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297
299화
자키드와 아멜리에의 대전은 여러 대의 버드 카메라에 자세히 찍히며 TV로 생생히 방송되고 있었다. 범석은 경기장과 따로 띄어놓은 홀로그램 화면을 번갈아 바라보며 전투장면을 파악하고 있었다. 그 둘은 앞으로 자신의 경쟁자가 될 터이니, 이 기회에 특성과 버릇을 낱낱이 살필 필요가 있었다.
‘자키드씨가 좀 고생하는데. 하긴 아멜리에가 펼치는 변형검술이 레베카와 같을 수는 없겠지.’
범석은 과거 오사하에서 레베카를 통해 변형검술을 경험한 적이 있었다. 처음에는 기괴한 검의 변화에 극히 고전하기는 했지만, 결국에 가서는 체력전과 타이밍을 빼앗는 수법으로 승리를 얻어내었다. 그러나 오늘 자키드의 상대는 아멜리에였다. 그런 잔수에 넘어갈 햇병아리 검투사가 아니었다.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젤소미나가 화면 쪽으로 얼굴을 디밀었다.
“선배님 어떻게 해요. 대사형께서 밀리고 있어요.”
그 말에 동조하지 않는 듯 범석이 고개를 흔들었다.
“고생은 하지만, 밀리는 쪽은 자키드씨가 아니다. 아멜리에 쪽이지.”
그녀가 아멜리아의 검을 간신히 쳐내는 자키드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아니. 저렇듯 고전을 하시는데요.”
“저 고전은 자키드씨 스스로 자초한 거다. 그는 변형검술의 일반적 대응법을 채용하고 있지 않아.”
“대응법이요?”
범석이 자신의 두 팔을 이용해 아멜리에의 검과 자키드의 검을 표현했다.
“응. 변형검술은 상대하려면 이렇게 휘어짐이 적은 검끝 쪽을 막아야 하는데, 지금 자키드씨는 굳이 안으로 파고들어 검면을 쳐내고 있다. 즉 아멜리에 검의 기괴한 변화를 정공법으로 받아내고 있다는 뜻이다.”
“아니 방법이 있다면서 대사형이 왜 굳이 그런 위험을 감수하시는 거죠?”
“이유는 간단하다. 아멜리에와의 거리를 그만큼 줄이기 위해서지. 아마 자키드씨는 변형 검의 끝을 막기 위해 뒤로 물러서 있다면 결코 그녀를 쓰러뜨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다. 한 보의 더 벌어진 상태에서 휘두르는 검격에 저 아멜리에가 당할 리가 없을 테니까.”
“그, 그럼 어떻게 되나요?”
“으음. 자키드씨가 저 변형 검의 궤적이 익숙해지게 된다면 아멜리에가 패하게 되겠지. 그 전에 실수한다면 역으로 그가 패하게 될 테고.”
“둘 다 아니면요.”
“그야 당연히 비기는 거지. 검투 경기는 제한시간이 있다고. 넌 검투사면서 그것도 모르냐?”
그 말에 젤소미나가 입을 다물었다. 긴장한 탓에 너무 당연한 질문을 했던 것이다. 멋쩍었던 그녀는 조용히 경기장 쪽을 주시하며 자키드와 아멜리에의 결전을 계속 지켜봤다.
“꺄아아악!”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뾰족한 비명에 자키드와 아멜리에가 잠시 떨어져서는 동시에 눈길을 옆으로 돌렸다. 누가 당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동시에 입가의 미소를 피운 아멜리아와 인상을 찌푸린 자키드를 볼 수 있었다.
헬렌이 히야스의 검에 당해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2대 1의 상황. 그에게 위기가 찾아왔다고 볼 수 있었다.
‘젠장. 아멜리에도 벅차 죽겠는데.’
하지만 오래지 않아 자키드의 근심은 사라졌다. 히야스가 전혀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그대로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둘만의 일기토를 계속하라는 의지표명 같았다.
그는 다크 하이에나즈 본진에서 히야스를 대적할 동료 검투사가 나옴을 보고 다시금 아멜리에게 시선을 던졌다.
