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209
211화
“크윽!”
가늘게 이어지는 신음소리가 범석의 입가에서 터져 나왔다. 매섭게 몰아치는 아멜리에의 편격이 사위를 점령하며 심한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단지 필사적으로 편끝을 쳐내는 일뿐. 감히 승리를 점하기 위한 공격에 나서지는 못했다. 그만큼 지금의 위기는 범석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그는 좌우로 빠르게 이동하며, 어떻게든 공세를 흐트러뜨리고자 갖은 애를 썼다.
‘대단해. 어떻게 내 토네이도즈 임팩트를 막아내는 거지?’
아멜리에의 얼굴에 어느새 감탄이 어리고 있었다. 자신이 힘껏 밀어붙이고 있건만, 여전히 그는 짧고 간결한 동작으로 훌륭히 편끝을 튕겨내고 있었다. 진작에 출중한 검투사라고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처럼 완성된 검세를 유지하는 노련한 검투사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의 검술은 월드리그 역사를 통틀어 최강이라고 표현할 수 있었다.
어느새 그녀의 안면실드 안에 진한 그림자가 새겨졌다. 범석이 자신과 동등한 신체를 가지고 맞섰을 때의 상황이 머릿속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물론 경쟁자가 있다는 사실은 아멜리에로서는 무척 기쁘고 기대되는 일이었다. 과거 절대자로 수십 년간을 지내온 터라, 정점에 선 자의 영광 뒤에 새겨져 있는 외로움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주인이 없을 때의 얘기였다. 지금은 연모하는 주인이 있었고, 그가 자신에게 채플린 위스퍼팀을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려달라고 부탁을 했기에, 반드시 그 기대에 화답해야 했다. 그런데 범석이라는 자가 나와 자신의 앞길을 막으려 하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극히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야 현격한 힘의 차이 탓에 저리 몰리고 있지만, 같은 신체적 입장에서 맞섰을 때에는 어떤 결과가 벌어질지 가늠하기 어려워. 분명히 내가 일편일검술을 써야지만, 겨우 동등함을 유지할 거야.’
검투계에 격언에는 신육기사라는 말이 있었다. 그만큼 신체적인 요건이 무척 중요하다는 뜻으로, 뛰어난 검술을 지닌 범석이 아멜리에에게 밀리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다.
간단한 예로 지금 그녀가 내리치는 채찍질에 범석이 완벽하리만큼 반응하고 있음에도 이리 고전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근력의 차이로 그는 강맹한 힘이 당긴 편끝을 제대로 밀어내지 못했고, 결국 이는 아멜리에의 새롭게 이어지는 공세의 발판이 되고 있었다. 반면 그는 충격에 튕겨 나간 검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공세를 펼칠 여유가 전혀 없었다. 만약 범석이 같은 힘으로 맞상대한다면 이러한 현상은 바로 역전이 되어 버리니,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그래도 그의 성장성이 낮다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지금의 형세가 계속 이어져 나갈 테니, 월드리그에 올라온다 쳐도 전혀 상관할 바가 못 됐다. 그런데 문제는 그가 언젠가 뛰어난 신체능력을 얻을 가능성이 무척 크다는 사실이었다. 근래에 빠르게 발전되는 신체능력과 검투사 보는 능력이 뛰어난 빈센트 감독의 호언장담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었다.
‘오늘 확실히 기를 꺾어놔야 해. 그렇지 않는다면, 훗날 월드리그에 서 힘겨운 싸움을 벌여나가야 할 것이야.’
아멜리에는 갓즈나이츠가 언젠가는 월드리그에 진출할 것이라 믿고 있었다.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갖춘 범석 이외에도 성장 가능성이 큰 엘프검투사들이 상당수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은 전술이해도와 무구를 다루는 능력이 다소 미흡해 그다지 위협적이지는 않지만, 계속 훈련과 리그경험을 쌓는다면 얘기가 크게 달라졌다. 이미 이들의 신체능력이 센트럴리거나 월드리거급까지 이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소속 검투사를 범석이 직접 스카웃해 휘하에 두고 있다는 사실은 자못 두려운 감정이 들게 했다. 앞으로 계속 성장성 높은 엘프검투사들이 계속 충원된다는 얘기이니, 스쿼드의 질은 향상될 터였다.
그녀는 이제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올 지경까지 채찍을 휘둘러댔다. 지금 갓즈나이츠를 확실히 주저앉혀 놓지 않는다면, 훗날 채플린 위스퍼의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중추는 바로 범석이었으니, 반드시 꺾어 기를 죽여놔야 했다.
휘리리릭. 챵. 휘익.
퉁겨진 검을 바로 잡은 범석이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을 그녀에게 쏘아 보냈다. 도저히 승리할 수 없으리라 생각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그녀에게 제대로 된 일격을 안겨주어야 했다.
