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275
277화
“니키타! 시작해!”
니키타가 반대로 들린 4미터에 이르는 장창을 앞으로 기울였다. 동시에 길게 늘어지는 추행진형. 좌우익에 있던 이피스와 젤소미나가 중앙 쪽에 끼어든 탓이다. 그녀들은 동료와 함께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게끔 장창의 막대 부분을 한 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리고 거의 이스트 윈드즈의 방진에 도달했을 무렵 팔을 뒤로 힘껏 젖혔다.
“모두 충각 전술을 시행해!”
큰 충돌과 함께 장창의 끄트머리가 대장인 1번 검투사 앞에 있던 5번 검투사를 향해 쏘여졌다. 멋모르고 방패를 들이댄 그녀는 막중한 파워의 충각 공격을 맞고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만약 대장을 쿠션으로 삼지 못했다면 족히 수 미터는 날아갔을 터였다. 하지만 방진의 중앙이 무너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갓즈나이츠 검투사 7명의 힘이 한곳으로 집중된 갑작스러운 공격을 한두 사람이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바닥에 넘어진 5번 검투사와 1번 검투사를 바라본 에르피나가 외쳤다.
“지금이야! 여기서 승부를 끝내!”
미리 준비하고 있던 오스칼과 라피네가 중앙으로 파고들며 횡으로 살벌한 검의 궤적을 그렸다. 그 사이를 뚫고 들어온 중견들이 선봉을 보호하며 간극을 더욱 넓혀갔다. 그리고 엠마와 제르미아는 쓰러져있는 5번과 대장인 1번 검투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안 돼!”
1번 검투사가 엠마의 쭉 뻗은 검격을 방패를 휘저으며 막아냈다. 일어서려고 발버둥을 쳐댔지만, 계속되는 공세로 무릎도 제대로 못 펼 지경이었다. 그 사이 상체를 세우려던 5번 검투사가 빠르게 날아오는 창 촉을 복부에 맞고 그대로 뒤로 고꾸라졌다. 니키타의 비격창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제 적진에 홀로 남은 대장 검투사를 구원하기 위해 팀 동료가 시급히 달려오고는 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엠마와 제르미아의 동시 공격을 받으며 한쪽 팔과 두 다리가 부분 행동불능 상태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니키타의 장창에 급소인 두부를 강타당하고는 몸을 허물어뜨렸다.
와아아아! 와아아아!
–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갓즈나이츠. 경기 시작 1분도 채 넘지 않은 시간에 이스트 윈드즈팀의 대장을 잡으며 2라운드를 가져갔습니다. 도대체 저 전법이 뭡니까!
관중의 환호성에 묻힌 아나운서의 질문에, 해설자가 귀를 막으며 대답했다.
– 대단합니다. 갓즈나이츠 니키타의 장창을 활용한 새로운 방진 격파법을 들고 나왔습니다. 마치 고대 시대 전쟁에서 활용된 충차 전술을 보는 듯싶었습니다. 이거 이스트 윈드즈팀 단단히 당했는데요.
– 그런데 왜 창촉을 활용하지 않고, 뭉툭한 장창 끄트머리로 공격을 감행했을까요? 그럼 더욱 효과를 발휘했을 텐데요.
해설자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 아닙니다. 갓즈나이츠가 뭉툭한 끄트머리를 사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전법을 깊이 연구했다는 뜻이 됩니다. 아무리 검투 경기에는 날이 없는 무기를 사용한다지만, 저런 파워가 담긴 충격을 방패와 슈트가 흡수하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자칫 꿰뚫려 버리는 사태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죠.
– 아. 그럼 상대 검투사의 안전을 배려한 것입니까?
– 으음. 그렇기도 하겠지만, 실은 전술의 완성도를 높이려는 의도가 더 컸을 겁니다. 사실 경기중 부상자가 발생하면 바로 경기가 중지시키지 않습니까? 그럼 조금 전과 같이 대장 검투사를 해치울 기회가 바로 사라지게 되지요. 아마 갓즈나이츠로서는 경기가 멈추는 상황을 피하려 했을 겁니다.
