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06
308화
한참을 걷자 둥근 초가지붕 집을 발견했다. 현실 세계에서도 사진으로나 볼 수 있는 있던 건물을 이곳에서 봤다는 사실에 신기했던 범석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호오. 생각보다 잘해놨네.’
좌우로 펼쳐진 조그마한 채소밭 길을 지난 범석은 넓은 마당이 있는 초가집 앞에 섰다. 큰 방 하나와 작은 방 두 개에 재래식 주방이 달린 집인데, 근처로는 작은 개울이 지나고 있었다. 그리고 뒤뜰에는 높이 자라난 전나무 두 그루와 작은 사과 몇 그루가 자라나고 있었다.
그는 잠시 주변을 둘러본 후, 주의를 기울이며 집으로 접근했다.
“저기요! 아무도 안 계십니까?”
집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그는 의아한 표정을 짓는 척하며 큰 방이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과감히 문을 열어젖혔다.
‘오. 이제 확실하다!’
큰 방은 다름 아닌 수련실이었다. 검과 슈트와 같은 무구가 가득했고, 낡았지만 트레이닝 기기도 놓여있었다.
보통 산골 집에 이런 장비가 있을 턱이 없으니, 분명히 단테스의 집이 맞았다. 범석은 곧장 안으로 들어가 손에 맞는 검 하나를 집어들었다.
만약의 습격사태를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아무런 무기도 챙겨오지 않았던 탓에, 단테스가 공격해오면 맨손으로 막아야 했었다.
‘좋아. 이제 그가 공격해와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범석이 날카롭게 날이 선 검을 어깨에 걸치고 주방으로 향했다. 그동안 인스턴트식품만으로 끼니를 때웠더니 입이 달았다. 밥이라도 있으면 한 술 퍼먹을 생각이었다.
“오. 이거 나 먹으라고 차려놨나?”
부엌에는 자연산 산해진미가 가득했다. 민물 생선구이와 산과일, 신선한 야채, 훈제된 고기 등등. 밥이 없는 것이 문제지만, 그의 미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이거 오래간만에 포식하겠는데.”
범석이 일단 맛을 보기 위해 훈제된 고기를 집어들 찰나. 문밖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들려왔다. 이내 퍽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박힌 짧은 단검 한 자루. 그는 이내 위협임을 파악하고 몸을 경직시켰다. 언제 싸움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서서히 문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 여인이 낭랑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그 음식! 절대 건들지 마욧!”
슬며시 고개를 돌리자 범석의 시선에 환상적인 그림이 잡혔다. 바람결에 긴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한 미인이 육감적인 자태를 뽐내며 문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음심이 돋은 범석이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캬. 이거 엘프들 뺨치는데. 장난이 아니야.’
키는 170센티 가까이 됐나? 동양인 특유의 검은 눈동자는 흑진주처럼 빛났고, 미려하게 자리 잡은 이목구비와 붉은 입술 밑에 찍힌 점은 매력적이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착용한 옷은 어떠한가? 거의 수영복 수준의 노출을 보이는 검은 가죽 상·하위와 백설처럼 흰 허벅다리와 가슴 일부가 보일 정도의 골은 절로 마른 침을 삼키게끔 만들었다.
범석이 천천히 걸어가 그녀의 정보창을 열었다. 정말 단테스의 딸이 맞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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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리자 단테스.
구분 : 개조인간(3년).
소속 : 귀림문.
명성 : 2.
악명 : 0.
호감도 : 43.
H유무 : 무.
스테미나 : 8200/8200.
사회성 : 55, 근력 : 81, 체력 : 82.
민첩 : 88, 균형감각 : 86, 지능 : 78.
정신력 : 92. 판단력 : 82, 재주 : 96.
운 : 65.
현재기량/잠재능력 : 805/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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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바람의 암살자.
특이 사항 : 단테스의 외동딸. 현재 귀림문의 주인으로, 스덴 시티 외곽의 산중에서 활동하고 있음. 카타나와 비도를 다루는데 능숙하며 다른 암살 기예도 수준급으로 익혔음.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검투사를 목표로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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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완전히 최상급이잖아!’
범석이 크게 감탄한 눈초리를 지을 만큼 그녀의 정보창 내용은 장난이 아니었다. 거의 최대치에 가까운 984의 성장능력은 물론이고, 805나 되는 현재기량. 게다가 특성인 ‘바람의 암살자’는 발동 시 150분간 모든 능력치 +10에 추가로 민첩 +10을 올리는 최상급의 레어특성이었다.
이 정도 아이라면 모든 성장을 이루었을 무렵 최소 S급 클래스에 오를 수 있다고 생각됐다.
‘그녀는 지금 검투사를 목표하고 있다. 이거 잘 꼬드겨 영입만 한다면 갓즈나이츠는 한 층 더 발전한다.’
리자는 이미 아버지의 빚을 갚기 위해 검투사를 목표하고 있기에 의외로 쉽게 팀 내로 들일 수 있다고 생각됐다. 빚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자신이 갚아주고 적절한 연봉만 안겨준다면 넘어올 것 같았다. 그리고 단테스 밑에서 수련을 받으며 호감도까지 올리면 그 가능성은 아주 높아졌다.
