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20
322화
“하여간 큰돈을 벌었으니, 이제는 신체 개조 시술을 받아야죠.”
범석의 질문에 렉스터가 뜸을 들였다. 자신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놈의 시간이 문제였다. 소속팀 관리에 연방경찰청 인맥관리, 여기에 최근에 일어난 흑사회의 충돌까지……. 그는 근래에 들어와 눈코 뜰 새 없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하긴. 해야 하는데……. 이거 시간이 없어서 말이야. 아무래도 흑사회의 건이 끝나야 대충 짬이라도 날 것 같다.”
“하하하. 아무래도 경감님을 위해 빨리 흑사회를 굴복시켜야겠습니다.”
“그래. 제발 좀 그래 줘라. 바빠서 죽겠다.”
“후후.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제부터 슬슬 흑사회의 숨통을 옥죄어 나갈 겁니다.”
살며시 미소 지으며 이들의 대화를 들던 글로리아가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마신 다음 입을 열었다.
“그런데 범석 씨. 오늘 어째서 저희를 모이라고 한 건가요?”
“사실 몇 가지 부탁이 있어서요.”
손에 든 잔을 조용히 컵 받침대에 내려놓은 그녀가 살며시 범석을 쳐다봤다.
“무슨 부탁 말인가요?”
“일단 화이트 엔젤 펀드에 대한 일입니다.”
하며 범석이 화이트 엔젤 펀드의 자금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현재 화이트 엔젤 펀드의 총 운영자금은 88억 크랑이나 되는 대형 펀드였다. 하지만 말이 화이트 엔젤 이지, 실제 이 자금은 몇몇 유령회사의 펀드들로 나누어져 있었다. 바로 흑사회의 자금추적을 최대한 지연시켜 보려는 생각에서였다.
다행히 이 전략은 성공해 놈들은 화이트엔젤 펀드를 버밀리언 쪽 경제인 단체의 자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펀드가 첫 번째 운용된 곳이 메이링 제약사에 대한 공격이었는데, 당시 주축이 된 인물이 바로 버밀리언 사 회장의 아들인 파일러였던 탓이다.
그런데 이 자금이 이번에는 레퍼드 기획의 일에 동원하게 되었다. 만약 이번 작업이 성공리에 끝나게 된다면 흑사회에서도 화이트 엔젤 자금이 버밀리언 사가 아닌 자신들 소유라는 것을 의심할 터였다.
“으음. 그럼 화이트 엔젤 펀드가 계속 경제인 단체의 자금으로 인식시키고 싶다는 거죠?”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에 일반 증권사 임의계좌에 자금을 이동시킨 후 레퍼드 기획의 주식을 매집했습니다. 이점 양해해 주십시오.”
모두 별 상관이 없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어차피 화이트 엔젤 펀드의 자금은 흑사회의 자금 추적을 피하고자 계속해서 순환시키기로 했다. 이미 처음부터 약조된 바였기에 새삼스러울 일도 없었다.
“네. 이해해요. 다음은요?”
“레퍼드 기획의 상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벌어들인 모든 자금을 이번 일에 동원해 주십시오.”
“아니 어째서요? 화이트 엔젤 자금으로는 모자라나요?”
“네. 그렇습니다.”
화이트엔젤 펀드는 얼마 전 레퍼드 기획을 상장하며 나온 주식 25%를 사는 데 45억 6,500만 크랑을 사용하였다. 덕분에 현재 운영할 수 있는 자금은 42억 크랑 정도. 이 돈으로는 레퍼드 기획에 대한 흑사회의 지분 공격을 제대로 대처할 수가 없었다.
“왜 대처가 불가능하다는 거죠? 지금 저희 일심회의 지분이 50%가량 되고, 화이트엔젤 펀드가 25%잖아요. 나머지 25%도 거의 저희 우호 지분에 가깝고요. 아무리 나쁘게 봐도 흑사회의 레퍼드 기획에 대한 공격을 완벽히 차단했다고 생각이 되는 돼요.”
“바로 그게 문젭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흑사회가 레퍼드 기획을 건드릴 엄두를 못 냅니다. 그래서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죠.”
“무슨 이야기요?”