이제야 이해한 아나운서가 감탄 어린 표정을 지었다.
– 하여간 갓즈나이츠. 이번에 획기적인 전술을 선보였습니다. 제 생각에는 이 전술이 또 다른 방진격파 활용법으로 사용될 듯 보입니다. 저리 어이없게 중앙이 뚫려버리면, 밀집방어의 의미가 없죠.
해설자가 동조하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방진은 방패를 밀집형태로 앞세워 방어력을 극대한 진형이지만, 이동이 극히 불편했다. 그렇기에 갑작스러운 이런 충각 전술에 적절히 대처할 수가 없었고, 그대로 공격을 받아야만 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하면 못 막을 것도 없었다. 방진의 특징은 밀집을 활용한 조직력 강화였다.
– 네. 그렇습니다. 확실히 옵션 중 하나가 되겠죠. 하지만 많이 활용되지는 못할 겁니다. 충각 공격이 온다 싶으면 중앙과 후위 쪽 검투사들이 준비하고 있다가 타점이 되는 검투사의 뒤를 확실히 받쳐주면 되거든요. 이번에 이스트 윈드즈팀이 당한 이유는 방심이 가장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그렇겠군요. 처음 본 전술이니 어쩔 수 없겠죠. 하여간 갓즈나이츠 재미가 쏠쏠하겠습니다. 덕분에 한 라운드를 공으로 집어먹어 갔으니 말입니다.
– 역으로 이스트 윈드즈팀은 결승에 진출할 기회를 허공에 날렸으니 가슴이 아플 겁니다. 솔직히 이번에 무승부만 따냈어도, 오늘 경기는 급격히 한 쪽으로 기울여지게 되거든요. 그런데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2라운드를 패한데다가, 경기 시간까지 너무 짧았다는 겁니다. 잘만 생각해 본다면 아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볼 수 있죠.
– 후후후. 하긴 그렇겠습니다. 3라운드를 남겨둔 상황에서 갓즈나이츠 주력이 저리 싱싱하니, 이제 이스트 윈드즈팀은 험난한 길을 걸어야 할 겁니다.
– 네. 맞습니다. 이래서 검투 경기는 재미있습니다. 의외의 상황이 전체 경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하거든요.
중계진의 대화가 한창인 가운데, 갓즈나이츠의 검투사들이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을 받으며 더그아웃으로 돌아왔다. 라운드 승수에서 동률을 이뤘다는 사실에 기뻤는지 범석은 목발로 입구까지 나아가 승리의 주역들을 맞이했다. 이로써 무승부 전략의 반은 이루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는 들어오는 자팀 검투사의 등을 두드려 격려하고는 다이아나에게 갔다.
“다이아나. 다음은 어떻게 할 거지?”
그녀가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지금의 상황이 기뻐 어쩔 줄을 모르는 것이다. 짧은 시간에 2라운드를 마치는 바람에 주력의 체력이 거의 소모되지 않았다.
“이제 위험한 가위바위보 게임은 끝났으니, 피지컬 싸움으로 들어가야죠.”
“역시 너도 그 생각이군.”
“네. 3, 4, 5라운드 연속 주력 출전이에요.”
범석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체조건이 좋은 갓즈나이츠 검투사라면 3라운드 연속 출전이 가능했다. 아마 이스트 윈드즈팀도 사전조사라는 것을 했다면 이 사실을 알 터, 3연속 주력 출전이 불가피하리라고 판단할 것이었다. 특히나 이번 2진들이 어이없는 패배를 당하는 장면을 보았으니 더욱 그러했다.
“그렇겠지. 이 상황에서 2진을 다시 투입하기란 어렵지.”
“네. 2진을 투입했다가 또 패하면 2승을 건네주는 꼴이 될 테고, 나머지 2라운드에서 1무라도 건네주면 바로 오늘 경기는 무승부니까요.”
“그런데 다이아나. 우리가 저들 주력과 3연전에서 3무나 1승 1무 이상을 올릴 수가 있을까?”