영입하기로 마음먹은 범석이 능청맞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참나. 고기 한 점 집어들어 들었다고 칼을 막 던지네. 세상인심 야박하다지만, 이거 굶주린 조난자를 상대로 정말 너무한 것 아니야?.”
“야박한 게 아니에요. 그 음식만큼은 안 돼서 그래요. 따로 차려드릴 테니 저 음식에는 건들지 마세요.”
범석이 엄지로 벽에 박힌 단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난 저 음식을 먹고 안 먹고를 말한 것이 아니야. 왜 저 살벌한 단검을 던졌는지 묻는 거야. 그냥 만류했어도 되잖아.”
“그건 정말 미안해요. 급해서 던졌어요.”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무력을 할 것, 말로 할 것 분간 못 해?”
“하지만 당신도 검을 들고 있잖아요. 조난자가 남의 집에 들어와 검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온다는 것이 말이 돼요?”
범석이 어깨의 걸치고 있던 검을 바로 내려놓았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어색한 행동이기는 했다.
“하하하. 어제 곰을 만나 한참 쫓겨서 말이지. 혹시나 싶어서.”
리자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이 숲 속에서 곰을 피해 도망쳤다고요? 그 말을 저보고 믿으라는 소리인가요? 곰은 인간보다 훨씬 빨라요. 특히나 이런 숲에서는 말이에요.”
뜨끔한 범석이 머리를 긁적였다. 확실히 곰은 아주 빨랐다.
“하, 하하. 그게 내가 개조인간이라서.”
“아니 개조인간이 곰에게 쫓겨요? 그냥 때려잡았으면 됐잖아요.”
“그, 그렇기는 하지만, 사람이 그런 게 아니잖아. 갑작스럽게 야생곰을 만나면 놀라게 되지.”
나름 납득가는 얘기였기에 리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도 범석을 처음 보고 무척 놀라며 주의를 기울였다. 이런 깊은 산중에서 낯선 타인을 본 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그런데 당신은 이 깊은 산중에 무슨 일이죠?”
“아. 조난 중이야.”
“조난당한 사람치고는 꽤 여유롭던데요?”
“그런가? 하하하. 나름의 이유가 있는 조난이라서 말이지.”
리자가 묘한 시선을 그에게 던졌다.
“이유 있는 조난이라뇨? 그런 일도 있나요?”
범석이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원하는 장소에 도착했고, 찾고자 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있으니, 더는 숨길 이유가 없었다.
“사람을 찾으러 다녔거든. 이 숲에 사는 사람 말이야.”
그 말에 리자가 극도의 경계를 보이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누, 누구를 찾아왔죠?”
“단테스 님.”
그녀가 허리에 찬 검에 슬며시 손을 가져다 대었다.
“경찰이신가요?”
“경찰은 아니다.”
“그럼 빚쟁이이신가요?”
“빚쟁이라니? 나는 누군가에게 돈 꿔줘 본 역사가 없다.”
안심한 리자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무슨 일로 그분을 찾아오신 거죠?”
“으음. 검술에 대한 조언을 얻으러 왔다. 얘기를 듣기로는 꽤 뛰어난 검사라고 들었다.”
리자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아버지를 칭찬하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은 것이다.
“그래요? 그럼 제자가 되시러 오신 건가요?”
“글쎄? 굳이 따지자면 그렇겠지. 일단 가르침을 구하니, 제자가 맞겠지. 그런데 너. 단테스님을 잘 아냐?”
“네. 제 아버지세요.”
범석이 주의를 한 번 쭉 훑어보더니, 말했다.
“오 그래? 혹시 단테스 님에게 안내해 줄 수 있겠네.”
“물론이에요. 저도 곧 아버지께 가려는 참이었어요.”
“잘됐네. 그럼 안내해 줘라.”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준비 좀 하고요.”
그 말을 하고 난 리자가 부엌으로 들어가 마련해놓은 음식들을 광주리에 담기 시작했다. 이를 잠시 바라본 범석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단테스를 보러 가는데, 왜 음식을 챙기는지 이해되지 않았던 탓이다.
“아버지가 폐관수련이라도 하시냐?”
“아니요?”
“그런데 음식은 왜 챙기냐?”
“오늘이 기일이라서요.”
잠시 골똘히 생각한 범석이 인상을 팍 구겼다. 이거 완전히 똥 밟았다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다. 기일이라는 말과 음식을 챙기는 장면을 봤을 때, 사태가 대략 짐작되었다.
‘이런 붕우유신 같은 일 있나! 그럼 죽었다는 얘기잖아!’
단테스가 죽었으니, 이곳을 찾아온 이유가 완전히 사라졌다고 볼 수 있었다. 죽은 자에게 조언을 받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20일가량 산지를 떠돌아다녔다는 사실이 억울했다. 그 기간 범석이 없으므로 말미암아 갓즈나이츠 팀은 다소 약팀을 만났음에도 1승 1무 1패의 저조한 성적을 올렸다.
