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229
231화
‘누굴까? 도무지 짐작 가는 애가 없어.’
무투계에 활동하고 있던 라마라는 어느 정도 지하 무투계의 유명 투사들을 알고 있었다. 무투계와 지하 무투계의 팬층이 공유되고 있기에, 서로의 실력을 비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회 측에서는 흥행을 위해 종종 암묵적으로 이 둘 세력 간의 대결을 주선해 왔었고, 그녀도 몇 번인가 지하 무투계 유명 투사들과 시합을 해본 적이 있었다. 그런데 라피네는 완력과 기술적인 면 모두가 그들보다도 뛰어난 면모를 보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그 계통의 최강자에 가까운 실력자임이 확실해 보였다.
문제는 특별히 짐작 가는 자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언뜻 떠오르던 투사가 하나 있었지만, 전혀 참고 대상이 아니었다. 바로 다프네라는 지하무투계의 최강자였는데, 몇 해 전 경찰에 체포된 후 다른 주인을 얻는 과정에서 탈출했다가 인질사건을 벌이는 와중에 죽임을 당했다고 했다.
‘뭐. 상관없겠지. 난 그저 저 애를 쓰러뜨리면 되니까.’
라말라가 심호흡을 한 번 내쉰 후, 내달릴 태세를 갖추었다. 이제 상대의 정체를 대략 알아챘으니, 그에 걸맞게 전투를 이어나가면 그뿐이었다. 지하 무투사와는 몇 번 싸워본 전적이 있었던 터라, 상대할 방법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간다!”
빠른 속도로 근접하는 라말라. 라피네가 검을 휘저으며 진로를 가로막았다. 하지만, 라말라는 진로를 틀어 벽을 타고 달려와 그녀의 목줄기를 향해 태클을 날렸다. 긴 궤적을 돌며 생기는 원심력에 그대로 어깨를 부여잡은 라말라가 반대쪽 벽면을 오른발로 힘껏 걷어차며 몸의 이동을 정반대로 되돌렸다. 이제 뒤틀기만 하면 어깨뼈가 빠지는 상황. 그녀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지만, 급격하게 몸을 역으로 회전하는 라피네로 그만 손을 놓쳐버려 기술이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이어지는 짧은 검격이 라말라의 복부로 쏘여졌다.
휘익!
간신히 허리를 좌측으로 휘어 검끝을 피한 라말라가 바로 그녀의 옆구리를 잡은 채로 엎어 쳐버렸다. 공중으로 뜨며 천장을 바로 코앞에서 본 라피네가 다급히 몸에 스핀을 넣어 정확히 바닥에 안착했다. 그러나 워낙 강맹한 힘이 담긴 터라 뒤로 몇 보 물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보통이 아니구나!”
비틀거리는 상대의 모습에 라말라가 스텝을 극도로 전개하며 달려나갔다. 짧은 흐트러짐이었지만, 이만한 기회를 찾기도 힘들었다. 그녀는 라피네가 내지른 검의 궤적을 크게 상체를 숙여 피한 다음, 슬라이딩으로 다리 쪽을 노렸다. 그리고 양다리를 교차해 무릎 뒤쪽과 발목 앞쪽을 묶어버린 후 그대로 힘차게 휘돌려 버렸다.
쿵 하고 앞으로 넘어가는 라피네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오른쪽 다리가 관절기에 걸려버린 탓이다. 그녀는 무릎에 힘껏 힘을 주며 구부정해진 다리를 쭉 펴나갔다.
‘어, 어떻게 이럴 수가? 완벽하게 관절기가 들어갔는데?’
라피네의 우악스러운 힘은 라말라를 당혹스럽게 하고 있었다. 몸의 체중까지 실어서 걸은 관절기가 서서히 풀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만한 힘의 소유자가 있다는 것은 결코 들어본 적도 없었기에, 지금의 상황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 벌어지고 있으니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이대로 기술이 풀려버리면 자신이 오히려 당하게 되었다.
라말라가 다급히 몸을 일으킨 후 라피네에게서 멀어졌다.
“으음. 역시 무투계의 최강자 답네. 쉽지가 않아.”
욱신거리는 무릎을 편 라피네가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을 중단에 세웠다. 자신의 장점을 활용해 거세게 몰아붙일 셈이었다. 그녀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특성이 발동되는 시간이 아주 짧다는 점이었다. 빨리 승부를 보지 않는다면 패하게 되니, 여유를 부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사실은 상대가 자신의 약점을 모른다는 것이다. 최강자라는 프라이드 탓인지 라말라는 전혀 시간을 끌 생각을 하지 않고, 무모하리만큼 저돌적으로 덤벼들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자존심이 네 패배를 자초하게 할 거다. 나는 이 10분간 만큼은 무적이니까 말이야.’
