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273
275화
갓즈나이츠와 채플린 스포츠간의 스폰서계약 연장에 관한 내용은 이틀 후에나 발표되었다. 바로 언론에 알릴 수도 있었지만, 슈트의 장비 테스트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잠시 필요했다. 솔직히 이틀이라는 시간도 채플린 스포츠에서 전폭적인 도움을 줬기에 가능한 일이었지, 범석 혼자 공인기관을 찾고 검사결과를 받아 보려고 했다면 일주일 이상이나 허비했을 터였다.
그래도 효과가 있었던지 범석의 부상과 슈트의 문제를 연결짓는 언론기사들은 급격히 꼬리를 감추었다. 피해 당사자가 공인기관에 슈트성능을 알아보고 단지 사고라고 결론지었는데, 제3자인 언론들이 왈가불가할 계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얼마 후 범석은 병실에서 기쁜 소식을 접했다. 갓즈나이츠가 에이션트 워리어즈와의 승격토너먼트 2차전 경기에서 2승 2무 1패로 승리했다는 것이다. 평상시라면 손쉽게 이길만한 팀이라 들뜰 이유가 없겠지만, 전력이 크게 급감한 상태에서 얻어낸 값진 결과라 그를 기분 좋게 했다. 아무리 힘겨운 승리라고 해도 갓즈나이츠가 3차전에 진출하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또 렌카가 소속된 파이어 호크즈와 이스트 윈드즈팀과의 경기는 승부대결까지 이어지는 접전 끝에 이스트 윈드즈팀이 승리했다. 파이어 호크즈가 올라왔다면 나름 편안한 3차전을 치를 수 있었지만, 렌카를 영입하려던 범석으로서는 최상의 결과라고 생각했다. 3차전에서 파이어 호크즈와 맞붙어 승리한 후, 렌카를 영입하려고 한다면 상대 팀에서 승부조작을 의심하며 께름칙한 시선을 보내올 수가 있었다. 매니저들에게 그녀와 만나는 장면을 들킨 적이 있어, 그 의혹은 더 커지게 되었다.
“휴~ 덥다.”
늦봄의 햇살이 대지를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12만 석을 자랑하는 제온시티 콜로세움의 뒤뜰. 목발을 짚고 지면에 선 범석이 추리닝의 옷깃을 펄럭이며 더위를 달래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찾아온 기상이변이 적응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6월 초순의 날씨가 이처럼 더운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주인님. 안으로 들어가시죠. 냉방시설이 되어 있으니, 덥지는 않을 거예요.”
레이미의 말에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검투사 컨디션 조절을 위해 너무 낮은 온도로 냉방을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밖보다는 시원할 터였다.
“그럴까? 자 그럼 들어가자.”
범석이 목발을 짚고 걸음을 옮기자 팀원들이 조심스레 뒤를 따랐다. 생각 같아서는 부축을 해주고 싶지만, 노성이 터져 나올 것 같아 다가서는 못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남에게 의지하는 것을 싫어했다. 목발로 걸으면 되는데, 굳이 부축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
검투사 대기실에서 간단히 휴식을 취한 범석이 더그아웃으로 향했다. 일반 검투사라면 출전자 명단에 없어 출입이 금지되지만, 다행히 코치 명단에 올라있어 참석할 수 있었다. 에어리어리그의 진출 당시 코치 머릿수를 채워넣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코치진에 올린 적이 있었는데, 지금까지 계속 유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제온시티 콜로세움의 12만 관중석은 응원 나온 팬들로 가득 차 있었다. 특히나 리마시티에서 찾아온 응원단의 수가 많았는데, 이곳 제온시티가 에이번드지역과 가까운데다가, 레베카가 신경을 써 많은 표를 갓즈나이츠 응원단에 넘겨준 탓이다. 제온 시티는 바로 채플린가문의 고향과도 같은 땅이자, 채플린 위스퍼팀의 연고지였다.
아크릴 칸막이 너머를 바라본 범석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휴~ 아깝네. 승격 토너먼트만 아니었으면 때 돈을 버는 건데.’
