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09
311화
“아, 아니요. 당연히 해야죠.”
리자가 역기를 들자, 범석이 옆에 홈짐에 앉아 거치대에 걸린 손잡이를 잡고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그도 능력치 개발이 완료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꾸준히 연마해 어느 정도 신체능력을 올려놓지 않는다면 다음 자키드와 아멜리에와의 대결에서 불리함을 안고 싸워야 했다.
이렇듯 그는 정오가 무렵까지 헬스 트레이닝에 집중했다.
“자. 됐다. 여기까지다. 이제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 말에 런닝머신에 올라 땀을 뻘뻘 흘리도록 뛰던 리자가 반가워하며 내려섰다. 개조 시술 직후 꾸준히 체력단련을 해왔지만, 오늘처럼 심하게 수행하기는 처음이었다. 힘들어서 불만을 토로하고도 싶었지만, 범석도 옆에서 동일한 강도로 훈련하니 감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아. 네. 그럼 저희 일단 목욕부터 해요.”
범석이 바로 동조를 표했다. 지난 이틀간 몸을 씻지 못해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여기서는 어디서 목욕하지?”
“저희 집 옆에 흐르는 개울가에 가시면 돼요.”
범석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였다. 집 옆 개울은 꽤 얕았던 탓이다. 종아리도 오지 않는 깊이에서, 목욕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거기는 좀 얕던데?”
“하류 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허리까지 오는 곳이 있어요. 그리고 큰 돌로 입구에 계단을 만들어놔서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편하고요.”
“그래? 알았다. 그럼 내가 먼저 씻으러 갈 테니까. 너는 여기를 치우다가 나중에 씻어라. 알았지?”
“네. 알았어요.”
이내 범석이 가지고 온 등산 가방에서 마른 수건등 목욕 용품을 꺼내 들고 집 밖을 나섰다. 그리고 개울가를 따라 하류로 내려가며 리자가 말한 장소를 찾았다.
“으음. 저기군.”
범석이 옷을 벗고 천천히 개울 안으로 들어갔다. 발끝으로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은 온몸에 소름이 돋게 할 정도였다. 그는 이내 몸을 개울 속에 푹 담그고 우거진 나뭇가지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푸른 하늘을 바라봤다.
‘휴~ 이제 어떻게 한다…….’
어느새 범석의 표정에는 근심이 아로새겨지고 있었다. 앞날을 생각하니 깜깜했던 것이다. 렘란트의 조언에 따라 이곳까지 찾아왔지만, 정작 찾았던 단테스는 죽고 그 딸인 리자만 있었다. 이제 자신의 버릇을 조언받을 자가 세상에 없으니, 스스로 터득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그냥 팀으로 돌아가야 하나? 그렇다고 돌아가자니, 대책이 안 서고. 그냥 여기서 잠시 머물며 조용히 사색이나 할까?”
생각해보니 잠시 이곳에 머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었다. 팀으로 돌아가 봐야 걱정하며 주변에서 알짱거리는 엘프들과 팀원들로 상념을 방해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안 있으면 아멜리에와 경기가 있었고, 내년 춘계시즌에는 또 자키드와 맞붙어야 했다.
지금 상태에서는 패배의 굴욕을 당할 공산이 크니, 자신의 약점을 찾기 전에는 피하는 편이 좋았다.
‘뭐. 어차피 리자도 가르쳐야 하니까.’
리자. 참 이 여인 인재였다. 뛰어난 성장성과 검술능력을 볼 때 팀 내에 들이기만 한다면 크게 도움이 되었다. 너무 실전 검술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아쉽지만, 여기 머물면서 잘만 가르친다면 충분히 극복할 문제라고 생각됐다.
그리고 그녀를 당장 팀 내로 들이자니 불안한 점이 하나 있었다. 젤소미나와 나탈리처럼 자신과 다른 여인과의 관계를 알아채고 공략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차피 한동안 이곳에 남아 있을 생각이니, 그 사이에 호감도를 극으로 만들어 사전에 문제를 제거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좋아. 내 약점을 알 때까지 여기 있자. 팀 성적이 불안하기는 하지만, 설마 강등되겠어. 또 위험해지면 다시 돌아가면 되는 일이고.”
