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235
237화
“그럼 저런 동작들이 팀플레이가 아니라 바로 합격술이었다는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팀플레이가 아니라고 말하기도 어렵죠. 정확히 말씀드리자면 헤르세와 이피스는 팀플레이를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려, 정형화된 합격술을 넘어설 만큼 일치화 시켰다는 겁니다.”
힘없이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댄 이스마엘이 허털한 표정을 지었다.
“참나. 정말 세상 살고 볼 일이군요. 이런 말도 안 되는 경우가 다 있다니 말입니다. 하여간 범석님도 대단하십니다. 그녀들이 이런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꿰뚫어보시다니 말입니다.”
“후후. 천만의 말씀입니다. 사실 누구나 자세히 살피면 다 알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은 선입관에 빠져 이피스의 엉뚱한 행동을 잘못된 버릇이라고 치부했고, 전 비어 있는 나머지 공간의 의미를 주시했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휴~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니 문제죠. 인간이란 동물은 상대의 실수를 봤을 때 비웃기만 할 뿐 그 연유를 세세히 찾아 이해할 생각을 못합니다. 하물며 그녀들은 기존 검투계에서 전혀 볼 수 없었던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범석님이 설명하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의 한숨 소리를 들으며 범석이 자료 화면을 내렸다. 안건을 본론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오늘 이스마엘과 이리 대면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피스를 영입하기 위함이었다.
“자 그럼 이쯤에서 그만두고, 다시 이적협상을 들어가시죠. 설명해 드렸다시피 이피스의 버릇은 본능에 가까운 내면에서부터 비롯된 일입니다. 그래서 고칠 수 있을지 저도 의문일 정도이죠. 뭐 애를 써보시겠다면 굳이 만류하지 않겠지만, 조언하건대 지금 저희 팀에 파시는 편이 훨씬 이득일 겁니다. 다행히 저는 2억 크랑 미만이라면 구매할 용의가 있습니다.”
이스마엘이 난감한 듯 멍하니 천장만 바라봤다. 범석으로 이피스의 버릇을 해결할 방도는 알게 되었지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그도 이피스의 문제점이 자매들을 서로 떨어뜨려 놓은 일로 비롯되지 않았는가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헤어지자마자 둘 다 이상한 버릇으로 저조한 플레이를 보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싶어 헤르세도 영입해봄이 어떻겠냐고 단장께 건의를 해봤고, 심할 정도의 질책과 함께 의견을 묵살 당하는 사건까지 경험했다. 이피스도 골치아파 죽겠는데, 또다시 비싼 돈을 들여 골칫거리를 하나 늘이자는 의견을 단장이 받아들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어떻게든 단장을 다시 설득해 헤르세를 영입해야 했다. 그래야 자신의 눈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알릴 수 있었다.
“미안하지만, 잠시만 생각할 시간을 며칠만 주십시오. 얘기는 그 이후에 하기로 하겠습니다.”
그가 자리를 일어서려고 하자, 범석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었다. 대충 그의 생각을 짐작하고 있었던 탓이다. 트레이드를 위해 왔다는 작자가 거래가 막 시작한 즈음에 튄다는 것은 다른 꿍꿍이 수작이 있다는 뜻이었다.
“아. 모르실까 봐 말씀드리는데, 사실 저희 팀은 헤르세를 영입완료했습니다.”
그 말에 이스마엘이 경악한 얼굴로 다시 주저앉았다.
“그, 그게 무슨 말입니까? 헤르세를 영입했다니요?”
“허허허. 정말 모르셨습니까? 아니. 생각해보십시오. 그녀들의 성향을 잘 아는 제가 거금을 들여 이피스를 영입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럼 헤르세는 진작에 영입했다는 사실을 깨달으셨어야죠.”
어쩐지 영입 전에 민감한 영향을 미칠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나 했다. 자신들이 그녀들의 상관관계를 알게 된다면 헤르세를 영입할지 모르니, 범석으로서는 사전에 이를 막아야 함이 옳았다.