승격토너먼트는 참가 팀의 연고지역 중 하나를 뽑아 개최되었다. 이에 홈 어웨이 방식을 채용하지 않았고, 모든 입장수입은 개최지가 차지하게 되었다. 즉 오늘의 입장수입인 4,200만 크랑은 모두 아르칸지역정부와 제온시티가 나누어 갖게 되니, 범석의 손에는 한 푼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안타까움의 한숨을 내쉰 그가 일어나 다이아나와 레이미가 있는 장소로 목발 걸음을 옮겼다. 그녀들은 서로의 머리를 맞대고 오늘 있는 경기 전략을 검토하고 있었다.
“어때? 잘 되어가?”
레이미가 황급히 근처에 있던 의자를 끌어와 그의 앞에 놓았다.
“네. 지금 승부대결을 들어갈 때를 대비해, 명단 구성을 하고 있어요.”
의자에 앉으며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늘 전략은 어떻게든 무승부를 이끌어낸 직후, 승부대결을 펼치는 일이었다.
좀 있으면 벌어진 승격토너먼트 3차전 상대는 이스트 윈드즈팀이었다. 이들은 13명의 센트럴리거급 전력을 보유했는데, 전력상으로 따져봤을 때 현재 8명의 센트럴리거급 검투사를 가용할 수 있는 갓즈나이츠를 상당히 앞선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전체적인 전력에 해당하는 얘기일 뿐, 상위 5명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아무리 범석이 빠진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갓즈나이츠의 상위권 실력은 출중했던 탓이다. 니키타, 라피네, 캐시, 제르미아, 젤소미아 등은 지금 당장 센트럴리그에 진출해도 최상위급 내지, 상위급에 해당하는 실력자로 랭크될 수 있었다. 어떻게든 승부대결까지만 가면 갓즈나이츠의 결승전 진출 전망은 밝아졌다.
“그래? 그런데 승부대결까지 가기 전의 전략은 어때?”
다이아나가 차분히 그를 응시하며 대답했다.
“일단 변칙 전략으로 나갈 거예요.”
변칙 전략이라면 주력과 2진의 출전 순서를 뒤바꾼다는 얘기였다. 주력이 4, 5라운드를 연속 출전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지만, 갓즈나이츠로서는 충분히 택할 만한 전략이었다. 바로 자신들에게는 피지컬적인 측면에서 큰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범석이 갓즈나이츠의 팀원을 구성시킬 때 가장 중점으로 둔 것이 바로 성장성과 능력치였다. 덕분에 팀원 상당수가 기술적인 면에서는 떨어지지만, 신체적으로 우월한 면모를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감독인 다이아나의 ‘위대한 지도자’로 팀원 전체의 모든 스텟이 +3이 되기까지 했다. 이를 봤을 때 갓즈나이츠는 가히 와이드리그 최강의 피지컬군단이라고 해도 틀리지는 않았다. 예상컨대 라운드를 연속으로 뛰는 일쯤은 큰 무리가 없다고 사료되었다.
물론 갓즈나이츠가 2차전에서 5라운드 전체를 소화하며 지금 좀 지친 상태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스트 윈드즈팀은 2차전에서 승부대결까지 펼친 터라 체력적 소모는 더욱 심했다.
“그래. 어떤 변칙전략인데?”
“1, 3라운드를 내어주고 2, 4라운드를 저희가 따간 다음 5라운드에서 무승부를 펼칠 예정이에요.”
“생각대로 흘러간다면 나쁘지야 않은데 가능하겠어? 아무리 2진이라고 해도 상대 팀에게는 최소 센트럴리그급 검투사가 7명이 포함된다고. 걔들이 무승부 작전으로 나선다면 우리 주력이 나서도 쉽지 않아.”
“그 점이 염려되지만, 딱히 다른 방법이 없어요. 정상적인 전략으로 나간다면, 도저히 저희가 이길 방도가 없으니까요.”
