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286
288화
“그래서 뭘 바라는 겐가?”
“보아하니 채플린 위스퍼에 검투사가 많이 남아도는 듯 보이는데, 쓸만한 2군 검투사 한 명만 무료로 임대 보내주십시오. 한 1년 정도요.”
채플린 위스퍼는 짧은 기일 안에 많은 월드 리거급 검투사를 영입했기에, 남아도는 검투사 많았다. 덕분에 상당한 실력을 보유했음에도 출전하지 못하는 검투사가 더러 있었다.
이내 빈센트 감독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재작년까지 주전으로 활약한 트레야라는 2군 엘프 검투사가 있었는데, 근래 경기에 나가지 못해 팀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었다. 게다가 에이전트와 그녀의 주인까지 자주 찾아와 따지고 도는 통에, 여간 골치가 아니었다.
“트레야라면 어떻겠는가? 대신 출전수당을 비롯한 여러 수당은 자네가 줘야 할 걸세.”
범석이 만족한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트레야는 C3급에 속하는 선봉 검투사였다. 현재 갓즈나이츠는 선봉의 수가 무척 모자라기에, 그녀를 임대하기만 한다면 올 리그 팀 운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
“좋습니다.”
“그럼 그 대충이라는 것이 뭔지 한번 말해보게.”
“일단 그 정체불명의 검투사는 남자입니다.”
남자라면 100%로 개조인간이라는 뜻이었다. 그들은 엘프와 달리 20년의 성장 시간을 거친 후, 개조신체를 얻으므로 검술이 뛰어난 경우가 아주 많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젤소미나와 범석이었다.
“이름은?”
“자키드라는 자입니다. 전직 식당 종업원이었죠.”
빈센트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최강의 검투사와 전직 식당 종업원이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던 탓이다.
“아니. 정말 식당 종업원이 맞나?”
“네. 맞습니다. 제 눈으로 똑똑히 봤으니 확실합니다.”
“그래? 생김새가 어떻던가?”
“키가 2미터가 훨씬 넘어가는 털북숭이 사내입니다.”
“좋네. 그럼 그자의 실력이 어느 정도나 되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하이에나그룹 회장과 경영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순식간에 다크 하이에나즈 에이스급 셋을 쓰러뜨렸다고 합니다.”
그 말에 빈센트가 경악한 눈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다크 하이에나즈 에이스급이라고 한다면 W1등급에서 W2등급에 해당했다. 이런 아이들 셋을 손쉽게 쓰러뜨렸을 실력이라면 아멜리에를 능가하는 검투사라고 볼 수 있었다. 아무리 그녀라도 조직력을 갖춘 월드리거급 검투사 셋의 연합공격을 쉽사리 물리치지는 못했다.
“확, 확실한가?”
범석이 머리를 긁적였다. 줄리앙의 말만 들었을 뿐이니, 정확한 사실이라고 확답할 수가 없었다.
“글쎄요. 워낙 믿기지 않는 사실이라 저도 확신하지 못합니다. 다만 정보를 준 인물이 다크 하이에나즈의 고위 관계자이기에, 그런가 보다 하는 겁니다.”
“그자가 누군가?”
“줄리앙입니다.”
줄리앙은 다크 하이에나즈 팀 경영을 총 책임지는 단장이었다. 거짓이 아니라면, 믿을 만한 정보라 할 수 있었다.
‘으음. 자키드라…….’
빈센트가 잠시 생각에 잠겨 들었다. 이 정보를 기반으로 양 팀의 전력비교에 들어간 것이다.
현재 채플린 위스퍼는 월드리거급 검투사를 20명을 보유하고 있었다. 요시아의 영입과 아멜리에의 복귀로 전력을 다소 늘어난 탓이다.
비록 쟁쟁한 월드 리그팀보다는 못하지만, 이 정도라면 다크 하이에나즈 팀을 충분히 압도할 수 있었다. 그들은 월드리거급 검투사 전력을 14명밖에 보유하지 않았고, 개개인의 실력 면에서도 떨어졌기 때문이다.
자키드가 다소 걱정이 되지만, 전체의 전력 차를 한 사람이 뛰어나다고 극복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아멜리에는 개인전보다는 단체 전투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했다. 그녀의 채찍 공격은 상대의 진형을 깨는데 탁월한 효용이 있었다.
만약 범석이 말이 사실이고, 빈센트 감독 앞에 자키드와 아멜리에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분기가 나타난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할 터였다. 검투 경기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단한 작자인 듯 보이지만, 그리 염려할 부분은 아닌 것 같군.”
빈센트의 혼잣말에 범석이 반응했다.
“아니 뭐가요?”
“그렇지 않은가? 전체 전력 면에서는 우리가 앞서니, 경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갈 수 있지. 검투 경기는 19명이 하는 시합이거든.”
“하지만 다크 하이에나즈에서 스카이 자칼즈의 이에나와 스노우 걸즈의 샬롯을 올해 영입한다고 했는데요. 또 이 아이들을 시작으로 그룹차원의 지원으로 전력을 계속 강화시켜 나간다고 했고요.”