라피네가 앞으로 나가자 바짝 긴장을 모습을 했지만, 라말라도 다가왔다. 아무래도 상대가 피할 마음이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자신의 승리를 점쳤다. 방금 다리 기술로 느낀 바로는 라말라의 웬만한 기술은 완력으로 뿌리칠 수 있으리라 생각됐다.
“햐앗!!”
그녀가 지체없이 달려들자 깜짝 놀란 라말라가 다급히 측면을 이동했다. 라피네의 완력은 공포스러울 정도였다. 어떻게 이런 괴물 같은 엘프가 탄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정면 승부는 피하는 편이 좋았다.
‘칫. 이거 잘못하면 질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해.’
더욱 두려운 사실은 라피네는 힘만 센 투사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펼쳐지는 검술과 투술은 생소하지만, 위력적이었다. 역시나 지하 무투사답다고는 할까? 전혀 예상치 못한 공격이 연이어 날아오는 바람에, 등골이 서늘할 정도로 아찔한 상황이 여러 번 연출되었다. 게다가 그녀는 투술은 자유롭기는 하지만, 체계적이었다. 분명히 수많은 격전을 통해 완성도를 높여왔음이 확실했다.
문뜩 라말라의 뇌리 속에 패배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기껏 걸은 관절기도 힘으로 풀어버리니, 어떻게 대처할 방도가 없었다. 하지만, 최고라는 자존심이 물러나는 일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그녀는 곧 현란한 스텝과 함께 또다시 라말라의 주먹이 날려댔다.
‘곧 기회가 온다.’
꿋꿋하게 맞서며 전진을 계속하던 라피네가 느닷없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지금 라말라가 이성을 잃었는지, 아무 전략도 없이 무턱대고 기술을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일대일 격전에서는 아무리 실력이 비슷한 자끼리 맞붙어도 사소한 실수 여하에 따라 승패가 대번 갈리게 되었다. 특히나 이런 경향은 신체조건이 열악한 투사에게서 더욱 빈번히 벌어졌는데, 바로 실수를 극복할 만한 요소 중 하나인 근력이 낮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는 무투계 최강자답게 완벽에 가까운 신체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상대가 특성을 발동시킨 자신이기에 얘기가 달라졌다.
그녀는 계속 라말라의 무수한 공격을 맞받아치며 기회를 엿보았다.
“지금이닷!”
호흡을 위해 라말라가 짧게 동작을 멈추자, 라피네가 기다렸다 듯이 몸을 날려 허리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뒤집기로 머리 너머로 넘겨버리고는 곧바로 바닥을 엎어지듯 쓰러져 있던 그녀를 덮쳐갔다.
“크윽!”
짧은 신음을 내 지린 라말라가 몸을 굴려 피했지만, 재차 달려드는 라피네의 두 손끝에 포박되듯 온몸이 묶여버렸다. 사력을 다한 무릎 차기를 옆구리 쪽에 계속 날려댔지만, 전혀 소용없는 일이었다. 이런 불안정한 자세에서 날린 타격기로는 상대를 행동불능 상태에 빠뜨릴 수는 없었다.
라말라를 깔아뭉개며 상체를 일으킨 라피네가 손에 쥔 검을 목줄기에 겨누었다.
“후후. 안타깝게도 여기서 끝내야 하겠네. 다음에 다시 만날 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잘 가라.”
동시에 세차게 가로로 그어진 검으로 라말라의 몸이 경직되어가더니, 이내 움직임을 완전히 멈췄다. 무투계의 제왕인 자신이 무명의 투사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탓인지, 그녀는 안면실드 사이로 경악에 가까운 눈빛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었다.
이에 라피네는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차분히 자리에 일어서서는 자리에서 멀어져갔다. 검투계와 무투계가 활동영역이 다르니 이제 서로 만날 일이 없었다. 승리자는 자신이었으니 더는 라말라에게 관심을 둘 이유가 없었다.
창. 차창. 깡. 퍽.
지금 전투 형태는 어르신들이 있는 맨 끝 방 쪽을 다수의 별장 측 투사가 막고 있고, 이곳을 뚫기 위해 LHN측의 투사들이 밀어붙이고 있는 모양새였다. 아주 위급한 상황으로 범석과 샤일라가 캐시와 엠마와 함께 층계 쪽에서부터 포위하고 있지만, 상황은 그리 나아지고 있지 않았다. 옥상에서부터 이어지는 초반 기습으로 상당수가 당했는지, 사방에는 행동불능이 된 별장 측 투사들로 그득했다.
“주인님. 저 왔어요.”
