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22
324화
갓즈나이츠 훈련 캠프 내 공원. 벤치가 놓인 나무그늘 아래 앉아 전자서류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오늘 찾아올 사람이 있어 마중할 겸 이곳에서 사무업무를 보러 나온 것이었다. 사실 집무실은 에어컨도 나와 시원하기는 하지만, 사방이 막혀있어 갑갑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공중에 떠있는 자료화면을 본 범석이 무심코 그 내용을 읊조렸다.
“후후. 총수입이 4억이라…….”
지금까지의 수입 목록은 이러했다. 가장 고수입이 나오는 시즌권은 23,000매의 판매로 총 2억 3500만 크랑을 벌어들였다.
팀 엠블럼 제품과 기타 스폰서 비용은 팀의 전 시즌 7위를 하는 바람에 크게 늘어 각각 4,200만 크랑과 4,900만 크랑의 수입이 있었다. 그리고 수잔이 경영하는 의료법인에 유입되어 온 7,500만 크랑까지 합치니 총 4억 100만 크랑이 되었다.
하지만 기분 좋은 일은 여기까지였다. 팀을 경영하며 수입이 생겼다면 당연지사 지출도 생기게 되었다.
‘올해 지출할 최저한 비용은 1억 7,000만 크랑 정도군.’
올 한해 갓즈나이츠가 지출한 예산 목록은 첫째 검투사 연봉으로 5,830만 크랑이 나갔다. 여기에 스텝진 연봉에 1,375만 크랑, 품위유지비에 1,000만 크랑, 행사비용에 3,000만 크랑, 경기장 대여 및 운영비에 5,540만 크랑이었다. 이를 합친다면 총비용은 1억 6,745크랑이 되었다.
이에 범석이 가용할 수 있는 현금 자산은 총 20억 3,500만 크랑이었다. 뭐 빚 1억을 빼면 다소 줄어들지만, 이 정도 돈이면 팀에 무척 도움이 될만한 괜찮은 검투사 하나를 영입해 올 수 있었다.
최종적인 자산 상황을 파악한 그가 슬그머니 다른 메뉴를 조작해 다른 서류를 띄웠다. 바로 최근 이적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른 세이야였다.
현재 그녀의 최대 몸값인 부른 팀은 채플린 위스퍼로 자그마치 24억 8,000만 크랑이나 되었다. 그 뒤를 잇는 팀은 얼마 전 렘란트가 감독이 된 다크하이에나로 23억 4,000만 크랑을 제시한 상태였다.
그다음으로는 최근 성적이 떨어져 고민인 데빌 스프릿즈와 작년도 우승팀이자 프리스카의 소속팀인 에이션트 워리어스 그리고 루이스 부회장이 소유한 리얼 히어로즈로 각각 22억 8,000만, 22억 6,000만, 22억 4,800만 크랑을 제시하며 그로우 렌서즈팀을 유혹하고 있었다. 그런데 범석은 현재 가용할 수 있는 현금 자산이 간신히 20억을 넘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지? 오늘 괜히 만나자고 했나?’
세이야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지금 2억 5천 정도 모자란 상황이었다. 하지만 작년 시즌권 판매 현황을 봤을 때 본격적으로 다음 시즌이 시작되는 즘에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듯 보였다. 시즌권이 또 상당수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한 검투사에게 이만한 돈을 투자해도 될 성 싶은가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세이야를 구입할 돈이면 전도유망한 센트럴리거급 검투사를 최소 다섯 이상을 팀 내로 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영상자료를 보며 분석해보니 그녀의 신체능력은 간신히 하급의 월드리거 수준에 이르렀을 뿐이라 판단되었다.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노련한 경기운영과 출중한 검술 솜씨로 이런 단점을 메우고는 있지만, 신육기사의 검투계의 격언에는 합당치 않는 검투사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범석이 이처럼 고민하는 이유는 엘프 잘 보기로 유명한 빈센트 감독과 검술의 대가인 렘란트까지 눈독을 들이고 것이었다. 그렇다는 얘기는 뭔가 있다는 뜻, 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뭐. 살펴보는데 돈이 들지는 않으니까.”
