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237
239화
춘계시즌이 시작되기 전. 갓즈나이츠는 때아닌 홍역을 치러야 했다. 급작스러운 전력강화에 팀의 몇몇 검투사들이 흔들리며 이적을 신청한 것이다. 센트럴리그급 전력이 다섯이나 팀원으로 추가된 탓에, 출전 여부에 불안함을 느낀 것이 주요 원인이었다. 물론 경기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연봉은 그대로 받지만, 출전수당이나 승리 수당 등 여러 수당을 받지 못하니 실제 급여는 크게 떨어지게 되었다.
이에 실비아와 릴리스가 동시에 팀을 떠나갔고 간신히 충만해진 팀 스쿼드가 또다시 빈약해졌다. 뭐 딴에는 380만 크랑을 이적금으로 챙기기는 했지만, 전력이 그만큼 약해졌으니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사실 이 이적자금은 얼마 전에 빌린 1억 크랑 빛의 반년 치 이자나 겨우 넘을 돈이었다.
“자자! 4라운드까지 갈 필요없다! 여기서 끝내버려!”
리마시티 콜로세움에서 범석의 외침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은 그의 명령에 따라 상대 팀인 니즈 오리온즈 검투사들을 몰아치며 광란에 가깝도록 휘몰아쳐 대고 있었다. 비록 리그 6위에 올라 있을 만큼 강팀이지만, 센트럴리거급 검투사 다섯이 새로이 충원된 갓즈나이츠에게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모두 막아야 해! 절대 진형을 무너뜨리지 마!”
굳건해야 할 니즈 오리온즈팀의 방진은 이미 이리저리 뒤틀리며 균열이 가고 있었다. 이를 놓칠세라 오스칼이 거검의 상하로 내리찍으며, 중앙을 완전히 분단시켜버렸다. 곧이어 뛰어드는 마틸다와 범석이 간극을 더욱 벌여나갔고, 이 사이를 이피스와 헤르세, 그리고 엠마가 파고들었다.
“꺄아아악!!”
엠마의 교묘한 검격에 7번을 단 검투사가 허무하리만큼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 이피스와 헤르세의 연합공세로 중심을 잃은 찰나에 찌르기 공격이 들어오니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다. 덕분에 짜증이 났는지 헤르세가 그녀를 향해 눈을 흘겼다. 자신이 킬포인트를 올리려고 했는데, 엠마가 중간에 채어갔기 때문이었다.
“엠마님! 너무 하는 것 아니에요!”
“헤헤. 미안. 나도 사정이 급해서 말이야!”
혀를 삐쭉 내밀며 미안함을 표시한 엠마가 또 다른 먹잇감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라피네에 휘둘리며 곤욕스러운 처지에 놓인 4번 검투사를 보고는 슬금슬금 걸어갔다.
– 대단합니다. 갓즈나이츠! 과연 이 팀이 전반기의 그 팀이 맞는지 의문입니다.
– 네. 그렇습니다. 이거 장난이 아닌데요. 저 강팀 니즈 오리온즈를 저리 어린애 다루듯 희롱하다니요. 역시나 갓즈나이츠는 정말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팀입니다.
중계석의 요란한 멘트가 콜로세움 안을 퍼지며 응원 나온 팬들을 자극했다. 자팀의 선전에 고무된 그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응원가를 부르며 경기 분위기를 고조시켜나갔다. 그러나 팬들의 즐거움 얼마 가지 못했다. 처참할 지경으로 유린당한 니즈 오리온즈 검투사들이 더욱 기세가 줄더니 바닥에 쓰러져갔던 것이다. 곧 3라운드는 허무하리만큼 빨리 끝났고, 결국 오늘 경기의 승리는 갓즈나이츠에게로 돌아갔다.
“갓즈 나이츠 멋지다! 너희는 머지않아 최강의 팀이 될 거다!”
“앞으로 그렇게만 해! 그럼 언제든지 지갑을 열어주마!”
