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2
32화
엘프종업원이 다가와 3D영상으로 된 메뉴판을 공중에다 띄웠다.
“회장님. 주문하시겠습니까?”
“난 오늘의 추천 정식으로 할게. 다들 어떤 요리로 할 거지?”
범석과 엠마가 동시에 입을 열었다.
“같은 걸로 먹죠.”
엘프종업원이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럼 고기는 어떻게 익혀드릴까요?”
“난 레어로.”
엘프종업원이 바라보자 범석이 바로 대답했다.
“웰던으로 하다가 요리사가 실수로 고기 태우는 경우가 종종 있지? 그렇게 하라고 해.”
“그럼 육질이 상당히 퍽퍽하실 텐데요.”
“그게 내 취향이니까 어쩔 수 없지.”
이 레스토랑이 그 앞에 고급이라는 자를 괜히 붙인 것이 아니었다. 손님의 취향이 좀 특히 하더라도 충분히 맞출 수 있었다. 그녀는 곧장 메뉴판 한쪽에 마련된 비고버튼을 눌러 음성 메시지를 입력시켰다. 그리고 계속 질문을 던지며 빵과 스프, 음료, 디저트등등 원하는 메뉴를 선택하도록 강요했다.
이에 농담까지 섞어가며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범석은 종업원이 떠나가자 루카스에게 시선을 돌렸다.
“자. 그럼 하시고 싶은 얘기가 뭡니까?”
“으음.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일단 우리가 우려하는 상황을 먼저 묻겠네. 엠마에게 물어보니까 자네가 소유한 엘프들이 와이드리그에서 프로생활을 했던 전적이 있다고 들었네. 그래서 어느 정도 프로리그로의 진출 가능성 보여 엠마가 자네 팀에 들어간 것이고 말일세. 그런데 우리가 자세히 알아보니 상황이 다르더군. 레이미라는 엘프는 소속팀에서 거의 버려졌고 오스칼이라는 얘는 성정이 포악해 처지 곤란한 엘프로 분류되었더군. 그리고 에르피나는 잦은 부상으로 노화가 심화 되어 워커옥션마켓으로 판매 되었고 말일세. 정말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프로로 진출할 수 있겠는가?”
범석이 심히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흑사회의 급한 사정을 알지만 자신의 뒤를 캐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더 깊게 파고들어 자신이 플레이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만한 큰일도 없었다.
“걱정하신 것과 달리 그녀들은 모두 현역 프로선수 못지않게 출중한 기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걱정이 되신다면 물려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엠마가 다른 좋은 팀을 찾아갈 수 있도록 아무 조건 없이 계약도 풀어주고 전에 받은 1500만 크랑도 그대로 돌려드리겠습니다. 그럼 됐습니까?”
루카스가 고개를 흔들었다. 오늘 만나자고 한 이유는 좀 더 건설적인 방향을 모색하자는 것이지, 판을 뒤엎자는 얘기가 아니었다.
“그런 얘기가 아닐세. 나는 혹시 자네가 팀 전력을 보다 강화시킬 생각이 없냐고 묻는 것이네.”
“팀 전력을 강화시키다니요?”
“그러니까 자금을 투입해 실력 있는 프로 검투사를 영입하지 않겠냐는 것이네.”
그 점이라면 범석도 바라는 내용이었다. 실력 있는 검투사를 많으면 그만큼 팀 전력이 강화되니, 그로서는 하등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뭐. 그렇다면 저로서도 좋죠.”
“그래서 말인데. 혹시 자네 팀을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떻겠는가? 그럼 우리 흑사회가 스포츠클럽에 투자한다는 목적으로 많은 자금을 지워해 줄 수 있네. 대략 자네가 51프로의 지분을 갖고 우리들이 49프로의 지분을 갖는다면 소유권의 변화도 없을 테니 한 번 생각해볼 만하지 않은가?”
곰곰이 생각해 볼 것도 없이 범석이 바로 거절의사를 보냈다. 팀을 주식회사로 전환해 버리면 앞으로 영입하는 모든 검투사들이 팀의 재산으로 분류가 된다. 즉 그가 마음대로 건들 수가 없으니, 앞으로 하렘팀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전면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럼 팀의 운용이 제 구상과 전혀 다른 형태로 흘러가게 됩니다.”