범석이 자리에서 일어나 먼 하늘을 바라봤다. 오늘 찾아오기로 그로우 렌서즈팀 관계자인 홀릭과 세이야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표면상으로 니키타의 임대협상을 하러 오는 길이지만, 실제로는 세이야의 영입협상이 목적이었다. 이런 식으로 목적을 숨기지 않고 범석과 그녀를 만나게 했다가는, 그로우 렌서즈팀이 곤란한 처지에 빠져들지 몰랐다.
잠시 후 하늘 저편으로 작은 점이 나타나더니 점점 갓즈나이츠 훈련캠프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의료법인 쪽으로 가는 환자 일행일 수도 있지만, 시간상 세이야가 탄 플라잉 카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는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주차장을 향해 너털너털 걸어갔다.
‘자. 세이야. 너는 과연 누구기에 몸값이 그렇게 비싸냐?’
범석의 예상이 맞았는지 방금 나타난 플라잉 카가 갓즈나이츠 주차장으로 서서히 내려서고 있었다. 이내 가볍게 안착한 차 안에서 40대 쯤으로 보이는 흑발의 사내가 내려서고 있었다. 전에 잠시 통화한 홀릭임을 안 범석이 반갑게 걸어가 손을 내밀었다.
“홀릭 씨. 잘 오셨습니다. 이거 반갑습니다.”
홀릭이 뒤따라 내리는 세이야의 눈치를 살펴보더니, 악수했다.
“하하하. 이렇게 직접 마중 나오실 필요는 없는데요. 하여간 세계 3대 검투사 중 한 분을 뵙게 되다니 이거 영광입니다.”
“영광은요. 부끄럽습니다. 하하하.”
하며 범석이 신장이 175센티 되어 보이는 은빛 머리칼의 엘프를 쳐다봤다. 바로 세이야였다.
범석은 그녀의 신체 곳곳을 살피더니 감탄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거 가히 천상에서 내려온 여신을 보는 듯한 신비감이 느껴졌던 것이다.
사실 그녀는 팬들에게 하이엘프의 여신이라는 애명으로 불리고 있었다. 그만큼 외모에서도 다른 엘프들보다 출중하다는 뜻이었다.
‘크. 정말 죽이는군. 외모만으로도 24억 크랑 가치를 하는군.’
부드러운 턱선 위로 보이는 도도해 보이는 선홍빛의 입술. 검은 진주와 은화를 박아넣은 듯한 맑은 오드아이. 미려한 곡선을 따라 오똑 솟아오른 콧날과 빠져들 듯 그윽한 분위기를 풍기는 짙은 속눈썹. 여기에 몸매는 어찌나 죽이는지 절로 침을 넘어가게 했고, 길게 뻗은 두 다리는 탐스럽기 그지없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한 범석이 조심스럽게 세이야의 정보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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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세이야.
구분 : 엘프(14년).
소속 : 그로우 렌서즈 GC.
명성 : 24832.
악명 : 3.
H유무 : 무.
스테미나 : 8400/8400.
사회성 : 81, 근력 : 85, 체력 : 84.
민첩 : 84, 균형감각 : 84, 지능 : 78.
정신력 : 82. 판단력 : 83, 재주 : 72.
운 : 77.
현재기량/잠재능력 : 810/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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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 : 대기만성의 무신.
특이사항 : 올해 갓 월드리그로 진출한 그로우렌서즈 팀의 에이스임. 검술과 경기운영 능력이 베터랑 급으로 이를 정도로 출중하다. 중견과 후미의 소양이 있으며, 프리롤과 대장도 뛸 수 있음. 팬들에게 하이엘프의 여신이라는 애명으로 불리며 크게 사랑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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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무지막지한 애가 다 있어!’
세이야의 잠재능력은 994로 최상급에 이르고 있었다. 이런 아이라면 14살쯤 되면 모든 능력치가 개발되었어야 함이 옳았다. 그런데 그녀의 현재기량은 겨우 810. 10대 미만의 개발도를 보이고 있었다.