그만 있었어도 충분히 3승을 따냈을 상대들이었다.
그래도 그가 불만을 토로하지 않는 이유는 앞에 리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출중한 성장능력을 지닌 인재였다. 리자만 얻는다면 충분히 그 보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었다.
“돌아가셨냐?”
“네. 3년 전 이맘때 노환으로요.”
“으음. 이거 곤란하게 됐군.”
음식이 든 광주리를 챙겨서 나온 리자가 말했다.
“뭘요?”
“얼굴도 뵙지 못한 스승님이라니, 너무 이상하잖아.”
그녀가 황당한 시선으로 범석을 쳐다봤다. 말 그대로 그가 이상해 보였던 것이다.
“혹시 어디 아프세요?”
“뭐가?”
“어떻게 저희 아버님이 당신의 스승님이 돼요?”
“내가 스승으로 모시기로 했으니까.”
리자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말이 됐다. 그는 예전 다른 게임에서 여자를 꼬드기기 위해 죽은 자를 스승을 삼은 적이 있었다. 또 한 번이라고 못할 리가 없었다.
“어. 한번 스승은 영원한 스승이거든.”
“됐어요. 그냥 아버님만 뵙고 그냥 돌아가세요. 돌아가신 분을 스승을 모시는 법은 없어요. 저에게라면 모를까?”
이번에는 범석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는 단테스가 죽었으니 스승으로 모시자고 한 것이었다. 아니었다면 그냥 조언만 듣고 돌아갔을 공산이 컸다. 그런데 새파랗게 젊은 리자를 스승으로 모시라니?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너를 스승은 모신다고? 그랬다가는 언론에 대서특필 된다고. 세계 최강의 검투사 오범석이 새파란 여자아이를 스승으로 삼았다고 말이야.”
꽤 무시하는 발언이었지만, 리자는 그리 화를 내지 않았다. 세계 최강의 검투사라는 말에 관심이 갔던 탓이다. 그녀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프로 검투사가 될 예정이었다.
“당신이 세계 최강 검투사라고요? 그럼 그 프리시카 보다 강한가요? 제가 알기에는 그녀가 최강이라고 들었는데요.”
범석이 황당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프리시카가 최강의 자리에서 내려온 지 벌써 한 참이 지났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2년 전에 아멜리에가 등장하며 그녀는 2인자로 내려앉았다고. 그리고 나와 자키드라는 자가 나오며 다시 4인자로 떨어졌고. 지금 세계 최강의 자리는 아멜리에, 나, 자키드의 3파전이라고.”
“아, 아멜리에라면 혹시 옛날의 그?”
“그래. 과거 전설로 은퇴했는데, 신체개조 시술을 받고 새롭게 재기했다. 예전보다 훨씬 강자로 말이야.”
리자가 눈을 반짝이며 범석을 훑어봤다. 지금 한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아주 뛰어난 검투사라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프리시카는 월드리그 내에서도 감히 견줄 수 없다고 평가받던 최강자였다.
“저, 정말인가요?”
“그래.”
“그런데. 당신은 여기 웬일이신가요? 검투사라면 지금 한 창 시즌을 소화하고 있을 시간인데요.”
“말했잖아. 스승님을 뵈러 왔다고.”
“봬서 뭘 어쩌시려고 했는데요?”
긴 한숨을 내쉰 지난 시즌 3차전에 경기에서 벌어진 일을 소상히 설명했다. 바로 자키드에 패한 사건이었다.
“알겠냐? 그러니 난 내 버릇을 찾아야 한다고. 다음번에 그리 황당하게 패하지 않으려면 말이야.”
“그렇네요. 그런데 자키드라는 자에게 패했으면 최강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 아닌가요?”
묘하게 아픈 부분을 찔러오는 그녀의 말에, 범석이 인상을 찌푸렸다. 직접 표현하지 않더라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흠흠. 뭐. 말이 그렇다는 얘기지. 꼭 그렇게 꼬집어서 얘기해야겠냐? 사람 무안하게스리…….”
리자가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곤란한 표정을 짓는 범석이 귀여워 보였던 것이다.
그녀는 아버지 외에 다른 인간과 거의 대화 본 적이 없었고, 지난 3년간은 혼잣말로 지내왔다. 오랜만의 대화가 너무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좋아요. 정 그러시다면 제 제자가 되라는 얘기는 없던 일로 하겠어요.”
“그럼 나를 단테스 님의 제자로 인정해 주는 거야?”
그녀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정말 그만한 실력자라고 한다면 제자가 되어도 아버지의 이름에 먹칠할 일은 없다고 생각된 것이다.
“물론이에요. 그럼 다음부터는 절 사저라고 부르세요.”
“사저? 사매가 아니고? 암만 봐도 내가 더 나이가 많은 듯 보이는데?”
리자가 버럭 소리쳤다. 자신이 귀림문에서 지낸 짠밥이 얼마인데, 갓 들어온 문도에게 사매라고 하대를 받다니 말도 안 됐다. 게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은 문주였다. 사저로 부르는 것도 많이 양보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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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