“가능해요. 3, 4라운드에서 최소 무승부를 하나 따내고, 이스트 윈드즈팀이 극히 지쳐있을 5라운드에서 승부를 걸면 승리를 따낼 수 있으리라 보여요.”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이스트 윈드즈팀 주력이 갓즈나이츠 주력에게 전력상 우위에 서 있기는 했지만, 그 차이는 미미했다. 비록 센트럴리거급 전력이 12대 8로 큰 차이를 보이지만, 니키타등 상위전력은 갓즈나이츠가 크게 앞섰고, 그렇지 못한 검투사들도 와이드리거급 최상위 급에 이르는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피지컬 대결이라는 상황을 접목해보면 둘의 전력은 엇비슷하다고 할 수 있었다. 범석과 헤르세가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갓즈나이츠가 승격 4순위 팀에 괜히 올라와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문제는 에르피나인데……. 5라운드 연속으로 뛸 수 있을까?”
“가능할 거예요. 그녀는 1라운드에서 경기 초반에 당해 체력적 손실이 별로 없었고, 2라운드는 아시다시피 1분도 되지 않아 끝이 났어요. 활동량이 적은 대장검투사를 맡는다면 나머지 3라운드쯤은 충분히 소화하고도 남을 거예요.”
그렇다면 갓즈나이츠가 염려할 부분은 없었다. 이제 동등한 입장에서 이스트 윈드즈와 3라운드를 치르면 되었다. 차분히 자신의 벤치 돌아가 앉은 범석이 오늘 처음으로 여유의 시간을 만끽했다.
양 팀은 3라운드 시작과 함께 또다시 격전을 벌였다. 다이아나의 예상대로 이스트 윈드즈팀은 주력을 경기에 투입했다.
“얘들아 우리가 서두를 필요는 없어! 언제든 돌진할 준비만 갖추고 제자리를 지키도록 해!”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은 에르피나의 명령에 따라 조심스럽게 진형을 운영하며 게임을 조율해나갔다. 무승부만 기록하면 되기에 무리하게 공격에 나설 필요가 없었던 탓이다. 경기가 느슨하게 흘러갈수록 마음이 급해지는 팀은 바로 이스트 윈드즈팀이었다. 3무를 기록해 승부대결까지 들어간다면, 그들은 큰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모두 돌격해!”
1번 검투사의 지휘로 이스트 윈드즈 검투사들이 일제히 돌진을 감행했다. 좀 급한 감이 있는 듯 보였지만, 어쩔 수 없었다. 3라운드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한다면 피지컬 싸움에 말려들어 후반에 고생하게 되었다.
차. 창창. 창. 쾅.
양 팀의 꼭지가 닿은 곳. 오스칼이 거침없이 거검을 휘두르며 상대팀 선봉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 큰 동작이라 위험할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 니키타라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니키타는 단창과 방패로 무장하고 오스칼의 빈틈을 메워주고 있었다.
“치잇! 안 되겠어!”
8번을 단 선봉 검투사가 라피네에게 힘에 밀리며 곤욕스러운 기색을 사방에 흘려댔다. 중견들이 도움을 주러 왔지만, 갓즈나이츠라고 중견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이내 양 팀의 진형이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지며 난전에 빠져들기 일보 직전까지 갔다.
“자. 그래! 계속 난전을 유지해야 해! 그럼 우리가 이겨…….”
1번 검투사의 외침이 일순간 잦아들었다. 팀에서 한 손에 꽂는 실력자인 3번 검투사가 갑자기 돌아선 엠마의 칼에 등을 맞는 장면을 목도한 탓이다. 물론 상대하고 있던 7번 검투사가 가차 없이 검을 내리쳐 그녀의 허리를 타격했지만, 거의 후보급 검투사와 팀 내 에이스급 검투사의 가치를 동등하게 취급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지금 더욱 큰 위기가 이스트 윈드즈를 엄습하고 있었다.
‘도대체 분위기가 왜 이래?’
