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fect World RAW novel - Chapter 325
327화
“이 방입니다. 그럼 조심하시고요. 전 이만…….”
샤일라의 숙소까지 범석을 안내한 직원이 부리나케 자리를 떠나갔다. 그녀는 혼자만의 시간을 방해하면 크게 화를 나며 다짜고짜 주먹을 날리는 경우가 있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즉사할 수도 있는 위력이기에 그 직원은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샤일라는 일반인이라고 봐줄 배려심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런 그를 잠시 바라본 범석이 조용히 문을 두드렸다.
“누구야! 볼 일 있으면 이따가 와!”
범석이 재차 문을 두드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택배입니다. 싸인 좀 주십시오.”
그러자 안에서 우당탕 소음이 나더니, 추리닝을 입은 샤일라가 문을 박차고 뛰어나왔다. 택배 기사가 여기까지 찾아올 리가 만무했기 때문이다. 숙소는 외부인 절대 출입금지 지역이었기에, 택배 소포는 문앞 경비실에 맡기게 되어 있었다.
“지금 장난해! 죽을래!”
붉으락푸르락한 샤일라의 얼굴에 대고 범석이 손을 흔들어 보였다.
“여어. 샤일라 오랜만이네.”
기가 막힌 표정을 한 샤일라가 버럭 소리쳤다.
“너, 넌! 여기 또 왔어!”
“왜 오긴. 너와 얘기하러 왔지. 후후후.”
“당장 가! 너랑 할 말 없어!”
“난 할 말이 많은데.”
“필요 없어! 갓즈 나이츠에는 절대 안 가!”
역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범석이 전략을 달리하기로 했다. 일단 그녀가 화가 난 이유가 과거에 벌어진 루빈의 죽음과 질리엄의 배신에서 비롯되었으니, 이를 먼저 풀 필요가 있었다.
“그 얘기가 주가 아닌데. 사실 정말 중요한 얘기는 따로 있다.”
“뭔데!”
“루빈을 죽인 자에 관한 얘기 말이야.”
샤일라가 어이없다는 시선으로 그를 노려봤다. 루빈의 죽음은 자살로 판명이 났었다.
“너 지금 장난해! 경찰이 루빈의 죽음이 자살이라고 했단 말이야!”
“너 바보냐? 그걸 정말 믿어? 아무리 증거가 없다고 타살이 자살이 되냐고?”
“무슨 소리야! 증거가 있잖아! 루빈의 책상 서랍에도 같은 독이 발견되었고 유서도 있었잖아!”
“야. 이 멍청아. 상황을 직시해야지. 조작이 가능한 그런 증거들이 증거냐? 막말로 독이야 그저 책상 서랍에 몰래 가져다 넣으면 되는 것이고, 유서는 위조하면 되는 일이잖아.”
샤일라가 표정을 가다듬고 범석을 쳐다봤다. 확실히 그의 말대로 그런 증거들은 약간 신경만 쓴다면 조작할 수 있었다.
“그럼 넌 타살이라는 증거가 있어?”
“당연히 없지. 있으면 벌써 경찰에게 알려 범인을 잡았겠지.”
“그렇데 뭘 믿고 타살이라는 거야! 너도 모르는 거잖아!”
범석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지. 난 네 아버지인 루이스 부회장님의 부탁을 받고 그때의 일을 처리했다. 그래서 대략의 내막을 파악했고, 여러 가지 정황을 봤을 때 확실히 타살로 결론지었다. 물론 너를 설득할 수 있을 만큼 설명도 해줄 수 있다.”
“그럼 경찰을 설득해서 당장에 범인을 잡아와! 그럼 믿어줄게!”
“으음. 경찰은 안돼. 증거가 없으면 그들은 어쩔 수가 없거든. 하지만 우리는 다르잖아. 범인의 윤곽만 파악하면 범인에게 소정의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지. 뭐 관심이 없다면 그냥 물러가겠지만, 너 나중에 후회할 거다. 나 혼자 알아서 범인들을 다 때려잡을 테니까 말이야. 그때가 되면 넌 깨닫겠지. 루빈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위해 넌 아무것도 한 일이 없을 테니까. 아니 알고도 귀찮아서 모른 척한 것이 되겠지. 나는 지금 분명히 범인의 실체를 얘기해 준다고 했으니까 말이야.”
