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277
279화
대망의 승격토너먼트 결승전. 범석과 갓즈나이츠팀원들은 또다시 제온시티 콜로세움을 찾았다. 오늘 결전을 벌인 상대는 예상한 대로 플라이 울프즈였다. 그들은 팀 전력도 좋고 4강전에서 라운드스코어 3:0으로 손쉽게 올라와 체력 손실이 적은 상태라, 범석은 오늘의 승률을 그리 높이 점치지를 못했다. 갓즈나이츠는 전력도 떨어질뿐더러, 4강전에서 승부대결까지 접전을 펼쳐 상대적으로 체력상황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갓즈나이츠에는 라피네와 니키타가 있었다. 그녀들이 ‘투지의 광전사’를 사용한다면, 최소 1라운드는 따내리라 생각됐다.
더그아웃 벤치에 앉아있던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이아나에게로 걸어갔다. 그녀는 지금 감독석의 단말기를 통해 포레스트 오크즈와 포이즌 티스와 월드리고 향하는 운명의 3, 4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만약 이번 경기에서 포레스트 오크즈가 승리한다면, 갓즈나이츠는 오늘 무조건 승격하게 되었다.
“어때 다이아나?”
“막 1라운드가 끝났는데, 결과는 무승부에요.”
“무승부라? 혹시 양 팀 중 누군가가 변칙 전략을 사용하지는 않았어?”
“그렇지는 않았어요. 두 팀 모두 주력이 1라운드에 나왔거든요.”
“그래? 그럼 누가 우세한 시합을 펼쳤지?”
“글쎄요. 잘 모르겠어요. 양 팀 다 방진으로 나와서 그다지 접전을 벌어지지 않았거든요. 오늘 경기로 승격이 결정되니, 좀 조심하는 듯 보여요.”
전력상으로 보면 포이즌 티스가 다소 우세한 면모를 보이지만, 포레스트 오크즈가 지난 4강전을 포기하는 바람에 체력적인 면에서 우세했다. 이로써 양 팀의 우위는 가늠할 정도로 차이가 나지 않으니, 누가 승리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었다. 월드리그를 목표하는 양 팀으로서는 주의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단시간 내로 끝나지는 않을 것 같군.”
“네. 제 예상으로도 그래요. 아마도 저희가 3라운드를 끝낼 때까지는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럼 일단 사력을 다해야겠지.”
고개를 끄덕인 다이아나가 다시금 화면을 바라봤다. 포레스트 오크즈의 경기가 궁금해서가 아니었다. 이 화면으로 말미암아 팀 분위기가 해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팀원들이 장비를 정비하다 말고 힐끔힐끔 감독석의 홀로그램 화면을 바라보며 한눈을 팔고 있었다.
“그럼 주인님. 이만 화면을 끌게요. 저희도 조금만 있으면 경기가 시작돼서요.”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직 경기가 시작되려면 40분 가량 남았지만, 갓즈나이츠는 오늘 경기의 승리를 위해 정신을 집중해도 모자란 판이었다. 괜히 포레스트 오크즈의 경기를 휘하 검투사들에게 보여주어 마음을 뒤숭숭하게 할 수는 없었다.
“응. 그렇게 하도록 해.”
다아아나가 화면을 끄자 범석이 뒤돌아서더니, 문밖을 나섰다. 자신은 경기에 참여하지 않으니, 더그아웃만 아니라면 포레스트 오크즈의 경기를 관람해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다이아나의 작전결정에 도움이 되게 누군가는 시시각각 변하는 월드리그 승격토너먼트 결과를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이 결과에 따라 갓즈나이츠의 팀 전략이 크게 변모하던 까닭이다.
그는 콜로세움 내 매점 식당으로 찾아가 홀로그램 화면을 켰다.
– 자. 이제 막 포레스트 오크즈와 포이즌 티스의 제2라운드 경기를 시작됐습니다.