검투사가 적성이 맞지 않거나 신체단련을 게을리하는 엘프검투사들 중에 이런 경우가 있지만, 세이야는 전혀 달랐다. 그녀의 능력치가 부족한 이유는 바로 ‘대기만성의 무신’이라는 특기 때문이었다.
‘대기만성의 무신’은 초레어급 특성으로 평소에는 능력치 발전속도가 두 배가량 늦어지는 반면, 기술과 해당 분야의 능숙도가 2.5배가량 더 빠르게 오르는 엽기적인 기능이 있었다. 이로 말미암아 지금 그녀의 능력치가 이런 저조한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그에 반해 기술적인 부분이 크게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신육기사라는 말이 있지만, 신체는 언젠가 성장이 멈추고 기술은 무한히 발전해 나가니 언젠가 이 옵션으로 크게 득을 볼 날이 있을 터였다. 그리고 이 특성에는 발동 시 150분간 모든 능력치를 +10 시켜주는 상승효과도 있었다. 그렇다면 특성 발동 후 능력치가 플레이어인 그에 가깝도록 오른다는 얘기이니 기대가 될 수밖에 없었다.
‘흐음. 이런 아이가 20억 크랑 초중반이라……. 어쩐지 다른 팀들이 마구 돈을 질러대나 했다.’
범석이 바로 고민에 들어갔다. 분명히 현재의 세이야는 24억 크랑의 가치를 하지 못했다. 하지만 발전성을 따져봤을 때 24억 크랑은 푼돈이나 다름없었다. 세이야가 모든 신체능력을 개발하고 어느 정도 검술실력만 더욱 쌓는다면 S급 자리를 충분히 차지하고도 남음이 있어 보였기 때문이다.
‘필시 사야 한다. 이번에 못하면 다음에는 영영 기회가 없다.’
S급 검투사들은 세상에 단 10명으로 대부분이 월드리그 상위급 검투팀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들이 최강 명문팀 안에서도 최강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돈이 많고 명예를 갈망하는 월드리그 상위팀들이 팀의 얼굴인 에이스를 팔 리가 없으니, 몸값은 있어도 거래될 리가 만무했다.
즉 이번이 세이야를 구매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으니, 이것저것 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와 리자와 더불어 세이야까지 있다면 훗날 갓즈나이츠가 바로 최강팀이었다.
부담은 되지만 구매하기로 마음먹은 범석이 세이야에게 인사했다.
“네가 세이야구나. 꽤 유능한 검투사라고 하는데. 이거 만나서 반갑다.”
그녀가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한낱 센트럴리그 팀인 갓즈나이츠가 자신을 구매할 수 있으리라 생각되지 않지만, 그래도 일말의 기대심리는 있었다.
사실이기는 하지만, 세이야는 홀릭이 이곳에 자신을 데리고 이유가 니키타의 임대를 위해 대련 상대가 아닌 갓즈나이츠로 향하는 영입협상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 섞인 상상도 한 적이 있었다.
“네. 저도 뵙게 되어 반가워요.”
“그런데 우리 니키타와 대련을 하러 왔다고? 우리 니키타는 제법 강한 편인데 괜찮겠어?”
순간 세이야의 귀가 축 늘어졌다. 자신의 상상이 몽상으로 끝이 났음이 확인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대감을 완전히 버리지 않았는지 자기 PR을 열심히 했다.
“네. 전 이래 봬도 월드리그 팀인 그로우 랜서즈의 에이스에요. 범석님만 빼고 갓즈나이츠의 그 누가 와도 이길 자신이 있어요.”
범석이 피식 웃었다. 그녀의 지금 답변은 참으로 교만한 말이기 때문이다.
니키타가 비록 하이른 센트럴리그에 머물고 있고 방어지향적이라 크게 인정받고 있지는 않지만, 여느 W0급 검투사의 활약성과 견주어도 전혀 밀림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검투사였다. 아무리 세이야가 160위 대에 있더라도 그녀를 이기기란 상당히 어려웠다.
W0급 이상의 검투사는 전 세계를 통틀어 40명밖에 없었고, 160위 급의 검투사는 W2급의 상위 랭커에 불과했다.