마음을 교묘하게 후비는 범석의 말에 굴복한 샤일라가 슬며시 자신의 방문을 열어젖혔다.
“대신 엉뚱한 소리를 했다가는 각오해!”
“물론이지. 아마 후회하지는 않을 거다.”
“좋아. 그럼 안으로 들어와.”
범석이 천천히 걸음을 옮겨 샤일라의 방에 들어갔다. 내부는 생활하기 부족함이 없을 만큼 적당한 크기였다. 깨끗한 주방과 욕실에, 침대는 화려한 무늬의 침대보와 휘장으로 잘 꾸며져 있었다. 딴에는 여자의 방답다고나 할까? 그가 감탄 어린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며 얘기했다.
“제법 잘해놓고 사네?”
“쓸데없는 소리 말고. 빨리 네가 알고 있는 내용이나 말해.”
“뭐. 그러지 뭐.”
멋쩍은 표정을 지은 범석이 근처 책상 앞에 있던 걸상을 끌어와 털썩 자리에 앉았다. 이에 샤일라가 침대에 걸터앉고는 그를 쳐다봤다.
“그래 대체 상황이 어떻게 됐다는 거야?”
“그 전에 일단 주변 상황을 알아야 한다. 그러니 내가 지금부터 하는 얘기 똑똑히 잘 들어.”
하며 범석이 현재 흑사회와 경제인 단체의 충돌에 대해 심도 있게 설명했다. 흑사회 초반 청년연합기업회와 문제를 일으킨 일과 그 이후에 경제인 단체가 관여한 일. 그리고 그들이 흑사회의 근간부터 흔들기 위해 작업을 하다가 범석까지 끼어든 점 등등……. 결국에 가서는 경제인 단체의 농간인 줄 빤히 알면서, 흑사회가 LHN에 협조해 레인보우그룹을 공략한 사실이 나왔을 때는 샤일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정말 흑사회가 네게 받은 은혜를 잊고 그런 짓을 벌였단 말이야?”
“그렇지. 놈들은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그런 종자들이거든.”
“그래서 어떻게 했어?”
“어떻게 하긴. 당시 내가 능력이 있어야 뭘 하지. 그냥 꼴도 보기 싫어서 나중을 기약하고 관계를 끊어버리는 시늉만 했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배신자로 낙인 찍더니 바로 공격해 오더라.”
“가만히 있었어?”
범석이 이번에는 흑사회의 레인보우 그룹에 대한 공격에 관해 얘기했다. 당시 그는 금융계를 움직여 놈들을 골탕먹인 적이 있었다.
“그때 제대로 한 방 먹였지. 뭐 이 때문에 흑사회가 독이 올랐지만…….”
“으음. 그렇구나. 그런데 흑사회가 아버지와 나를 왜 건드린 거야. 너에게 복수하려고 했던 거야?”
범석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흑사회가 샤일라를 건드린 이유는 자신과 전혀 무관했다.
그는 전에 채플린 별장에서 일어난 결투 사건을 나열하며 경제인단체와 흑사회의 노림수에 관해 얘기했다.
“그건 경제인단체가 LHN금융지주의 발바르 회장을 자신들 조직에 끌어들이려고 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 시도가 성공만 했다고 한다면 그 친인들인 윌킨스 회장과 채플린 회장, 루이스 부회장까지 경제인단체의 영향권 안으로 들어가니, 흑사회로서는 아주 곤란한 상황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거든. 그래서 놈들로서는 이 시도를 원천적으로 막을 필요가 있었다.
”
“그럼 작년 봄에 내가 겪은 사건이 바로?”
“그래. 경제인 단체와 너희 아버지와 그 친인들과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시키기 위해서, 흑사회에서 꾸민 짓이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루빈, 그자를 이용해 네 루이스 계파를 장악하려고 했고.”
샤일라도 이에 대해서는 아버지께 들어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나도 알아. 그런데 루빈이 타살이라는 것과 이게 무슨 상관이지?”
범석이 그녀를 뚫어지라 쳐다보며 얘기했다.
“루빈이 죽을 때 마지막 한 말을 기억해?”