팬들의 성원을 들으며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던 범석이 헬멧을 벗어 3월의 중순의 봄볕을 기분 좋게 만끽했다. 오늘로서 갓즈나이츠의 성적은 11승 7무 11패로 리그 내 7위를 달리게 되었다. 후반기에 들어서 채플린 위스퍼와 씨모딕즈에게 또 패한 점이 아쉽기는 했지만, 전혀 상관없는 일이었다. 후반기에 들어선 직후 전력 상승을 이유로 경기마다 아겔리아를 대장으로 삼아 경기를 진행하고 있었던 탓에, 전력을 다해 맞섰다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더그아웃으로 들어간 범석이 슬며시 아겔리아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렸다.
“아겔리아. 오늘 아주 잘했다.”
헬멧을 벗은 그녀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오늘 경기에서 제대로 한 일도 없는데, 칭찬을 받으니 송구스러웠던 탓이다.
“부끄럽지만, 저는 별로 활약하지 못했어요.”
“후후. 대장이 활약하면 안 되지. 대장은 진득하게 후위에 머물며 최악의 상황까지 몸을 지키는 일에 열심을 다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2회전에서 넌 특공조를 꾸려 공격해오는 니즈 오리온즈팀의 공세 속에서 살아남았잖아. 그럼 된 거야.”
아겔리아가 손에든 듀얼실드를 올려 보이며 말했다.
“그야. 제가 듀얼실더니까요.”
“아니지. 방패가 두 개라도 한계가 있는 거야. 네가 그만큼 잘해줬으니까 살아남을 수 있는 거야.”
겸연쩍은 모습을 했지만, 기분이 좋은지 아겔리아가 볼을 붉게 물들였다.
“네. 감사합니다.”
“그래. 앞으로도 잘해야 한다. 지금 우리 팀의 약점은 바로 대장인 너야. 계속해서 뜻하지 않은 공세가 이어질 테니, 어떻게든 살아남는 데 주력을 다해야 해. 여차하면 도망가고 말이야.”
“네. 알겠어요. 열심히 노력할게요.”
거듭 그녀의 등을 두드린 범석이 헤르세와 이피스를 쳐다봤다. 최근 갓즈나이츠의 상승세를 주도하는 이들이 바로 그녀들이었기 때문이다. 현재 팀 내에서 가장 강한 이는 라피네이지만, 페어를 묶어 싸우게 하면 이피스와 헤르세가 최강자였다. 그만큼 그녀들의 교감으로 비롯되는 합격술은 무서울 정도로 대단했다.
‘역시 이피스와 헤르세는 대단해. 빚을 져가며 영입해오기를 정말 잘했어. 그리고 엠마를 그녀들 페어의 지원자로 둔 일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어.’
어느새 범석의 눈길은 엠마에게 향하고 있었다. 킬러본능이 강한 그녀를 이피스와 헤르세 페어공격에 끼워 넣으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한데 묶었는데, 이거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시너지 효과가 나왔다. 그녀들이 몰아세운 상대 검투사들이 여지없이 엠마의 검 끝에 행동불능에 빠져들기에, 경기가 훨씬 수월하게 풀려가고 있었다. 좀 헤르세가 불만스러워했지만, 팀으로서 좋은 일이니 범석은 무척 만족하고 있었다.
그가 엠마에게 다가가 말했다.
“엠마 제법이데. 오늘 킬 수가 몇 개지?”
그녀가 숫자 일곱을 폈다.
“일곱이요.”
범석이 흡족한 미소를 한껏 지었다. 즉 오늘 킬 수중 5분지 1가량이 엠마가 가져갔다는 뜻이었다. 실력이 좀 부족하지만, 이 정도 활약이라면 주전을 꿰차고도 남음이 있었다.
“오. 일곱이나? 역시 우리 팀의 킬러답네?”
은근슬쩍 헤르세의 눈치를 살핀 엠마가 입을 열었다.
“모두. 이피스와 헤르세의 공이에요. 전 그저 최후의 순간에 검을 뻗었을 뿐이에요.”
“후후. 그래 이피스와 헤르세도 잘해줬지. 하지만, 네 공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여간 오늘 잘해줬다.”
“네. 칭찬 감사해요.”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뒤돌아서더니 모두를 향해 외쳤다. 승전을 축하할 겸 오래간만에 회식이라도 할 참이었다.
