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240
242화
“으음. 나쁘지는 않은데, 팬들이 불만을 토로할 수도 있지 않을까?”
범석의 우려에 다이아나가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괜찮아요. 승점에 여유가 있을 때, 후보나 어린 검투사들에게 출전기회를 주는 일은 프로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에요. 그리고 반 수가량은 주전이 포함될 테니, 그리 큰 문제는 없을 것이에요.”
“그래? 그럼 네 뜻대로 해.”
그 말을 하고 난 범석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훈련이 끝나면 한 시도 곁을 떠나지 않은 여인이 오늘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바로 엠마로 그간 틈만 나면 훈련에 매진했던 아이가, 최근에 계속 자신과의 접촉을 시도하며 시시콜콜한 대화를 던지고는 했다. 흑사회에서 자신의 의중을 살피려는 의도라도 의심됐지만, 그래도 별로 상관하지 않았다. 덕분에 많은 대화를 나누게 되었고, 그녀의 호감도를 급상승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나저나 엠마는 그새 어디 간 거야?’
도저히 찾을 수 없었던 범석이 주차장으로 걸어갔다. 아론을 보기 위해서였다.
최근 그는 아론에게 엠마의 행동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비록 자신이 흑사회와 척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극구 숨기고는 있지만, 휘하 엘프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그녀들이 대화하는 내용을 엠마가 몰래 엿들으면 안 되니, 주의할 필요가 있었다.
주차장에 도착한 범석이 아론의 금속 몸체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어이. 엠마의 행동은 잘 살피고 있겠지?”
– 네 물론이에요. 전에 주인님께서 달아주신 장거리 초소형버드카메라로 항시 감시하고 있으니, 엠마님은 제 눈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그래? 한 번 보자.”
– 네. 바로 보여 드릴게요.
순간 범석의 시선 앞으로 낯뜨거운 광경이 목도되었다. 바로 팀원 중 하나인 시야가 훈련을 마치고 샤워장에서 목욕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본능적으로 주먹을 불끈 쥐고, 아론의 몸체를 세차게 후려갈겼다.
“이 자식! 너 계속 이딴 짓 할래! 확 분해해 버린다!”
– 아니에요. 엠마님의 행동반경을 예측하고 버드카메라를 배치하는 과정에 벌어진 일이에요. 결코, 제 취미를 위한 일이 아니었다고요. 저기 시야는 제가 카메라를 배치한 후 들어왔을 뿐이에요.
범석이 한쪽 눈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정말이야?”
– 아이 정말이라니까요. 제 종달새의 부엉이의 참새에 기러기 폴더를 걸고 맹세해요.
“뭐? 종달새 부엉이 참새, 기러기?”
– 아 그런 것이 있어요. 그만큼 제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크다는 얘기에요.
일단 넘어가기로 한 범석이 따지듯 캐물었다.
“그런데 엠마의 모습이 아닌 시야가 목욕하는 장면을 보여준 거야?”
– 아. 그건 실수에요.
범석이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전자기기가 실수를 해?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 아이. 다 아시면서. 완벽하게 오류 없는 전자기기가 어디에 있어요? 그럼 포맷하고 시스템을 다시 깔 필요도 없잖아요.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하긴 그렇군. 아론 너도 슬슬 포맷할 시기가 왔어.”
아론이 화들짝 놀라 화면을 전환시켰다. 중요 시스템데이터가 그대로 백업 되어있기에 포맷해도 인격은 사라지지 않지만, 몰래 꼼쳐놓고 있는 종달새의 부엉이의 참새에 기러기 폴더와는 하직을 고해야 했다. 이거 주인인 범석을 자신의 취미에 빠지도록 수작을 벌이다가 본전도 못 건진 꼴이 되었다.
– 호호호. 주인님도 참 그런 수고를 왜 하세요. 저는 고성능 인공지능 시스템이 탑재되어 오류가 발생한 즉시 즉각 스스로 고칠 수가 있어요. 그러니 귀찮은 포맷작업을 시행할 필요는 없답니다.
