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258
260화
맑고 화창한 2월의 첫째 주말의 오후였다. 날씨가 춥기는 하지만, 리마시티 콜로세움을 찾은 홈 팬들은 스스로 내는 응원의 열기로 몸을 덥히는지 전혀 움츠러드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늘 처녀 출전하기로 한 니키타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범석은 그간 가타부타 말없이 그녀의 출전을 뒤로 미뤘다. 팀 적응을 위해서 시간을 주고자 하는 의도와 입장 수입이 그 원인이었다. 갓즈나이츠 같은 하위리그 팀이 월드리그 검투사를 영입하면 얼굴이라도 보자는 심산으로 상당수의 일반 팬들이 경기장을 찾게 되었다. 그래서 당일 입장표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게 되는데, 범석은 이런 현상을 이용해 수입을 극대화한 것이었다.
‘내가 그동안 그녀의 출전에 모호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 아니었지.’
춘계시즌에 돌입하며 3경기가 지나는 동안 그는 언론에다 니키타의 처녀 출전일시를 정확히 알리지 않았다. 기대심리에 빠진 팬들을 한 번이라도 더 경기장에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기대심리는 기대심리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꺼지는 이벤트이니, 시즌 재개 후 4번째 경기 만에 언론에다 알리고 니키타를 출전시키게 되었다. 오늘 경기가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오리온 펫즈팀과 붙기에 효과 면에서 만점이었다.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있던 범석이 서서히 몸을 일으켜 니키타에게 다가섰다.
“니키타 컨디션은 어때?”
니키타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
“아주 좋아요. 정말 누가 와도 이길 수 있는 기분이에요.”
“그래. 오늘은 첫 출전이니까. 팬들에게 인상을 남기는 것 잊지 말고.”
“네. 그들에게 월드리거란 어떠한 존재인지 확실히 인식시켜 줄 거예요.”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니키타를 믿음직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오죽 잘해줄까 싶었던 것이다. 사실 그동안 그는 니키타가 단지 방어 일변도의 선봉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상상을 벗어나는 플레이로 상대 팀의 정신을 붕괴시키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바로 앞에 놓인 4미터에 이르는 장창과 오른쪽 면에 홈이 파인 방패로 비롯되는 전투전략인데, 연습경기 때 범석이 이를 경험하고 기겁할 정도로 놀란 적이 있었다. 다만 포지션이 후미에 있을 때 최대효율을 발휘한다는 점이 문제랄까? 하여간 정말 니키타는 이상한 검투사임은 틀림없었다. 선봉으로 가면 방어일변도의 플레이가 펼쳐지고, 후미에서는 공격력이 강화된다니, 이런 검투사는 세계 어디를 가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좋아. 그럼 연습 때처럼 하면 잘할 거다.”
“염려하지 마세요. 비격창은 제 필살기이기에 항시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어요. 시합이라고 실수하는 일은 없어요.”
“그래. 잘 부탁한다.”
흡족한 표정을 지은 범석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자신감은 곧 시합에서 마음의 안정을 가져오니, 본연의 실력을 끌어내는데 좋았다. 니키타의 지금 마음가짐을 볼 때, 좋은 결과를 맞이하리라 예상되었다.
잠시 후 방송에서 1라운드 시작준비를 알리는 멘트가 들려왔다. 이에 범석은 니키타를 포함한 주력검투사를 이끌고 입장 터널 앞에 섰다. 그리고 출전신호와 함께 경기장 중앙의 시내 앞에 섰다.
그가 도열하는 휘하 검투사들을 향해 외쳤다.
“자. 오늘은 3전 전승으로 간다! 확실히 쓸어버린다! 알았지!”
“넷!”
쩌렁쩌렁 외치는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로, 건너편에 있던 오리온 펫즈팀 검투사들이 다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들의 전력이 어느 정도가 되는지 알기에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비록 오리온 펫즈팀에도 7명의 센트럴리거급 검투사가 있기는 하지만, 갓즈나이츠와는 비견할 수 없었다. 지금 그들의 전력에는 초월급으로 평가받는 범석 외에도 월드리거급 하나, 센트럴리거급이 7명이 있었다. 재수 없으면 순식간에 밀려 처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다.