“자자! 다들 오늘 저녁은 레인보우호텔 뷔페식에서 한다. 괜히 군것질하며 배를 불리지 말도록 해!”
“네!”
합창 후, 모두가 화기애애한 표정을 지었다. 승리의 기쁨에 이제는 회식까지 라니……. 특히나 오스칼은 뛸 듯이 기뻐했다. 범석은 회식자리에서만큼은 적당량의 음주를 허락하고 있었다.
얼마 후 샤워를 마친 갓즈나이츠 팀원들은 아론을 타고 레인보우호텔로 향했다.
범석이 방문한다는 얘기에, 레인보우호텔의 주인인 글로리아가 손수 문 앞까지 나와 이들을 마중했다. 그는 레인보우그룹의 은인이자 딸인 제니의 아버지였다.
하지만, 오랜만의 만남은 뷔페식당에서 벌어진 때아닌 난장판에 무색해졌다. 바로 범석에게 안겨 있는 제니가 낯선 얼굴에 겁을 질러 울음보를 터뜨려버렸던 것이다. 그간 바쁜 일정으로 딸에게 약간 무심했던 터라, 아기는 그를 낯설어하고 있었다.
“으앙으앙!! 응애응애!!”
아직 돌도 안된 제니를 갖은 애를 쓰며 어르고 달랬지만, 범석은 결국 포기하고 같이 온 유모에게 넘겨주었다. 이러다가는 이거 조용한 호텔 뷔페식당을 시장바닥으로 만들 것 같았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니를 머리를 쓰다듬어 주려다가 다시 울먹이는 표정을 보고는 손을 치웠다. 이거 아무래도 딸이 자신을 단단히 싫어하는 듯 보였다.
“이크. 아무래도 제니는 내가 싫은가 보네.”
고소를 품은 글로리아가 이번 기회에 통해 불만을 토로했다. 아버지라면 아버지답게 자주 찾아와 딸과 놀아줘야 하는데, 그는 너무 소원했다.
“그러기에 제니를 자주 만나러 왔어야죠.”
“하하하. 그게 제가 좀 바빠서요. 앞으로는 시간이 나는 대로 계속 들리겠습니다.”
“네. 당연히 그러셔야죠.”
그 말을 하고 난 글로리아가 유모들에게 눈짓을 주며 제니를 데려나가도록 했다. 조용한 호텔 뷔페식당에서 애 울음소리가 나면 손님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이제 평온한 표정으로 돌아온 범석이 자리에 앉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자. 글로리아님도 앉으시죠.”
글로리아가 멀리 보이는 음식 진열대를 가리켰다.
“식사 고르러 안 가세요?”
“하하하. 여기 제 엘프가 몇 명이나 있는데, 손수 음식을 나릅니까? 곧 대령할 테니 저희는 얘기나 나누시죠.”
하긴 그렇기도 하다고 생각한 글로리아가 차분히 착석해 그를 바라봤다.
“그런데 최근에 갓즈나이츠팀이 꽤 잘나가는 것 같아요. 오늘로서 리그 7위가 됐죠?”
“네. 그렇습니다. 전력이 크게 강화됐으니, 당연한 일이죠.”
“호호호. 혹시 이러시다가 내년도에는 승격토너먼트에 가시는 것 아니에요? 최근 성적이라면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범석이 방긋 미소를 지었다.
“운만 좋다면 가능할 법도 합니다.”
“어떤 경우요?”
“으음. 채플린 위스퍼팀이 올해 승격 토너먼트에서 승격되고, 저희 검투사 중에 부상자가 없을 경우입니다. 사실 갓즈나이츠는 스쿼드가 무척 빈약하거든요.”
글로리아가 동조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겠네요. 갓즈나이츠는 출전자와 교체자원 간의 실력 차가 크니까요. 하지만, 채플린 위스퍼팀은 걱정하실 필요가 없을 것 같던데요. 그 팀이 승격토너먼트에서 진다는 것은 저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어요. 아마도 올해 반드시 승격될 것으로 생각해요.”
“네. 그건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하지만, 승부는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는 법이니까요.”