‘이대로 수세에만 몰리면 결국에 가서는 내가 당한다. 어떻게 상황을 역전시킬만한 기반을 마련해야 해.’
문제는 워낙 차이가 나는 신체능력으로 딱히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는 점이었다. 아멜리에를 제압하려면 공격에 나서야 했는데, 수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밀려버리니 검을 앞으로 뻗기도 힘들었다. 유일한 방법은 살을 주고 뼈를 깎는 전략뿐인데, 채찍은 사정거리가 길어 이도 쉽지 않았다. 검을 휘두를 근접거리로 이동하는 시간이 그만큼 커지니, 그녀가 대비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육참골단이 실패하면 나는 바로 패배한다. 멀쩡한 상태에서도 겨우겨우 버텨나가는데, 사지 중 한 곳이 부분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든 상태에서 아멜리에의 기술을 막아낼 수는 없으니까. 그러니 최후의 순간까지 절대 써서는 안 돼.’
범석이 고민하는 사이에도 아멜리에의 공세는 계속되었다. 대기의 공기를 짓이기며 날아오는 편끝은 공포 그 자체였다. 그는 온 힘을 기울여 막았지만, 위기상황은 계속 늘어만 갔다. 그녀는 시간이 흐를수록 공격의 강도를 높이는 반면, 범석의 체력은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력한 채찍질에 그의 손바닥과 손목은 이제 마비현상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창. 까강.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범석은 왼손에 쥔 카타나가 공중으로 치솟아 올랐다. 그간 쌓인 데미지로 손아귀의 힘이 크게 반감된 탓이다. 그는 유일하게 남은 검을 양손으로 꽉 쥐고 마지막으로 향한 발악을 계속 이어나갔다.
‘좋아. 이제 공세를 약화시켜도 되겠어. 휴~ 다행이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아멜리에의 공세를 줄여나갔다. 토네이도즈 임팩트는 전신을 이용해 펼치기에 체력 소모가 극심했다. 그래서 20분 간 이어지는 한 라운드 모두를 이 기술로만 일관할 수 없었고, 종종 휴식을 통해 체력 안배를 해야만 했다. 뭐 계속 몰아쳐 끝장을 볼 수도 있지만, 만약 범석이 이 치열한 접전을 끝까지 버텨나간다면 오히려 자신이 당할 수도 있었다. 다행히 그가 한쪽 검을 잃었으니, 잠시 기세를 줄여 체력을 보존할 필요가 있었다.
그녀는 곧 토네이도 스네이크의 기술과 평범한 편격을 날리며, 범석을 압박해 들어갔다.
“헉헉. 뭐야. 체력이 많이 소모됐나 보지? 이거 공격이 간지러울 정도로 약해졌네?”
거친 호흡을 내 품는 범석의 말에 아멜리아가 간신히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대꾸했다.
“승부를 너무 쉽게 결정지으면 팬들이 실망할 테니까요. 어찌 됐거나 무리를 해서 벌이는 일기토이니, 그만한 서비스쯤 제공해야죠.”
빠르게 안면을 향해 날아드는 편끝을 힘겹게 쳐낸 범석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실전 경험이 많은 그가 아멜리에의 약세를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하긴 10여 분을 넘게 저런 고난위도의 기술을 연속적으로 펼쳤으니 지칠 만도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도 체력손실이 극심했던 탓에, 이 기회를 살릴 만한 기세가 남아 있지 않았다. 다만, 입을 달싹거릴 힘이 남아 있기에, 대화쯤은 이어나갈 수 있었다.
“헉헉. 말은 잘하는군. 끝까지 약세는 보이기 싫다 이거지?”
“호호호. 뭔가 착각하시는 모양인데, 그럼 이만 끝을 보기로 하죠.”
아멜리에가 지친 몸을 이끌고 다시금 토네이도즈 임팩트를 뿌려대기 시작했다. 여기서 머뭇거림을 보였다가는 이 기술의 약점이 드러날 테니, 모험을 걸 필요가 있었다. 어차피 갓즈나이츠의 전력으로 채플린 위스퍼를 이길 수 없으니, 이번 라운드에서 모든 체력을 소진해도 문제 생길 일은 없었다.
다시금 휘몰아치는 채찍의 폭풍 속에 갇힌 범석이 가벼운 자신의 행동을 원망하며 정신없이 검을 휘둘러댔다. 가만히만 있었어도 평범한 기술을 상대하며 체력을 회복시켰을 텐데, 괜히 입을 잘못 놀려 다시금 거센 공세를 당하게 되었다.