‘크윽. 내가 제대로 한 방 먹었군. 이거 빼도 박도 못하게 됐어.’
순간 이스마엘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갔다. 급격하게 변화된 상황에서 자신이 취할 행동이 무엇인지를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 생각은 찰나에 불과했다. 한번 검투사를 영입하면 절대 외부로 판매하지 않는 범석에게 헤르세를 빼앗긴 이상, 자신의 선택지는 단 하나였다. 바로 이피스를 비싸게 파는 일이었다. 어차피 그녀가 다른 팀에 가도, 눈에 띄는 활약만 한다면 자신은 크게 면을 살릴 수 있었다.
어느새 그의 입가에는 극도로 절제된 미소가 그어졌다.
“이거. 범석님은 검술과 달리 거래에 대해서 아마추어시군요. 그런 얘기는 될 수 있으면 숨기셨어야죠. 저희에게 좋은 패가 되지 않습니까?”
“글쎄요. 과연 그렇게 될까요?”
“아니 당연한 얘기 아닙니까? 지금 범석님은 이피스를 반드시 구매해야 할 입장인데, 뭐가 불리하지 않다는 겁니까?”
범석이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저희 팀에게 있어 이피스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패입니다. 그런데 홀리 엘프즈팀에게는 데리고 있어봐야 밥값만 나가는 식충이일 뿐이죠.”
“물론 저희 팀으로서도 이피스를 데리고 있으면 손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범석님이 방금 말씀 주셨다시피 헤르세 또한 식충이가 될 것 아닙니까?”
“전혀요. 갓즈나이츠에는 저란 존재가 있습니다. 쉽지는 않겠지만, 제가 동조한다면 헤르세의 합격술을 살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면 홀리 엘프즈팀은 제가 없죠.”
자신감 넘치는 그의 말에 이스마엘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이 어이없는 합격술을 찾아낸 범석이라면 충분히 헤르세의 검술을 살릴 수도 있다고 믿은 것이다. 즉 이피스는 갓즈나이츠에게 단순한 옵션 하나에 불과하다는 얘기였다.
코너에 몰린 이스마엘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협상의 여지도 없는 겁니까?”
“아까 제가 제시한 금액 이상이라면, 그냥 돌아가십시오. 사실 저는 몇 년 더 기다려 몸값이 급락한 시점에서 이피스를 구매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거액을 제시하는 이유는 좋은 옵션을 몇 년간 손에 쥐지 못한다는 안타까움과 홀리 엘프즈팀의 억울함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배려해 주려는 의도였습니다. 하지만, 마다하겠다면 굳이 선심을 베풀 이유가 없죠. 전 그녀가 하위팀에 팔린 직후 아주 싼 값에 구매하겠습니다.”
이스마엘이 부들 떨리는 몸을 일으켰다. 영입전에서 이처럼 처참한 패배를 당해보기는 처음이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그의 술수에 말려들 터. 위기를 모면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묘수가 없었다. 이럴 때는 시간을 끄는 것이 상책이었다.
“조, 좋습니다. 단장님과 논의해 몸값을 재설정 하도록 해보도록 하겠으니, 시간을 주십시오.”
“네. 좋도록 하십시오. 단. 하루가 지날 때마다 제가 제시한 가격에서 1,000만 크랑씩을 까고 오십시오. 즉 1주일 후에는 몸값이 1억 3,000만 크랑 미만이라는 뜻입니다.”
이를 아득 물은 이스마엘이 톤을 높여 말했다.
“이거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이런 식으로 나가신다면 저희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이피스를 넘기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후후. 마음대로 하십시오. 전 상관하지 않겠습니다. 그쪽과 달리 저는 무척 시간이 많습니다.”
이스마엘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지금 범석은 이번 거래에 그다지 연연하고 있지 않은 행동을 보이며 자신을 압박하고 있었다. 이런 무리수를 동원할 수 있다는 얘기는 이번 거래가 무산되어도 별 타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었다.