“흑사회의 자금을 저희가 빼앗는 일 말입니다. 전 지분전쟁을 유도해 놈들의 자금을 흡수할 생각입니다.”
범석의 계획은 이러했다. 레퍼드 기획이 상장하면 시중에 나올 수 있는 주식은 기껏해야 25%였다. 대략 550만 주로, 이 정도의 수량으로는 흑사회가 감히 지분전쟁을 벌일 생각을 못했다. 그렇다면 유일한 방법은 자신들의 지분을 줄임과 동시에 시중에 도는 주식 수량을 높이는 길뿐이었다.
“얼마까지 줄일 생각인데요?”
“글쎄요. 한 25%까지 줄일까 생각 중입니다.”
글로리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렇게 된다면 시중에 도는 지분이 50%가 되었다.
“그럼 위험하지 않을까요?”
“별로요. 화이트 엔젤 펀드에 25%의 지분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초반에 풀리는 대부분 주식은 화이트 엔젤 펀드가 가져갈 겁니다.”
“하지만 그때 흑사회가 사가면 어떻게 하나요?”
“그럴 일은 없습니다. 동시 호가에서 매수매도를 시행할 것이고, 상장 초기에는 놈들이 공격해 오지 않을 테니까요. 빤히 안된다는 것을 알면서 흑사회가 달려들 리가 있겠습니까?”
“으음. 그렇군요. 그런데 25%의 분량이라면 지금 남은 자금으로도 대부분 구매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무턱대고 지분을 풀면 놈들이 의심할지도 모릅니다. 레인보우그룹과 LKS방송은 기존 그대로 50%의 이상 주식 보유를 유지하면서 레퍼드 기획만 지분을 확 줄여버리면 놈들도 이상하게 바라볼 테니까요.”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지만, 또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다. 자신들 지분을 팔아 생긴 돈을 다시 화이트 엔젤 펀드에 넣으면 될 것을, 기존의 자금까지 필요한지 그 연유를 통 몰랐다.
“아니 그럼 기존의 자금은 필요 없지 않나요? 저희가 주식을 매각해서 나온 대금을 다시 넣으면 되니까요.”
“그렇기는 하지만 떡밥을 하나 더 뿌리는데, 필요해서 그렇습니다.”
“떡밥이라뇨?”
“주식 팔았으면 그만한 당위성이 있어야 합니다. 아무 이유 없이 지분을 팔면 흑사회가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게 될 테니까요.”
“하긴 그렇겠네요. 그럼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범석이 전자수첩을 꺼내더니 모두의 시선 앞으로 전자서류 화면을 띄웠다. 그곳에는 흑사회에 대한 선전포고 대상이 될 마브스 사에 관한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었다.
“마브사의 공략도 동시에 수행합니다. 그럼 흑사회는 저희가 이번 M&A를 위해 레퍼드 기획 및 레인보우 그룹과 LKS의 주식을 팔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때 흑사회의 선택은 자명합니다. 바로 25%까지 저희 지분이 줄어든 레퍼드 기획에 대한 공격입니다.”
“하지만 저희 레인보우 그룹이나 나탈리의 LKS방송 쪽을 치고 들어올 수도 있잖아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흑사회는 지금 하이에나그룹의 명예회장인 마이어 씨의 약속을 지켜야 하니까요.”
수긍이 가는 답변이었는지 글로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흑사회 주목표는 경제인단체와 일심회 간의 충돌이었다. 그러는 위해서 필요한 선행작업은 바로 레퍼드 기획을 마이어의 손에 쥐여주는 일이었다. 암만봐도 놈들의 공격 루트는 뻔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레인보우그룹이나 LKS방송을 공격당해도 별로 상관없었다. 외부에서 보기에 변동사항이 있겠지만, 이 회사들도 안전 지분을 유지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즉 흑사회가 공격해와도 완벽한 경영권 방어가 가능하니,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 가지 문제점이라면 LKS에 대한 공격 세력이 흑사회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명예회장인 마이어의 성화로 하이에나그룹이 지분전쟁에 참여하게 될지도 몰랐다.