한 엘프검투사의 검격을 맞받아치던 범석이 싱긋 웃으며 라피네를 쳐다봤다. 지금 여기로 지원 왔다는 것은 라말라를 쓰러뜨렸다는 뜻. 여간 기특하지가 않았다. 이로써 그녀가 세계 최강의무투사임을 증명한 것이다.
“라피네. 수고했다. 저리 가서 쉬어라.”
여유가 넘치는 그의 말에 곁에 있던 샤일라가 버럭 소리쳤다. 지금 하나라도 손이 필요한 마당에 쉬라니? 혹시 이 게임을 포기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범석!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상황이 어떤지 알잖아!”
달려드는 한 엘프 검투사의 복부를 냅다 걷어찬 그가 조용한 투로 얘기했다.
“뭐. 게임 끝난 것 같은데 뭘. 지금 LHN측 검투사들이 거의 복도 끝에 이르고 있잖아.”
“그래도 온 힘을 다해야 할 것 아니야! 우리 아버지가 발바르회장님에게 무릎 꿇는 모습을 보고 싶어!”
“정말 지면 무릎 꿇어야 하냐?”
“아니 그냥 말이 그렇다는 얘기지! 지면 그만큼 수치라는 얘기야!”
가볍게 검을 내질러 한 엘프 검투사의 어깻죽지를 벤 범석이 너스레를 떨며 얘기했다.
“참나, 친구들끼리 돈지랄하며 노는데, 수치까지 나오냐? 그냥 우리는 구색만 갖춰주다가, 게임이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면 되는 거야.”
“그래도 어차피 싸우는 건데, 져서 좋을 리가 없잖아!”
“하긴 그렇지만, 우리가 질 일은 없으니 괜찮아.”
“그건 무슨 소리야!”
“이미 패하지 않게끔 다 계획을 세워놓았다. 어르신들이 계시는 저 끝방 문을 LHN측 투사가 여는 순간 우리가 이겨.”
샤일라가 멍한 얼굴을 했다. 게임 룰에 의하면 저 문이 열리며 LHN측 투사가 침하는 순간, 자신들이 패하게 되어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저기 한 번 봐봐. 우리의 승리를 알리러 저들이 찾아왔잖아.”
범석이 검 손잡이를 쥔 엄지를 펴서, 창 밖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심판진들과 LHN측의 플라잉 카가 줄지어 공중에 떠있었다. 힐끗 창을 바라본 그녀가 이를 바득 갈았다.
“저들이야. 이번 전투가 마지막이 될 것 같으니까 찾아온 것 아니야!”
그때 멀리 앞에서 목재 문이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LHN측 투사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프리시카 언니가 어르신들 방으로 진입했다. 우리의 승리다!”
“모두 전투를 멈춰! 게임은 끝났다!”
샤일라가 검끝을 힘없이 바닥에 떨어뜨렸다. 거의 다 이겼다고 생각한 게임이 한순간의 방심으로 패배하다니, 어이가 없었던 것이다.
위로하듯 그녀의 어깨를 두드린 범석이 차고 있던 검을 허리에 꽂으며 말했다.
“자. 가자. 이제 전투가 끝이 났으니 곧 LHN측에서 사람이 올 거다.”
샤일라가 긴 한숨을 내쉬며 그를 쳐다봤다.
“전투에서 패배했는데도 정말 우리가 이 게임에서 이기는 거야?”
“으음. 백프로 우리가 이겨.”
“어떻게?”
“그건 어르신들 곁으로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다.”
이 말을 한 범석이 여유롭게 LHN측 투사를 해치며 어르신들이 계시는 방 쪽으로 걸어갔다. 샤일라는 궁금하기는 했지만, 잠시 있다가 알게 되겠거니 하며 뒤를 따랐다.
얼마 후. 별장으로 건물로 일단의 무리들이 올라왔다. 바로 아울라를 비롯한 LHN측 주요인사들이었다. 그녀와 일행들은 혼잡한 4층의 복도를 지나 윌킨스 회장들이 있는 방안으로 찾아와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
“어르신들 그간 안녕히 계셨어요.”
패배의 굴욕에 화가 났던지 응접용 소파에 앉아 있던 윌킨스가 입을 삐쭉 내밀며 말했다.
“발바르 고놈은 어디로 가고 네가 왜 왔느냐? 이 할애비들 면박을 주려고 온 것이냐?”
“그런 것은 아니고 긴히 뵙고 말씀드릴 사항이 있어서요.”
윌킨스의 건너편이 앉아 있던 채플린회장이 차분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그래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범석과 살짝 시선을 마주한 아울라가 밝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사실은 이번 게임에서 저희가 졌다고 말씀드리려고요.”
채플린 회장이 왼쪽 눈썹을 치켜세웠다.
“무슨 소리냐? 보시다시피 전투에서는 우리가 패배했는데?”