“글쎄다. 그래도 한 번쯤은 꼭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에이 참 주인님도 농담은……. 앗 주인님. 엠마님의 움직임이 좀 이상해요.
아론이 황급히 엠마의 모습을 크게 확대했다. 그저 사무건물을 향해 걸어가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의 화제를 다른 데로 돌릴 필요가 있었다. 그만큼 종달새의 부엉이의 참새에 기러기 폴더는 아론에게 소중한 존재였다.
범석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말했다.
“뭐가 이상하다는 거야?”
– 그, 그게 이상하죠. 훈련을 마쳤으면 샤워실로 가야죠. 왜 사무건물로 가겠어요.
딴에는 그래 보였던 범석이 아론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렇기도 하군. 좋아 버드카메라를 바짝 붙여서 엠마를 감시해.”
– 네. 알겠어요.
곧이어 화면으로 사무실 건물 복도가 들어오더니, 이내 층계를 오르는 엠마의 보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주의를 세심하게 살피는 모습이나 조용히 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보아 제법 수상쩍기는 했다.
‘엠마 얘가 도대체 뭐하는 거지?’
화면이 계속 전송되는 가운데 그녀는 3층에 이르고 있었다. 무슨 연유인 줄은 모르겠지만, 그곳은 소속 검투사가 흔히 갈만한 장소가 아니었다. 여러 사무실과 자신의 집무실이 있을 뿐이니, 연봉협상이나 세무 관련 자료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면, 들릴 이유가 없었다. 지금은 연말정산이나 연봉협상을 할 시기가 아니었다.
엠마가 한 방문 앞에서 이동을 멈추자 범석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름 아닌 자신이 업무를 보는 이사장실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을 출입할 수 있는 자는 자신을 비롯한 몇몇 주요사무 관계자들뿐. 결코, 엠마는 그 대상이 되지 못했다.
“아론. 뭔가 수상쩍다. 확실히 따라붙어.”
범석은 바로 아론에게 그녀의 행동을 자세히 주시하라고 명령했다. 천천히 화면이 확대되더니 엠마가 락도어 키패드를 열어 외부슬롯에 잭이 달린 케이블을 연결하는 모습이 들어왔다. 곧이어 문은 열리고, 그녀가 바로 황급히 안으로 들어섰다.
‘이거 정말 너무하는데. 이 정도면 완전히 범죄수준이잖아.’
이사장실 안으로 들어선 엠마는 그의 책상의 뒤적거리며, 내용물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주요서류와 명함을 전자수첩에 담고 있던 터라 그다지 문제 될 일은 없었지만, 개인 프라이버시가 짓밟힌다고 생각하니, 영 기분이 좋지 못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은 범석은 현장을 덮치기로 했다. 이사장실까지 몰래 침입할 수준이면 언제 자신의 전자수첩 내용을 뒤적거릴지도 몰랐다. 훈련 중에는 전자수첩을 따로 보관하고 있기에, 그 위험성은 매우 컸다.
“아론. 지금 나는 이사장실에 가볼 테니까. 확실히 감시하며 영상자료는 내 전자수첩으로 보내줘. 알았지?”
– 네. 염려 마세요.
아론의 대답을 들은 전자수첩을 열어, 아론이 보내오는 영상을 띄었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뒤를 덮치기 위해서였다. 그는 바로 무인 전동차를 호출해 탑승하고는 급히 사무실 건물로 향했다.
“도대체 아무것도 없네. 이러면 범석님의 결백을 증명할 길이 없잖아. 어떻게 하지?”
엠마는 근심 어린 표정으로 범석의 책상을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루카스의 의심으로 흑사회의 갓즈나이츠에 공격이 목전으로 다가왔는데, 그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가 없었다.