난전이라면 충분히 유리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갈 수 있으리라고 판단했는데, 실상 뚜껑을 열어보니 대등한 경기 내용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니 기세 면에서 갓즈나이츠가 앞서는 것으로 보여, 마음 한 편이 불안해져만 갔다.
1번 검투사는 번뜩 뇌리를 스쳐 가는 생각에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세심히 살피자 자팀의 검투사들이 움직임이 평소와는 다르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동료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져 있어! 애네들이 대체 왜 이래!’
원인은 갓즈나이츠 측의 관람석이었다. 그곳에서는 지금 시야와 치리아의 주인으로 보이는 자들이 응원단 마이크를 잡고 목청껏 소리 지르고 있었다.
“시야! 오늘 경기 반드시 이겨야 한다! 이따가 기분 좋게 외식하자!”
“치리아! 꼭 오늘 이겨서 결승에 진출해라! 그럼 오늘 밤 알지!”
갓즈나이츠의 장점이자 이스트 윈드즈의 불안 요소는 주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였다. 지금 동료들은 갓즈나이츠 검투사 주인의 열성적인 응원에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검을 휘두르는 모습에서 승리에 대한 열정이 사늘하게 식어있음을 보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하긴 이스트 윈드즈 검투사들이 오늘 승리로 얻을 수 있는 선물이란 몇 푼의 용돈이 전부였다.
‘이대로라면 안 돼. 물러나서 기세를 가다듬어야 해!’
하지만 때는 늦은 상태였다. 12번 검투사가 오스칼의 거검에 허리를 타격 당하고는 하늘을 날고 있었다. 이제 수적으로 하나 모자라게 됐으니, 전력 면에서 자팀이 불리해졌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난전 중에 후퇴가 용이할 리도 없었다.
1번 검투사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이번에는 제르미아의 검에 머리를 맞고 6번 검투사가 쓰러졌다. 이러다가 모조리 당하겠다고 판단한 1번 검투사가 모두를 향해 소리쳤다.
“모두 뒤로 물러나! 전열을 가다듬는다!”
그 말이 터져 나오기가 무섭게 에르피나가 모두에게 명령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모르지만, 지금의 유리한 기세를 놓칠 수 없었다. 반드시 3라운드를 이겨 결승 진출의 발판으로 삼아야 했다.
“빨리 뒤를 쫓아! 다소 희생이 있어도 좋으니까 가차 없이 공격해!”
에르피나의 적절한 판단이 갓즈나이츠에 호기를 가져왔다. 발 빠른 라피네와 제르미아가 등을 보이는 4번 검투사 13번 검투사를 쫓아 행동불능 상태에 빠뜨려 버린 것이다.
이로써 갓즈나이츠와 이스트 윈드즈의 수적 전력비는 11대 7. 이를 봤을 때 3라운드는 끝이 났다고도 볼 수 있었다. 에르피나는 진을 다시 정비한 후, 돌격의 기회를 탐색해 나갔다. 이제 자신들이 공격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그녀는 검지와 새끼손가락만 편 주먹을 번쩍 위로 들어 올렸다. 바로 태클 공격을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다소 희생이 따를지 모르겠지만, 수적 우위로 바탕으로 확실히 이스트 윈드즈팀을 쓰러뜨릴 수 있었다.
“자! 돌격한다!”
갓즈나이츠 검투사들이 일제히 상대 팀 진형으로 달려나갔다. 선봉에 선 이들은 다름 아닌 레이메이와 치리아, 린 등의 후보급 검투사였다. 태클러는 희생이 많이 따르던 탓에, 주력을 배치할 수 없었다. 그녀들은 이스트 윈드즈 검투사들이 지척이 보이자 바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뒤이어 쫓아온 오스칼과 라피네가 태클러에 의해 넘어진 상대 팀 검투사의 몸에 검을 꽂고는 도주를 시도하는 1번 검투사를 뒤쫓았다.
============================ 작품 후기 ============================
아무래도 신이 범석을 돕는 모양입니다. 본문에 오류가 있어 한 9페이지쯤 다시 쓰는 바람에 승리하게 됐군요. 하하하. 이러면 안되는데요. ㅠㅠ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