“그런데 하이에나 그룹이 이번 M&A시도에 한 발을 담글지 모르잖아요. 그럼 저희는 아군의 돈을 빼앗는 꼴이 될 텐데요.”
“하이에나 그룹은 절대 이번 작업에 손대지 않을 겁니다.”
“어째서요?”
“다크 하이에나즈 팀이 이번에 월드 리그로 승격하면서 대대적인 검투사 영입을 시도할 것이거든요. 아마도 하이아나 그룹 본사의 자금이 바짝 마를 테니, 레퍼드 기획에 대한 공격은 대부분 흑사회가 전담할 겁니다. 줄리앙이 그렇게 만들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요. 그럼 다른 부탁이 있나요?”
이미 모든 사전 작업을 마쳐 놓은 상태이기에 레퍼드 기획의 지분 전쟁에 대해서는 걱정이 없었다. 이제부터는 마브스 사의 M&A가 주를 이루게 되었던 탓이다.
레인보우 그룹이 마브스 사를 흡수하는 일은 일심회의 흑사회에 대한 선전포고이니, 신중히 작업할 필요가 있었다. 만약 실패해버린다면 자신들은 웃음거리가 되었다.
“일단 글로리아님. 레퍼드 님. 경감님. 나탈리. 카렌 모두 LHN금융지주에서 주식 계좌를 연 다음 자금을 넣어주십시오. 그럼 아울라가 알아서 마브사의 대한 공격을 시작할 겁니다.”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브사의 공격은 오래전부터 예고됐기에, 각오가 되어 있었다.
범석이 따로 글로리아를 주시했다. 지금 레인보우 사의 보유한 100억 크랑이 넘는 자금을 이용해 추가로 진행할 작업이 있었다.
“특히 글로리아님은 회사 명의의 LHN주식 계좌를 열고 아울라가 원할 때마다 자금을 넣어주십시오. 아마 그 돈으로 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마브스 사의 주식을 사게 될 겁니다.”
“네. 알겠어요.”
범석이 이번에는 나탈리를 쳐다봤다.
“나탈리. 줄리앙에게 말해놨으니 곧 MKKN의 지역 방송사에서 마브스 사의 비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할 거다. 내가 그 시기를 알려 줄 테니, 바로 LKS방송에서도 이슈화를 시켜.”
“네. 확실히 처리해 드릴게요.”
고개를 주억거린 범석이 바로 렉스터에게 시선을 돌렸다. 파일러와 아울라를 통해 검찰과 연방금융감독원을 움직이게 하겠지만, 경찰력을 동원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경감님. 마브스 사의 비리 내용을 알려 드릴 테니, 뉴스가 터져 나오기 직전에 수사관을 동원해 마브사의 사무실을 압수수색 할 수 있겠습니까?”
“물론이지. 증거만 있다면 어딘들 경찰력을 못 보내겠냐? 놈들 사무실을 쑥밭으로 만들어버릴 테니, 염려하지 마라.”
“후후. 알겠습니다. 믿고 맡기겠습니다.”
피식 미소를 지은 범석이 다시 표정을 가다듬더니, 모두를 향해 진지한 눈길을 던졌다.
“이번 일은 흑사회에게 전면전을 알리는 선전포고입니다. 반드시 완벽한 승리를 해서 놈들의 콧대를 눌러줘야 합니다. 그리고 이후로 막대한 반격이 예상되니 단단히 마음을 먹으십시오.”
“그래 알겠네.”
“네. 알았어요.”
모두의 대답을 들은 범석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또한 흑사회에게 책잡힐 일은 추호도 만들지 마시고, 문제가 발생한다면 홀로 전전긍긍하지 마시고 즉시 저에게 알려주셔야 합니다.”
“알았다.”
렉스터의 대답을 들은 범석이 그를 미심쩍은 시선으로 쳐다봤다. 그의 행동거지는 딱 비리경찰의 본보기였다.
“사실 렉스터 경감님이 제일 불안합니다. 왠지 흑사회의 공격이 집중될 듯싶어서 무척 걱정됩니다.”
“내가 뭐? 나는 아주 깨끗하다.”
“정말입니까?”
