지 않을 테니, 그만큼 패배의 충격이 작을 것이니까요.”
그때 접수처 창구 한쪽에서 한 중년 사내의 비명이 들려왔다.
“이, 이건 말도 안 돼! 그녀가 왜! 우리 리그에!”
마침 자동문을 통해 나가려고 했던 범석이 고개를 돌려 그 사내를 바라봤다. 아주 낯익은 작자로, 어디서 본 한 번쯤 본 인사 같았다. 그가 사내를 엄지로 가리키며 다이아나에게 물었다.
“다이아나.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냐? 어디서 많이 봤는데.”
“아? 저분은 씨 모비딕스 감독인 아므로씨에요.”
씨 모비딕스라고 한다면 작년 GA컵 8차전 경기에서 만난 대전상대로, 갓즈나이츠에게 라운드 스코아 3대 0의 패배를 안겨준, 델로이 와이드리그 내 강력한 우승후보였다. 당시 워낙 충격을 받을 터라, 범석도 감독인 그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군. 맞아 아므로감독님이었어. 어쩐지 낯에 익더라.”
“한 번 뵈러 가실래요? 이제 같은 리그 내의 경쟁팀이니, 안면을 익혀도 나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는데요.”
범석이 흘끗 아므로를 바라봤다.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 정도로 격양된 모습을 하고 있어, 지금은 인사를 나눌 분위기가 아닌 듯 보였다.
“뭐.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 지금은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보이니, 나중에 인사하지.”
“그럼 그럴까요?”
다시 돌아서서 접수사무실을 나가려는 찰라, 언제 그를 봤는지 아므로가 불러세웠다.
“자네들! 갓즈 나이츠팀의 다이아나 감독과 오범석 검투사 맞지?”
멋쩍은 표정을 한 범석이 슬그머니 그를 바라보고는 인사했다.
“네. 안녕하십니까? 정말 오랜만에 뵀습니다.”
아므로가 급한 걸음으로 다가서더니, 다짜고짜 입을 열었다.
“자네들 괜찮은가?”
“아니 뭘 말입니까?”
“대진표를 보니까 자네들 갓즈나이츠팀 개막전에서 채플린 위스퍼 팀과 맞붙는다고 나와 있던데. 정말 괜찮은지를 묻는 걸세.”
범석이 난해한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직시했다. 아무리 채플린 위스퍼가 괴물 같은 팀이라고는 하지만, 씨 모비딕스의 감독인 아므로가 일부러 찾아와서 걱정해 줄 정도는 아니었다.
“글쎄요. 이기지는 못할 것 같지만, 어느 정도 승부를 걸어볼 수는 있을 듯 보입니다.”
“정말인가?”
“당연하죠. 아실지 모르겠지만, 저희 팀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무리 채플린 위스퍼팀이라고 해도 쉽게 저희 갓즈나이츠를 넘어설 수는 없을 겁니다.”
아므로가 콧방귀를 거하게 끼고는 질책하듯 말했다.
“혹시 자네 채플린 위스퍼팀의 검투사 구성을 보고서 하는 말인가? 만약에 맞는다면 자신감이 너무 지나치다고 할 수 있네.”
“아니 명단이 뭐 어쨌기에요?”
“아무래도 못 본 모양인 게로군? 그럼 지금 한 번 자세히 살펴보게.”
범석이 전자서류를 다시 꺼내 대진표 몇 장 너머로 있는 채플린 위스퍼 검투사단 구성도를 읽어내렸다. 그리고 검투사 명단 첫머리에 기재되어 1번 검투사의 이름을 보더니, 순간 등에 소름이 바짝 돋아났다.
현재 개조 엘프 9년 차인 아멜리에. 월드 리그 검투 경력 32년에 주무기는 채찍.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설적인 검투사가 지금 새롭게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던 것이다.
“어, 어떻게 아멜리에가 채플린 위스퍼에 있을 수 있는 겁니까? 이 아이는 은퇴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고요!”