경기가 시작되자 양 팀이 방진을 짠 후 극도의 경계를 내보이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는 듯 보이지만, 발아래로 흙먼지가 꾸준히 올라오는 것으로 보아 아래도 이번 라운드에서는 단단히 승부를 가릴 모양이었다. 하기야 계속 무승부 경기를 펼쳤다가는 승부가 나지 않으니, 언제고는 한 번은 맞붙어야만 했다.
얼마 후 포레스트 오크즈가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며 포이즌 티스팀 진형으로 다가갔다.
– 우와아아. 우와아아.
가벼운 전초전이 벌어짐과 동시에 긴장감 넘치는 응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월드리그로 향하는 운명의 시간이었으니, 관중인들 초조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양 팀은 점점 거세게 공방을 이어가며 경기장의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잘해라. 포레스트 오크즈. 너희만 믿는다.’
그의 기원이 하늘이라도 닿았나? 측면에 있던 한 포이즌 티스팀 검투사가 이마에 검 끝을 그대로 직격을 당하고는 뒤로 나자빠졌다. 그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일어서려는 찰라. 뒤로 한 여인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어라. 범석님. 여기 계셨네요.”
범석이 고개를 돌려 그 여인을 바라보고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뒤로 몇몇 카메라맨과 방송 스텝을 대동하고 있었다.
“어. 나탈리잖아? 여기 웬일이야?”
“그야. 오늘 촬영차 왔죠. 갓즈나이츠의 센트럴리그 진출은 큰 뉴스거리가 되니까요.”
그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탈리는 LKS방송의 사장이지만, 오늘 같은 중요한 촬영에 대해서는 직접 현장까지 나와 관여를 했다. 그녀의 특기인 ‘흥미로운 호응도’로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2할가량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는 LKS방송의 고정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데 도움이 되는 터라, 범석이 전에 극구 조언해 준 적이 있었다.
“아. 그렇군.”
나탈리가 멀뚱멀뚱 범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범석님이야말로 구내식당에는 어쩐 일이세요. 곧 경기가 시작될 텐데요.”
“으음. 그게 더그아웃에서는 포레스트 오크즈의 경기를 볼 수가 없거든. 중요한 일전을 앞두고, 괜히 팀원들 정신 사납게 할 수는 없잖아.”
“아 그래요? 그럼 오늘 더그아웃으로는 안가세요?”
“글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으음. 누구 한 명은 포레스트 오크즈 경기를 보고 감독인 다이아나에게 알려줘야 하니, 밖에 있어야겠지.”
그녀가 잘됐다는 듯이 범석의 앞좌석에 앉아, 양 손바닥으로 테이블을 짚었다.
“그럼 혹시 오늘 저희 방송에 출연해 주실래요?”
“LKS방송에?”
“네. 지금 오늘 경기에 대한 특집 실시간방송을 촬영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메인 출연자 한 명이 임팩트가 모자라, 좀 아쉬운 면이 있었어요. 출연료도 넉넉히 드릴게요. 어떠세요?”
그가 검지로 깁스 된 자신의 발을 가리켰다. 이 상태에서 무리한 촬영은 무리라는 사실을 인지시키기 위해서였다.
“지금 부상을 당해서 말이야. 돌아다니는 건 무리인데.”
“상관없어요. 범석님은 좌석에 가만히 앉아서 간단한 설명만 해주시면 돼요.”
“좌석? 어디? 일반관람석?”
“뭐. 거기도 되고요. VIP용 실내 관람석도 괜찮아요. 사실 저로서는 조용한 VIP용 실내 관람석이면 좋겠어요.”
실내 VIP 관람석이라면 여기서 간식만 먹고 가려던 참이었다. 제온시티 콜로세움에도 팀 고위 관계를 배려한 실내 관람석이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공간이 한정되어 있어, 촬영할 건더기가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아니 거기서 뭘 촬영하기에?”
“이 경기 중계를 하게요.”
“중계? 그건 WBS방송에서 하지 않냐?”
