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19
321화
반박하려던 라이트가 입을 굳게 다물었다. 기업의 가치는 현재뿐만이 아니라 미래의 성장력도 중요시하는데, 이는 아무리 입으로 떠들어봐야 소용이 없었다.
그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재단할 수는 없는 일, 차후의 기업 가치는 각자의 예측에 따라 크게 달라졌기 때문이다. 즉 나름의 주관을 가지고 장밋빛 미래카드를 꺼내 흔드는 바트를 반박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지금 앞좌석에는 레퍼드 기획의 대표인 레퍼드와 대주주인 하나인 범석이 앉아있었다. 여기서 바트와 말씨름을 하며 레퍼드 기획을 깎아내렸다가는 그들이 자신을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 리가 만무했다.
이에 바트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라이트를 바라봤다. 이제 이 방해꾼을 떨쳐낼 때가 되었던 것이다.
“자. 그럼 어쩌시겠습니까? 저희와 계속 경쟁해 보시겠습니까?”
라이트가 대답할세라 범석이 바로 끼어들었다. 분위기로 보아 히어로 투자증권은 흑사회와 한통속이 아닐 가능성이 커 보였다. 안전을 위해 좀 손해가 나더라도 함께 끌고 갈 필요가 있었다.
“라이트 씨. 혹시 히어로 투자증권의 조건을 말씀 주실 수 있겠습니까? 한번 들어보고 싶군요.”
“그, 그게. 저희가 내걸 조건은 오딘 투자증권의 제의에 못 미칩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상관없습니다.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저희의 상장하는 이유는 돈만이 아닙니다. 여러 편의를 제공해 준다면 계약 못 할 것도 없죠.”
그 말에 라이트가 밝은 표정을 지었다. 돈만이 목적이 아니라면 충분히 경쟁해볼 만했다.
“일단 저희는 레퍼드 기획사의 주식을 무상증자를 통해 44만 주에서 2,200만 주로 늘릴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 중 50%인 1,100만 주를 공모해 우리사주와 시중으로 뿌릴 것이고요.”
“주당 얼마의 가격으로 공모할 참입니까?”
슬며시 범석의 눈치를 살핀 라이트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주당 830 크랑으로 할까 생각 중입니다. 제가 감히 장담하건대, 이 가격 이상으로는 공모가 힘들어집니다. 그러니 이점 양해해 주십시오.”
830크랑이라면 바트가 제안한 금액의 7할이 겨우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보통의 경우라면 이 제의는 들어보나 마나 한 것이었다. 하지만 바트의 제안은 독이 든 성배와 다름없었고, 라이트의 제안은 안전한 패였다. 솔직히 라이트의 말대로만 해도 범석의 손에는 13억 7천만 크랑 가량이 떨어졌다.
“그렇군요. 그 외에는요?”
“레퍼드 기획사를 1년간 투자추천 종목으로 올릴 것을 보장함은 물론, 최소 5회 이상 지역 언론에 노출하겠습니다. 또 향 후 3년간 최소 1%의 주식을 저희가 보유하고 있을 것임을 약속드리고, 이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레퍼드 씨에게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저희는 독점적 주관사가 아니더라도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저 5% 이상에 해당하는 수량만 소화할 수 있다면 만족합니다.
레퍼드 기획의 상장규모가 200억에 이르니 어차피 한 곳의 주관사로만 모든 수량을 소화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 말에 바트가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범석 씨. 오딘 투자증권을 지역 기반의 군소 증권사와 함께 묶어 생각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55%의 주식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느니 귀담아들을 필요조차 없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저희가 주관사가 된다면 55%에 해당하는 모든 주식을 일괄 구매하게 되니, 공모실패의 위험을 떠안으실 필요도 없습니다.”
범석이 물끄러미 바트를 쳐다봤다. 솔직히 말해 그는 그만한 주식을 오딘 투자증권에 할당할 마음은 없었다.