“개조 엘프라는 말을 듣고도 모르나? 분명히 신체 개조 시술을 받은 게지.”
개조 엘프. 한 마디로 개조 인간처럼 신체 개조 시술을 받은 엘프를 말했다. 이 시술을 받게 되면 엘프는 전성기 시절의 신체로 다시 돌아가게 되는데, 시술비용이 개조 인간보다 훨씬 비싸다는 단점이 있어 그다지 보편화 되지는 못했다. 그래서 엘프들에게 개조 시술을 시키는 자들은 나이가 든 엘프를 연인으로 둔 일부 젊은 거부들뿐이었다.
곰곰이 개조 시술에 대해 떠올려본 범석이 다소 표정을 안정시켰다. 개조 시술에는 한계가 있었는데, 시술 후 잠재능력이 랜덤으로 적용된다는 사실이었다. 시술하는 의사의 능력에 크게 좌우가 되기는 하지만, 아멜리에가 쓸만한 신체능력을 얻을 가능성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휴~ 하지만, 신육기사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아무리 그녀가 젊어졌다고는 하지만, 개조시술로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질 가능성이 무척 낮으니 별로 우려스러울 만한 상황이 아닌 듯싶은데요.”
“그렇다면 안심하겠지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뭐가 말입니까?”
“아멜리아는 과거 전설이 되어 검투계를 떠났던 엘프였네. 그리고 그녀의 주인은 바로 최고만을 고집하는 채플린 일가의 일원이고. 뭐 주인이 돈이 없어서 앵벌이를 하러 나왔다면 모를까? 거부인 채플린 가문이 뭐가 아쉬워서 능력이 떨어지는 그녀를 다시 검투계로 다시 내보내 망신을 당하겠나? 다 그만큼 믿는 구석이 있다는 것이지. 그리고 지금 아멜리에는 개조엘프 나이가 바로 9살이라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네.”
묘한 아므로의 눈빛에 범석의 불안감이 서서히 고조되었다. 9년 정도면 모든 신체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나이였기에, 아멜리에가 단단히 준비하고 검투계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저 과거의 유명세를 통해 돈 좀 벌어볼 의향이었다면, 개조 엘프가 된 후 바로 프로에 진출해도 상관없었다.
“설, 설마 아멜리에가 복권에 당첨됐다는 얘기입니까?”
“플레이를 봐야 알겠지만, 여러 정황을 종합해 볼 때 그럴 가능성은 아주 농후하네.”
범석이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얼굴을 탈색시키고는 다이아나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전설의 귀환의 첫 번째 제물이 바로 갓즈나이츠라니 너무 아이러니했다. 정말 꿈이라면 깨고 싶은 심정이었다.
‘확실해. 아멜리에 이 얘는 과거의 기량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검투계로 돌아왔을 거야. 아므로감독님의 말대로 정황이 그렇고, 결정적으로 9년 전에 신체 개조 시술을 받았으니까.’
그가 특별히 9년 전 얘기를 떠올리는 이유는 단순히 신체단련을 위한 준비과정의 기간을 뜻하지 않았다. 가만 생각해보니 바로 그 시기가 게임 최초 시작 시기보다 훨씬 이전이라는 것이었다. 즉 그 얘기는 아멜리에의 신체 개조 시술은 게임상의 최초 설정이라는 뜻. 그 잠재능력치는 게임제작사가 정하기 나름이었다. 마치 플레이어인 범석이 거뜬하게 1000의 잠재능력을 얻은 것처럼 말이다.
“미치겠군. 아주 작살이 나겠네. 작살이…….”
그 말에 아므로감독이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런 말을 해서 참으로 미안하네만, 행운을 빌겠네. 그래도 먼저 맞는 매가 낫다고 하지 않는가?”
“매도 매 나름이죠. 이건 일방적인 폭력입니다.”