‘대체 뭐지? 왜 둘이서 한꺼번에 덤비지 않았지? 역시 나와 아멜리에의 결투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인가?’
자키드는 왠지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팬 서비스 차원이라고 한다면 히야스는 한창 전투가 벌어지는 본진에 돌아갔어야 옳았다. 그런데 그녀는 구경하듯 옆에 서 있다가 다크 하이에나즈의 동료 검투사가 오고 나서야 움직임을 보였다. 이를 봤을 때 히야스는 뭔가 색다른 임무를 띠고 아멜리에를 따라온 듯 보였다.
‘뭐. 다른 동료가 와서 마크하고 있으니,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그는 검을 곧추세우고 다시 아멜리에에게 달려들었다. 지금까지의 격전으로 그 기괴한 변형 검술에 익숙해졌으니 잘만 하면 조만간 그녀를 쓰러뜨릴 방도를 찾아낼지 몰랐다. 그럼 히야스의 존재의 의미가 없으니, 걱정은 사라지게 되었다.
“아멜리에! 단단히 각오해라!”
채찍을 회피해 그녀의 지척까지 도착한 자키드가 검을 세차게 휘저었다. 아멜리에는 뒤로 이동하며 살짝 쳐내고는 곧바로 진동하는 변화검을 그에게 뿌려댔다.
바짝 긴장한 표정을 지은 자키드는 검을 맞댐과 동시에 허리를 급격하게 틀어 상체를 옆으로 기울였다. 검의 최대 변화는 한 뼘 정도이기에, 그 간격에 들지 않으면 맞을 리가 없었다.
예상대로 그녀의 조금 전 공격은 안면 옆을 스치며 무위로 끝이 났고, 자키드는 미소를 지었다.
‘후후. 아멜리에. 조금 후면 너는 내 앞에 무릎 꿇게 된다. 기다려라.’
그의 검이 순간 급격한 궤적을 그리며 아멜리에를 향해 쏘여졌다. 타이밍의 변화를 준 터라 막기가 여간 곤란한 검세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차분하게 좌우로 보법을 밟으며 날카로운 검의 궤적에서 몸을 회피했다.
차. 차창. 창. 깡.
몇 번의 검 나눔이 있었던 직후, 아멜리에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감독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자키드가 자신에 비견되는 검투사라는 사실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믿기지 않아 경시하는 마음을 가졌지만, 오랫동안 검격을 나누며 상대하다 보니 눈치챌 수가 있었다.
‘이러다가는 내가 당한다. 저자가 점점 내 일검일편술에 익숙해지고 있어.’
지금 그의 회피동작은 점점 짧고 간결해져 가고 있었다. 그만큼 반격도 날카로워지고 위력적으로 변화해 갔다. 이런 현상은 자신의 공격패턴을 읽어내지 못했다면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는 채찍을 휘저어 내리치며 자키드의 행동을 살폈다.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여지없이 바닥만 긁는 편끝을 바라본 아멜리에가 확신에 찬 얼굴을 했다. 그는 방금 공격을 힐끔 한 번 쳐다보기만 하고 여유롭게 피했다. 마지막까지 일어나는 변화는 확인조차 하지 않고 말이다. 자키드의 시선이 대부분 향하는 곳은 자신의 몸에서 비롯되는 변화였다.
‘자키드라는 자 정말 보통이 아니야. 지금 내 리듬을 보고 회피했어.’
아무리 아멜리에의 일검일편술이 변화무쌍해도 모든 컨트롤은 몸동작에서 이루어졌다. 어깨의 휘저음이나 손목의 챔 동작으로 모든 변화가 일어나니, 이 점만 간파한다면 대략적인 공격 형태를 유추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이런 변화를 감지하고 방어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유의 센스와 많은 경험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 점을 봤을 때 자키드의 실력은 그녀가 경험한 그 어떤 적보다 뛰어나다고 볼 수 있었다.
아멜리에가 잠시 물러나 뒤 본진의 상황은 지켜봤다. 그녀가 감독인 빈센트로부터 부여받은 임무는 본진이 승리할 때까지 자키드를 붙잡고 있는 일이었다. 앞으로 자신에게 닥칠 위기보다 자팀의 본진이 먼저 승리를 거둔다면 이번 2라운드는 채플린 위스퍼가 가져가게 되었다.