그 말에 빈센트가 바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범석이 언급한 이에나와 샬롯은 전체 검투사 순위 22위와 51위에 이르는 출중한 검투사들이었다. 이들이 가세한다면 다크 하이에나즈의 전력은 급격히 상승하게 되었다. 여기에 계속 전력이 추가된다면 채플린 위스퍼라도 안심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확실한가?”
“뭐. 줄리앙이 자기 입으로 한 말이니, 틀리는지는 않겠죠. 왜요? 이제는 걱정되십니까?”
뜻밖에도 빈센트 감독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정말 얼마 보는 긴장감인지 몰랐다.
드래곤나이츠에서 십수 년간을 보낸 그는 피 말리는 접전과 검투사 영입을 통해 팀을 센트럴 리그까지 올려놓았다. 그런데 막상 채플린 위스퍼로 오니, 따분하기가 그지없었다. 원하는 검투사는 말만 하면 몸값 여부와 관계없이 구매할 수 있었고, 그로 말미암아 갖춰진 막강한 팀전력으로 마음껏 승수를 쌓아나갔다.
감독으로서 이런 팀을 운영하는 일은 참으로 매력이기는 하지만, 한 편으로 긴장감이 없어 너무 재미없었다.
“후후. 그래? 하여간 이번 리그가 흥미진진해지겠는걸. 다크 하이에나즈라……. 아주 재미있겠어.”
“그야 이겼을 때의 얘기고요.”
빈센트가 날카롭게 그를 쏘아봤다.
“자네. 그깟 애송이 몇 명 추가됐다고, 내가 이끄는 채플린 위스퍼가 지리라고 생각되나?”
범석이 눈알을 빙그르르 굴렸다. 그 전력을 이끄는 빈센트 감독이 누군가에게 진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검투 경기는 검투사 하나 잘났다고, 이기는 경기가 아니었다.
“뭐. 지지는 않겠죠.”
“후후. 당연한 얘기지.”
“하지만 조심해야 할 겁니다. 경기란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우니까요. 자칫 방심하다 패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감독님 명성에 흠이 갈 겁니다.”
“걱정하지 말게. 만약의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가 훨씬 많으니까. 특히 내가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 더욱더 그렇고 말일세.”
“그렇다면 안심하고 있겠습니다.”
그때 연회장 앞 단상에 적발의 중년인 자리에 올라서더니, 마이크를 부여잡았다. 분위기로 보아 만찬회를 시작하려는 모양이었다.
범석이 슬며시 사회자를 가리키며 빈센트에게 질문을 던졌다.
“빈센트 감독님. 저자는 누굽니까?”
“으음. 현 연방프로검투협회의 실무위원회 위원장인 클라인이라는 자일세. 이브라힘 계파의 제3인자 정도라 알면 될 걸세.”
“으음. 그래요? 어떤 자입니까?”
“제법 말이 통하는 양반이라고 할 수 있지. 그래서 다른 계파와도 친분이 두터워 이브라힘 계파의 대외창구 역할을 하고 있네.”
그사이 클라크가 마이크 조정을 마쳤는지 진행을 시작했다.
– 자자. 장내에 계신 여러분. 곧 만찬회가 시작될 테니, 즐겁게 식사를 나누시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한 시간 후 자리에 참석하신 귀빈들에게 연방프로검투협회가 올해 나아가갈 바를 정하는 시간을 가질 터이니,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표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곧 단상 옆에 클래식 연주자들이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조용한 음악이 장내에 퍼지는 가운데, 범석은 근처를 지나던 호텔리어를 불러 캐비어 요리와 푸아그라, 송로버섯요리를 주문했다. 어차피 공짜이니, 이 기회에 세계 3대 진미를 시식해 보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요리를 맛본 범석은, 따로 밥을 주문해 곁들여 나온 스테이크와 푸딩을 반찬으로 끼니를 때웠다. 캐비어 외에는 그다지 입맛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침 캐비어를 한 수저 퍼먹던 범석의 앞으로 한 사내가 다가왔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금발의 사내였는데, 그의 옆에 서더니 양해를 구했다.
“저기. 범석님이 맞습니까?”
수저를 내려놓은 범석이 그를 쳐다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확실히 처음 보는 인사였다.
“네. 맞습니다만 누구시죠?”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새롭게 루이스부회장님의 비서가 된 벤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가볍게 악수를 한 범석이 예의상 비어 있던 자리를 권했다.
“반갑습니다. 저리 앉으시지요.”
“네. 감사합니다.”
범석이 자리에 앉는 벤을 유심히 바라봤다. 생전 처음 보는 자가 친근하게 접근했다면, 그 나름의 이유가 있는 법이었다. 다른 자라면 모를까 루이스 부회장의 비서이기에 연유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아. 그런데 벤씨는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신 겁니까?”
벤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 다름이 아니라 여러분께 부탁할 말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부탁이라뇨?”
“사실 잠시 후 쿠퍼 계파 쪽에서 두 가지 안건을 협회에 건의하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루이스 부회장님께서는 이를 저지할 생각이십니다. 그래서 저희 계파의 힘을 모두 모아 몰아세울 참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범석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루이스 부회장은 샤일라의 건으로 흑사회에게 악감정을 쌓은 터라, 오늘 같은 일을 벌인 듯 보였다. 쿠퍼 일파는 바로 흑사회가 검투계 진출하기 위한 발판이었다.