“하긴 현재 채플린 위스퍼 스쿼드에 아멜리에까지라니……. 사실 우리 씨 모딕스로도 상대할 방법이 전혀 떠오르지를 않네. 그렇지만 어떻게 하겠나? 올 시즌 일진이 이런 것을. 자. 그럼 나는 기자회견장에 내려가 있을 테니, 자네도 마음을 다스리고 내려오게나.”
긴 한숨을 푹 내쉰 아므로가 자동문을 통해 외부로 나갔다. 이를 그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본 범석이 다이아나에게 물음을 던졌다.
“다이아나. 어떻게 상대할 방법이 없겠냐?”
그녀가 손등으로 이마를 훔치고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다이아나의 현재 나이는 43살로 아멜리에의 마지막 현역 시절 10년간을 지켜봤었다. 당연히 그 공포를 뼈저리게 잘 알고 있기에 주인인 범석에게 감히 자신감을 표출할 수가 없었다.
“그, 글쎄요. 저, 저도 뾰족이 어떻게 방법이 없어요. 그저 과거의 신체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녀의 채찍 기술은 강한 완력에 기반을 두어야 하거든요.”
“신체능력이 좋다면 상대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얘기군.”
“네. 아멜리에의 별명은 진형 파괴자에요. 그녀가 휘두르는 채찍에 월드리그 팀들의 진형도 갈가리 찢겨 나가는데, 하물며 저희 팀이야…….”
진형이 파괴되면 전략적인 부분이 완전히 와해가 되었다. 즉 더그아웃에 있을 다이아나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었다.
“하긴 아멜리에의 무서운 점이 바로 상대 팀 감독에게 손가락만 빨게 한다는 것이지.”
“죄송해요. 주인님.”
“네가 미안해할 일이 뭐가 있냐? 아멜리에가 대단해서 벌어지는 일인데……. 자. 우리도 내려가자. 오늘 기자 회견장에 아멜리에가 와 있을지 모르니 가서 확인해봐야지.”
범석이 다이아나를 데리고 기자회견장으로 내려갔다. 갑갑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지만, 전설적인 검투사라고 하니 한 번 얼굴이라도 볼 요량이었다. 오늘 기자 회견에 참석하는 자는 각 팀의 감독과 대표 검투사인 터라, 채플린 위스퍼 팀의 에이스가 확실시되는 아멜리에도 와 있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했다.
아멜리에가 델로이 와이드 리그에 등장한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널리 알려졌다. 오늘 대진표를 전해 받은 일부의 프로팀 관계자들이 자신의 개인 사이트와 팀 홈 사이트에 사실을 알렸고, 이를 확인한 검투팬들의 입소문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 나간 것이다. 이에 소식을 접한 대형 방송사들이 긴급히 특파원을 파견함과 동시에, 델로이 와이드리그 내에 압력을 넣어 오늘의 기자회견을 두 시간 정도 뒤로 밀게 하였다. 전설의 귀환이라는 특종을 한낱 지방 방송사에게 빼앗길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야! 저리 비켜 카메라 가리잖아! 빨리 비켜!”
“뭣들 하는 거야! 빨리 전원을 찾아서 코드를 연결해! 없으면 얼른 나가서 밧데리라도 사와!”
기자 회견장은 한 마디로 아수라장이었다. 초고속 플라잉 카를 타고 전 세계에서 모여든 촬영진과 기자들이 한데 어우러져 취재경쟁을 벌여나가는 통에 정작 오늘의 주인공들인 델로이 와이드리그 프로검투팀 일원들은 뒤로 밀려나 멀찌감치에서 구경만 해야할 정도였다.
덕분에 델로이 프로검투협회 측은 여간 당혹스럽지가 않았다. 전산 처리 과정에서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미리 손을 써 넓은 공간을 확보했을 텐데 미숙한 사무원의 일 처리로 사태가 이 지경까지 이른 것이다. 그들은 연회장 밖까지 쫓겨난 델로이 프로리그팀 관계자들에게 연신 고개 숙여 사과를 표했다.
============================ 작품 후기 ============================
2012년 새해가 밝아왔습니다. 올해 하시는 일 모두 잘 되시고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