“그렇지만 게임에서는 승리하셨어요. 실은 저희 LHN측 참가자였던 줄리앙이 심판들을 매수함은 물론, 인공위성등 동원해서는 안 될 현대식 장비를 이번 게임에 활용한 것으로 판명이 났어요. 뭐. 전투에는 거의 지장을 주지 않았지만, 일단 반칙은 반칙. 패배를 선언하는 바이에요.”
순간 뒤쪽에 서 있던 빈센트가 범석을 향해 찌릿한 눈빛을 날렸다. 이번 사태에 그의 야료가 한껏 묻어 있음을 눈치챘던 것이다. 지금 아울라의 말은 전에 범석의 입에서 흘러나온 정보 그대로였다.
빈센트가 그의 옆으로 다가서더니 옆구리를 사정없이 쿡 찌르며 조용히 말했다.
“자네! 지금 무슨 일을 벌인 겐가? 전에 분명히 아니라고 했지 않은가?”
“에이. 그럼 어떻게 합니까? 스스로 와서 자복할 테니 봐달라고 하는데요. 솔직히 저도 이 정보를 윌킨스회장님께 비싼 값에 팔 수 있었는데, 어르신들 간에 의리가 상하지 않게 하려고 포기했습니다. 그러니 감독님도 모른 척하십시오.”
그리 생각했다면 참으로 대견스러운 일이라지만, 빈센트 감독으로서 골이 날 수밖에 없었다. 막상 이번 일의 최대 피해자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것을 범석이 입을 막는 바람에, 이번 전투를 통해 패배를 경험했다.
“혹시 자네. 오늘 전투에도 뭔가 수를 쓴 것은 아니지?”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그 시간에 전 샤일라에게 검술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샤일라가 지나가는 말투로 속삭이듯 말했다.
“변비로 오랫동안 화장실 간 일을 제외하면 대충 그렇죠.”
빈센트가 감독이 노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쏘아봤다.
“자네. 나중에 나와 잠시 얘기 좀 하세나.”
그 말을 끝으로 사위가 조용해지자, 윌킨스 회장이 자신이 품었던 궁금증을 풀어헤쳤다.
“아울라. 그런데 줄리앙이란 놈이 왜 그런 행동을 했지?”
“사실 이번 게임에서 승리한다면 할아버지께서 경제인단체에 가입한다고 하셨어요. 이에 그 아이가 무리하면서까지 그런 얕은수를 쓴 것 같아요.”
“그러니까 발바르를 경제인단체에 영입하기 위해 그런 수작을 부린 거다 이거지?”
“네. 맞아요. 그래서 줄리앙을 즉시 저희 진영에서 쫓아냄은 물론, 경제인단체에 항의서한을 보내 이번 일을 강력히 추궁하기로 했어요. 덕분에 어르신들 간의 싸움이 퇴색됐으니까요.”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윌킨스회장이 품 안에 지갑을 꺼내더니 안에 있던 동전을 꺼냈다. 그리고 이를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옛다. 커피값 3크랑이다. 이거 커피 한 잔 얻어 마시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쯧쯧.”
순간 모두의 시선이 윌킨스에게로 향했다. 이로써 모든 원흉이 그였음을 밝혀진 것이다. 특히나 채플린과 루이스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연방 헛기침을 뿜어대고 있었다. 묻는 말에 조용히 침묵하고만 있어 의심하고는 있었지만, 막상 실토하고 나니 얄밉기 그지없었다. 그로 말미암아 자신들은 일주일 동안 이 별장에서 꼼짝없이 갇혀 지내야 했다.
싱긋 웃은 아울라가 걸어서 와서 3크랑을 주워 품 안에 넣었다. 이로써 할아버지에게 면을 세울 수 있게 되었다.
“네. 감사해요. 그런데 잔돈도 마저 주셔야죠.”
윌킨스가 엄지로 슬쩍 범석을 가리켰다. 이왕 이렇게 됐으니, 자신만 죽을 수는 없었다.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는데, 가장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자는 바로 그였다.
“2크랑 말이지? 그건 저놈에게 받아. 난 커피 한잔만 마셨을 뿐이니까.”
그 말에 아울라가 입가를 실룩거리더니, 손톱을 바짝 세웠다. 자신의 처녀지신을 가져간 애인이 이번 사태의 주모자라니,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이에 범석이 바로 창밖으로 몸을 날려 탈출을 감행했다. 지금으로서는 그녀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지금 아울라의 바가지에서 벗어날 길은 도망뿐이었다.
============================ 작품 후기 ============================
아 축구보다가 좀 늦었네요. 하하하. 박지성이 골을 터트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하하하. 비록 맨유는 패배했지만, 기분은 좋네요.
그럼 즐거운 하루 되시고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