대장인 2번 검투사가 큰 소리로 자팀 검투사들을 다독였다.
“염려할 필요 없어! 연습대로 하면 우리가 이긴다! 자 심호흡을 하며 평정심을 찾아!”
다소 안정감을 되찾은 오리온 펫즈 검투사들이 방진을 구성하며 1라운드 시합에 대비했다. 그리고 경기 시작시각이 되자, 일제히 철제 다리로 가 방패를 세웠다.
“자. 나를 따라와라!”
삼각진형의 맨 꼭짓점에 서 있던 범석의 이끎으로 다리의 중앙에 선 갓즈나이츠의 팀원들이, 건너편 입구를 틀어막고 있는 오리온 펫즈 검투사들을 노려봤다. 그들은 전혀 공격할 생각이 없는지 진의 이동을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본진 간에 잠시 탐색 전이 벌어질 무렵. 프리롤을 수행 중인 젤소미나가 도강에 성공하고는 미리 기다리고 있던 6번 검투사와 일전을 벌여나갔다. 이에 뒤질세라 범석도 카타나를 높이 빼들고 적의 본진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모두 돌진해 들어간다! 방진을 격파하고 1라운드 승리를 따낸다!”
기민하게 그의 뒤를 따르던 팀원들이 일제히 무구의 끝을 앞으로 향했다. 피지컬 면에서 극히 우세를 보이는 갓즈나이츠에 있어서 돌진은 가장 유효한 전략이라 할 수 있었다. 강한 힘을 바탕으로 밀어붙이기에 웬만한 와이드리그팀들은 첫 번째 공격에 지리멸렬하며 무너지게 되었다. 특히나 이 철제 다리는 무지개 형태를 이룬 터라 중앙에서 입구 쪽으로 달려갈 때는 더 파워가 붙게 마련이었다.
쾅하는 굉음과 함께 양 진형이 크게 출렁거렸다. 가운데가 움푹 파이기는 했지만, 오리온 펫즈팀은 진을 유지하고 있었다. 역시나 리그 2위팀 다운 면모를 보인다고 할 수 있었다.
곧이어 벌어지는 뚫고 막기 위한 치열한 접전. 맨 앞에 선 범석이 종횡무진 검을 휘두르며 자신의 대적상대인 7번 검투사를 압박해 들어갔다.
창. 펑. 차창. 펑.
“절대! 입구를 내어줘서는 안 돼! 모두 밀집해!”
대장 검투사의 명령에 오리온 펫즈의 검투사들이 간극을 좁히며 힘을 중앙으로 집중시켰다. 외곽에 선 검방들은 공격보다는 방패를 다루는 일에 집중해 방어력을 극대화 시켰고, 진형 중앙에 서 있는 창사들은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를 향해 긴 창끝을 날리며 접근을 막았다.
이에 범석이 인상 찡그렸다. 저항이 너무 심해 팀원들의 돌진의지가 무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역시 오리온 펫즈팀이군. 영 버거운걸.’
그렇지만 뚫지 못할 것도 없었다. 후미에 있는 비너스의 양쪽방패를 앞세운다면 상대의 창끝을 염려할 필요없이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다른 옵션이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니키타였다. 그가 잠시 물러난 후 고개를 젖혀 후미 쪽을 바라봤다.
“니키타! 준비해라!”
니키타가 슬며시 하늘 높게 세운 장창을 눕혀 방패 오른쪽에 파인 홈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창대를 어깨에 걸친 후 조준하듯 전면을 노려봤다. 이제 비격창을 날리려는 것이다. 그녀는 사방의 움직임을 주시하다가 범석이 허리를 숙여 7번 검투사의 하체부위를 노림을 확인하고 투창하듯 장창을 날렸다.
쉐에에엑!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뒤로 넘어가는 7번 검투사. 범석의 검을 막기 위해 방패를 내리는 순간 날아온 창끝에 목 언저리를 그대로 강타당해버렸던 것이다. 워낙 상상치 못한 곳에서 시작된 공격이라 대처할 방도가 없었다. 이 강력한 위력이 담긴 창끝의 진원지는 바로 갓즈나이츠의 후미였다.