‘기어이 2억 크랑 미만으로 이피스를 꿀꺽하겠다는 얘기군. 이제 도저히 어찌해 도리가 없어.’
그는 이제 항복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거래가 무산되면 이피스의 몸값은 점점 더 떨어지다가, 어느 이름없는 하위리그 팀에 팔려나갈 터였다. 그럼 범석은 지금보다 훨씬 싼 영입금을 그 팀에 선심 쓰듯 던져주며 영입에 성공하게 되었다. 차라리 지금 그가 원하는 금액에 팔아버리는 편이 손실을 줄이는 길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대단한 팀이군. 앞으로 무섭게 성장하겠어.’
이스마엘은 이런 갓즈나이츠의 모습이 무척 부러웠다. 한낱 와이드리그 팀에 불과하지만, 검투사를 보는 날카로운 눈과 과감히 자금을 투자하는 추진력이 있었다.
반면 자신은 팀을 위해 출중한 검투사를 데려오려고 해도 이런저런 장벽에 막혀 꺾이기 일쑤였다. 대표적인 경우가 이피스와 헤르세 건이었다. 만약 과거 단장이 헤르세의 영입만 허락했었다면, 저 엽기적인 합격술은 바로 홀리 엘프즈팀의 것이었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리며 항복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좋습니다. 그럼 제가 단장님께 전화연락을 드리고 가부를 결정하겠으니, 잠시 말미를 주실 수 있겠습니까?”
“물론 해만 넘어가지 않는다면 상관없습니다.”
입맛을 다신 이스마엘이 품 안에서 전자수첩을 꺼내더니, 문밖을 나섰다. 단장에게 최종적인 결단을 맡기기 위해서였다. 물론 2억 크랑에 가까운 금액으로 협상을 타결했다고 한다면 잘했다고 격려가 들어오겠지만, 훗날 갓즈나이츠에서 활약하는 이피스의 모습을 보면 상황이 180도로 달라질 터였다. 그럴 바에야 아예 이번 결정의 주체를 단장으로 만드는 편이 나았다.
결국 범석은 이날 1억 8,500만 크랑에 이피스를 영입하게 되었다. 헤르세의 트레이드 비용까지 합치면 총 3억 3,700만 크랑이었다. 그런데 갓즈나이츠의 영입자금은 2억 7,000만 크랑뿐이었다. 이에 그는 LHN본사에 가서 아울라에게 아양을 떨어 1억 크랑을 대출받기에 이르렀다. 그냥 시중 아무 은행에 가서 꿔올 수도 있었지만, 간만에 연인을 만나 회포도 풀어야 했고 이자율도 줄이려는 생각에서였다.
갓즈나이츠 훈련 캠프 주차장. 범석이 먼 하늘을 주시하며 잔뜩 기대 어린 표정을 짓고 있었다. 바로 오늘이 헤르세와 이피스가 오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쌍둥이 엘프를 동시에 안는다는 생각에 그는 벌써 흥분이 되는지 거친 입김을 사방에 마구 뿌려댔다.
얼마 후. 동편 저쪽에서 노란색 플라잉 카 한 대가 다가오고 있었다. 훈련 캠프가 있는 곳이 야산 꼭대기 부분임을 봤을 때 확실히 기다리던 손님이 찾아오는 듯 보였다.
그는 플라잉 카가 지면에 내려서기가 무섭게 달려가 문을 열어젖혔다.
“호, 혹시. 범석님?”
차 안에서 나온 녹색 머리칼의 엘프를 본 범석이 선뜻 이름을 부르지 못했다. 이거 이피스인지 헤르세인지 영 분간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정체를 캐물었다.
“그래. 맞다. 그런데 너는 누구지?”
“전 이피스에요!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이피스가 밑도 끝도 없이 범석에게 안겨왔다. 그는 이제 자신의 주인이 될 자이라 너무도 감격스러웠던 탓이다. 아직도 그녀는 지금 상황이 꿈인지 생시인지 구분하지 못했다.