아니 한 주의 주식도 배정할 마음이 없었다. 적의 수중에 넘어갈 것이 빤한데, 돈이 좋다고 넘기는 바보는 없었다.
지금까지 범석이 레퍼드 기획을 상장하지 않는 이유는 바로 흑사회의 입질을 포착하기 위해서였다. 이제 놈들의 공격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았으니, 머릿속에 세워놓은 계획을 실행에 옮겨야 할 때였다.
“혹시 오딘 투자증권에서는 레퍼드 기획 상장에 독점적 주관사가 되고 싶으신 겁니까?”
“네. 물론입니다. 저희에게 독점 권한을 주시게 된다면 레퍼드 씨는 물론이거니와 범석 씨도 크게 만족할 겁니다.”
“그런데 독점 주관사로 배정되지 않는다면 그 조건이 유효한 겁니까?”
바크가 눈을 동그랗게 말아 올리며 따지듯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저희가 제시한 조건은 업계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이를 거절한다는 것은 레퍼드 기획에게 큰 손실을 의미합니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당연히 저희만을 주관사로 배정해 주셔야죠.”
“아? 그렇다는 얘기는 주관사가 아니면 받아들일 용의가 없다는 뜻으로 들어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단칼에 잘라 버리는 바크였다. 그가 이번 제의를 한 이유는 레퍼드 기획의 50% 이상의 주식을 얻기 위함이었다. 독점적 주관사가 못 된다면 얻어갈 지분이 반 이하로 쪼개지게 되니, 이번 제의의 의미는 없었다.
“그렇다면 안 되겠군요. 저는 이번 상장에 LHN과 윌킨스 금융지주 쪽 회사를 주관사로 삼을까 합니다. 수입이 적어도, 의리를 지키는 것이 낫다고 생각되니까요.”
“아니 왜입니까!”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LHN과 윌킨스와의 친분도 고려해야 하고 지역 투자회자인 히어로 투자증권도 배려해 줘야 합니다. 또 과반이 넘는 55%를 한 회사에 몰아넣자니, 좀 불안합니다. 저희의 사정상, 난감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거든요.”
“무슨 난감한 일이요?”
“그건 말씀드릴 수 없는 사항입니다. 하여간 독점적 주관사의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줄 수 없다는 사실만 알아주십시오. 이는 LHN과 윌킨스 그리고 여기 계신 라이트 씨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바크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는 바로 레퍼드에게 향해 고개를 돌렸다. 현재 레퍼드 기획의 사장은 그였다. 범석이 아무리 반대해도 레퍼드만 수긍한다면 거래는 성립되었다.
“레퍼드 님. 정말 잘 생각하셔야 합니다. 저런 억지와 같은 조언에 넘어가 큰 이득을 차버리는 일을 저질러서는 안 됩니다.”
“글쎄. 내가 뭘 알아야 말이지. 범석 군이 저리 말한다면 나름의 타당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네.”
“지금 타당하지 않으니 말씀드리는 겁니다. 저희의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최대 주주인 레퍼드 님은 큰 손실을 보게 됩니다. 거의 3할 가까이 수입이 줄어들 테니 말입니다.”
“뭐 그건 범석군도 마찬가지 아닌가? 그는 우리 회사 주식 15%를 가진 대주주이니 말일세. 범석군도 큰 이득을 포기하면서까지 이리 나오는데, 나라고 제 욕심만 챙길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범석 군은 거의 빌어먹던 나를 이리 번뜻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네. 내가 그를 믿지 않는다면 누굴 믿겠는가?”
멍한 표정을 한 바크가 안절부절못하다가 이내 고개를 내리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레퍼드까지 저리 나오니, 더는 설득할 구석이 없었던 것이다.
“휴~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돌아가서 윗분들과 상의를 해봐야겠습니다. 독점적 주관사가 아니더라도 받아들일 용의가 있는지 말입니다.”