“그래? 이거 기대가 되는데. 한번 잘해봐라.”
“네. 범석 님께 제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꼭 확인시켜 드리겠어요.”
세이야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떻게든 범석에게 마음이 들어 갓즈나이츠로 갈 수 있는 불씨를 살리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지난 시즌 속해있던 겟티슈 센트럴리그에서 리그 최강의 검투사로 인정받았었기에 자신감에 충만해 있었다.
범석이 이런 그녀와 홀릭을 데리고 실내 훈련 캠프로 갔다. 그리고 체력 단련 중인 니키타를 불러와 대련 준비를 하라고 명령했다. 일단 세이야가 갓즈나이츠 훈련 캠프로 찾아온 명목상의 이유가 니키타의 솜씨를 알아보는 일이었니, 구색을 갖출 필요가 있었다.
“자. 모두 대련 준비!”
훈련캠프 내 실내 대련 장. 은빛의 슈트를 껴입은 니키타와 붉은 체크무늬의 슈트를 착용한 세이야가 범석의 호령에 각자의 무구를 꺼내 들었다. 니키타는 2m 길이의 짧은 창과 방패였고, 세이야는 바스타드 소드였다. 그녀들은 서로에게 각자의 무기의 끝을 겨누며 대련장 주변을 빙글빙글 돌았다.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판단한 범석이 높이 치켜든 팔을 빠르게 내리며 대련 시작을 알렸다.
“파이트!”
그 말과 동시에 세이야가 빠르게 달려들며 니키타를 향해 검끝을 뿌렸다. 하지만 여유롭게 방패에 막혀 검의 진로 뒤틀려짐을 확인하고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 아무리 상대가 창방이라지만, 자신의 일격을 쉽사리 막히다니 놀랐던 것이다.
저런 안정된 자세라면 자칫 창끝이 날아와 자신을 강타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이 장면을 본 범석이 미소를 입가에 걸었다. 세이야의 빠른 상황판단능력이 만족스러운 탓이다.
‘이거 대단한 물건인데. 단 일격에 자신이 밀린다는 사실을 알아채다니 말이야. 세이야. 이 애는 반드시 영입해야 해.’
범석은 또 하나의 이유로 세이야에 대한 탐심을 흘려댔다. 현재 갓즈나이츠는 최대 약점은 경기경험이 많은 노련한 검투사가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물론 에르피나와 에리카가 있지만, 그녀들은 기껏해야 와이드리거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고 특히 에르피나는 나이가 들어 신체저하 현상이 일어나는 중이라 곧 은퇴를 시킬 참이었다.
그런데 지금 세이야가 그 대안이 되고 있었다. 비록 나이는 적지만, 특성 탓으로 여느 노련한 검투사 못지않게 상황판단 능력이 좋았고, 경기 운영 감각도 뛰어났다. 영입만 한다면 분명히 팀에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되었다.
하지만 멀리 벤치에 앉아있는 홀릭은 걱정이 되는지 안절부절못했다. 세이야가 니키타를 적절히 공략하지 못하고 휘둘리는 모습처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큰일이군. 세이야가 많이 밀리는데.’
현재 그로우 렌서즈 팀이 가장 선호하는 세이야의 판매처는 갓즈나이츠였다. 그녀의 행복을 위함도 약간 작용하지만 가장 초점이 되는 사항은 바로 갓즈나이츠가 센트럴 리그 팀이라는 것이다.
올해 월드리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쟁팀들에게 좋은 검투사가 가지 못하게 막는 일이 중요한 법. 다른 팀들의 제의보다 범석의 제의에 마음이 끄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지상정이었다.
그런데 지금 세이야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비싼 값에 판매하기 위해서는 좋은 활약을 보여야 하는데, 이거 영 걱정이 아닐 수가 없었다.
============================ 작품 후기 ============================
와. 오늘 무지 덥네요. 이거 장난이 아닙니다. 5월 초순에 이정도면 여름에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심히 걱정이 앞섭니다. 제발 올해도 무사하게 지나가야 할 텐데요.
그럼 모두들 즐거운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