“왜지?”
“저는 팀에 주인 없는 엘프를 끌어드릴 생각이 없습니다. 수십 년간 팀에 소속되어 노예처럼 살아가는 그녀들이 너무도 불쌍하니까요. 즉 우리 팀은 제 소유의 엘프나 주인 있는 엘프만이 들어올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 절대 주식회사형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습니다.”
루카스가 진하게 코 울음을 울려댔다. 범석이 너무 까다롭게 나오기 때문이다. 물론 엘프와 살을 비비고 사는 그로서도 전혀 이해 못할 바는 아니었지만, 이번 일은 흑사회의 존폐가 달렸다. 어떻게 해서든 엠마를 프로로 만들지 않으면 안됐다.
“끄응. 굳이 그렇게 해야 하겠나?”
“굳이가 아니라 반드시입니다. 이 사항에 대해서는 그 어떤 조건여하에도 협상할 생각이 없습니다. 아니었다면 내가 검투팀을 만들 이유도 없었으니까요.”
완강한 거부에 루카스가 난감함을 표시했다. 설득의 요지를 아예 없애버렸으니,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주인 있는 엘프만으로 주식회사 형식의 팀을 구성시킬 방법은 분명히 존재했다. 프로팀이라고 모두 주인 없는 엘프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프로팀의 주목적은 상위리그로의 진출과 해당 리그에 잔류하는 일이었다. 연봉지출이 아깝다고 능력이 출중한 주인 있는 엘프와 개조인간을 배제하기에는 그들 간의 경쟁이 너무나도 치열했다. 그래서 현재 프로팀에서 존재하는 검투사들은 주인 있는 엘프와 비주인 엘프의 비율이 거의 반반에 이르고 있었다.
“그럼 주인 있는 엘프나 개조인간들만을 영입하면 되지 않겠나?”
“하지만 연봉이 너무 나가지 않습니까? 팀 경영이 악화되면 다른 출중한 검투사를 영입하는데 큰 애로사항이 있습니다. 저희 팀의 목적은 에어리어리그에 진출하여 엠마를 프로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 팀을 성장시키며 와이드리그, 센트롤리그, 결국에 가서는 월드리그에 입성하는 것입니다.”
“하~ 이 갑갑한 청년하고는……. 우리 흑사회가 도움을 줄 텐데 뭘 그리 걱정하나. 확실히 키워줄 테니, 한 번 믿고 우리를 따라주게.”
“믿어 보라고요? 원래 화장실 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법입니다. 지금이야 흑사회가 급하니 이리 말씀하시겠지만, 훗날 어떻게 돌변할지 모르는 일입니다. 전 저대로의 계획대로 팀을 꾸려나갈 겁니다.”
“그래? 무슨 계획인데?”
이렇듯 대화를 나누는 이들의 식탁에 첫 번째로 푸른색의 도자기 접시에 담긴 아뮤즈부쉬가 셋팅되었다. 한 입 꺼리도 안 되는 음식을 범석은 정말 한 입에 구겨 넣었다. 예의를 차리며 먹기에는 그의 기분이 너무 좋지 못했다.
잠시 동안 이어지는 적막의 시간. 이를 깨듯 범석이 느닷없이 말했다.
“제 소유의 엘프로만 팀을 만들 겁니다. 그럼 연봉이 나갈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뛰어난 기량의 검투사들을 영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결국에는 목표를 이룰 날이 오겠죠.”
루카스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물론 말은 그럴싸하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맹점이 있었다. 엘프들은 그 주인이 죽으면 그 슬픔을 못 이기고 결국에 가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죽게 된다면 팀 자체가 와해가 되었다.
“참나. 그럼 자네가 죽으면 팀 자체가 없어지지 않나? 기껏 정성들여 키워놓았는데, 팀이 와해가 된다면 기분이 좋겠나?”
범석이 피식하고 웃었다. 현실이라면 모를까 여기는 게임 속이었다. 자신이 죽게 된다면 엔딩이 될 뿐 그 이상의 시간의 흐름은 없었다. 팀이 남아있어 봤자 그에게 돌아올 명예 따위는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솔직히 말할 수 없는 일. 그는 나름의 연유를 만들어 둘러댔다.