범석이 막간을 이용해 이피스의 정보창을 열어보았다. 헤르세는 전에 확인해봤지만, 그녀는 오늘 처음 봤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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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이피스.
구분 : 엘프(9년).
소속 : 갓즈 나이츠 GC.
명성 : 4233.
악명 : 744.
H유무 : 무.
스테미나 : 8900/8900.
사회성 : 85, 근력 : 87, 체력 : 89.
민첩 : 87, 균형감각 : 93, 지능 : 81.
정신력 : 87. 판단력 : 91, 재주 : 72.
운 : 74.
현재기량/잠재능력 : 847/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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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쌍둥이여신의 영적교감.
특이사항 : 작년 쌍둥이 동생인 헤르세를 두고 이적한 후, 개인 성적이 급하락 했음. 홀리 엘프즈 후보였으나, 갓즈나이츠로 이적해 갔음. 창을 주로 다루며, 중견과 선봉의 소양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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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이거 확실히 쌍둥이가 맞는데.’
설명해 볼 필요도 없이 그녀는 능력치와 잠재능력은 아주 출중했다. 헤르세의 쌍둥이 언니이니 어련하겠지만, 이거 닮아도 너무 닮았다. 잠재능력은 동일한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고, 나머지 세부적인 스텟도 거의 차이 나지 않았다. 게다가 특성도 같은 ‘쌍둥이여신의 영적교감’이었다.
더 확인해 볼 필요도 없다고 판단한 정보창을 닫고 그녀를 맞이했다.
“잘 왔다. 이피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네. 염려하세요. 성심을 다해 모실게요.”
피식 웃은 범석이 그녀의 외투 옷깃 속에 손을 우악스럽게 넣었다. 이제 이피스의 자신의 소유였으니, 마음대로 해도 상관없었다. 그는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풍만한 가슴 주물럭거리며 또 한 명의 엘프를 기다렸다. 쌍둥이 동시 공략이라는 희열이 그에게 인내심을 안겨준 것이다.
얼마 후. 헤르세도 도착했고, 그녀들은 범석의 품 안에서 얼싸안은 채 일 년 반만의 재회를 만끽했다.
쏴아아아!
야한 침실의 정경이 한눈에 보이고 있었다. 야한 분위기의 핑크빛 조명은 눈을 어지럽힐 정도였고, 중앙에는 방안 한가득 차지하는 널따란 원형의 물침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출입문 옆의 욕실에서는 샤워기 물소리가 들려왔는데, 남녀의 희희낙락한 음성이 묻어 있었다.
곧이어 욕실 여닫이문이 열리더니 세 남녀가 서로의 몸을 닦아주며 나오고 있었다. 바로 범석과 이피스, 헤르세 두 자매였다. 그녀들은 긴장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얼굴에 홍조를 뿌려대며 그를 뒤따라 침대로 갔다.
“자 다들 침대 위로 올라가.”
이피스가 슬그머니 침대에 몸을 눕히더니, 동생을 맞아 들었다. 이윽고 그녀들은 나신을 이불로 고이 가린 채 그윽한 눈으로 빼꼼 내민 채 범석을 응시했다. 빨리 자신들의 안아달라는 무언의 시위였다. 10년간이나 기다린 주인의식이지만, 이 잠시 잠깐을 기다리지 못하고 있었다.
피식 미소를 지은 범석이 이불 속으로 들어오자, 헤르세가 툭 불거져나온 애물을 자신의 양 허벅지 사이로 끼워 넣었다.
“버, 범석님. 저부터 시작해 주세요.”
파르르 눈빛을 떤 이피스가 이 둘 사이에 몸을 던져 끼어들었다. 아무리 동생이라지만, 주인 사랑을 먼저 받고 싶은 마음 앞에서는 단지 경쟁자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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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날씨가 춥습니다. 모두 몸 건강히 지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