그 말에 나탈리가 씩씩 콧김을 내 품으며 말했다.
“네. 맞아요. 사실 이런 중요경기는 모두 대형 방송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터라, 저희 같은 중소형 방송사는 중계방송 경쟁에 끼어들 수가 없거든요. 덕분에 버드 카메라도 겨우 2대만 올렸고, 주요 중계카메라 자리를 다 빼앗겼어요. 그래서 한 번 이번에 제대로 중계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대형방송사 콧대를 꽉 눌러주게요.”
“괜찮겠냐? 중계권은 WBS방송에 있을 것 아니야? 괜히 나중에 문제 생기는 것 아니야?”
“상관없어요. 저희 LKS방송이 이번 경기에 대한 실시간 쇼 촬영을 허가받았어요. 정식 아나운서와 해설자를 쓰지 않고, 쇼 형식으로 하면 문제 생길 일은 없어요.”
“그래? 그런데 그래도 안 될걸? 해설은 내가 해도 된다고 하지만, 말발 좋은 전문 아나운서가 없다면 중계 자체가 안 돼.”
나탈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말발은 안 돼도 비주얼로 밀고 나가면 돼요. 이번 아나운서가 바로 카렌이거든요.”
카렌은 세계적인 대스타였다. 쇼를 위장한 중계였으니, 확실히 시청자들에 먹혀들 가능성이 있었다. 다만 한 가지 흠이라면 출연료가 무척 비싸다는 것이었다.
범석이 미심쩍은 눈으로 나탈리를 쳐다봤다.
“너 설마 일심회의 의리를 강조하며 공짜로 부려 먹는 것은 아니지?”
“아이 설마요. 우리 LKS방송 그렇게 가난하지 않아요. 아주 풍족하게 줬으니, 염려하지 마세요.”
“풍족하게 줬다고? 그래서 이문이 남냐? 대형 스타 한 번 불러오는데, 한두 푼 드는 것이 아니잖아.”
그녀가 다부진 표정으로 범석을 응시했다.
“이번 방송은 돈이 문제가 아니라 자존심이 달린 문제라고요. 이번에 전 대형 방송사의 이번 중계방송 시청률을 애국가 시청률로 만들 예정이에요.”
범석이 은근한 시선으로 나탈리를 쳐다봤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가 대형 방송사에 원한을 많은 것으로 사료되었다. 하기야 방송계도 적자생존의 세계이니, 주도권을 쥐고 있는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의 싸움이 치열할 터였다.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간 나탈리로 인해 일심회가 많은 도움을 받았으니 이번에 작업에 참여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버드카메라 2대를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공중에서 줌으로 세세한 경기 상황을 살필 수 있으니, 플라이 울프즈의 전력운용을 파악하는데 유리했다.
“좋아. 그러지. 뭐.”
“고마워요. 그럼 빨리 VIP석으로 가시죠.”
나탈리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검투계에서 인지도 높은 범석을 해설자로 모실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용한 중계석을 마련했다는 사실이 기쁜 것이다. 실내 VIP석은 경기장에서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극성 팬들의 돌발적인 방해를 염려하지 않고 중계할 수 있었다.
그녀는 곧 일반관람석에 있던 출연진들을 VIP실로 불러 모았다.
“범석 오빠!”
카렌이 핑크빛 머릿결을 휘날리며 범석에게 달려와 그 품에 안겨왔다. 그녀와의 만남이 있는 날이면 으레 벌어지는 일로, 그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등을 토닥여줬다.
“우리 카렌 많이 컸네.”
“당연하죠. 저도 이제 다 큰 어른이라고요. 곧 있으면 성년식도 한다고요.”
범석이 입가가 히죽 벌어졌다. 그렇다는 얘기는 곧 공략의 대상에 들어간다는 뜻이었다.
“오~ 곧 성년식이구나. 뭐 가지고 싶은 것 있으면 말해라. 성년식 축하선물을 해 줄 테니까.”
“정말요?”
“그래.”