‘내 토네이도즈 임팩트의 공세를 여기까지 버텨내다니, 저자는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무서운 검투사야. 내가 지금에 안주해 버리면 언젠가는 필시 굴욕적인 패배를 당하는 날이 오게 될 거야. 절대 이대로 있어서는 안 돼.’
아멜리에는 범석에게서 진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토네이도즈 임펙트는 최상급의 월드리거라도 과연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인 자신의 숨겨둔 필살기 중 하나였다. 그런데 그는 처음 대면했음에도 거의 라운드가 종료될 지금 시점까지 잘 막아내고 있었다. 이런 자가 훗날 강인한 신체로 거듭나 자신의 앞에 다시 나타난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지금의 기량을 더욱 발전시켜, 범석의 도전을 물리칠 힘을 길러야 했다.
결국, 아멜리에는 한 가지 큰 결심을 했다. 바로 채플린 위스퍼를 잠시 떠나 월드리그에 진출하자는 생각이었다. 주인의 부탁은 가문의 검투팀을 세계 최강으로 만들어 달라는 것. 이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수준이 높은 월드리그에서 자신의 기량을 갈고 닦을 필요가 있었다.
다행히 자신을 원하는 월드리그 팀은 아주 많았다. 특히나 과거 자신의 친정팀이었던 데빌 스프릿즈가 적극적으로 임대제의를 표명한 상태였다. 그 팀은 비록 리그 내 상위권에 머무르고 있지만, 십 수년간 리그에서 우승하지 못했기에, 우승컵에 아주 목말라하고 있었다.
그리고 빈센트 감독도 전혀 관심이 없지는 않았다.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임대를 통해 데빌 스프릿즈의 넨시아라는 검투사를 영입하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그녀는 하위급의 월드리거 실력을 갖춘 유망주로, 주 포지션이 바로 후미였다. 1라운드에서 드러났듯이 채플린 위스퍼는 후미 쪽이 매우 약해서 이를 보완해줄 출중한 검투사가 반드시 필요했는데, 넨시아가 이를 충족시켜줄 최상의 패였다. 아무리 데빌 스프릿즈가 그녀의 판매를 꺼린다지만, 자신의 임대에 어느 정도 자금을 충족시켜준다면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아주 컸다.
‘자. 그럼 이제 여기서 끝을 맺자.’
전광판 시계를 바라본 아멜리에가 공격의 강도를 더더욱 높였다. 이제 남은 시간은 이 분여. 지금 남아 있는 체력을 쏟아부어 이번 승부를 결정지을 참이었다.
휘리릭. 휘리리릭. 챵. 픽.
“이잇!”
현란한 채찍의 향연에 범석의 슈트에 기스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갔다. 간신히 쳐내고는 있지만, 완벽하지는 못했는지 편끝이 끊임없이 온몸을 스쳐 가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그리 오래 남지 않은 상태였다. 잠시만 버틴다면 오늘의 승부를 무승부로 만들 수 있었다.
‘개뿔이 무승부냐! 이대로 경기가 끝이 나면 나의 패배다! 아멜리에게 공격 한 번 날려보지 못했는데, 무승부일 리가 없잖아!’
그는 굴욕에 몸을 떨고 있었다. 반항도 제대로 못 해본 상태에서 얻은 무승부는 곧 패배라고 생각한 탓이다. 지금 벌어지는 일기토는 아멜리에와 자신의 힘의 우위를 결정짓자는 것이지, 라운드 승수를 쌓고자 함이 아니었다.
범석은 눈을 번뜩이며 그녀를 쳐다봤다. 이제 처음이자 마지막 승부를 걸어볼 참이었다.
‘기회는 반드시 찾아온다. 아니 내가 만들어낸다. 그래서 반드시 아멜리에를 베어버린다.’
그때 그를 향해 완곡한 바깥쪽 곡선을 그리는 편끝 하나가 날아왔다. 이에 범석은 급히 몸을 날려 채찍의 몸통 부위를 가격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경험상 아멜리에 포박을 하려고 할 터였고, 그다음 시점이 바로 그녀의 초상날이었다.
이윽고 몸을 휘감는 편끝의 움직임에 범석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이제 끝이군요!”
상기된 표정을 지은 아멜리에가 채찍에 반동을 넣어 포박된 그의 몸을 공중으로 띄웠다. 그리고 추락 데미지를 주려 힘껏 내리치는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범석이 몸에 빠른 회전력을 넣으며 채찍을 휘감아버렸다. 순간 당했다고 생각한 그녀가 다급히 편자루를 놓았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그가 낙법으로 바닥을 구르며 팔뚝 너머로 솟아나와 있는 검끝을 사정없이 찔러오고 있었던 것이다.
챵! 삐이이익!