“하긴 그렇죠. 그럼 씨 모비딕스는 어떠세요? 1위인 채플린 위스퍼팀과는 좀 차이는 나지만 그래도 리그 2위를 달리고 있잖아요.”
골똘히 고민해 볼 필요도 없이 범석이 바로 대답했다. 내년도 와이드리그 주 경쟁팀이 될 검투사팀이니, 생각해보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씨 모비딕스는 아마도 해볼 만할 듯합니다.”
“그래요? 삼 주전 경기에서 갓즈나이츠가 그들과 붙었다가 졌잖아요.”
“그야. 근래에 아겔리아를 대장검투사로 삼아서 그럽니다. 당시 경기의 당한 라운드 3패 중 2패가 기습전으로 아겔리아가 당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노련한 에르피나를 대장으로 삼았다면 저희가 이겼을 겁니다.”
“오. 그럼 내년도를 기대해 볼 만 하겠네요?”
“으음. 뭐 그렇죠.”
물끄러미 그를 바라본 글로리아가 느닷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궁금한 점이 있는데요. 갓즈나이츠의 발전 속도는 왜 이렇게 빠른가요? 재작년에 창단했는데, 벌써 센트럴리그를 바라보는 팀으로 성장했잖아요.”
“뭐. 별것이 있겠습니다. 첫째로 제가 있기 때문이죠. 하하하.”
일단 잘난 척으로 설명을 시작하는 범석이었다. 암만 따지고 봐도 자신이 없이는 갓즈나이츠가 이리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됐다. 이는 글로리아도 같은 생각인지 동의를 표했다.
“하긴 그렇겠네요. 검술실력이나 검투사를 보는 눈. 뭐 하나 빠지는 것이 없잖아요. 특히나 이번 이피스와 헤르세 건도 그래요. 팬들은 그녀들의 경력을 보고 우려를 표했지만, 결국에는 대박을 내셨잖아요.”
“후후. 그렇죠. 하지만, 팀 운영 시스템도 크게 한몫했습니다. 아시겠지만, 저희 갓즈나이츠는 주식회사가 아니기에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돈이 모두 이적 자금으로 쓰였고, 쓸만한 검투사를 많이 영입해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 주전 검투사 대부분이 바로 제 엘프입니다. 덕분에 프로팀 지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봉이 극히 적게 들게 되었고, 이 돈을 검투사 영입에 쓸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갓즈나이츠 검투사 대게가 주인 있는 검투사입니다. 주인을 위해 훈련과 경기에 열심히 임하니 또 강해질 수밖에요.”
“아 그렇군요.”
이들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다이아나와 레이미가 가득 뷔페음식이 담겨 있는 접시 두 개를 가져와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다른 엘프들도 있었지만, 그녀들이 나이와 짠밥으로 우위에 있어 범석의 식사를 나를 수 있는 영광을 누린 것이다.
“주인님 여기. 식사요.”
“글로리아님도 이것 드세요.”
포크와 나이프를 든 범석이 그녀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했다.
“고맙다. 그럼 다들 가서 식사해.”
“네. 그럼 맛있게 드세요.”
초밥을 하나 집어먹은 글로리아가 은근슬쩍 그의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범석씨. 최근에 이 근방에 있는 호텔 하나가 매물로 나왔더라고요.”
“아. 그래요? 어떤 호텔인데요?”
“리마스타 호텔이요.”
호텔의 이름을 곱씹어 본 범석이 그녀를 쳐다봤다.
“리마스타 호텔이라면 에이번드지역 내에서 제일 큰 호텔이 아닌가요?”
“네. 맞아요. 게다가 지난 5년간 매년 110억 크랑 가까이 매출을 올린 알짜배기 호텔이라고 할 수 있죠.”
“아. 그렇습니까? 꽤 괜찮은 호텔이군요. 그런데 왜 매물로 나왔죠?”
“모기업인 스타그룹이 세노사이드 시에서 대규모 부동산 사업을 벌일 모양이에요. 그래서 자금이 필요해 그 호텔을 시장에 내놨죠.”
세노사이드시라면 전 세계의 수도로 땅값이 비싸기로 유망한 곳이었다. 어느 정도 규모의 사업을 벌여나갈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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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다음에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