현재 갓즈나이츠는 3승 1무 2패로 리그 내 7위에 올라 있었다. 개중 1승 1무 1패는 자신이 없는 와중에 거둔 성적이었다. 별 볼 일 없는 팀에게 거두기는 했지만, 이 상태로만 간다면 강등은 없을 듯싶었다. 게다가 갓즈나이츠는 유망주 팀이라 계속 팀원들이 성장할 테니, 성적은 더 오를 터였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범석이 뒤로 상체를 편안히 눕히고는 낮잠을 청했다.
첨벙. 첨벙.
얼마쯤 지났을까? 난데없는 잔잔한 물소리에 그가 선잠에서 깨어났다. 처음에는 산짐승이 물을 마시러 왔나 생각하고 무시하려고 했지만, 곰이면 공격을 당할 수도 있기에 지그시 눈을 떴다. 하지만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포악한 육식동물의 등장보다 위험한 일이었다.
바로 나신을 한 리자가 물속에 몸을 담그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란 범석이 치부를 가리며 버럭 소리쳤다.
“너,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몸이 끈적끈적해서 저도 씻으러 왔어요.”
너무도 당연하다는 리자의 표정에 그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무리 남녀가 거리를 둔 세상이라지만, 부부나 연인 사이가 아니면서 함께 목욕까지 한다는 얘기는 전혀 들어보지 못했다. 여기는 일본이 아니었다.
“그게 말이 돼!”
“뭐가 말이 안 된다는 거죠?”
“남녀 간에 빨가벗고 함께 목욕하는 경우가 어디에 있어!”
“왜요? 전 아버지와 자주 같이 목욕했는데요.”
범석이 멍한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암만 봐도 리자는 오랜 산중 생활로 남녀 간에 지켜야 할 예의를 전혀 모르는 듯싶었다.
‘이 단테스 변태 늙은이 같으니라고! 빤히 알만한 작자가 딸을 이런 식으로 키우면 어떻게 해!’
단테스는 검도협회원과 친분을 맺을 정도로 사회생활을 했으니, 어느 정도 사회규범에 대해 알고 있었을 터였다. 이런 민감한 문제는 다 알만한 그가 가르쳐줬어야 했는데, 다 자라도록 함께 목욕했다니 어이가 없었다. 범석은 단테스가 혹시 변태가 아닌지 의심될 정도였다.
“야. 리자 그럼 안돼! 외간 남녀 간에 함께 목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왜요?”
“사회 규범이 그래.”
“그래요? 하지만 여기는 사회가 아니잖아요. 그러니 상관없어요.”
“내가 상관을 하니까 문제지!”
“왜요? 사형은 저와 함께 목욕하는 것이 싫은가요?”
그 점에 대해서는 심도 있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었다. 이 세계 속의 사람은 모르지만, 현실의 남자 중에 아리따운 여인과 함께 목욕을 즐기는 일을 싫어할 만한 자가 과연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는 물 위로 흐르는 리자의 칠흑빛 머리카락을 바라보며 두 눈을 질끈 감았다.
“그, 그야 싫지는 않지만 서도…….”
“그럼 됐죠. 뭐.”
그녀가 슬그머니 물가 쪽으로 가더니, 범석이 가지고 온 세욕 도구를 바라봤다. 그리고 놀란 눈으로 범석을 바라보며 얘기했다.
“사형 이거 샴프죠?”
차마 그녀를 바라보지 못한 범석이 먼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그는 애물을 잠재우느라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 그래.”
활짝 미소를 지은 리자가 다가와 범석의 팔뚝을 잡았다.
“이거 저도 써도 돼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로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했어요. 경찰들에게 잡힐까 봐 계속 숲에서만 지냈거든요.”
“사, 상관없다. 그냥 써라.”