이를 본 대장인 2번 검투사가 모두에게 주의를 당부했다.
“조심해! 놈들 후미에서 장창이 날아온다!”
워낙 컸던가? 다시 창을 수습해 투척을 준비하던 니키타가 듣고 피식 웃었다. 자신의 비격창은 4미터의 장창을 이용하기에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도 상대를 공격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방패의 색과 창대의 색이 동일해 공격을 당하는 검투사는 날아오는 창끝을 눈으로 확인하기가 극히 어려웠다. 선봉의 공세를 받으며, 중견의 스위치까지 조심하는 와중에, 구별하기도 쉽지 않은 자신의 비격창을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설령 극심한 주의를 기울여 대비한다고 해도 엘프의 인지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었다. 분명히 공고한 방어에 틈이 생기게 되었다.
투척 준비를 완료한 니키타가가 세세히 전황을 살피더니, 한 오리온 펫즈팀 검방이 방패를 후리는 모습을 보고는 그대로 날렸다. 그리고 창 끄트머리 부위를 잡고 있는 손으로 느껴지는 익숙한 신호에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또 하나의 월척을 낚아챘음은 안 것이다.
“도대체 저 기술은 뭐야! 순식간에 2명이나 해치웠어!”
“대단하다! 역시 월드리거야! 저런 굉장한 기술이 있다니 말이야.”
응원을 나온 홈 팬들은 니키타의 활약에 감탄을 마지 못했다. 너무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멍하니 입만 벌리고 있는 관중도 태반이었다.
그들보다도 놀란 이들은 중계석을 차지하고 있던 아나운서와 해설자였다. 오늘 월드리거 검투사인 니키타가 출전한다는 사실을 알고 철저히 신상 조사를 했는데, 전혀 뜻밖의 기술이 튀어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프로생활 14년째에 들어서고 있었는데, 한 번도 이런 기술을 선보인 적이 없었다. 후미에 선 일이 많이 없기도 했지만, 비격창은 최근에야 완성된 필살기였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추구하는 리프턴감독이 이 기술의 사용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격창은 장창을 던지기에 가까운 형태로 날리던 탓에, 웬만한 힘을 가지고는 정교함을 유지할 수 없었다. 그래서 직선거리로 아군의 무리를 뚫고 적에게 날아가는 비창 기술을 함부로 시전하게 할 수 없었다. 자칫 동료를 맞추는 팀킬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지금 니키타는 특성 카피로 힘과 균형감감이 +10이 상승해 정교함이 한층 업그레이드 되었고, 판단력등의 정신적인 면도 높아져 동료가 맞을지 쉬이 판단해 위험하다 싶으면 적절히 창대를 잡아 브레이크를 걸 수 있었다. 덕분에 안정성이 무척 높아져 실전에서도 비격창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 정말 놀랍군요. 니키타에게 저런 기술이 있었다니 말입니다. 이거 상대팀에게 있어서는 상당히 짜증 나는 기술이겠습니다.
아나운서 멘트에 해설자가 혀를 내둘렀다.
– 허허허. 이 기술은 짜증이 나는 차원을 떠나서 공포에 가깝습니다. 안심해도 될 후미에서 위협적인 공격이 날아오니 상대로서는 대처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리 오늘 처음 시전되는 기술이라지만, 순식간에 2명의 검투사가 당하는 모습을 보십시오. 그만큼 위력적이라는 얘기입니다.
– 아. 그렇습니까? 하하하. 하여간 정말 니키타는 괴이한 검투사입니다. 이러면 선봉과 후미에서의 성향이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는 것 아닙니까? 암만 봐도 특이함에 있어서는 세계 최강일 겁니다.
고개를 주억거린 해설자가 살며시 깍지 낀 양손에 턱을 괴었다.