흑사회는 지금 검투계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기에, 방해될지도 모르는 그를 제거하려 하고 있었다. 범석이 정말로 자신들에 앙심을 품고 비수를 꽂으려고 한다면 큰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루이스부회장과의 친분이 주요인이었다. 그는 흑사회가 훗날 반드시 동반해야 할 파트너이기에 자신들을 향해 악감정을 가지게 해서는 안 됐다. 범석이 중간에 야료를 부려 루이스 부회장과의 연계가 실패한다면, 흑사회는 자신들의 성장을 견제하는 쿠퍼부회장과의 연계를 계속 이어나가게 되고 결국 검투계에서 세력을 구성하는 일은 실패로 돌아갔다. 터럭이라도 방해될 만한 존재는 이 검투계에서 제거하는 편이 좋았다. 특히나 범석은 이전까지 동반자적 관계에 있었기에, 나오는 말 한마디가 그만큼 치명적이었다.
물론 그가 흑사회에 앙심을 품고 있지 않는다면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아니 루이스부회장과의 연계가 더욱 쉬워질 테니, 극구 반길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사람의 내면은 알 수 없으니 거짓을 늘어놓을 수도 일인데다가, 루카스회장의 직감은 이미 그를 배신자로 낙인 찍어놓은 상태였다.
‘절대 싸우게 해서는 안 돼. 어떻게든 범석님이 흑사회를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야 해. 안 그러면 곧 우리는 은인의 등에 비수를 꽂는 큰 죄를 짓게 돼.’
어느새 엠마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범석이 이사장실을 찾는 시간은 훈련이 끝나는 오후 무렵이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곧 점심시간이 다가오니, 용건이 있어 들릴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불안감은 여지없이 맞아떨어졌다. 이사장 문이 거칠게 열리더니, 범석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엠마는 책상을 뒤지는 자세 그대로 경직된 채. 경악한 시선으로 그를 쳐다봤다.
“버, 범석님……. 어떻게 여기에?”
범석이 어지러워진 주변을 둘러보며 그녀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후후. 어떻게라니? 여기는 내 집무실이야. 엠마 너야말로 이사장실에 웬일이지? 그리고 책상 서랍은 왜 열고 있어?”
엠마는 두려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기만 할 뿐, 적당한 변명거리를 늘어놓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서 더 말해 뭘 할까? 그녀는 범석의 개인적인 물건이 수납된 책상을 뒤지고 있었고, 그는 이 장면을 적나라하게 목도하는 중이었다.
“그, 그게. 저……. 사정이 좀 있어서요.”
휘적휘적 걸음을 옮긴 범석이 그녀의 지척에서 묘한 표정을 지었다.
“사정이라? 하긴 있겠지. 매년 140만 크랑의 연봉에 갖가지 수당을 받는 네가 잡다한 물건을 훔치러 들어오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 사정이라는 것이 뭘까? 정말 궁금하네.”
“조, 좀. 그게 설명하기가 곤란해서요.”
‘역시 흑사회에서 나를 의심하기 시작했군. 하긴 전에 레이보우호텔에서 그렇게까지 힌트를 줬으니 알만도 하겠지. 그런데 너무한걸. 엠마에게 이런 일까지 시키다니 말이야.’
범석은 이번 사태를 어찌 처결해야 할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기세 좋게 들어왔지만, 겸연쩍어하는 엠마의 모습을 보자 딱히 추궁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고민을 거듭하는 그는 결국, 이번 일을 공략의 토대로 사용하기로 했다. 어차피 그녀는 손에 쥐고 있어야 할 패이니, 이번 기회에 자신의 여인으로 만들어도 하등 나쁘지만은 않았다.
“곤란하다? 하긴 그렇겠지. 나 같아도 곤란해서 입을 열 수가 없었을 테니까. 내가 한번 네가 내 방에 들어와서 책을 뒤적거린 이유를 맞춰볼까?”