“죽으면 끝인데 미래를 왜 걱정합니까? 내가 있고 팀이 있는 것이지. 팀이 있고 제가 있는 겁니까?”
“하지만 자네의 자식들은 얘기가 틀리지 않나? 아버지의 막대한 재산이 공중에서 사라져버리니까 말일세. 아마 무척 섭섭해 하며 제사도 지내지 않으려고 할 걸세.”
범석이 속으로 크게 비웃었다. 설득이 너무도 궁상맞았던 탓이다.
“제 자식 일을 루카스님이 걱정하실 이유가 없습니다. 제가 올바로 잘 키우며 그럴 일 없도록 할 테니까요. 그리고 흑사회의 존립이유가 부모의 후광 없이 스스로 새로 태어났다는 데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왜 제 자식들에게만 부모의 후광을 보도록 강요하시는 겁니까?”
루카스가 꿀 먹은 벙어리마냥 입도 벙긋하지 못했다. 그 말은 흑사회의 모토중 하나로 자신이 자식들에게 누누이 늘어놓는 잔소리였다.
“뭐. 하긴 그렇기야 하지만…….”
마침 겉면이 바짝 탄 생선요리가 나오자 범석이 나이프와 포크를 가지고 살을 큼지막하게 발라내었다. 제법 탄력이 있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꽤 신선한 해산물 같았다. 그는 이내 포크로 집어 입안에 넣고는 맛을 음미했다. 이야기의 진행이 뜻대로 흘러가니, 기분이 좀 풀어진 모양이었다.
“으음. 역시 비싼 요리라 맛은 나는군요.”
루카스가 눈을 지켜 뜨며 그를 노려봤다. 자신은 애가 타는데 저리 여유를 부리니 마땅치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 자리에 앉은 이유는 식사를 하기 위함이니 그도 식사를 시작했다.
“자네. 그럼 팀을 이대로 건성으로 키워나갈 셈인가?”
“건성으로 키우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팀 운영 방침을 변경할 생각은 없습니다.”
루카스가 이를 악물었다. 꼬박꼬박 말대꾸는 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나로서도 흑사회모임에다 자네 팀이 우리의 일에 합당한 팀이 아니라고 보고할 셈이네. 그래도 괜찮겠지?”
“그건 루카스님 마음일 뿐. 제가 관여할 문제가 아닙니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전에 보내준 1500만 크랑을 그대로 뱉어내야 하는데도.”
범석이 긴 한숨을 내쉬며 엠마를 바라봤다. 그녀는 대화가 원만히 풀어나가지 않자 걱정이 되는지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댔다. 갓즈나이츠가 흑사회의 일에 가장 적합한 팀이라고 상부에 알린 이가 바로 그녀였다.
“쩝. 1500만 크랑은 전혀 아깝지 않은데, 엠마가 팀을 떠나야한다는 점이 무척 아쉽군요. 꽤 가능성이 있는 아이라서 말입니다. 잘만 키워나간다면 충분히 월드리그 후보급 검투사로도 성장할 수도 있거든요.”
“훗. 얼마 전까지 검조차 잡아보지 못한 아이인데 뜬금없이 월드리그급 검투사라…….. 혹시 자네가 우리의 지원을 아쉬워해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아니고?”
역린을 건드린 탓인지 범석이 손에 들고 있던 포크와 나이프를 식탁위에 내려놓았다. 이런 무례한 말을 들으면서까지 이 자리에 계속 있을 이유가 없었다. 차라리 집에 가서 된장찌개에 식빵을 말아먹는 것이 더 나았다.
“좋습니다. 내일 당장 1500만 크랑을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엠마의 계약도 해지시켜놓은 테니, 원하시면 언제든지 데리고 가십시오. 그리고 식사는 더치페이로 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범석이 바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서는 카운터로 나갔다. 그리고 당혹해하는 돈을 받기를 거절하는 종업원을 향해 고래고래 지으며 자신의 식대를 계산했다. 자그마치 2600크랑이나 됐지만 자존심 값만은 못한 금액이었다.
———————-
다음 또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