–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더 곤욕스러울 겁니다. 정석에서 어긋난 완성된 플레이는 상대 팀을 괴롭게 하거든요. 전략을 짜는 문제나, 시합에서의 검투사 운용하는 문제에서도 말입니다. 하여간 갓즈나이츠. 이번에 큰 자금을 소모했다고 하지만, 정말 알토랑 같은 검투사를 영입했어요. 저러면 4억 7,100만 크랑이라는 몸값이 전혀 아깝지가 않아요.
이 와중에도 한 오리온 펫즈팀의 검투사 하나가 니키타의 창끝에 어깨를 타격 당하고는 부분 행동불능상태에 빠져들었다. 조심은 했지만, 워낙 빠르게 날아오는 터라, 미처 피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는 곧 오스칼의 우악스러운 거검에 맞고는 공중을 날아 바닥에 굴렀다. 이제 갓즈나이츠와 오리온 펫즈의 전력비는 12대 9. 급격히 한 쪽으로 기세가 기울어질 수밖에 없었다.
“놈들 방진에 균열이 갔다! 모두 달려들어 해치워버린다!”
일제히 돌진을 감행하는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로 오리온 펫즈 방진이 철저히 뭉개졌다. 이미 입구를 차지한 그들은 미처 후퇴하지 못한 두 명의 검투사들을 일거에 쓰러뜨리고는 진을 재정비하려 본진을 향해 또다시 달려나갔다. 그리고 멀리서 다가오는 젤소미나. 마크맨인 6번을 해치우고 본진을 지원 나온 것이다.
오리온 펫즈의 검투사들이 사력을 다해 막아보려고 했지만, 이제 여섯으로 줄어든 팀원들로서는 갓즈나이츠의 강맹한 공격력을 막아낼 수 없었다. 곧 이들은 연합공격을 당해 차례로 쓰러져 갔고, 1라운드의 경기는 갓즈나이츠의 승리로 돌아갔다.
“최고다! 갓즈나이츠! 이제 정말 두려울 것이 없는 팀으로 변모했구나!”
“잘했다. 니키타! 이번 승리의 주역은 바로 너다! 역시 월드리거다운 활약이다!”
스텐드에서 쏟아지는 열화같은 응원을 들은 니키타가 기분이 좋은지 양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비록 화려한 월드리그를 떠나 초라한 변방의 와이드리그로 와있지만, 그녀는 행복했다. 주인을 얻은 데다가 이제는 무대의 주인공 되어 팬들로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다. 지난날 메넥스 오딘즈에 소속되어 있을 적에 자신은, 언제나 조연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바람에 항시 팬들의 시선에서 벗어나 있었다.
“다들 잘해줬다! 잠시지만 푹 쉬어라!”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범석이 1라운드 출전자들에게 휴식을 명하고는 흐뭇한 표정으로 다이아나에게 다가갔다. 정말 그녀가 아니었다면 니키타의 영입은 꿈도 꿀 수가 없었다. 범석은 처음에 니키타의 영입을 별로 탐탁하게 여기고 있지 않았다.
그가 흐뭇한 얼굴로 다이아나의 어깨를 두드렸다.
“다이아나. 니키타 활약 괜찮았지?”
모를 리가 없던 그녀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주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어요.”
“하하하. 다 네가 추천해준 덕분이다. 이번에 니키타를 영입함으로 갓즈나이츠의 전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이제 정말 두려울 것이 없는 기분이다.”
“네. 와이드리그에서는 그렇죠. 센트럴리그로 올라가면 모르겠지만요.”
고개를 흔든 범석이 자신감 넘치는 말투로 얘기했다.
“네 걱정은 알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어. 내년 여름 이적시장에서 괜찮은 애 한두 명만 더 채우면 센트럴리그에서도 살아남을 자신이 있다. 우리 애들이 그때가 되면 또 성장해 있을 테니까.”
“그렇기야 하지만……. 과연 쉽게 올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다이아나의 걱정스러운 기색에, 범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의 전력으로 승격은 떼놓은 당상에 불과했다. 승격 토너먼트는 각 와이드리그 16개 팀 중 평균 3개 팀이 올라가기에, 단지 3연승 혹은 2연승 1패 후 1승만 해도 승격했다. 지금의 전력이면 여유롭게 거둬낼 성적이라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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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