‘휴~ 이제 2라운드도 곧 끝이 날듯 보여.’
지금 본진끼리 벌이는 격전은 채플린 위스퍼가 극히 우세한 상황이었다. 그동안의 전투로 동료 둘이 쓰러지기는 했지만, 다크 하이에나즈는 5명이나 행동불능 상태에 빠져들었다. 그렇다면 양 팀의 본진 간 전력비는 8대 5. 이 정도의 수적 차이라면 상대 팀은 급속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 분명해 보였다.
다소 안심한 아멜리에가 엄지로 본진 간의 전투를 가리키더니, 자키드를 향해 미소를 날렸다.
“아무래도 조만간 이번 저희의 싸움도 끝이 날 것 같군요.”
굳은 표정을 지은 자키드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있으면 아멜리에를 쓰러뜨릴 수 있다고 판단되는데, 팀이 도와주지를 않고 있었다. 그렇다고 막상 본진을 도우러 가자니 좀 애매했다.
그녀까지 본진 싸움에 끼어들게 되니, 전세는 더욱 불리하게 흘러가게 되기 때문이다. 단체전에서는 자신보다 그녀의 능력이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 자키드가 선택할 사항은 어떻게든 빨리 아멜리에를 물리치는 일이었다. 그는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검을 꽉 움켜잡았다. 동일한 조건으로 그녀를 쓰러뜨리고 싶었는데, 일이 여의치 않게 흘러간 탓이다. 팀이 위기에 빠진 이상, 낭만적인 생각으로 경기에 임할 수는 없었다.
“그래. 네 말대로 금세 끝이 날 거다. 천상의 신패왕!”
특성을 발동시킨 자키드가 극도로 전개한 몸놀림으로 아멜리아를 향해 달려나갔다.
창.
첫 번째 공격을 간신히 받아낸 그녀가 뒤로 크게 밀려났다. 어이가 없을 정도의 힘과 스피드로 적절한 대처를 못했기 때문이다.
당혹을 금치 못한 아멜리에는 재차 이어지는 그의 공세에 어찌할 줄 몰라 하며 계속 뒷걸음을 쳐댔다. 자키드가 지금 선보이는 신체능력은 그녀가 지금껏 살아오며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도, 도대체……. 어떻게 이런 힘이!”
아멜리에는 간간이 반격을 가했지만, 여지없이 빗나가버렸다. 그동안 그녀의 검술에 적응한 그가 빠른 발놀림으로 회피해 버린 탓이다.
거기다가 힘에 밀려 튕겨 나간 검을 되돌리는데에도 시간이 걸렸다. 단지 순간에 불과했지만, 찰나 시간을 통해 승패가 가늠되는 검투사 간의 싸움에서는 아주 치명적이었다.
절대 위기 상황. 그러나 아멜리에는 싸움을 회피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여기서 꼬리를 내렸다가는 최강의 검투사라는 자존심이 여지없이 구겨지게 되었다.
그때 그녀의 품 안으로 바짝 파고든 자키드가 힘차게 세로로 검을 휘둘렀다.
“아멜리에! 자 간다!”
양 검투사의 검이 충돌을 빚으며 시퍼런 금속 불꽃이 튀며 튀겼다. 충격으로 뒤로 밀린 아멜리에가 빠르게 몸을 회전하며 자신에게 쏜살같이 다가오는 그를 향해 채찍을 마구잡이로 뿌려댔다. 재차 이어질 공세를 흐트러뜨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화급히 전개된 공격이 제대로 먹혀들 리가 없었다.
자키드가 여유롭게 편끝을 부여잡고는 비릿한 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후후후. 아멜리에. 그런 공격이 통할 리가 없잖아.”
뒤로 주춤거린 아멜리에가 미련없이 채찍을 손에서 놓았다. 괜히 승강이를 벌여봐야 힘에서 밀리는 자신에게 불리했다.
그녀가 길게 심호흡을 쉬며 자키드를 쳐다봤다.