하긴 그랬다. 일반 전술을 채택했다가는 주력과 2진 모두가 보다 강한 상대와 싸우게 되고, 이 중 1라운드라도 내어주는 날이면 바로 게임 끝이었다. 게다가 갓즈나이츠는 공격에 특화된 팀이었다. 최근에 방어성향이 강한 검투사를 다소 영입했지만, 여전히 체질을 변화시키지 못하고 있었다. 익숙지 않은 방어전략으로 일관하는 것보다는, 주력으로 이스트 윈드즈팀 2진을 깨며 차근차근 승수를 쌓는 편이 승산 있어 보였다.
“그야 그렇겠지. 하여간 열심히들 해서 오늘 한 번 멋지게 이겨봐라.”
“예. 최선을 다할게요.”
다이아나와 레이미를 격려한 범석이 자신의 벤치로 돌아와 전자수첩을 꺼내 들었다. 바로 포레스트 오크즈팀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였다. 이 팀은 올 시즌 하이른 센트럴리그에서 1위를 한 팀으로 운 좋게도 2차전까지 이겨 4강전에 진출했다. 만약 이들이 오늘 경기에서 승리한다면 월드리그에 진출하게 되고, 갓즈나이츠는 한 시름 돌리게 되었다. 티오가 하나 더 비게 되니, 오늘만 이긴다면 승격이 확실해졌다.
‘포레스트 오크즈. 제발 좀 이겨라.’
화면을 켜보니, 막 경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포레스트 오크즈의 상대는 겟티슈 센트럴리그에서 올라온 테라 스타즈팀으로 이번 월드리그 승격을 가리는 토너먼트에서 최고 다크 호스로 평가받는 팀이었다. 당연히 운으로 4강전까지 진출한 포레스트 오크즈로서는 다소 벅찬 상대라고 할 수 있었다. 그래도 범석은 기대를 접지 않았다. 경기란 앞날을 알 수 없으니,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얼마 안 가 처참할 정도로 일그러졌다. 포레스트 오크즈가 어이없게도 봉시진을 꺼내 든 것이다. 이 진은 극강의 공격진형으로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펼치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다. 아니 금기에 가깝다는 말이 더 옳은 표현이었다.
“이 자식들 뭐하는 거야! 방어에 집중하며 상대의 실수를 노려야지!”
그러나 화면으로 경기를 지켜보는 범석의 목소리가 저들에게 들릴 리가 없었다. 곧 경기가 시작되었고, 포레스트 오크즈는 일제히 테라 스타즈의 진형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치열한 타격음. 이내 포레스트 오크즈는 상대 팀에게 포위되어 하나둘씩 쓰러져가더니, 채 2~3분도 지나지 않아 전멸해 버렸다. 중계석에서는 의외의 수가 실패했다며 안타까워했지만, 범석은 포레스트 오크즈가 이 게임을 포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아무리 봉시진을 채택했다지만, 너무도 빠른 전멸이었다.
‘뭐야? 이 애들이 3~4위전을 노리고 있나?“
충분히 생각해봄 직한 전략이었다. 막강 팀을 상대로 되지도 않을 승리를 노리기보다는 체력을 온전히 보전한 후 3, 4위전에 참가하면 보다 유리한 상황에서 승격을 노릴 수 있었다. 상대 팀은 결승진출을 노리며 치열한 격전을 벌이다가 지친 심신으로 3, 4전에 임할 것이기 때문이다. 전에 범석도 비슷한 전략을 사용한 적이 있어 이해가 되었다.
‘하긴 포레스트 오크즈는 4강전에 오른 네 팀 중에서 가장 약하니 저런 전략을 쓰고도 남지.’
그가 바로 전자수첩을 닫았다. 예측이 맞든 틀리든 더는 경기를 지켜볼 이유가 없었다. 1라운드를 저리 어이없게 내어주었으니, 포레스트 오크즈는 오늘 경기에서 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이쪽도 경기가 벌어지니, 다른 곳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경우의 수를 따지기 위해서는 오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했다.