그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흑사회의 야망을 방해하는 일이니, 그다지 발을 뺄 이유가 없었다.
“호오. 그야 당연히 도와드려야지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아마 범석님에게도 큰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아니 저에게 도움이 된다니요?”
“실은 갓즈나이츠에게 해가 되는 안건이 이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범석이 의아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안건입니까?”
“하나는 검투 중계 시합이 유난히 TNGL방송사에 집중하여 배정하는 일을 없애고, 다른 대형방송사인 WBS방송와 MKKN방송 사에도 균등한 중계권을 주자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프로 검투팀의 질적 향상과 경영 합리성을 위해 차후에 에이리어 리그로 진입하는 검투팀에 대한 승격 조건에 주식회사요건을 추가하자는 얘기입니다.”
범석이 바로 우거지상을 지었다. 후자의 안건이 뭘 노리는지 모를 리가 없었다. 바로 갓즈나이츠였다. 이 안건이 통과되면 갓즈나이츠와 같은 개인회사 형식의 검투팀은 프로에 진출할 수 없었다.
‘흑사회 놈들이 이전의 일로 앙심을 품은 것이 분명해. 이 자식들이. 별걸 다 딴짓을 놓네!’
솔직히 갓즈나이츠는 이미 프로에 진출해 있었기에, 이 안건이 통과되더라도 별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한 번 시작된 개인회사 팀에 대한 불이익이 여기서 끝이 날 리가 없었다. 어느 순간 갑자기 전체 리그로 이 규칙을 넓혀 갓즈나이츠를 프로에서 제명하려 들지 몰랐다.
그가 부들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고, 벤을 노려봤다.
“저기 벤씨. 왜 이런 얘기를 지금에서야 해주는 겁니까? 후자의 안건은 분명 저희 갓즈나이츠와 관계가 깊을 텐데요.”
벤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게 실은 여의치가 않았습니다. 각 계파가 건의한 내용은 철저히 기밀로 붙일뿐더러, 쿠퍼 일파가 건의한 주식회사를 승격조건에 넣자는 안건은 오늘 아침에 긴급히 추가된 내용이라 미리 파악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말에 범석은 흑사회가 뒤에서 단단히 노리고 있음을 깨달을 수가 있었다. 놈들은 자신이 정신도 차릴 셈도 없이 순식간에 이 안건을 통과시킬 의도가 분명했다.
사실 개인 회사 성격의 프로팀은 엘프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기에, 검투사 수급이 쉬웠다. 돈만 충분하다면 월드리거 검투사도 충분히 구매 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팀 운영비가 극히 적게 들고 주주들에게 이익금을 나누어져 줄 필요가 없기에, 팀 소유주는 제법 쏠쏠한 자금을 만지기 마련이었다.
덕분에 애정을 가지고 투자하는 이사장의 팀은 성장이 무척 빨라, 기존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범석이 바로 전자수첩을 꺼내 들며 에스더를 바라봤다. 아무리 갑작스럽게 등장한 안건이지만, 자칫 손쉽게 통과되어 정기총회까지 갈 가능성이 있었다. 인간은 자신의 이득에는 언제나 솔직하기 때문이다.
“에스더. 전에 개인회사 형식의 프로팀 명단 작성해 놓은 것 있지?”
에스더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근래에 범석의 성공을 보고, 검투를 좋아하는 상당수의 부호가 갓즈나이츠와 비슷한 형태의 팀을 창단했다. 제법 숫자가 되니, 힘을 모은다면 큰 도움이 되었다.
“네. 있어요.”
“몇 개 팀 정도 되지?”
“한 80개 팀 정도 될 거예요.”
“지금 나가서 직원들에게 말해 연락을 넣으라고 해. 그리고 그 중론을 모아 이번 안건에 반대한다는 서명문서를 작성하라고 하고.”
“네. 알겠어요.”
에스더가 식사하다 말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그만큼 이번 안건은 갓즈나이츠에게 있어서 아주 심각한 사안이었다.
이내 범석이 전자수첩을 열어 렉스터에게 연락을 넣었다. 블루 버드팀은 경찰청 소속이기는 하지만, 주식회사 형식이 아니라 이번 안건으로 피해를 보기는 마찬가지였다.
– 아. 범석아. 무슨 일이냐?
렉스터의 얼굴이 화면에 떠오르자 범석이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경감님. 지금 급한 일이 있는데, 통화할 시간이 되십니까?”
– 으음 돼. 그런데 무슨 일이야?
“실은 제가 연방프로검투협회의 연례 만찬회에 와있는데요…….”
렉스터가 다짜고짜 얼굴에 화색을 띄웠다. 그도 검투계에서 굴러먹은 짠밥이 있던 터라 연방프로검투협회의 연례 만찬회에 참가한다는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그곳에서 통과된 여러 안건은 매년 초에 열리는 연방프로검투협회 정기 총회에 산정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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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모두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