카렌이 고민에 들어갔다. 그녀는 방송 출연과 음반 판매로 큰돈을 벌고 있어 풍족하게 살고 있기에, 필요한 물건이 그다지 없었다. 딱히 찾고자 한다면 바로 휴가인데, 할아버지가 허락할 리가 없었다. 레퍼트는 가수의 중요한 인기 비결 중 하나가 바로 TV화면에 한 번이라도 더 얼굴을 비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근자에 3집 앨범작업에 들어가면 좀 시간이 나겠지만, 그때도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음반 제작 작업 외에도 강도 높은 안무 연습도 해야만 하던 까닭이다.
하지만 유일하게 할아버지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범석이었다. 과거 빈곤했던 조손을 이만큼 살게 해준 은인이 바로 그였던 탓이다. 그가 잘만 말한다면 어쩌면 하루 정도는 여가 시간을 줄지도 몰랐다.
“성인식날. 데이트해주세요.”
“데이트?”
“네. 놀이공원도 가고 싶고요. 영화 관람도 좋고요. 뭐 그냥 경치 좋은 해변이나, 계곡에 가도 좋아요.”
범석이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자신과 카렌이 데이트한다면, 그만한 뉴스거리도 없었다. 지금 탐욕스러운 눈길로 이곳을 바라보는 나탈리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다가 스캔들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걸리면 그렇겠지만, 안 걸리면 되잖아요.”
“안 걸릴 리가 없잖아. 너와 나인데.”
카렌이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유명 검투사와 가수가 지나가는데, 그 중 하나를 팬들이 몰라볼 리가 없었다.
“하, 하긴 그렇지만…….”
그때 나탈리가 은근슬쩍 대화에 끼어들었다.
“뭐. 하려면 못할 것도 없어요. 하면 되는 거죠.”
범석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봤다.
“어떻게?”
“그냥 놀러 가면 되잖아요. 이국적이고 낭만적인 해변이나, 유명 관광도시에서 1박 2일, 아주 좋잖아요.”
“그게 안 되니 하는 말이잖아.”
“물론 앞에 카메라가 있어야겠죠. 그럼 촬영인지 데이트인지 누가 알겠어요. 제가 LKS방송의 특별 기획으로 ‘오범석 검투사와 가수 카렌의 1박 2일의 데이트’를 제작해 보죠. 물론 여가 시간도 많이 드릴 테니, 그때 푹 쉬면 되고요.”
그러자 카렌이 기뻐 제자리를 방방 뛰었다. 촬영의 연속이라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가 시간이 많아 휴가를 즐길 수 있다고 하니 나쁘지 않았다.
그녀가 나탈리의 손목을 꽉 움켜잡았다.
“언니도 갈 거죠?”
물론 그녀도 따라갈 생각이었다. 솔직히 카렌과 범석과 같은 거물급 스타는 중소형급 방송사에 속하는 LKS방송이 섭외하기 무척 어려웠다. 그들이 동시에 출연한다면 방송사의 품격이 무척 높아지니, 그녀가 직접 제작에 참여해 프로그램을 질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었다.
“당연히 나도 가야지. 범석님은 어떠세요?”
나탈리의 눈길을 받은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1박 2일 휴가 간다는 셈 치고 두 여인의 호감도 작업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카렌과는 만남이 별로 없어, 호감도를 올릴 시간이 별로 없었다.
“나도 가지 뭐.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좋아요. 그럼 이 얘기는 이쯤에서 끝내고요. 이번 촬영에 들어가시죠.”
나탈리가 VIP석에 범석과 카렌을 나란히 앉히고 그 앞으로 카메라를 배치했다. 그리고 엑스트라 연기자들을 주위에 포진시킨 후 분위기를 띄어올리기 시작했다. 이제 곧 경기가 시작될 때가 되었다.
============================ 작품 후기 ============================
으음. 어제 의견들을 보았는데, 필명 교체를 하지 말라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네요. 그래서 필명 교체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주말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