– 장내의 계신 팬 여러분. 그리고 TV 앞에 모이신 시청자 여러분. 지금부터 하이른 센트럴리그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갓즈 나이츠와 이스트 윈드즈팀의 4강전 경기를 중계해 드리겠습니다.
중계석에서 멘트로 더그아웃이 바삐 돌아갔다. 경험상 곧 있으면 출전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올 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갓즈나이츠의 2진 검투사들은 슈트의 이상 유무를 살핀 후, 각자의 무구를 챙겼다. 그리고 얼마후 신호가 떨어지자 입장 터널로 향했다.
– 양 팀 검투사 경기장 중앙으로 나와 주십시오.
다이아나의 가위바위보 게임은 일단 성공한 듯 보였다. 이스트 윈드즈팀이 1라운드에 주력을 내보낸 것이다. 이제 여기서 갓즈나이츠의 2진이 방어로 일관하며 진을 빼놓기만 한다면, 오늘 경기가 뜻대로 풀려나갈 공산이 커졌다.
“갓즈나이츠! 뭐하냐! 너희 2진으로 우리 이스트 윈드즈팀의 주력을 이기리라 보이느냐! 아예 지려고 빽을 쓰는구나! 고맙게 1라운드 승 가져가마”
“푸하하하. 좋다. 갓즈나이츠! 정 원한다면 우리 먼저 센트럴리그에 올라갈 테니, 너희는 내년이나 올라와라!”
관중석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아냥 소리. 이스트 윈드즈팀의 응원단들이 내지르는 소리였다. 하지만 이 목소리들은 갓즈나이츠 응원단 목소리에 이내 잠재워졌다. 오늘 관중의 상당수가 바로 리마시티에 온 사람들이었다. 모두 레베카가 배려해 준 덕분으로, 오늘 경기에 큰 도움이 될 듯 보였다.
“갓즈나이츠! 저 자식들 말에 휘둘리지 마라! 차근차근 전략대로 나가라!”
“맞다! 이스트 윈드즈는 원래 우리 팀에게 상대도 되지 못하는 약체팀이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지랄을 하는 모습이 가소로우니, 그냥 잘근 밟아버려라!”
야유와 환호를 번갈아 들으며 양 팀 검투사들이 경기장 중앙에서 섰다. 은색의 슈트를 착용하고 남쪽에 서 있는 이들이 갓즈나이츠였고, 푸른색의 슈트를 입은 이들이 이스트 윈드즈였다. 그녀들은 긴장된 얼굴로 상대 진영을 노려보며 들고 나온 무기를 꽉 움켜쥐었다. 승격이 결정되는 중대 경기이니, 마음의 안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경험 많은 에르피나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긴장하지 마! 이번 라운드는 패배해도 누가 뭐라 하지 않아! 차분히 자신의 할 일만 하면 되는 거야! 다들 알았지!”
“네. 언니!”
어느새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확실히 에르피나의 말대로 이번 라운드는 패배해도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 차분히 자신의 할 일만 하면 되니, 하등 긴장할 이유가 없었다.
동료가 안정감 보이자, 에르피나가 대장인 아겔리아에게 다가섰다.
“아겔리아. 넌 어떻게든 살아남는 데 주력해야 해. 진형이 무너지면 내가 말하지 않더라도 뜀새 역할을 수행해 알았지?”
아겔리아가 두 손에 쥔 타워실드를 힘차게 부딪히며 말했다.
“네. 알았어요.”
“좋아. 그럼 잘해야 한다.”
그 말을 하고 난 에르피나가 그녀의 바로 앞에 섰다. 아무래도 대장인 아겔리아를 직접 보호하는 일은 경험 많은 자신이 해야 할 듯싶었던 것이다. 방진은 다 좋은데 대장을 보호할 라인이 한 겹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자칫 실수로 앞줄이 뚫려버리면 중앙에 서 있는 아겔리아는 바로 노출되었다.
얼마 후. 긴 호각소리가 경기장 내로 울려 퍼졌고, 양 팀 검투사들은 견제하듯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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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