“네. 이해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런데 빨리 연락 주셔야 합니다. 일이 급하게 처리될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이른 시일 내에 또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바크가 하직 인사를 하고는 문밖을 나섰다. 그러나 약속한 대로 다시 찾아오는 일은 없었다. 범석이 냉큼 상장 계획을 실천에 옮겨 주관사를 LHN과 윌킨스, 히어로 투자증권로 선정해 버린 것이다. 당연히 오딘 투자증권이 낄 자리는 없었다. 이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공모청약에 참여하는 것뿐이었다.
얼마 후 범석은 LHN에 9%, 윌킨스에 8%, 히어로 투자증권에 5%, 우리 사주로 3%의 주식을 할당했다. 하지만 공모청약은 하지 않았다. 이를 했다가는 흑사회도 참여해 싸게 주식을 사갈 수가 있으니, 약간 힘들더라도 직접 판매를 해 상장 요건을 맞추는 편이 나았다.
다행히도 그는 돈 많은 지인을 많이 알고 있었고, 주관사로 선정된 회사들도 대부분 능력이 좋았다. 곧 상장 조건이 맞춰졌고, 상장 심사에도 통과하게 되었다.
“하흠. 휴가 시즌인데도 이렇게 할 일이 많으니…….”
이사장실에 앉아 있던 범석이 길게 하품하며 나른한 오전을 보내고 있었다. 근래에 눈코 뜰 새도 없이 바빠, 잠을 잘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팀 관리와 연인들과의 야릿한 잠자리, 또 레퍼드 기획의 상장과 흑사회의 눈치싸움까지 이거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이거 바빠도 너무 바쁘네.’
작년 한 해 갓즈나이츠는 38전 15승 7무 16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그다지 승률이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자그마치 리그 7위였다. 괴물로 칭송받는 채플린 위스퍼, 다크 하이에나와 스노우 걸즈등 강팀들이 승점을 싹쓸이해갔던 탓이다. 덕분에 일 년 내내 강등 걱정이 없었고, 항시 범석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다만 한 가지 근심이라면 다음 시즌에 승격을 노릴 것이냐 말 것이냐는 것이다. 현재 갓즈나이츠의 주요 전력은 월드리거급이 젤소미나, 라피네, 니키타, 카젤라, 렌카, 제르미아, 이피스, 헤르세, 캐시등 총 9명이었다. 그리고 센트럴리거 급은 엠마, 시야, 오스칼, 마틸다, 비올렛, 레이메이, 헤스티아, 린, 비너스, 아겔리아등 총 10명이었다. 또 와이드 리거급은 치리아, 에리카, 에르피나등 세 명이었다.
보통 이 정도의 전력이라면 월드리거 진출을 노리기에는 좀 부족하지만, 여기에 범석이 낀다면 얘기가 달라졌다. 그라면 충분히 세 명 이상의 월드리거급 검투사를 홀로 막아설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 후반 리그에는 W2급 정도의 실력을 지닌 리자까지 팀 내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 정도라면 채플린 위스퍼와 다크 하이에나가 떠나간 하이른 센트럴리그에서 왕 노릇을 할 수 있었다.
‘휴~ 주요 전력 급 검투사 2명만 더 있으면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지는데……. 한 번 자금을 확 뿌려.’
아무리 갓즈나이츠가 강팀이라고는 하지만, 주요 검투사 부족이라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몇몇이 부상을 당해버린다면 팀 전력이 급격히 다운되어 버리니, 승격에 큰 애로사항이 생길 수가 있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사항은 바로 주력 검투사 충원이었다. 다행히도 근래에 레퍼드 기획의 주식 판매로 13억 1,000만 크랑을 벌었고, 기존의 자금과 이번에 벌어들일 시즌권 판매와, 의료법인 수입, 스폰서, 팀 엠블럼 제품 판매가 결합한다면 월드리거급 검투사 둘쯤은 충분히 영입해 올 수 있었다.
‘아니야. 하나만 구매해 온다면?’