“휴~ 놀랍군요. 정말 이 정도일 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당연하지. 나는 정통 검사다. 조잡한 전투기술을 연마한 여타 검투사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아멜리에 슬며시 한창 전투 중에 히야스를 향해 이동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세계 최강의 자리를 거저 얻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긴 네 말도 틀리지 않다. 나를 이렇게 고생시킨 사람은 스승님 이후로 네가 처음이니까. 하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는다. 내가 자존심을 접고 사력을 다하기로 한 이상, 오늘 너는 최강자의 자리를 잃게 될 거다.”
“글쎄요. 그게 과연 쉬울까요? 제가 생각하기에는 오늘만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아니면 영원히 불가능할 수도 있고요.”
자키드가 검을 휘휘 저으며 피식 웃었다.
“조금 전에 그렇게 당하고도 큰 소리냐? 충고하겠지만, 최고의 자리는 입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다.”
“그건 저도 인정하는 바에요. 당연히 실력으로 지켜야 하겠죠. 히야스!”
아멜리에의 눈길을 받은 히야스가 허리에 찬 예비용 변형 검을 빼내 그녀에게 던졌다. 아멜리에는 받아든 검을 뽑더니 비어있는 한 손에 거머쥐었다. 성장을 마친 범석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 2년간 피나는 노력 끝에 개발한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참이었다.
쌍검사로 변모한 그녀가 서서히 다가오자 자키드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너. 지금 뭐하는 거지?”
“이제 저도 제대로 싸워보려고요. 아무래도 자키드님은 만만치 않거든요.”
지그시 미간을 모은 그가 히야스 쪽을 바라봤다. 그녀가 왜 아멜리에를 따라 프리롤을 뛰나 했더니, 그만한 연유가 있었던 것이다. 예측하건대 히야스는 그녀의 움직이는 무기 진열장이었다.
“재미있군. 왜 저 44번 검투사 이상한 행동을 보이나 했더니, 네 시다바리였어.”
“으음. 심하게 표현하자면 그렇죠. 자. 그럼 다시 시작하실까요?”
순간 아멜리에의 쌍검에서 새로운 토네이도즈 임팩트가 시전되었다. 원래는 쌍 채찍으로만 펼칠 수 있었던 필살기였는데, 균형감이 중요해 일편일검술에서 사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쌍검술이라면 가능했기에, 새로운 요소를 가미시켜 접목하게 되었다.
“자 와라!”
자키드가 주변에 먼지를 일으키는 변형 검의 향연을 보고는 잔뜩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워낙 기괴하게 공중에서 검이 휘어지는 통에 어떻게 막아야 할지 구별이 되지 않았던 탓이다.
그는 일단 뒤로 물러나며 허리 쪽으로 날아오는 검을 세차게 걷어내었다. 일단 자세를 흩트려 극심하게 일어나는 변화를 반감시킬 의도였다.
창.
하지만 결과는 생각과 전혀 딴판이었다. 아멜리에가 그 반동을 이용해 더욱 빠르게 반대쪽 검을 그의 안면을 향해 힘껏 내지르고 있는 것이다. 식겁을 한 자키드가 간신히 상체를 젖혀 피했지만, 계속해서 쏟아져 들어오는 검격에 재차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 해괴한 검술은 도대체 뭐야!’
아멜리에의 새로운 기술은 힘과 스피드가 전혀 통하지 않았다. 마치 탱탱볼을 상대하는 느낌이랄까? 빠르고 강하게 쳐냈다가는 그 반동으로 더욱 날카롭고 중량감 있는 공격이 역으로 전개되었다.
그는 하는 수없이 최대한 짧고 간결한 동작으로 아멜리에의 새로운 필살기를 맞서나갔다. 무턱대고 공격하다가는 오히려 자신이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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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좀 늦게 들어올 일이 있어 예약을 했더니 전송 오류가 있었네요. 4k만 보신 독자분들은 요번 편 보기 전에 전편도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네요. 지금까지는 제 PC가 이상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예약시스템에서 문제가 생겼다면, 조아라쪽인데요. 혹시 다른 작품도 이런 일이 벌어지나요?
그럼 모두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