기억을 못 하는지 샤일라가 고개를 흔들어댔다. 당시 워낙 충격적인 진실에 직면하고 있던 터라, 다른 곳에는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몰라. 그때의 일은 잘 기억이 안 나.”
“그럼 내가 말해 주지. 그때 루빈은 마지막 말로 이런 얘기를 남겼다. ‘어떻게 된 일이야. 전에 테스트했을 때는 이러지 않았는데.’라고 말이야.”
“그래?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인데?”
“상관이 많지. 당시 루빈이 사용한 독극물 주입기가 산에 녹아 무슨 기능을 하는지 모르지만, 성분 분석 결과 복잡한 전자회로를 구성하는 재료가 포함되었음이 확인됐어. 즉 그 독극물 주입기는 독을 주사하는 것 이외의 다른 기능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샤일라가 묘한 시선을 범석에게 던졌다. 루빈이 마지막으로 한 말과 여러 기능이 담긴 독극물 주입기를 서로 매치시키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던 것이다.
“그, 그럼 설마 루빈은 그게 독극물 주입기인 줄 몰랐을 수도 있었다는 얘기야?”
“그렇지. 테스트해봤을 때와는 다르다며 놀란 이유는 곧 독이 주입될 줄을 몰랐다는 뜻이 되니까.”
샤일라가 두 눈을 파르르 떨어댔다. 범석의 말이 제법 그럴싸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화, 확실해?”
“그래. 루빈이 정말 죽으려고 했다면, 단순한 기능의 주사기 하나만으로도 충분해. 그러니 그런 복잡한 전자회로가 들어간 독극물 주입기를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어. 여기에 독한 산성액으로 기계 자체를 녹일 필요는 더군다나 없고. 이건 누군가 자신들이 벌인 일을 숨기기 위해 증거를 없앴다고밖에 볼 수 없어.”
샤일라가 가슴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는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전에는 흐지부지 넘어간 정황이지만, 범석이 자세한 설명을 곁들이며 얘기해주자 확실히 수상해 보였다. 하긴 자살하려고 했던 사람이 일부러 그런 복잡한 기구를 사용할 필요도 없었고, 굳이 증거인멸을 노릴 이유가 없었다.
“도대체 그 자식이 누구야! 나를 우롱하고 루빈을 죽인 그놈이!”
“누구긴 흑사회지. 다른 놈들이라면 왜 내가 지금까지 입 아프게 놈들에 대해 떠들어댔겠냐.”
“하지만 경찰이 질리엄 그자를 보낸 자가 경제인 단체 쪽 인사라고 말했단 말이야!”
“하기야 그쪽에서 놈을 보내기는 했지. 하지만 그건 모두 흑사회의 농간에 의해서였다. 사실 저번 일에 관여한 경제인 단체 인사 중에, 흑사회 스파이가 하나 껴있었다. 그 아이가 모든 일을 전면에서 진두지휘했고, 루빈까지 죽였다.”
샤일라가 눈을 부릅뜨며 범석에게 다가섰다.
“스파이? 그 자식이 도대체 누구얏!”
“청년연합기업회에 소속되어 있는 데레사다. 검투계의 유명인사이니 너도 아마 이름쯤은 들어봤을걸.”
데라사라면 그녀도 자주 들어 알고 있었다. 바로 월드리그 팀인 데절트 스콜피언즈의 단장이자, 연방 검투 협회에서 힘깨나 쓴다는 안젤라 계파의 후계자였다.
“마, 말도 안 돼! 그녀는 안젤라여사의 딸이잖아. 그럼 경제인 단체 소속이 분명하고 말이야.”
“으음. 그렇지. 다만 그 아이 아버지가 흑사회 회원이다.”
“저, 정말이야?”
“그래. 안젤라 여사에게서 직접 들은 내용이니 틀릴 리가 없다.”
이글거리는 눈빛을 한 샤일라가 침대맡 벽에 걸려있던 검을 꺼내 들었다. 자신을 이리 만든 원흉을 알게 되었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단칼에 베어버린 이 우울한 기분을 풀어야 했다.
“이 개 같은 년을 당장에!”
범석이 방문 쪽으로 달려나가려는 샤일라의 앞길을 급히 막아섰다. 그녀가 데레사에게 가봐야 좋을 일은 전혀 없었다.