그의 호의에 리자가 냉큼 샴프를 집어들더니, 흠뻑 젖은 머리카락에 골고루 뿌려 거품을 냈다. 그리고 다시 바디 샴프를 손에 묻혀 자신의 여체에 바르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던 범석이 고개를 돌려 멀리 개울가 하류에 시선을 두며 흥분된 마음을 진정시켰다. 확실치는 않지만 여기서 이성을 잃고 덮쳐버리면 능욕 루트로 들어가 호감도가 급락하는 수가 있었다. 지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참아야 했다.
‘제, 젠장 할. 이거 어떻게 하지……. 이거 뭣도 모르니, 능욕 루트가 아닐 수도 있는데…….’
하지만 사소한 일에 대사를 망칠 수는 없었다. 이 게임은 능욕루트 말고도 여러 함정이 존재했던 터라, 차분히 호감도 쌓아 공략하는 편이 안전했다.
수잔이 바로 그 예였다. 그녀는 능욕루트로 공략하지 않았지만, 에스더와의 동시 공략으로 인해서 호감도가 급락했다.
다시는 그러한 사태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심에 또 조심을 기해야 했다. 특히나 리자는 팀 내에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니, 순간의 실수로 떠나보내는 불상사를 만들어서는 안 됐다.
그러나 이번 난관은 그리 녹록지가 않았다. 무식무적. 리자가 범석의 본능의 불길에 아예 휘발유를 쫙쫙 뿌리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사형. 등에 샴프 좀 해주실래요?”
바디샴프를 건네는 리자의 관능미 넘치는 등을 본 범석이 거칠게 헛기침을 했다. 이거 어떻게 대처해야지 모르던 탓이다. 이성은 거부하라고 외치고 있지만, 이놈의 본능이라는 것이 말을 듣지 않았다.
‘소, 솔직히 샴프 정도에 능욕 루트까지 빠져 들어가지는 않겠지? 암 그럴 거야.’
“큼큼. 뭐. 그러지 뭐.”
바디 삼프 용액을 손에 잔뜩 짜낸 범석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미끈거리는 백탁의 색이 그의 색감을 자극했던 탓이다. 범석은 울상 반 흥분의 반의 표정으로 리자에 등에 샴프를 바르기 시작했다.
‘젠장. 미치겠네.’
그의 손에 느끼지는 여인의 피부는 보드랍기 그지없었다. 마치 아기 피부와 같은 그 감촉에 범석의 애물이 혈관이 불끈불끈 튀어나오도록 항의를 해댔다. 이대로 꽂기만 하면 행위가 시작되는데, 놈이 참을 리가 만무했다.
번민하는 마음에 휩싸인 그는 결코 가서는 안 되는 장소까지 손을 밀어 넣기 시작했다. 바로 봉긋 솟아있는 리자의 가슴 부위였다.
“사형. 거긴 제가 바를 수 있어요.”
‘내가 바보냐! 그걸 누가 모르게!’
“아. 그래? 미안하다. 흐흠.”
리자가 고개를 돌려 겸연쩍은 표정을 지은 그를 쳐다봤다.
“그렇다고 미안해하실 필요까지는 없어요. 원하시면 그냥 해주세요.”
“그, 그래. 흐흠.”
입 언저리에 흐르는 침을 한 번 훔쳐낸 범석이 손길을 슬그머니 움직여 그녀의 온몸에 샴프를 발랐다. 이미 그의 본능은 극에 달해 폭발 일보 직전까지 흐르고 있었다.
그때 리자가 슬그머니 범석의 무르팍에 앉더니, 벌겋게 물든 얼굴을 푹 숙였다. 남자의 손길이 자신의 신체를 애무하자, 여인의 본능이 깨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몸에서 흘러나오는 열기에 어쩔 줄 몰라 짙음 비음을 흘려댔다.
“으음.”
이에 더는 안 되겠다고 생각한 범석이 리자의 힙을 세차게 때렸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갔다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일이었다.
“다 됐으니 네가 닦아.”
“더 하셔도 되는데요.”
“뭘 더해! 넌 손이 없냐! 발이 없냐! 네가 알아서 해!”