청명한 금속음과 함께 경기 종료를 알리는 호각소리가 경기장 안을 퍼져 나갔다. 3라운드가 끝이 났음에도 오늘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조용히 몸만 일으키고 있었다. 마지막에 벌어진 대역전극의 진상을 확인하지 않고서는 이번 라운드가 끝났다 말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플라잉 카메라가 밀착 각도로 범석의 검끝의 향방을 전광판에 통해 알려오는 순간, 모든 관중이 소리높여 외쳤다.
우와와와와!
“둘 다 대단했다! 정말 오늘의 입장료가 절대 아깝지 않다!”
“비록 무승부지만 모두 잘해 줬다!”
팬들의 환호에도 범석은 결코 좋은 표정을 짓지 못하고 있었다. 회심의 한 수가 아멜리아의 반쯤 뽑힌 변형검에 가로막혀 버렸던 탓이다. 이로써 오늘 경기는 자신의 패배라고 할 수 있었다. 지금 그는 채찍에 묶인 채 검끝만 내밀고 있는 상태. 여기서 경기가 더 이어졌다면 보나 마나 자신이 당하게 되어 있었다.
긴 한숨을 내쉰 범석이 자신을 감싸고 있는 채찍을 풀며 말했다.
“오늘은 네게 검을 뽑게 했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해야겠군. 아쉽지만 여기서 끝을 내자.”
다시 변형검을 갈무리한 아멜리에가 떨리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봤다. 절대 사용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검을 기어이 뽑게 만들었던 탓이다. 역시 범석은 소름이 끼칠 만큼 무서운 검투사였다. 혹시나 해서 착용한 검이 없었다면 자신의 완벽한 패배를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야겠죠. 오늘 경기는 갓즈나이츠와 채플린 위스퍼 간의 리그경기. 저희만 경기를 펼칠 수는 없으니까요. 사실 지금의 일기토도 빈센트감독님께서 배려를 해주셔서 가능했다고 볼 수 있어요.”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리 팬들이 원해 편법적으로 실행했지만, 엄밀한 말 하자면 일기토는 규칙 위반이었다. 다음 라운드에서 일기토를 벌였다가는 검투협회도 우려를 표할 테고, 엄중한 경고조치가 들어올 수 있었다. 이벤트는 단지 이벤트. 패배의 굴욕을 당했지만, 여기서 끝내야 함이 옳았다.
“하긴 그렇겠지. 그럼 이제 우리가 원정경기일 때 만나게 되나?”
아멜리아가 천천히 고개를 흔들었다. 얼마 간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조금 전 결심한 내용으로 그와는 오랜 기간 만날 수 없었다.
“아니요. 갓즈나이츠가 월드리그에 올라서기 전까지는 만나기 어려울 것이에요.”
“아니 왜?”
“전 감독님께 요청해서, 올해 월드리그팀으로 임대를 갈 생각이에요.”
갑작스러운 말이었지만, 범석은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런 실력을 지닌 아멜리에가 델로이 와이드리그에서 활약한다는 자체가 우스운 얘기였다. 게다가 채플린 위스퍼는 그녀가 없어도 충분히 올해 우승은 물론 내년도 센트럴 리그에 출전할 능력이 되었다.
물론 범석도 마찬가지지만, 그에게는 갓즈나이츠를 이끌 의무가 있었다. 범석이 없다면 팀의 가능성은 무척 커질 터였다.
“그렇군. 사실 네가 와이드리그에 머무는 자체가 민폐지. 월드리그에 가서 잘해봐라.”
“물론이에요. 그럼 경기장에서 다시 뵙는 날을 기대하며, 아쉽지만 여기서 작별을 고할게요. 안녕히 계세요.”
대화의 마무리를 찍은 아멜리아가 바로 돌아서서 자신의 팀원들이 서 있는 더그아웃으로 걸어갔다. 이를 한참 바라본 범석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카타나를 주워들고 발길을 돌렸다.
이후 4라운드 경기는 범석과 아멜리에가 없이 진행되었다. 둘 모두 3라운드의 접전에서 워낙 체력이 고갈되어 더는 경기를 뛸 수 있는 여력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4라운드는 채플린 위스퍼가 승리하였고, 갓즈나이츠는 리그 개막전 경기에서 패배를 기록해야 했다.
============================ 작품 후기 ============================
아. 에고에고 오늘은 늦었네요. 책상머리에서 깜빡 졸았다가 지금에서야 일어났습니다. 아. 정말 이럴 때는 정각 12시에 글이 올라가는 아이템이 정말 간절합니다. 지금 있는 아이템은 10분 간격으로 7분대에 올라가기에 사용하기가 꺼려지거든요. 그 7분의 차이가 엄청나더라고요. 하하하.
그럼 오늘 하루 즐겁게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