“………”
아무 말도 못 하는 엠마의 모습을 본 범석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이제 뒤로 길을 터주는 척 함정으로 몰아넣으면 되었다.
“엠마 사실은 나를 좋아하고 있지? 그래서 연서를 남기거나, 아니면 몸에 항시 품고 다닐 내 물건을 가지러 이 방에 들어왔고. 안 그래?”
뜬금없는 말에 그녀는 두 눈을 깜빡거렸다. 자신의 불법침입 사실을 저런 식으로 몰고 갈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니야? 어 이상하다. 아니라면 흑사회가 적대감을 품고 내 뒤를 캐겠다는 행동으로밖에 안 보이는데. 하지만 그간의 친분으로 보아 후자는 아닌 듯 보이고 말이야. 그런데 정말 아니야?”
뜨끔한 그녀가 손을 마구 저어댔다. 여기서 범석이 흑사회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서로 오해를 하며 견제하다 보면 작은 일에도 신뢰가 무너져내릴 수 있었다. 가뜩이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인데, 이번 일로 문제를 키워서는 안 됐다.
“아, 아니에요. 범석님이 말씀이 맞아요. 실은 저 예전부터 범석님을 좋아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마음이라도 전해볼까 해서 이렇게…….”
바로 낚여 올라오는 엠마로 범석이 다소 의아해했다. 꽤 공을 들여야 할 듯 보였는데, 너무 쉽게 걸려드니 정말 계책이 성공했는지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알아볼 길이 없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그는 곧 엠마의 백발을 손으로 쓸어올리며 몸을 바짝 붙였다. 그리고 그윽한 눈빛을 날리며 슈트의 허리 부분을 어루만졌다.
“엠마. 실은 나도 너를 좋아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같은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른다.”
화들짝 놀란 그녀가 순간 범석의 손길을 피했다. 갑작스럽게 몸을 만져오니 거부감이 일어난 것이다.
“자, 잠깐만요.”
“왜? 내가 싫어? 조금 전에 한 말이 거짓말이었어?”
뚫어질세라 날아오는 그의 눈빛에 엠마가 시선을 피했다.
“그, 그게 아니라……. 워낙 경황이 없어서요.”
“하긴 경황이 없다면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부끄럽다고 애정표현을 거절하면 서로가 가까워질 수가 없어. 용기를 내서 상대를 받아들여야지 애정이 발전하는 거야.”
“그, 그렇지만…….”
“괜찮아. 다 나한테 맡겨. 너는 그저 나에게 의지하면 되는 거야.”
어느새 범석의 손이 그녀의 슈트 이음새를 풀어내고 있었다. 이에 엠마는 그의 의도를 여실히 느낄 수가 있었다. 슈트를 착용하기 위해서는 겉옷을 모두 벗어야 하므로, 이음새가 풀리는 순간 속내의만 착용한 나신의 몸을 드러나게 되었다. 즉 그는 자신의 몸을 바라고 있는 것이었다.
“자, 잠시만요. 아직 저는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요. 훈련 후 몸을 씻지도 않았어요.”
“연인의 몸이 더럽다고 거부할 정도면,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야. 하지만 난 너는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지. 그러니 상관없어.”
슈트 상의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져 내림과 동시에, 하얀 브래지어로 가린 엠마의 상체 나신이 여실히 드러났다. 그녀는 당혹함에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위대한 의지’까지 발동하며 조여오는 범석의 우악스러운 팔에 그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결국, 그녀는 두 팔을 모아 가슴 부위를 숨기는 것으로 부끄러움을 숨기려 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실수였다. 덕분에 범석의 손길은 아무런 저항 없이 슈트 하체를 벗길 수가 있었다. 이제 완전히 슈트가 벗겨진 엠마가 몸을 파르르 떨며 그를 쳐다봤다. 그리고 위기를 모면할 최후의 변을 그에게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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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요. 저는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