리자가 뾰로통한 얼굴로 일어섰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묘한 기분이 사라지자 못내 아쉬웠던 것이다. 그녀는 샴프된 몸에 개울물을 뿌려대며 범석에게 은근한 시선을 던졌다.
“사형. 나중에 또 샴프 발라주실 거죠?”
범석이 고개를 좌우로 마구 휘저어댔다. 그랬다가는 머릿속 뇌혈관이 다 터져나가 게임 오버 될 것 같았다. 아무래도 공략 전까지 절대 피하는 편이 만세무강에 도움이 될 듯싶었다.
“됐다. 네가 내 연인이 되면 모를까. 절대 없다.”
“연인이라니요?”
“밤에 같이 자는 남녀 사이를 말하는 거다.”
리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손뼉을 치며 말했다.
“부녀 사이를 말하는 건가요?”
“부녀 사이라니?”
“저는 항상 아버지랑 같이 잤거든요.”
범석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무래도 오늘 산 중턱에 올라가 무덤을 파고 단테스의 시신을 능지처참해야 이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그녀의 처녀성이 지켜져 있는 것으로 보아 시커먼 마음은 없었던 듯 보였지만, 그래도 기분이 나빴다. 리자는 자신의 연인 후보였다.
“크윽. 아니다. 피로 연결되지 않는 남녀끼리 함께 자는 사이다.”
“그래요? 그럼 사형. 오늘 제 방에서 같이 자요. 매일 혼자 자느라 사실 조금 무서웠어요.”
“됐다. 그랬다가는 바로 네 배가 뚫린다.”
“배가 뚫려요? 그럼 죽잖아요!”
범석이 이마를 부여잡았다. 이 순둥이를 어떻게 처리해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아무래도 철저한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됐지만, 뭘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내가 말한 건 그 뜻이 아니다!”
“그럼 뭔데요?”
“그건 차차 알게 되니, 지금은 몰라도 돼!”
“치이. 치사하게. 지금 알려주면 어디 덧나요?”
“말로 하기 어려운 것이니 그렇지. 한 번 경험하면 알 일을 피를 토하도록 열변을 토로할 필요는 없잖아.”
“그럼. 지금 경험하면 되잖아요.”
“못해!”
왠지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는지 리자가 뿔을 냈다.
“아니 왜요!”
“그거 했다가는 너를 평생 나를 지아비로 삼아야한다.”
“지아비요? 그건 또 뭔데요?”
“남편 말이야! 남편!”
“남편은 또 뭐에요?”
“평생 한 이불 속에서 사는 사이다.”
“그럼 검술은 언제 익혀요?”
순간 범석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마치 5살짜리 호기심 많은 어린애와 말씨름을 하는 것처럼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는 하는 수없이 화제를 돌리기로 했다. 이 상태로 계속 나가다가는 대화가 끝도 없이 이어질 것 같았다.
범석이 부들거리는 손으로 리자의 어깨를 부여잡았다.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하자.”
“아니 왜요?”
“내가 네게 정말 궁금한 점이 있어서 그래. 말해 줄 수 있겠지?”
“쩝. 사형께서 물으면 대답해 드려야죠. 그런데 뭐가 궁금하신데요?”
위기를 모면한 범석이 안색을 편하게 가져갔다. 그리고 생각나는 대로 아무것이나 질문했다. 지금은 남녀 간에 관계된 얘기만 아니라면 뭐든 좋았다.
“리자 너 신체개조시술 받았지?”
“네. 3년 전쯤에 받았어요.”
“무슨 돈으로 했냐? 신체개조시술을 꽤 고가의 비용이 드는데.”
“아버지께서 검도협회 회원들에게 돈을 꿔서 해주셨어요.”
그럴 줄 알았다는 양 범석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자신이 알아본 바로 단테스가 검도협회 회원들에게 사기 쳐간 돈은 근 6,000만 크랑에 육박했다. 거의 신체개조시술비용과 동일하니, 그 돈 모두가 리자의 수술 자금으로 쓰였던 것이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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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