순간 범석의 눈빛에 이채가 서렸다. 그의 뇌리로 최근 언론을 떠들썩하게 하는 한 엘프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로 세이야라는 검투사로 현재 이번에 월드리그로 승격한 그로우 렌서즈 팀의 주축 검투사였다. 그녀의 나이는 현재 14세로, 좀 어린 편에 속하고 신체능력이 다소 떨어지지만 세계 랭킹 163위에 오를 만큼 출중한 검술 실력을 지닌 천재 검투사였다. 그래서인지 월드리그의 강팀들이 그녀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보내고 있었고, 해당 소속팀인 그로우 렌서즈가 크게 골치를 앓고 있었다.
판매하자니 올해 월드리그 잔류경쟁에서 팀이 살아남기가 어려웠고, 팀에 그대로 두자니 강팀으로 가기를 열망하는 세이야의 요구가 부담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의외로 선택은 간단했다. 그녀를 비싸게 팔아 쓸만한 검투사 둘을 사오면 해결될 일이기 때문이다. 덕분에 벌써 5개 팀이 그녀의 영입 전에 뛰어들었고, 최근 몸값이 24억 크랑까지 상승하였다.
‘으음 돈을 되지만, 일단 정보창을 확인해 본 이후에 결정하자. 빛 좋은 개살구 일 수가 있으니 말이야.’
그런데 문제는 범석이 한 번도 세이야의 능력을 확인해보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24억 크랑의 몸값이라면 세계랭킹 순위 50위 인근에 근접하는 거금, 자금력이 뛰어난 월드리그 팀도 쉽게 지갑을 꺼낼 수는 없었다.
이는 범석도 마찬가지, 세이야의 영입은 검증에 검증을 거쳐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적 시장이 열리려면 한 달가량이 남았다. 아직은 세이야에 대한 신경을 꺼도 되었다.
그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얼마 안 있으면 일심회 회원들 간의 모임이 있었던 탓이다.
“자. 그럼 일심회원들을 만나러 가볼까. 오늘 흑사회를 낚을 계획을 세워야지. 후후후.”
곧 있으면 레퍼드 기획이 상장하게 되었다. 이에 흑사회가 슬슬 입질을 해오게 있는데, 확실한 어신은 보내고 있지 않았다.
바로 범석을 비롯한 일심회 초창기 멤버가 지분의 50%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분 전쟁은 바보 같은 짓, 흑사회가 대뜸 달려들 리가 없었다. 하지만 계속 이런 상태로 나갔다가는 놈들이 포기하고 다른 식으로 레퍼드 기획을 치려 할 터, 짭짤한 수입은 물 건너가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범석은 일심회 초창기 회원들과 만나 놈들을 지분전쟁으로 유인할 계획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할 생각이었다.
그는 주차장으로 가 플라잉 카를 타고 레인보우 호텔로 향했다. 흑사회의 시선을 피해 안전하게 모임을 가질 장소는 자신들 근거지가 유일했다.
“다들 나오셨네요.”
한 작은 룸으로 들어간 범석이 먼저 온 일심회 회원들을 향해 인사를 나누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완연히 미소가 그어져 있었는데, 아무래도 최근에 주머니가 든든해진 이유 때문인 듯싶었다.
지난날 LKS방송의 상장 때는 대부분 자금이 손에 들어오자마자 레인보우그룹 방어에 쓰였지만, 이번에는 고스란히 통장에 저금 되어 있었다.
“하하하. 범석아 어서 와라.”
“경감님. 신수가 좋아 보이십니다.”
“후후. 그렇지 뭐.”
렉스터가 지금 입고 있는 고급 정장의 옷깃을 매만지며 쑥스러워했다. 몇 년까지만 해도 박봉에 시달리며 무료한 나날은 보냈는데, 이제는 거부 반열에 오르며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 있었다.
오죽했으면 근래에는 연방 청장도 자신만 만나면 아쉬운 소리를 토로할 정도였다. 정치계에 진출하고 싶은데, 스폰이 없다나 뭐라나? 덕분에 근래에 그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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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