“그래. 난 지금껏 뇌물 한 번 받은 적이 없었다. 에이번드 경찰청에 있을 때 내가 거의 거지 신세였던 것 모르냐? 그리고 연방경찰청에 와서는 제법 재산을 쌓았으니 뇌물을 받을 이유가 없었고.”
렉스터는 범석을 만나기 전에는 셋방살이를 전전긍긍했고, 자가용 플라잉도 없어 경찰서의 페트럴 카를 애용했다. 또 보유한 재산이라고는 수십만 크랑이 예금된 적금 통장이 전부였고, 공짜로 축구를 관람하기 위해 후배 경관이 휴가를 냈을 때 스스로 자청해 리마메인스타디움에서 경비 노릇까지 할 정도로 궁상을 떨어댔다. 다만 사건 해결을 위해서 행정절차를 무시할 때는 있었지만, 비리경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으음. 그래요? 그럼 일단 안심하겠습니다.”
“일단이 뭐야! 너 지금 나를 무시하는 거야!”
“하하하. 네 알겠습니다. 확실히 믿어 드리죠.”
사태를 수습하고 렉스터의 노기를 가라앉힌 범석이 모두를 마주 보며 웃었다. 정말 이들이 그토록 믿음직스러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여기에 모인 일심회 멤버들이 없었다면 흑사회의 전쟁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
며칠 후 렉스터의 사주를 받은 수사관들이 영장을 가지고 일제히 마브스 사를 급습해 모든 서류를 압수 수색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이 MKKN을 필두로 한 방송사에서 이 사실을 시청자들에게 널리 알렸다. 마브스 사는 기껏해야 지역 기반의 부동산회사였기에 전 세계를 달굴만한 이슈는 없었지만, 그래도 세간의 관심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범석이 언론사에 제공한 자료에 마브스 사와 지난봄 터진 메어링 제약사를 비롯한 여러 흑사회의 여러 기업 간의 검은 연결고리가 나타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금융감독원에서 사찰팀을 긴급히 파견했고, 경제인 단체의 부탁을 받은 검찰까지 나서며 사태는 급격하게 악화일로로 번져갔다.
흑사회로서는 곤란한 시간이 연속인 가운데, 범석은 신이나 어쩔 줄을 몰랐다. 마브스 사의 주가가 급격하게 내려가며 한 주당 112크랑까지 떨어진 탓이다. 덕분에 일심회는 시중에 나온 주식을 싸게 쓸어담으며, 보유량을 늘려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사건 하나가 터졌다. 금융감독원에서 마브스 사가 상장 폐지될 요건이 된다고 발표하자, 기관들이 사태 해결을 위해 비밀스러운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보유한 마브스 사의 총 주식 수는 대략 1,800만 주. 비리 사건이 터지기 직전 시가로 따지면 자그마치 46억 크랑이 넘는 돈이었다. 이를 포기할 수는 없었던 기관들이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마브스 사를 인수할 새로운 주인을 찾아다니는 움직임을 보였던 것이다.
이를 아울라를 통해 들은 범석이 즉각 콜을 넣었다. 32%의 지분을 지닌 기관들이 도와준다면 마브스 사의 인수는 너무도 쉬웠던 탓이다. 이미 이때 일심회는 시장에 풀려있던 24%의 주식을 쓸어담은 상태였다.
결국 범석은 기관들과 긴밀한 협상을 해 주당 200크랑에 1,120만 주를 구매한다는 조건으로 그들에게 앞으로 벌어질 임시주총에서의 지지를 약속받았다. 200크랑이면 기관들이 입을 손실이 주당 2할가량밖에 되지 않으니, 혹할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그리고 탄탄한 자금력을 지닌 레인보우그룹에서 마브스 사를 흡수하면 원래 주가를 회복할 테니, 나머지 주식에서는 손실이 나오지 않을 것이었다.
============================ 작품 후기 ============================
아마도 퍼펙트 월드 후반부는 검투경기가 대다수 차지할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흑사회와의 전쟁이 끝나야 하는데요. 워낙 조직이 방대하니, 좀 난감한 면이 있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그동안 도우미가 많이 늘어 어렵지 않게 풀어나갈 수 있을 듯 보입니다.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보내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