“당장에 뭐 어쩔 건데?”
“뭐긴 데레사 그 년을 죽여버려야지!”
“그리고서 평생 철창에 갇혀 살겠다고?”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범석이 그녀의 검을 든 손을 잡고 비릿하게 미소를 지었다.
“후후. 어떻게 하긴. 철저히 망가뜨려 죽음보다 더 치욕적인 삶을 살도록 해야지. 죽음으로 인한 고통은 한순간이다. 즉 너는 지금 데레사에게 자비를 베풀려고 하고 있어.”
순간 망설임이 그녀의 눈을 스쳐 지나갔다.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년에게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안겨준다고 하니, 관심이 갔던 것이다.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싶은데?”
“일단 데레사를 이중 스파이로 이용해 흑사회를 아작내버릴 거다. 그 애는 내가 정체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거든.”
“그래서 그다음은?”
“정체를 까발려 경제인단체와 안젤라여사에게 버림받게 해야지. 그리고 가진 재산을 홀라당 날리게 한 다음 거지꼴로 살아가게 할 거다.”
“그리고서는?”
“글쎄? 이다음부터는 몇 가지가 선택지가 있는데, 아직은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사악한 분기점은 나도 많이 꺼려지거든. 그냥 죽이는 게 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만큼 말이야.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네가 지금 나서면 모두가 수포로 돌아가게 된다는 거야. 죽이던 실패 하든지 간에 더는 그녀를 이용할 수가 없어.”
그 말에 샤일라가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 앉았다. 이성을 차리자 데레사 하나의 죽음으로 모든 일이 끝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좋아. 그렇다 치고 네가 흑사회를 어떻게 망하게 할 건데?”
“그건 간단해. 경제인 단체와 네 아버지를 비롯한 친목회 회원들을 연결해 공동전선을 펼치게 하는 거야. 그럼 힘에서 압도하니, 쉽게 흑사회를 칠 수 있겠지. 그리고 나도 일심회 회원들을 이끌고 측면 지원을 할 테고 말이야.”
나름 납득이 가는 설명이었다. 현재 흑사회와 경제인 단체는 박빙의 승부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 금융계의 대부인 아버지 친구들과 세계 10대 그룹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채플린가가 합세한다면 현재의 균형에 심각한 균열이 생길 터였다.
“좋아. 그렇다고 치고. 일심회는 또 뭐야?”
“으음. 내가 지금 이끌고 있는 조직이다. 지금 흑사회와 전면전을 펼치고 있지.”
“그래? 그럼 꽤 큰 조직이겠네?”
“으음. 그렇기는 하지만, 아직 조직력이 가다듬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도 초창기 멤버끼리는 단합이 잘 돼서 대충 싸움이 된다. 얼마 전에는 놈들 회원의 회사 중 하나인 마브스 사를 꿀꺽했을 정도니까. 덕분에 지금 흑사회 애들이 길길이 날뛰고 있지. 후후후.”
순간 샤일라의 눈매가 호선을 그렸다. 자신을 철저히 농락시킨 흑사회에게 골탕을 먹였다니, 왠지 대단해 보였다. 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고작 검을 들고 길길이 날뛰는 것뿐이었다.
“좋아. 나도 일심회에 들어가서 한 몫 거들게. 어때 넣어 줄 수 있지?”
“뭐. 그야 어렵지는 않지만, 흑사회에 대한 공격에는 껴 줄 수 없다.”
샤일라가 눈을 치켜떴다. 그녀가 일심회에 가입하고 싶은 이유는 바로 흑사회를 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무슨 소리야! 왜 나는 안 되는데!”
“신뢰 부족 때문이지. 지금 흑사회 공략에 동원되는 초창기 멤버들은 서로 돕고 돕는 신뢰 속에서 한마음이 되어 있다. 덕분에 여러 비밀이 마음 편히 공유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흑사회를 손쉽게 공격할 수 있다. 아니었다면 몇몇 작은 힘으로만 놈들과 싸울 수는 없었을 거다.”
설득력이 있는 답변이었기에, 샤일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조직원 간의 신뢰는 아주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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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 어린이 날 무서버요. 조카가요……..
그럼 모두들 좋은 하루 되시고요. 전 내일 또 찾아뵙겠습니다.